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
담배 맛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날씨는 적당히 쌀쌀하지만 바로 그것이 담배 맛을 고조시킨다. 약간
쌀쌀한 날씨에 가벼운 바람막이 하나 입고 제자리에서 겅중거리며 빠는 담배 맛이란 일요일 오전, 여친
과의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고 모텔에서 나와 한 그릇 뜨끈하게 먹는 해장국과 같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그 왠지 알 수 없는 약간의 씁쓸함 만큼이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미세한 씁쓸함조차 없다. 왜냐하면… 오케이. 주인공이 저기서 오고 있다. 나는 담배를
슥 옆의 휴지통에 던져놓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여기"
간만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진아.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오빠, 빨리 왔네? 미안, 오늘 회사가 너무 늦게 끝났어"
"아냐, 나도 금방 왔어. 야 근데 너 오늘 이쁘게 입었다?"
"어휴, 우리 오빠 빈 말은 참 잘해. 뭐 사줄까?"
입 속의 혀처럼 착착 감기는 진아의 이 묘한 편안함은 정말이지 그 어떤 여자와 비교해도 더 매력적인
무기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도 못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그래도 얼굴이 조금만 더 예뻤더라면 정말이지
엄청났을 것 같다. 예전의 그 쓰레기 전 남친 같은 놈을 만날 이유도 없었을테고.
"밥 먹었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회사 끝나고 나 바로 온 거야. 우리 회사 요즘 야근 장난 아냐, 지금 나 7시 반에 퇴근하는데도 막 눈치
보면서 퇴근 했다니까?"
"어휴, 무슨 대기업도 아니면서 사람을 그리 굴린대니. 그리고 최소한 금요일은 좀 일찍 보내줘야지"
"내 말이! 누구 시집 막을 일 있어?"
맞장구를 치면서도 신명나는 진아. 10시 퇴근하는 날이면 일찍 끝났다며 좋아하던 승환이 새끼가 들으면
눈알을 까뒤집을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누가 그러게 그딴 일 하래나? 여튼 남들이 안 좋다 안 좋다 하는
일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러는 법이다. 꿈과 희망도 좋지만 그 바닥의 현직자들은 어디 꿈과 희망을
품어 본 적이 없어서 지금 그러고 있겠는가?
…는 잡 생각이 길었다. 엊그제 술에 꼻아서 투덜대던 놈이 문득 생각나서 그랬다. 진아는 물었다.
"근데 우리 어디 가?"
"밥 안 먹었다며? 밥 먹어야지"
"좋아, 어디갈까?"
난 슥 주변을 돌아보다…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배 많이 고파?"
"아니. 난 아까 회사에서 간식으로 빵도 하나 먹었거든. 오빠 많이 고파?"
"아니 나도 배 많이 안 고파. 근데 그럼 우리…으흠!"
"응?"
"밥은 일단 가서 먹자"
"어딜?"
"일단 가자"
웃으며 하는 내 말과, 내가 향하는 방향을 바라보다 저 쪽의 건물을 보고서는 진아는 픽 웃으면서 내 등을
쳤다.
"어휴 저질!"
모텔 창문을 열고 그녀와 나는 속옷만 겨우 챙겨입은 채로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넌 근데 담배 끊었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언제 다이어트 한다고 해서 정말 살 뺀 적 있어?"
그 말에 실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넌 언제부터 담패 피운거야? 너 되게 옛날에는 안 피우지 않았냐?"
"나? 어. 유철이 만날 때부터. 걔한테 배웠어"
음, 세상에 지 여자친구한테 담배 가르치는 놈도 있나. 정말 들을 때마다 쇼킹한 놈이다. 피우란다고
피운 것도 좀 그렇긴지만… 하기사, 약쟁이들도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 권해서 그 꼴나는 거니까.
"걘 정말 가지가지 했구나"
"오빠도 나 이상한거 많이 가르쳤잖아"
"뭘?"
"이런거"
진아는 내 그것을 톡 건드렸다.
"아 근데 이건, 너한테도 좋고, 나도 좋고, 장기적으로 너 나중에 너 남편될 사람한테도 좋은거고, 다
모두가 좋은거 아니냐. 담배하곤 다르지"
아무리 농담이라도 '남편될 사람'과 '나'를 너무나 확 구분해버렸다는 사실에 순간 실언이다 싶었다.
