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방은 도대체 맨날 왜 그렇게 드러워?"
"아 뭐어""나 놀러가면 맨날 방은 방대로 더럽고, 설거지도 안 해놓고, 오빠 원래 그렇게 드러워?""아 그 날은 좀 내가 피곤해서 그냥 자서 그래""내가 그 날만 보고 그런 줄 알아? 저번에 갔을 때 화장실에…담배꽁초에 휴지에… 아니 어디 역전 화장실에 가도 그 정도는 아니겠다. 나 그날 그래서 화장실 안 쓰고 바로 나간거 기억나지?""아 그 날도, 내가...
View Article옷 못 입는 남자들
사실 '옷 못 입는 남자'라고 뭉뚱그리기에는 의외로 이 분야도 꽤 그 스펙트럼이 넓다. 한달에 모르긴 몰라도 매달 기십 단위의 돈을 패션에 쏟아붓고 참 꾸미기도 열심히 꾸미지만, 워낙에 몸매가 안 따라주는데다 키/얼굴도 김치황인이고 몸매를 나름 카바치는 패션을 추구하지도 않(못)거나 아니면 너무유행만을 추구해서 오히려 역으로 촌스럽게 보인다거나 워낙에...
View Article"할 말 없으면 나 일어날께"
그 말을 남기고 그녀가 자리를 떠난지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참으로 병신같이 바 구석에서 혼자 눈물 흘린 시간은 얼마나 흘렀을까. 이제는 더이상 슬프지도 않고 그저 머리만 멍한 그 시간. 가게 안에 흐르는 피아노 선율이 이윽고 귀에 들어왔고 얼음조차 다 녹아버린 칵테일 잔을 살짝 흔들어보고 마지막 한 모금을 넘긴 그 순간, 더이상의 새 출발이니 뭐니 하는...
View Article[한국문학] 박스와 전자렌지
"여보, 이제 이것 좀 버려요"아내는 오늘도 또 전자렌지를 버리자고 성화다. 하지만 박스는 고개를 젓는다."어휴 아직도 쓸만하고 멀쩡한데 이걸 왜 버려""멀쩡하긴 뭐가 멀쩡해요. 자꾸 음식을 태워먹는데. 아 이러다가 언제 불 한번 크게나지 싶어 걱정된다니까. 얼마 안 하는거 그냥 버리고 말지"하지만 박스는 이번에도 지그시 고개를 젓는다. 아내는 그저 한숨을...
View Article경찰서의 밤
참 살이 에이도록 추운 어느 겨울날. 경찰서 입초에서 나는 집으로 보낼 편지 한 통 써놓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흐으으으, 추워죽겠네' 말년 윤지훈 수경이 이빨을 조져서 경비계에 남는 난로 하나를 더 가져와 난로를 2개나 깔아놓았음에도 초소 안은 여전히 추웠다. 난로 덕분에 나름 이 안 공기는 훈훈했지만, 발바닥이 얼어붙을 것처럼 시멘트 바닥이...
View Article"이 긴 머리 뭐냐구"
침대에서 발견된 그 긴 머리카락을 놓고 그녀와 나는 한 시간째 싸우고 있다. "몰라? 어디서 묻어왔나부지" 하고 얼른 둘러댔지만 배게에서 발견된 두 번째 머리카락에 그녀는 폭발해버렸다. 물론 그 머리카락의 주인을 나는 안다. 엊그제 내 방에서 자고간 유경이다. 근 1년 만에 본 전 여친 유경과 나는 미친듯이 달렸고, 그렇게 잠까지 자버렸다. 유경은 다음 날...
View Article도돌이표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엄마를 졸라 군용 자동차 프라모델을 구입한 적이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건데, 아직 미취학 아동이었던 내가 조립하기에는 분명 쉽지 않은 장난감이었지만 나는 그래도 엄마를 졸라 그 장난감을 샀다. 집에 와서 펼쳐보니 수백개에 이르는 부품은 어린 내가 조립하기에는 역시 무리였다. 조립의 난이도를 떠나서, 그 많은 부품을 조립해야 하는...
View Article"오빠…내 뱃살 좀 실망이지?"
부끄럽게 아랫 배를 가리며 샤워를 마치고 나온 그녀. 평소 좀 육덕지다, 라고 생각은 했지만 벗은 그녀의 모습은 솔직히 말해 육덕 레벨에서도 이미 많이 벗어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 성격에 저런 너스레를 떨면서까지 내 마음을 확인해보고자 하는 그녀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고 그것이 얼마나 부끄럽고 고민되었을지,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하하, 야 실망은...
View Article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자유인이 된 지 오늘로 딱 일주일째. 불과 일주일 사이 또 면접을 세 건을 진행했다. 두 군데는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 연봉 측면에서 맞지 않아 포기를 했고, 다른 한 군데는 현재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다. 어쨌거나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 퇴사한 회사에서 마침 연락이 왔다. 퇴직금과 위로금은 다음 주 중으로처리될 예정이고, 우선적으로 내 증권계좌에 우리...
