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까페가 하나 생겼다. 근처라고 하기에는 살짝 거리가 있지만 근처라고 해두자.
출퇴근길마다 보았지만 그 까페는 참 인테리어 공사를 오래도 했다. 그 가게보다 훨씬 늦게 공사를 시작한
맞은 편의 옷가게보다도 한 달이나 더 늦게 오픈했다.
내심 그 손바닥만한 가게에 뭘 얼마나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하길래 저렇게 공사를 오래하나, 하고 기대도
했지만 막상 오픈하고 보니… 좋게 말하면 소박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썰렁했다.
"흐음"
벽면의 페인트 자국만 봐도 알 수 있었지만 오픈이 늦어진 것은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품삯을 줄이려고 전기 공사 등을 제외한 나머지 페인트 작업 같은 것을 직접 해서였다. 가게를
지키는 것은 자매였다.
언니는 조금 키가 큰 편이었고, 동생은 귀엽게 생겼다. 아주 가끔 동생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조금 양아치
삘 나는 남자 종업원이 둘을 돕기도 했지만 보통은 그 둘이 가게를 지켰다.
"어서오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테이크 아웃하실거죠? 여기 싸인해주세요"
카드 결제를 하고 잠깐 기다리노라니 동생이 묻는다.
"쿠폰 있으시죠?"
"네"
오늘로 벌써 일곱잔째다. 오픈 이래 2주간 이틀에 한번 꼴로 마셨다. 커피를 만들 때까지 잠깐 기다리면서
의자에 앉아 잠깐 까페를 둘러본다.
좁다.
테이블이라고는 겨우 세 테이블 뿐이다. 그나마도 간격이 좁고, 인테리어 아이템 하나하나는 나름 모던하
거나 귀여웠지만 전체적인 컨셉상으로는 뭔가 어색했다. 가게가 좁다보니 어찌 못해 툭 튀어나와있는 큰
에어컨의 위치도 어정쩡했다.
선반 위에 얹어놓은 작은 화분들… 하나하나는 귀여웠지만 역시 까페 전체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다시 시선을 휘~돌려서 음료 가격들을 적어놓은 메뉴 칠판을 바라본다. 동네표 '보세' 까페답게 대부분의
음료는 2.5~3.5천원 내외로 저렴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바로 가게 근처에 넘쳐나는 다른 터줏대감 까페
들과 유명체인 까페들 덕분에, 그리고 입주한 건물의 낡은 외관 덕분에 이 까페엔 손님이 항상 얼마 없다.
'장사가 될까'
암만 머리를 굴려봐도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노는 날도 오다가다 보지만 당최 한 테이블 이상 사람이 앉아
있는 꼴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어떤 날은 동네표 까페라고 동네 아저씨들 셋이 전세라도 낸 양 하루종일
앉아있는 꼴도 봤다.
'무슨 다방도 아니고'
장사가 될 리가 없다. 그게 안쓰러웠다. 그래서 좀 팔아주고 싶었다. 까페하겠다고 이쁜 두 자매가 열심히
팔 걷어붙이고 페인트칠까지 직접 해가며 오픈했는데 몇 달만에 망해나가면 안쓰럽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아메리카노가 맛있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점도 좋았다. 슬그머니 자매쪽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동생은 20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앳되어 보인다.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언니 역시도
청순한 느낌이다. 자매가 둘 다 미인이다. 아니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딱히 미인이라기보단 '흔한 외모'
정도의 수준이지만 왠지 모를 청순함에 끌린다.
"이거 드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드는데 언니가 컵케익을 하나 꺼내주었다.
"단골 손님이시라서…"
옆 머리를 넘기면서 왠지 어색하게 말하는 것이 귀여웠다. "고맙습니다" 하고 받았다. 안 팔리는 가게가
이렇게 퍼주기까지 하면 더 망하는거 아닌가 불안했지만 그래도 그 가게가 더 좋아졌다.
"수고하세요"
"네, 또 오세요"
둘 다 딱히 장사할 체질은 아니다. 수줍음 많고 악바리 같은 독기도 없어 보인다. 아마도 커피 좋아하는
언니를 졸라 동생이 장사하자고 부추겼겠지. 겨우겨우 모은 돈, 대출까지 받아 정말로 까페를 오픈하려
여기저기 많이도 돌아다녔지만 생각보다 높은 창업자금에 많이도 좌절했겠지.
그래도 나름 열심히 발품 팔아 허름한 건물에 작은 까페를 열기로 했겠지. 낡은 건물에 조금 걱정도 되었
지만 '우리 가게 컨셉을 감안하면 어쩌면 더 잘 된 건지도 몰라' 하고 애써 자위했겠지. 한푼이라도 아껴
보려고 직접 고생고생하며 준비하고 겨우 오픈을 했지만…
이미 반경 500m 내에 두 자리수 가까운 커피숍이 난립한 상황에서 딱히 별 다를 거 없는 동네표 까페가
잘 될 턱이 없고, 오픈한 날조차 파리 날리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겠지.
걱정이 태산 같았을 그 자매의 마음을 떠올려보면 절로 발걸음이 까페로 향한다. 싸구려 동정심인지도
모르고, 청순한 자매에 대한 묘한 흑심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튼간에 이 가게가 망하지 않고 흥했으면
좋겠다.
장사가 잘 되어서, 오다가다 종종 보이는 저 자매의 걱정스러운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으면 좋겠다.