물론 피차 결혼 같은 건 생각도 안 하는 사이이긴 해도, 그래도 기분 문제 아니겠는가.
"후…"
그녀는 내 말에 실실 웃으며 담배 연기를 창 밖으로 내뿜었다. 그 표정이 너무나 섹시했다.
"오빠 근데…"
"어"
"나중에 나 시집 못 가고, 오빠도 장가 못 가면, 그렇게 솔로로 마흔 되면 그때 같이 살까?"
조금 유치하고도 진부한 그 말에 픽 웃었다. 난 도대체 사람들이 저 말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야, 저거 마법의 주문인거 모르냐?"
"마법의 주문?"
"저 말 하는 년들은 다 1~2년 내로 시집 가더라고. 내 장가 방법은 저거 밖에 없는 거 같아서 진짜
존나 기대했는데"
진아는 내 말에 한참을 웃었다. 별 웃긴 말도 아니건만 뭐가 그리 웃긴지.
"오빠는 이래서 참 좋아"
"뭐가?"
"그냥 다"
난 마지막으로 한 모금 더 빨고 담배를 껐다. 진아도 담배를 껐다. 테이블 위의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10시… 난 침대 옆 세면대에서 입을 헹구고 물었다.
"우리 TV 볼까"
"마음대로"
"그러면 그 전에…"
"아이, 잠깐만…나 양치질만 하구"
같이 담배를 피웠건만, 자기 입에서 날 담배 냄새가 신경쓰였는지 그녀는 나의 손길을 살짝 거부하며 양치질
부터 했다. 나 역시 칫솔을 들었다. 둘이 나란히 양치질 하는 모습을 거울로 보니…
묘하게 어울렸다.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낼까 하다가 그냥 얌전히 양치질만 했다. 굳이 그녀에게 더 다가가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쨌거나 양치질만 끝나면 바로…
진아는 양치질을 하면서 슬몃 손가락으로 슬슬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내 물건을 가리키며 소리없이 웃었다.
이렇게, 의미없는 주말의 첫 날 밤은 진아와의 애정 없는 사랑으로 저물어 간다.
담배 맛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날씨는 적당히 쌀쌀하지만 바로 그것이 담배 맛을 고조시킨다. 약간
쌀쌀한 날씨에 가벼운 바람막이 하나 입고 제자리에서 겅중거리며 빠는 담배 맛이란 일요일 오전, 여친
과의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고 모텔에서 나와 한 그릇 뜨끈하게 먹는 해장국과 같은 묘한 중독성이 있다.
그 왠지 알 수 없는 약간의 씁쓸함 만큼이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미세한 씁쓸함조차 없다. 왜냐하면… 오케이. 주인공이 저기서 오고 있다. 나는 담배를
슥 옆의 휴지통에 던져놓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여기"
간만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진아. 그녀는 나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오빠, 빨리 왔네? 미안, 오늘 회사가 너무 늦게 끝났어"
"아냐, 나도 금방 왔어. 야 근데 너 오늘 이쁘게 입었다?"
"어휴, 우리 오빠 빈 말은 참 잘해. 뭐 사줄까?"
입 속의 혀처럼 착착 감기는 진아의 이 묘한 편안함은 정말이지 그 어떤 여자와 비교해도 더 매력적인
무기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도 못 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그래도 얼굴이 조금만 더 예뻤더라면 정말이지
엄청났을 것 같다. 예전의 그 쓰레기 전 남친 같은 놈을 만날 이유도 없었을테고.
"밥 먹었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회사 끝나고 나 바로 온 거야. 우리 회사 요즘 야근 장난 아냐, 지금 나 7시 반에 퇴근하는데도 막 눈치
보면서 퇴근 했다니까?"
"어휴, 무슨 대기업도 아니면서 사람을 그리 굴린대니. 그리고 최소한 금요일은 좀 일찍 보내줘야지"
"내 말이! 누구 시집 막을 일 있어?"
맞장구를 치면서도 신명나는 진아. 10시 퇴근하는 날이면 일찍 끝났다며 좋아하던 승환이 새끼가 들으면
눈알을 까뒤집을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누가 그러게 그딴 일 하래나? 여튼 남들이 안 좋다 안 좋다 하는
일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러는 법이다. 꿈과 희망도 좋지만 그 바닥의 현직자들은 어디 꿈과 희망을
품어 본 적이 없어서 지금 그러고 있겠는가?