View Article행복
그녀는 종종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같은 사물도, 같은 공간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현상을 느끼곤 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남자'와 함께 있을 때면 종종 온 세상이 마치 그녀와 그, 단 둘만을 위해꽤 공들인 카메라 앵글로 샷을 주고 파스텔톤 필터 씌운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왜?"정말 파마한 것 아니냐고 몇...
View Article편의점 그녀
처음 보는 얼굴이다. "알바 새로 시작한 거에요?"담배를 사며 묻는 나의 말에 그녀는 잠시 "아…에, 네. 헤헤" 하고 우물쭈물 거리다가 웃으며 대답했다. 배시시 웃는 얼굴이 귀여웠다. 아이돌처럼 예쁜 외모는 아니었지만, 어딘가 살짝 '아줌마삘'이 나는 그얼굴이 오히려 왠지 정감가고 좋았다. 왜일까. "영수증 드릴까요""음, 필요없습니다"계산을 마치고...
View Article짝사랑
오랜시간 그녀 곁에서 머물렀다. 그녀가 힘들 때면 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해서 기분전환을 시켜주었고,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얼마든 가리지 않고 사주었다. 그녀가 부탁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설령 내가 곤란한 상황이라도 손해를 무릅쓰고서라도 그녀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도 세 번이나 했다. 물론 다 차였다. 넌 남자로 느껴지지...
View Article[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80)] 밤의 맛
깜빡 잠이 들었다. 누가 톡톡 쳐서 화들짝 깨 일어나보니 보라다. "피곤해?"그녀는 고맙게도 얼음물 한 잔을 건내며 물었다. 박지성 상무는 고개를 저었다. "피곤하기보다…몸이 좀 안 좋네"혹시 깜빡 잠든 사이 연락 온 것은 없나 싶어 영업용 폰을 확인해보니 다행히 없다. 오늘은 손님이 별로 없네. 이럴 때가 사실 좋을 땐데. 에이스들 싹 쓸어다가 초이스 할...
View Article명희
솔직히 말해서…그녀를 만난 이유는 나의 짐승같은 이기심 때문이었다.여자친구인 지윤과 한창 안 좋던 시기, 나는 이대로는 그저 헤어질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상실감에 휩싸여 있었다. 게다가 지난 몇 달간이나 나와 관계를 거부하는 그녀에 의해 난 욕구불만 상태였다.그리고 그 모두가 3년만에 본 명희와의 술자리에서 일거에 분출되었다. 태어나서 서울에 처음 올라온...
View Article"아, 너 그 가방 이번에 홍콩 다녀와서 산 거야?"
재영의 말에 유경은 '드디어' 라는 표정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어? 으응, 그렇잖아도 출국 전까지 살까말까 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면세점에서 거기 언니가 이거 지금마지막 남은 거라고 그러니까 미치겠는거야. 그래서 걍 딱 눈 딱 감고 질렀지 뭐""얼마 줬는데?"유경씨는 또 좋아죽겠다는 듯 살포시 웃음을 지으면서 손가락 세 개를 펴보였다. 300만원짜리...
View Article"후욱- 후욱- 후우"
이미 대뇌를 마비시키는 현란한 음악 속에 우리는 무아지경을 달리고 있었다. 클럽의 모두는 더이상 춤이라 부르기 민망한 어떤 '몸짓'에 각자의 몸을 맡기고 있었고, 팔 다리에 가득히 느껴지는 젖산의 통증은 한계에 이른 체력에 대한 역설적인 자극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후욱- 후욱- 후욱-하아아악" 클럽 안에 가득한 이 개좆같은 땀내와 왠지 모를 찌릉내는...
View Article마카오 카지노 원정기
2박 4일간 마카오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카지노'. 물론 2박 4일간 카지노만 하다 온 것은 아니고 마침 같은 날 홍콩 여행을 간 여자인 친구 '문'과 '최' 와 홍콩에서 만나(마카오와 홍콩은 배로 한 시간 거리이다) 홍콩-마카오를 오가며 그녀들과 이틀을 놀았다. 홍콩에는 꽤 자주 갔던 터라 그녀들에게서 무슨 현지인 같다 소리까지 들으며 이틀간...
View Article마카오 카지노 원정기 - 完 -
마카오 카지노 원정기(http://stylebox.egloos.com/2045375 ) 눈을 뜨니 어느새 10시 반. 알람을 9시에 맞춰놓았음에도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피곤한게 당연하지만. 아침에 샤워를 마치고 짐을 싸서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호텔의 유료송영 차량을 타고 100달러를 내고 공항 까지 가서 일단 짐을 맡겼다. 2박 4일 일정,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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