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언제 와요!"
불타는 금요일 오후 5시 반에 한 시간짜리 마라톤 회의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타이밍 좋게 승희가 전화를 날린다. 졸업전시회에 초대받았건만 아무래도 늦을 것 같다. 복도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어, 나 좀 늦을 것 같은데""태경이 언니랑 지민이 언니랑 다 왔는데""7시 반, 늦어도 8시까지는 갈께""알았어요, 꼭 와야되요?""알았어"전화를 끊고 다시 사무실로...
View Article건어물녀
이미 한물간 유행어가 되어버린 단어지만, 지선은 그 표현 이상으로 자신을 잘 그려낸 단어가 없다고 생각했다.가끔 냉장고 청소를 하기 위해 문을 열면 윗 선반 구석에 쳐박혀서 버릴까 말까 망설이다 일단은 냅두지만 분명 근 몇 달 내로 입 속으로 들어갈 일 없는 저 말라비틀어진 북어포 같은 여자. '흐흐'하지만 그게 꼭 싫진 않다. 아니 북어포 같은게 싫지...
View Article부모 입장에서 야동 단속 지지는 한편으로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자신의 20년 전을 떠올려봐라.어차피 막을 수 없다. 그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결국 아들은 그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것이다. 그 대가가 무엇이라 한들 결국 손에 넣고 말 것이다. 그것은 본능이자 사명이요 수천만년간 이어져 내려온 유전자 레벨에서의 외침이자 사내로서의 탄생이다.그것을 어찌 인위적으로 막으려 한단 말인가. 손바닥을 아무리 오므려도...
View Article"우리 헤어지자"
벌거벗은 몸을 일으키며 나는 그렇게 말했다. 너무 밑도 끝도 없는 말에 그녀는 잠깐 침묵하다 물었다."왜?"나 역시 한참을 입 안에서 맴맴 헛도는 말들을 정리하다 겨우 입을 열었다."다른 여자가 있어"윤지가 무어라 하려고 입을 떼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 전에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너도 알잖아. 저번에… 걔. 아, 그렇다고 걔랑 사귀고 뭐 양다리 걸치고...
View Article양다리 기초 테크닉
모든 것에 앞서, 양다리는 기본적으로 결국 그 삼각 관계 안에 있는 모든 이를 파멸로 이끄는 최악의 선택임을 알아야 할 것이며 다시 한번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하는가'를 재차 삼차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그 모든 죄업의 대가를 진심으로 받을 자세가 되어 있는 자만이 비로소 시도해볼만한, 멀쩡한 놈이비범법 영역 내에서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미친...
View Article나는 그 남자가 좋았다
그 남자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교에 입학해서였다. 같은 과에 유난히 튀는 패션의 그 아이. 패션에 비해 그리 멋진 외모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내가 그리 예쁜 애가 아니니까. 첫 눈에 반했다. 하지만 여중 여고 출신에 한번도 남자와 사귀어 본 적 없는 쑥맥이었던 난 선뜻 다가가지 못했고 항상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 아이는 말재주도 좋았다....
View Article큰 사랑의 시대
현대 사회에서 이기주의와 독점의 폐혜는 더이상 정치, 경제 영역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독점의 폐단과개인 이기주의가 불러오는 사회적 부작용은 이미 우리가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끼는 문제이기도 합니다.자, 저어기 짝사랑 하는 그녀가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갑자기 먼저 어떤 놈이 그녀를 채갔습니다. 아 가슴이 아픕니다. 속상합니다. 그녀가 내 것이었으면!...
View Article2014년 10월 13일
"헉헉, 헉…헉, 헉…"숨이 턱 끝까지 차 오른다. 채워놓은 턱끈이 아니었다면 벌써 하이바가 벗겨지고도 남았으리라. 버릴 거이미 다 버렸는데도 군장은 미친듯이 무겁다. 띠- 소리로 가득찼던 청각이 겨우 회복되기 시작한다. 일단 저 앞의 포탄 구덩이가 1차 목표다. 저기로 튀어 들어간다. "크흑!"거의 몸을 던지다시피 뛰어들어왔다. 청각이 회복되자 다시...
View Article어떤 좆같은 소설 시놉시스
흔한 잉여 무직 30대 초반 인터넷 중독의 가벼운 히키코모리 증세 보이고 있는 주인공이…이제 아침에 눈 딱 뜨면 오줌 한 바가지 싸고 전날 밤 2연딸 친 피로감에 찌뿌둥한 몸 겨우겨우 가누면서 컴퓨터 부팅하고, 엄마가 차려놓은 밥상에서 동그랑땡 하나 손으로 주워먹고 와서는 기름기 묻은 손으로사타구니 벅벅 긁으며 냄새 한번 맡고 언제나처럼 딱 지같은 놈들...
