거친 남자 김박스
오늘도 묵묵히 일을 한다.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 자료들을 보면서 개쌍욕을 속으로 퍼붓다가 겨우 참고는 다시 하나하나 처리를 시작한다.솥뚜껑 같은 손이지만 업무처리는 세밀하다. 하기사 저어기 그 거친 해남의 백동남 선생님도 정작 장기해체 작업하실 때에는 여느 스시집 사장님보다도 더 세밀한 칼놀림을 보여준다지.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회계 업무를 마친 후 잠깐...
View Article어쩌면 이미 가을
마카오에 다녀온 여독인지 뜬금없이 감기에 걸렸다. 콧물은 쉴새없이 흐르고 목소리는 완전히 갔다. 결국에는오늘 가기로 했던 캐리비안 베이 약속은 캔슬했다. "으음…"계속 자다 오후 3시 반이 넘어서 눈을 떴다. 눈을 뜨니 목은 칼칼하고 머리는 띵하고 코는 완전히 막혔다. 팽!하고 코를 풀고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속이 출출해서 뭐라도 먹으려고 했더니 딱히...
View Article"야야 잠깐만"
쌩하니 나가더니 바로 택시부터 잡는 그녀. 속으로 '아이 씨발' 하고 한 마디 하고 따라나서며 그녀에게 말을건낸다. "세희야, 내 말 좀 들어보라고"세희는 아예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힐끔 택시 오는 쪽을 바라보자 저기 빈 택시가 온다. 아 씨발. 아예 이젠그녀의 팔목을 붙잡고 말한다. "아 세희야, 세희야. 오해야 오해. 어? 야 걔가… 으흠! 아니,...
View Article"이런데 되게 비쌀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빙그레 웃은 나. "괜찮아, 별로 안 비싸"흔한 칵테일 한 잔에 우리 돈으로 2만원이 넘는 가격은 분명 비싼게 분명했지만 이 정도 분위기에 이 정도전망을 가진 바라면 충분히 이 돈을 내고도 남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예약을 하지않아 아쉽게도 정말로전망이 좋은 창가 자리는 앉지 못했지만 어차피 테라스가 따로 마련돼 있으니 그쪽에서 내려다보면...
View Article민주주의자
"에휴…한심스러워. 그 나이 먹고, 그렇게 인생을 조지고도 컴퓨터에 손이 가냐? 손이 가? 밥이나 쳐먹어"마누라의 빈정거림에 순간 불끈하지만 암만 그래도 지금은 도저히 그녀에게 덤빌 계제가 아니다. 얼른모니터를 끄고 밥상머리에 앉지만 마누라의 바가지는 그 끝을 모른다."이름에 빨간 줄 가고, 멀쩡한 회사 짤리고, 이제는 취업도 안 되고, 애 앞길 막는 것도...
View Article"회장님"
새벽 2시 반. 곤히 잠든 회장님 수면실 문을 똑똑 두드리는 수석비서의 목소리. 문을 두드리고 한참을 기다리던 그가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려던 찰나 "들어와요"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실크 잠옷을 걸친 회장님이 안경을 쓰고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는 침대 옆의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한잔 마시고 물었다. "그래, 어때?" 수석비서는 아주...
View Article다솜
호텔의 야외 수영장은 우리 커플이 전세라도 낸 듯 다른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다솜이는 그게 그렇게도좋았던지 벌써 한 시간 가까이 콧노래를 불러가며 수영장에서 놀고 있었다. 나는 카바나에서 바디타올을 두르고 와인을 마시며 그녀가 물에서 노는 모습을 기분좋게 바라보고 있었다. 다솜은 내 시선을 느꼈던지이쪽을 보며 물었다. "오빠는 이제 물에 안 들어와?""너...
View Article귀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돼? 그냥 자구 가"아쉬워하는 기영에게 또 한번의 진한 키스를 안겨주고 한나는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4시 반. 슬슬 옷을 챙겨입고 머리를 뒤로 묶었다. "가야 돼. 나오지 마. 더 푹 자고 낮에 연락해. 카톡으로"한나의 대답에 기영은 피식 웃으며 "그럼 잘 들어가고, 남친한테 아침이라도 사줘라. 밤새...
View Article"오빠, 이번 주말에도 일해?"
"어, 일하지. 왜?""에이…아쉽다. 아니, 일 안하면 놀러나 갈까 했지"아쉬워하는 그녀을 위해 또 오늘도 거짓말을 하기로 했습니다다."주말 근무 바꾸고 다음 주에 일하지 뭐"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표정이 바뀌었습니다다. "오빠 솔직히 말해 봐. 회사 짤렸지?"가슴이 덜컹 내려 앉습니다. 무어라 변명을 떠올리기도 전에 그녀는 마구 쏟아붓습니다. "전에는...
View Article성묘
"어휴, 차가 많이 막히네. 조금만 일찍 나올걸"산소 가는 길이 막힌다. 주형은 핸들에 올린 손가락을 톡톡 튕기며 답답함을 달래었다. 조수석에 탄 아내 현숙은 뒷좌석에 탄 태준과 현주에게 한 모금 마신 생수을 건낸다. "마실래?""안 먹어""엄마 마셔"둘 다 짜증이 나있다. 제사만 지내고 바로 집에 갈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 산소 들렀다가 작은 할아버지 댁에...