…는 잡 생각이 길었다. 엊그제 술에 꼻아서 투덜대던 놈이 문득 생각나서 그랬다. 진아는 물었다.
"근데 우리 어디 가?"
"밥 안 먹었다며? 밥 먹어야지"
"좋아, 어디갈까?"
난 슥 주변을 돌아보다…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배 많이 고파?"
"아니. 난 아까 회사에서 간식으로 빵도 하나 먹었거든. 오빠 많이 고파?"
"아니 나도 배 많이 안 고파. 근데 그럼 우리…으흠!"
"응?"
"밥은 일단 가서 먹자"
"어딜?"
"일단 가자"
웃으며 하는 내 말과, 내가 향하는 방향을 바라보다 저 쪽의 건물을 보고서는 진아는 픽 웃으면서 내 등을
쳤다.
"어휴 저질!"
모텔 창문을 열고 그녀와 나는 속옷만 겨우 챙겨입은 채로 담배연기를 뿜어냈다.
"넌 근데 담배 끊었다고 하지 않았어?"
"내가 언제 다이어트 한다고 해서 정말 살 뺀 적 있어?"
그 말에 실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넌 언제부터 담패 피운거야? 너 되게 옛날에는 안 피우지 않았냐?"
"나? 어. 유철이 만날 때부터. 걔한테 배웠어"
음, 세상에 지 여자친구한테 담배 가르치는 놈도 있나. 정말 들을 때마다 쇼킹한 놈이다. 피우란다고
피운 것도 좀 그렇긴지만… 하기사, 약쟁이들도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 권해서 그 꼴나는 거니까.
"걘 정말 가지가지 했구나"
"오빠도 나 이상한거 많이 가르쳤잖아"
"뭘?"
"이런거"
진아는 내 그것을 톡 건드렸다.
"아 근데 이건, 너한테도 좋고, 나도 좋고, 장기적으로 너 나중에 너 남편될 사람한테도 좋은거고, 다
모두가 좋은거 아니냐. 담배하곤 다르지"
아무리 농담이라도 '남편될 사람'과 '나'를 너무나 확 구분해버렸다는 사실에 순간 실언이다 싶었다.
물론 피차 결혼 같은 건 생각도 안 하는 사이이긴 해도, 그래도 기분 문제 아니겠는가.
"후…"
그녀는 내 말에 실실 웃으며 담배 연기를 창 밖으로 내뿜었다. 그 표정이 너무나 섹시했다.
"오빠 근데…"
"어"
"나중에 나 시집 못 가고, 오빠도 장가 못 가면, 그렇게 솔로로 마흔 되면 그때 같이 살까?"
조금 유치하고도 진부한 그 말에 픽 웃었다. 난 도대체 사람들이 저 말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야, 저거 마법의 주문인거 모르냐?"
"마법의 주문?"
"저 말 하는 년들은 다 1~2년 내로 시집 가더라고. 내 장가 방법은 저거 밖에 없는 거 같아서 진짜
존나 기대했는데"
진아는 내 말에 한참을 웃었다. 별 웃긴 말도 아니건만 뭐가 그리 웃긴지.
"오빠는 이래서 참 좋아"
"뭐가?"
"그냥 다"
난 마지막으로 한 모금 더 빨고 담배를 껐다. 진아도 담배를 껐다. 테이블 위의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10시… 난 침대 옆 세면대에서 입을 헹구고 물었다.
"우리 TV 볼까"
"마음대로"
"그러면 그 전에…"
"아이, 잠깐만…나 양치질만 하구"
같이 담배를 피웠건만, 자기 입에서 날 담배 냄새가 신경쓰였는지 그녀는 나의 손길을 살짝 거부하며 양치질
부터 했다. 나 역시 칫솔을 들었다. 둘이 나란히 양치질 하는 모습을 거울로 보니…
묘하게 어울렸다.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낼까 하다가 그냥 얌전히 양치질만 했다. 굳이 그녀에게 더 다가가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쨌거나 양치질만 끝나면 바로…
진아는 양치질을 하면서 슬몃 손가락으로 슬슬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내 물건을 가리키며 소리없이 웃었다.
이렇게, 의미없는 주말의 첫 날 밤은 진아와의 애정 없는 사랑으로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