출퇴근길마다 보았지만 그 까페는 참 인테리어 공사를 오래도 했다. 그 가게보다 훨씬 늦게 공사를 시작한
맞은 편의 옷가게보다도 한 달이나 더 늦게 오픈했다.
내심 그 손바닥만한 가게에 뭘 얼마나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하길래 저렇게 공사를 오래하나, 하고 기대도
했지만 막상 오픈하고 보니… 좋게 말하면 소박하고 나쁘게 말하자면 썰렁했다.
"흐음"
벽면의 페인트 자국만 봐도 알 수 있었지만 오픈이 늦어진 것은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품삯을 줄이려고 전기 공사 등을 제외한 나머지 페인트 작업 같은 것을 직접 해서였다. 가게를
지키는 것은 자매였다.
언니는 조금 키가 큰 편이었고, 동생은 귀엽게 생겼다. 아주 가끔 동생의 남자친구로 보이는, 조금 양아치
삘 나는 남자 종업원이 둘을 돕기도 했지만 보통은 그 둘이 가게를 지켰다.
"어서오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테이크 아웃하실거죠? 여기 싸인해주세요"
카드 결제를 하고 잠깐 기다리노라니 동생이 묻는다.
"쿠폰 있으시죠?"
"네"
오늘로 벌써 일곱잔째다. 오픈 이래 2주간 이틀에 한번 꼴로 마셨다. 커피를 만들 때까지 잠깐 기다리면서
의자에 앉아 잠깐 까페를 둘러본다.
좁다.
테이블이라고는 겨우 세 테이블 뿐이다. 그나마도 간격이 좁고, 인테리어 아이템 하나하나는 나름 모던하
거나 귀여웠지만 전체적인 컨셉상으로는 뭔가 어색했다. 가게가 좁다보니 어찌 못해 툭 튀어나와있는 큰
에어컨의 위치도 어정쩡했다.
선반 위에 얹어놓은 작은 화분들… 하나하나는 귀여웠지만 역시 까페 전체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다시 시선을 휘~돌려서 음료 가격들을 적어놓은 메뉴 칠판을 바라본다. 동네표 '보세' 까페답게 대부분의
음료는 2.5~3.5천원 내외로 저렴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바로 가게 근처에 넘쳐나는 다른 터줏대감 까페
들과 유명체인 까페들 덕분에, 그리고 입주한 건물의 낡은 외관 덕분에 이 까페엔 손님이 항상 얼마 없다.
'장사가 될까'
암만 머리를 굴려봐도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노는 날도 오다가다 보지만 당최 한 테이블 이상 사람이 앉아
있는 꼴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어떤 날은 동네표 까페라고 동네 아저씨들 셋이 전세라도 낸 양 하루종일
앉아있는 꼴도 봤다.
'무슨 다방도 아니고'
장사가 될 리가 없다. 그게 안쓰러웠다. 그래서 좀 팔아주고 싶었다. 까페하겠다고 이쁜 두 자매가 열심히
팔 걷어붙이고 페인트칠까지 직접 해가며 오픈했는데 몇 달만에 망해나가면 안쓰럽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아메리카노가 맛있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점도 좋았다. 슬그머니 자매쪽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동생은 20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앳되어 보인다. 2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언니 역시도
청순한 느낌이다. 자매가 둘 다 미인이다. 아니아니, 솔직하게 말하자면 딱히 미인이라기보단 '흔한 외모'
정도의 수준이지만 왠지 모를 청순함에 끌린다.
"이거 드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드는데 언니가 컵케익을 하나 꺼내주었다.
"단골 손님이시라서…"
옆 머리를 넘기면서 왠지 어색하게 말하는 것이 귀여웠다. "고맙습니다" 하고 받았다. 안 팔리는 가게가
이렇게 퍼주기까지 하면 더 망하는거 아닌가 불안했지만 그래도 그 가게가 더 좋아졌다.
"수고하세요"
"네, 또 오세요"
둘 다 딱히 장사할 체질은 아니다. 수줍음 많고 악바리 같은 독기도 없어 보인다. 아마도 커피 좋아하는
언니를 졸라 동생이 장사하자고 부추겼겠지. 겨우겨우 모은 돈, 대출까지 받아 정말로 까페를 오픈하려
여기저기 많이도 돌아다녔지만 생각보다 높은 창업자금에 많이도 좌절했겠지.
그래도 나름 열심히 발품 팔아 허름한 건물에 작은 까페를 열기로 했겠지. 낡은 건물에 조금 걱정도 되었
지만 '우리 가게 컨셉을 감안하면 어쩌면 더 잘 된 건지도 몰라' 하고 애써 자위했겠지. 한푼이라도 아껴
보려고 직접 고생고생하며 준비하고 겨우 오픈을 했지만…
이미 반경 500m 내에 두 자리수 가까운 커피숍이 난립한 상황에서 딱히 별 다를 거 없는 동네표 까페가
잘 될 턱이 없고, 오픈한 날조차 파리 날리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겠지.
걱정이 태산 같았을 그 자매의 마음을 떠올려보면 절로 발걸음이 까페로 향한다. 싸구려 동정심인지도
모르고, 청순한 자매에 대한 묘한 흑심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튼간에 이 가게가 망하지 않고 흥했으면
좋겠다.
장사가 잘 되어서, 오다가다 종종 보이는 저 자매의 걱정스러운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