View Article남자의 야망
새벽에 잠들어 서너시간 밖에 자지 못했지만 대여섯번이나 맞춰놓은 휴대폰 알람 덕분에 그는 오늘도 겨우 눈을 뜨고 준비해 간신히 전철에 몸을 싣는다. 어차피 앉아가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만원 전철이 편하다. 한 팔은 전철 손잡이를 잡고, 눈을 감은 채 인파 속에서 그렇게 30분의 수면시간을 보장받는다. 그래, 그는 서서도 잘 잔다. 도착할 역 안내방송과 함께...
View Article그녀는 자바칩 프라프치노를 시켰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동남아 휴양지에서 저녁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야외 테라스에서 앉아마시는 커피 맛은 참 좋았다. "한국에는 언제 돌아가요?" 그녀는 잠깐 계산을 하더니 "23일이요. 3일 후에" 하고 대답했다. 난 묻지도 않았지만 "나는 내일 모레 돌아 가요"하고 말했다. 내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인 그녀는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View Article용서의 무게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리위웬 사건의 판결을 맡은 김주형 판사의 7살 늦둥이 외동아들이, 그의 아파트 놀이터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잘린 목만. 온 세상의 공분을 자아낸 흉악한 사건과 그에 대한 '관대한' 판결로 이미 큰 이슈가 된 상황에서, 이번 에는 판결에 불만을 품은 보복성 범죄로 보이는 끔찍한 사건이 터지자 온 세상 호사가들이 입을...
View Article결혼식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하객 여러분은 따스한 축하와 박수로 오늘의 주인공을 환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부, 입장!"두근대는 마음, 그리고 저 뒤에서 드디어 은영이 그녀의 큰 아버지과 함께 걸어나온다. 재영의 아이디어대로 WWE 스타일로 화려한 음악과 함께 신랑인 내가 재미있게 입장했다면, 신부 입장에서는 아주 고전적인 스타일로 편곡한 결혼행진곡을...
View Article다시, 또 한번
솔직히 뜻밖이었다. 7년이나 그 번호를 유지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저 그냥… 이유없이문득 떠오른 옛 여자친구의 휴대폰에 찌질하게 전화를 걸고 "방금 거신 전화는, 없는 국번입니다"멘트를 안주삼아 깊은 밤 홀로 찌질찌질 술 한잔 하려고 했을 뿐이다. 하지만 다섯 번의 통화대기음에 이어 들려온 그 목소리는 오랜 기억을 새삼 일깨우는, 아주 그리운...
View Article새벽, 카톡, 답답함
새벽 2시 반. 내일 또 아침부터 미친듯이 쪼여댈 회사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쳐자야하는 시간에 나는 거의 1분 단위로 그녀가 나의 카톡 메세지를 확인했는지를 보고 있다. '정말 미안하고, 이 메세지 확인하면 새벽이라도 연락 줘' 하는 참 없어보이는 메세지. 몇 십번을 한숨 푹푹 쉬면서 그 지랄을 하고 있노라니 자괴감마저 밀려온다. 씨발 그 까짓거, 이딴...
View Article질투
----------------------------------------------------------------------------------------------난 알고 있었다. 지윤이가 의진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사실 남녀가 서로 좋아하면 아무리 숨기려 들려해도 어지간해선 옆에서 눈빛만 보아도 알게되기 마련이다.둘은 잘 어울렸다. 둘다 선남선녀에...
View Article질투 - 完 -
---------------------------------------------------------------------------------------------- [ 질투 ] 에 이어서- 사내커플은 그게 문제다. 싸우더라도 바로 그 다음 날이면 같이 또 얼굴을 보게 된다. 물론 그런 만큼 다시 화를 풀 기회도 많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그 과정이...
View Article"이 새끼야! 매니저라는 새끼가! 어!"
옛날 같았으면 벌써 회의실에 재떨이 날아다녔을 거다. 사장은 아직도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분노를 삭히고 있었다. 대회의실에는 대외협력실 직원들을 제외한 기획팀 실장부터 운영직 사원들까지 모여 사장의 불같은 분노를 온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새벽부터 전 직원 긴급호출되었고, 홍보실은 이미 거의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각 언론사와 광고...
View Article두 여자
"연희한테도… 말해야겠지? 우리 사귀기로 한거?"서윤의 말에 난 잠시 뜸을 들이다 "그래야겠지" 하고 조금 자신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막상 말 꺼낼 생각을하니 당혹스러움이 앞섰다. 뭐 딱히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말을 못할 이유도 없지만 아무래도 상황이 좀 그렇다보니 좀 거시기했다. "너가 말하기 좀 뭐하면, 내가 말할께"서윤의 말에 나는 가볍게...
View Article창(娼)
방에 있는 대로 불을 떼고 잤는데도 온 몸이 으실으실하다. 몸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쑤시고, 특히 복근은 아주 뻐근하다. 팔로 지탱하지 않고서는 몸을 일으킬 수조차 없다. "아…" 머리를 흔들었다. 아후, 아… 진짜 죽을 것 같다. 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이런 식으로 살다가는 몇 달 안에 정말로 뒤질게 분명하다. 하지만 하는 수 없지. 손을 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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