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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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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남자 김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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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묵묵히 일을 한다.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 자료들을 보면서 개쌍욕을 속으로 퍼붓다가 겨우 참고는
다시 하나하나 처리를 시작한다.

솥뚜껑 같은 손이지만 업무처리는 세밀하다. 하기사 저어기 그 거친 해남의 백동남 선생님도 정작 장기해체
작업하실 때에는 여느 스시집 사장님보다도 더 세밀한 칼놀림을 보여준다지.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회계 업무를 마친 후 잠깐 짬을 내어 담배를 한대 피운다. 힘들게 일해봐야 남는 돈이
없다. 쥐꼬리 월급에 생활비, 적금, 차량 유지비 감안하면 정말로 남는게 없다.


하지만 그래도 묵묵히 참고 일한다. 밝지는 않아도 최소한 어둡지는 않은 미래를 위해. 사실 나 혼자를 위해
서라면 어디 그냥 채권추심 일이나 아예 더 지저분한 일로 돈을 벌어도 충분하다. 그게 더 벌이야 좋겠지.

하지만 이젠 그래서는 안된다. 나를 좋아해주는 여자가 있지 않나. 가뜩이나 나같은 놈이랑 만나며 얼마나
고민이 많겠는가. 그래, 그녀의 네이트온 대화명을 생각하며 오늘도 꾸역꾸역 참는다.

"아 뭐해. 업무가 밀렸는데. 경인물산에서 거 처리해달라고 했다는거는 다 했어?"
"죄송합니다. 금방 해서 넘기겠습니다"
"시킨지가 언젠데 아직까지도 미적대. 아 빨리 좀 해"
"네에"

마음 같아서야 한 손으로 목을 비틀어 그 빨대 같은 숨구멍을 짓이겨버리고 싶은 부장 새끼지만 참는다.
꾸역꾸역 참는다. 그리고 그녀에게 문자를 보낸다.


[ 울희 쟈기얌 점심 머것쪄용?^O^ 희희 난 일하는 즁~즁~ 넘넘 일 힘둘당 킈킈킈 2따 봐 슈웅=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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