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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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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잔

무심결에 돌리던 채널 속에서 남녀의 격렬한 말다툼이 벌어지는 드라마 장면이 나온다. 남의 싸움은 언제나 즐거운 것이기에 채널을 멈췄지만 바로 그것이 함정이었다. "너는 실수였다고 말하지만… 그건 나한테 피가 쓸려나가는 고통이었어. 알아? 한번이라도… 단 한번이라도! 내 마음 이해해 본 적 있어?" 한참을 소리치던 여주인공은 털썩 주저앉으며 비명에 가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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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그릇

박 이사는 단숨에 맥주 한 잔을 비우더니 입을 열었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잖아? 내 인생이 딱 그랬다고. 뭔가 좋은 일이 생기면 기가 막힐 정도로 나쁜 일이 생기는거야. 초등학교 5학년 때, 생일 파티를 했어. 짝사랑하던 수정이도 오고, 불알친구 재성이, 훈민이, 정운이 등등등 해서 정말 즐거웠지. 그 나이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눈 앞에 어른거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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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편의점에는

저녁 시간, 출근할 즈음부터 한두방울 내리던 비는 어느새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양 퍼붓고 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되자 이 편의점을 찾는 손님의 인적은 더욱 드물어지고, 가게 안은 더욱 조용해진다. "음" 편의점 통유리에 흐르던 빗줄기는 이미 물벼락이 흐르는 수준이고, 편의점 안의 공기는 에어컨 때문에 으실으실함을 느낄 정도로 추워진다. 나는 이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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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태는 기본이야 기본! 어? 출근시간 툭하면 지각이고 말이야"

김부장은 아주 오늘은 벼르고 벼렸다는 듯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정신들이 있어없어? 어? 지금 김성원 대리, 이번 달에 지각 두 번, 9시 2분 9시 8분, 조혜리 주임 이번 달 지각 여섯 번, 2분 3분 8분 5분… 서아름씨 지각 한번, 9시 15분, 이 날은 아팠던 그 날인가? 최정민씨, 아주 상습범이야. 말 안 해도 알지? 강가을씨, 지각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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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기리며

내가 쓸 자서전에는누구의 자서전처럼 고생 끝의성공 자랑으로 가득차 있지도 않고 누구의 자서전처럼 똥도 안 누고섹스도 안 할 것 같은 사람이있지도 않을 것이다 내 자서전에서 독자들은너무나 고상한 지식인 사회에섞여 살며 힘들어 했던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슬퍼하는 사람과 으리으리한 교회 앞에서구걸하는 걸인을 보고가슴 먹먹해 하는 사람과 사람은 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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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테 바이러스

"코드 브라운, 코드 브라운, 닥터 김박스 응급실로 속히 부탁 드립니다. 코드 브라운, 코드 브라운" 중증 체크남방 환자에 대한 스트라이프 이식 수술을 마치고 교수실에서 간신히 한숨 돌리고 있던 김박스는 곧 자신을 찾는 응급 코드에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심각한 간지 결손 환자에 대한 응급 코드인 코드 브라운은, '브라운'이 뜻하는 급똥만큼이나 김박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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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나 또 싸웠다"

나의 말에 재원이는 전화기 너머에서 또 짜증을 부린다. "하 나 이 새끼야, 내가 무슨 초딩 1학년 담임 선생님이냐? 뭔 쌈박질만 하면 일일히 보고질이야? 걍 시원하게 헤어져어, 야 내가 봤을 때 니네는 텄어. 답 없다" 그 말에 나는 실없이 웃었다. "아, 니네는 내 앞에서 서로 귀싸대기까지 날린 커플이 결혼까지 가놓고서는…" 그러자 한 3초 답이 없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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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들

1. 기희 "나 가지 말까? 응?" 웃는 그녀의 말에 나는 그냥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꽤 스무스하게 잘 대답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잘가'라는 말은 죽어도 목에서 나오지 않았다. 2. 가영 "사람 많은데서 정말 이럴거야? 아 쫌 놓으라구!" "한번만 더 생각해봐라. 내가…하아, 이건 내가 납득이 안되서 그래. 이유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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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가 되어보니까"

"알잖아 대충. 이제 내 인생에 로또라도 맞지 않는 다음에야 대충 이렇게 살다 가겠다는거. 이제 점점 더 좆같아지면 좆같아졌지, 더 좋아질 일은 없다는거. 그게 느낌이 딱 오잖아. 나이 먹으면. 니도 이제 대충은 감이 오잖아?" 내 어깨를 툭 치며 하는 그의 말에 반박할 수 없다는게 조금은 씁쓸했다. "근데 말이야, 근데 그러면 사람이 뭔 짓을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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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비

처음에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가벼운 접촉사고, 아니 그냥 사고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학생, 괜찮아?" "예예" "아니 저기, 아이, 어이!" 전날 연습에 늦은 것도 모자라 시합 날에 또 늦잠을 잤기에, 감독님의 구타가 두려웠다. 그냥 가볍게 차 범퍼에 가볍게 무릎이 닿은 정도의 사고였기에 그냥 그렇게 차를 보내고 정신없이 학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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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회차