View Article해바라기
금요일 새벽, 고속버스 터미널 꽃시장에 가서 사온 해바라기다. 원래는 30cm 정도 더 길었는데 이틀간 물 갈아주고 각각 15cm씩 줄기를 두 번 잘라냈다. 사올 때는 아직 완전히 피지 않았는데 집에 가져와서물을 주자 하루만에 활짝 피었다. 나는 해바라기가 좋다. 그 샛노란 꽃잎의 색도 좋고 해바라기 씨는 먹을 수도 있어 실용적인 점이 좋고-그 맛은 별로...
View Article"오빠는 내가 바본 줄 알아? 정도껏 무시해"
"뭔 소리야""하아…됐다. 됐어. 다 관둬"";;;;""난 솔직히 끝까지 모르는 척 했어. 근데 오빤 정말…도를 넘었어. 내가 무슨 등신인 줄 알아?(울먹)""이야기 해봐. 뭔 이야기 하는건지""오빠가 이야기 해봐. 정말로 정말로 나한테 할 이야기 없어?""뭔 이야긴데(슬슬 파국을 예감하며 마지막 블러핑)… 이야기를 그러니까 해보라고""됐다, 됐어. 오빠는...
View Article양다리
양다리를 걸치던 순간의 죄책감은 여전히 뇌리에 생생하다. 그녀에게 속삭였던 많은 사랑의 대화, 이래선 안된다는 이성의 경고등, 성적 충동과 쾌락에 대한 유혹, 그리고 미안함…내 목에 손을 감고 키스를 유도하던 그녀의 손길에 내 입술을 내어주면서도 머릿 속에는 사실 기쁨보다는 가영이에 대한 미안함 뿐이었다. 결국 나는 '다음 단계'로의 유혹을 뿌리치고...
View Article어느 소담스러운 동네 까페
집 근처에 까페가 하나 생겼다. 근처라고 하기에는 살짝 거리가 있지만 근처라고 해두자. 출퇴근길마다 보았지만 그 까페는 참 인테리어 공사를 오래도 했다. 그 가게보다 훨씬 늦게 공사를 시작한 맞은 편의 옷가게보다도 한 달이나 더 늦게 오픈했다.내심 그 손바닥만한 가게에 뭘 얼마나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하길래 저렇게 공사를 오래하나, 하고 기대도했지만 막상...
View Article"오빠 요새 연애하죠?"
맨날 회사 다녀오면 자기 바쁜데 연애질은 무슨."연애는 무슨…"하지만 그녀는 눈에 이채를 띄며 물었다."요새 뭔가 오빠 분위기가 달라요. 연애하는거 맞죠?""안해"내 말에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젓는 지민."에이, 오빠는 연애하면 연애하는 티가 나요…. 오빠 솔직히 말해봐요. 하죠?"흐흐, 얘가 왜 이래 웃기게 참.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온다. "안한다니까...
View Article큰 사랑의 시대
현대 사회에서 이기주의와 독점의 폐혜는 더이상 정치, 경제 영역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독점의 폐단과개인 이기주의가 불러오는 사회적 부작용은 이미 우리가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문제이기도 합니다.자, 저어기 짝사랑 하는 그녀가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갑자기 먼저 어떤 놈이 그녀를 채갔습니다. 아 가슴이 아픕니다. 속상합니다. 그녀가 내 것이었으면!...
View Article우울증
매일 출퇴근길에 지나게 되는 곳이지만, 직접 걷는 것은 참 간만이다. 노을이 비친 한강은 아름다웠다. 버얼개진 하늘과 온 세상이 주홍빛으로 물드는 가운데 유유히 흐르는 한강물을 가만히 내려다보니 가슴이차분해지면서 또 한편으로는 어지럽고 울적해졌다. '하하…'가만히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으려니 꼭 무슨 자살이라도 준비하는 사람처럼 보였는지 한 마른...
View Article여성 섹스 칼럼니스트 이도희 [2]
[1. 여성 섹스칼럼니스트 이도희 ]…[2. 도희의 소개팅 ] …[3. 외로운 여자 이도희 ] …[4. 도희의 첫 사랑 ] … [5. 도희, 인생 두 번째 원나잇 ] 에 이어서…"좋습니다"편당 고료 10만원짜리 원고… 도희는 아까부터 이 얼굴에 개기름이 줄줄 흐르는 편집장의 표정도 그렇고 요상한 눈으로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무실 사람들 시선도 그렇고 다...
View Article백수
해가 중천을 지나 느즈막하게 져갈 무렵 나는 눈을 떴다. 자면서 침을 괴괴히 흘려 배겟머리가 축축하다. 그 침을 쓰읍 닦아내고 노곤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얼마나 잤을까. 머리가 째-하니 뒷골이 땡기다. 뒷목을풀어주곤 기지개를 펴며 손을 뻗어 휴대폰으로 시계를 확인하니 벌써 오후 3시다. 하루를 반 넘게 날린 셈이다."하암"터져나오는 하품과 함께 온 몸을...
View Article맞담배
"후우…"담배 맛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날씨는 적당히 쌀쌀하지만 바로 그것이 담배 맛을 고조시킨다. 약간 쌀쌀한 날씨에 가벼운 바람막이 하나 입고 제자리에서 겅중거리며 빠는 담배 맛이란 일요일 오전, 여친과의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고 모텔에서 나와 한 그릇 뜨끈하게 먹는 해장국과 같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그 왠지 알 수 없는 약간의 씁쓸함 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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