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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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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요새 연애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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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회사 다녀오면 자기 바쁜데 연애질은 무슨.

"연애는 무슨…"

하지만 그녀는 눈에 이채를 띄며 물었다.

"요새 뭔가 오빠 분위기가 달라요. 연애하는거 맞죠?"
"안해"

내 말에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젓는 지민.

"에이, 오빠는 연애하면 연애하는 티가 나요…. 오빠 솔직히 말해봐요. 하죠?"

흐흐, 얘가 왜 이래 웃기게 참.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온다.

"안한다니까 왜 그래"

내 헛웃음이 뭔가 찔려서 그러기라도 하는 줄 알고는 그녀는 더욱 보채며 묻는다.

"그럼 저번에 왜 누구 옆에 있냐니까 말 못 했어요?"
"아 회사 사람이었어!"

나도 모르게 막 웃음이 실실 터진다. 아 얘 왜 이렇게 웃겨. 하지만 지민은 고개를 젓는다.

"그짓말"

뭔가 나도 샐쭉해져서 한번 슥 웃는 얼굴로 밀어본다.

"그리고 내가 연애하던 말던 니가 무슨 상관이냐"

그러자 지민은 뜻밖에 돌직구를 던져온다.

"오빠 연애하지 마요"
"왜?"
"왠지 오빠 연애 하면 나 싫을거 같아요"

아 귀여워라.

"질투하냐? 그럼 나랑 사귈래?"

내 말에 빵 터진 그녀. 막 웃는다.

"오빠랑요?"

왜 웃어 이 기집애가. 내가 웃기냐.

"웃지 말구, 진지하게"
"에이"
"왜? 싫어? 나 지금 진지하게 고백하는거야"

하지만 지민은 황당해하면서 되묻는다.

"…무슨 고백이 이렇게 뜬금없어요…"

그야 당연히…

"말할 기회를 못 찾았으니깐. 그리고 솔직히 니가 나한테 질투 느끼는 것처럼 말하니까 처음으로 용기낸거야"

내 대답에 한참이나 눈을 굴리며 당황하던 그녀는 또 묻는다.

"근데 오빠 희정이 언니 좋아하잖아요"

아 희정이가 언제 희정이야. 뭔 고려 시대 러브스토리를 뒤늦게 꺼내.

"지금은 아니야. 어차피 희정이랑은 잘 맞지도 않고"

희정이랑은 잘 안 맞는다는 말에 바로 튕기듯 물어오는 그녀.

"저는요?"
"맞춰줄께. 내가. 맞춰갈께"

방금 전의 목소리는 내가 들어도 믿음직했다. 오케이, 나이스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지민은 아직까지 너무
당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 …"

흐음.

"나 싫어?"

지민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꼭 지금 답해야 되요?"

김 빠지게스리. 하지만 하는 수 없지. 
 
"천천히 여유갖고 생각해. 근데 거절은 하지마. 나 상처받을거야. 나 솔직히 디게 오래 전부터 니 좋아했단
말이야"

상처받을거야, 라고 까지 말하면서 나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왔다. 차라리 잘됐어. 부드럽네. 지민은 내 말이
안 믿기는지 또 묻는다.

"근데 왜 고백 안 했어요?"
"니가 나 안 좋아하는 거 같아서"

정말로 그랬거든. 사실 희정이보다도 너를 먼저 좋아했어. 근데 니가 나를 안중에도 없어하는 거 같아서 걍
희정이로 타켓을 정했던거지. 그것도 잘 안 됐지만.

"…아닌데"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난 너 많이 좋아해"

몇 년간 마음 속으로만 외쳤던 말을 겨우 토해냈다. 하지만 지민이는 가슴에 손을 얹고는 길게 숨을 내쉰다.

"…음…갑자기 이러니까 디게 부담된다…"

뭐 그럴만도 하지. 정 안되면 하는 수 없는거고 뭐.

"부담갖지 말고 편하게 생각해. 그냥 지금처럼 관계에서 너랑 나랑 좀 더 친해질 뿐이지 뭐…"

안 되도 어쩔 수 없지.

"오빠"
"어, 왜?"

지민의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져서 물었다.

"오빠 저랑 정말 잘 사귈 수 있어요?"

두근두근.

"어"

망설이는 지민.

"음…"

더이상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묻는 나.

"왜"

그리고 고개를 들고는 웃으며 말하는 그녀.

"아니에요. 그럼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걸로 해요"
"사랑한다"

난 그녀를 바로 와락 끌어안았다. 그녀가 킥킥대며 내 품 안에서 웃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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