나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무리한 끼어들기에 의한 3중 추돌사고였고, 차가 반바퀴 돈 상황에서 2차 사고로 빚어진 측면추돌에 의해 나는 그대로 절명했다. '시발…' 죽는 와중에도 승호 형 말 듣고 그냥 외제차 살 것을 괜히 쉐슬람들 말 쳐믿고 임팔라 샀더니 이 지랄이구나 하고 후회했다. 하기사 도로 위에 재규어도 다니고 아슬란도 다니고 바이퍼도 다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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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참 좋아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우울증과 작은 오해, 그리고 모처럼의 해외 전근 기회. 그 모든 것이 엮여 나는 너에게 이별을 고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이별 선언이었기에 너는 당황했고 슬퍼했으며 분노했고 이해했다. "관두겠습니다" 하지만 서울을 떠나 도착한 런던은 내 마음의 불안을 치유하기는 커녕 오히려 공황장애를 유발했고,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된 나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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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드림

2020년, 노스웨일즈 의과대학 맥 돕슨 교수 연구팀은 뇌에서 분비되는 피로회복물질(FRS-b)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다. 크게 주목할 것 없는 평범한 의학 논문이었지만 그 안에서 힌트를 얻은 세계적인 제약회사 노바스틱스 측은 이후 근 10여년 간의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인체의 피로회복에 대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그것은 압도적인 효능의 피로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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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의원님 지금 진짜 뭐하시는 겁니까? 예?"

* 본 소설에 등장한 모든 조직이나 인물, 사건 등은 허구의 것으로, 현실과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밝혀둡니다. ------------------------------------------------------------------------------ 긴급 대의원 회의, 벌써부터 격앙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아니 도대체가, 사람이 눈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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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태는 기본이야 기본! 어? 출근시간 툭하면 지각이고 말이야"

김부장은 아주 오늘은 벼르고 벼렸다는 듯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정신들이 있어없어? 어? 지금 김성원 대리, 이번 달에 지각 두 번, 9시 2분 9시 8분, 조혜리 주임 이번 달 지각 여섯 번, 2분 3분 8분 5분… 서아름씨 지각 한번, 9시 15분, 이 날은 아팠던 그 날인가? 최정민씨, 아주 상습범이야. 말 안 해도 알지? 강가을씨, 지각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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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격분한 내가 정신없이 몰아붙이던 도중 터져나온 그녀의 한 마디. "뭐?' 당황하면서도 애써 그 당혹감을 감추며 거칠게 되물은 나에게, 그녀는 문 밖을 향해 손가락질까지 하면서 말했다. "나가라고. 짐싸서, 당장 나가" 내가 무어라 대꾸도 하기 전, 그녀는 옷장 위에 올려놓은 나의 캐리어를 끌어내리더니 내 앞에 내팽겨치며 선언했다. "이 집에서 나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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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질의 난

살갗이 에이는 혹한의 추위에 온 천하의 물과 공기가 얼어붙는 와중에도, 김박스는 여전히 커피 과용와 수면부족으로 소변이 샛노래질 정도로 몸에 수분의 씨를 말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에 더이상 살기 힘들어진 만 피부들은 궁지에 몰리다 못해 난을 일으키기에 이르고, 그를 주동한 백각질과 김버짐의 환란을 가리켜 후대는 '각질의 난'이라 이른다. 각질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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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토피아

서기 2099년, 보다 진보된 인공지능과 미디어의 발달은 드디어 뇌파간섭을 통한 가상현실 체험을 완성시켰다. 이제는 누구라도 작은 캡슐룸 안에 들어가 눕기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환상을 뇌파자극을 통한 오감체험으로 완벽하게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성공한 사업가, 우주체험, 포르노, 콘서트 중인 인기 아이돌, 오지 탐험, 공룡 시대, 올림픽, 정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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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후…" 반년 넘게 끊었던 담배에 다시 손을 댔다. 정확히 말하자면 금연한다고 서랍 속 깊숙히 묻어뒀던 담배가 어느새 내 손에 들려있었다. 흐름이 안 좋았다. "아, 진짜" 우리나라 정부가 2개의 부실 거래소 폐쇄와 수익의 60%에 달하는 양도소득세 부과 정책 발표를 한 날, 중국 정부가 해외로 나간 중국계 채굴 업자 및 업체의 중국 내 자산에 대해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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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아침부터 무척 바빴다. 지난 밤 혜주와 크게 싸우고 늦게 잔 탓에 늦잠을 자버렸다. 눈을 뜨니 이미 8시 40분이었다. 아침 9시 반에 예정되어 있던 부서간 회의에 준비했어야 할 우리 팀의 보고서가 생각났다. 전화로 연경씨에게 부탁해서 간신히 보고서 자체가 빵꾸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냈다. "후, 이런거는 진짜 좀 아니지 않아?" 그러나 연경씨가 출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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