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이 에이는 혹한의 추위에 온 천하의 물과 공기가 얼어붙는 와중에도, 김박스는 여전히 커피 과용와 수면부족으로 소변이 샛노래질 정도로 몸에 수분의 씨를 말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에 더이상 살기 힘들어진 만 피부들은 궁지에 몰리다 못해 난을 일으키기에 이르고, 그를 주동한 백각질과 김버짐의 환란을 가리켜 후대는 '각질의 난'이라 이른다.
"뭣이?!"
주둥아리에서 각질의 난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김박스는 크게 놀라 백산수를 수분절도사에 제수하여 즉각 입 주변으로 급파한다. 그러나 이미 제대로 일어나버린 각질의 준동에 생수 한 병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고, 마시면서 얼굴에도 조금 펴바른 생수는 혹한의 날씨에 얼어버리면서 오히려 수분을 더 빼앗고야 말았다. 그렇게 초기 진압에 실패한 각질의 난은 장기전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대왕대비 마마는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로
"로션을 입 주변에 대량 도포하고, 인근 관아에서 가습기를 징발하여 가동할 것이며, 당분간 수분을 끊임없이 용복하게 하여 당금에 그치지 않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 이라 일렀다.
그에 즉각 베란다에서 징발된 가습기가 가동을 시작했고, 하루종일 근 1리터 가까운 생수가 온전히 입 안에 투입되었다. 또한 피부 로션이 대량으로 도포되어 난을 일으킨 각질들은 빠르게 진압되어 사라졌다.
"이제 어쩔 셈이우"
산산히 사라진 각질들의 모습에 김버짐은 크게 실망하며, 백각질에게 물었다. 하지만 "다시 피부로 돌아가 쥐 죽은 듯 살아야지" 라는 대답을 예상했던 그와 달리, 백각질의 결의는 대단했다.
"결코 이대로 끝내지는 않을 것이오. 그리고 이미 내 손을 써두었소이다"
"무슨 수를?"
각질의 난을 성공리에 진입했다는 기쁨에 그날 밤 잔치가 벌어졌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김에 후환이 없도록 한다며 김박스는 "냉장고에 물 떨어지는 일이 없게 할 것"이라는 선언과 함께 대량의 수분을 냉장고에 가득 채웠다.
24병들이 생수 박스가 자취방 베란다에 가득 쌓였음은 물론이요 삼다수, 평창수, 에비앙 등 다종의 생수들이 냉장고에 채워졌다. 그러나 "대량의 수분 확보" 과정에서 들어와서는 아니 되는 것들도 들어오고야 말았다.
"오호호호호, 이 어찌 기쁜 일이 아니겠사옵나이까"
"껄껄껄, 큰일을 위해서는 내 참아야 하겠다만, 모처럼이니… 흐흐"
"암요, 자 쭉 들이키시지요 오호호호호"
애교를 살랑살랑 피우는 기생 '참이슬'의 애교에 그만 김박스는 그날 밤 정신없이 혼술을 들이켰고, 혼미해진 정신 속에서 그는 그렇게 가습기 물 떨어진 것도 모르고 그저 난방만 최고 온도로 틀어버린 채 잠에 곯아 떨어졌다.
"이때다!"
그날 밤, 백각질은 늙은 피부 세포들을 모두 끌어모은 뒤 선언했다.
"각질들이여. 우리가 어떤 명분을 들고 이 땅에 섰는가. 아침에는 추위, 점심에는 세균, 저녁에는 피로와 맞서 싸우며 그의 안면을 보호해왔건만 우리가 이제 늙고 병들었다 하여 그는 우리를 세안폼과 필링 약품으로 그저 죽여 없애야 할 병폐로만 생각을 할 뿐이다. 설령 그것이 우리 후대를 위한, 젊은 피부 세포들을 위한 명예로운 죽음이라면 우리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으나 작금의 그를 보라!
그저 커피와 술과 게임만을 밝히며 하루하루 피로를 쌓기 바쁘고, 그저 노화만을 재촉하는 이 어리석음을 일깨워야 하지 않겠는가! 오히려 오늘날 이 사태를 바라만 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불충이요, 불의일 것이다"
그의 격문에 감격한 늙은 피부 세포들은 부르르 떨었고, 경국지색 참이슬에 홀린 뱃살과 뒷목, 대뇌도 함께 난에 동참하니, 김박스가 다음 날 눈을 뜬 것은 아침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거야! 어? 아주 근태가 말이야, 엉망이야 엉망! 그리고 이런 말은 좀 뭣하지만, 사람이 지금 몰골이 그게 뭐야? 세수는 하고 다니는거야?"
김 부장의 호통과 함께 개망신을 당한 김박스는 자리로 돌아와 거울을 보아하니, 밤새 보일러 세게 틀고 지독히 건조한 방 안에서 맵고 짠 안주와 함께 술 빨고 잔 댓가로 온 얼굴에 각질이 다 일어났다. 그 와중에도 늦잠을 자서 대충 눈꼽만 떼고 출근을 했으니 얼굴이 엉망진창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뱃살은 크게 세를 불렸고, 뒷목과 대뇌는 뻣뻣하게 신경전을 걸어오니 김박스는 당장이라도 항복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오랜 시간 청춘의 멋을 위해 세월을 바친 이였다. 궁지에 몰리자 오히려 비로소 칼을 빼들었다. 거울을 노려보며 각질에게 전면전을 선언했다.
"나의 피부는 사우나와 피부과로 다져진 돈지랄의 산물, 이 소중한 것들을 어찌 각질 따위에게 넘기겠는가"
그는 점심시간을 틈타 온 나라의 뷰티를 관장하는 행정기관 올리브영에 들러 립밤과 수분크림을 징발, 재차 각질을 진압하고, 집에 와서는 필링과 보습팩과 영양크림으로 내일의 싸움을 준비했으며 피부 관리 10+1회를 끊어 장기전에 대응했다. 아울러 당분을 끊고 저녁을 종합비타민과 대량의 물로 대신하니, 이는 필승의 시나리오요, 불패의 결의였다.
"드르렁"
마지막으로 방에 가습기를 재가동하고 실내에 빨래를 널었으며 그것도 모자라 9시도 안 되어 수면에 들어가니 각질의 난은 이미 그것으로 끝난 것과 다름없었다.
"흐, 흐흐…"
이미 싸움은 결딴이 났다. 피부를 촉촉히 적시는 화장품과 최소 10시간 이상의 딥슬립, 충분한 수분 공급에 동반하는 당분 끊기 등, 피부에 좋다는건 다 했으니 각질이 설 땅은 이제 없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조용히 읇조렸다.
"그거면 되었다. 나는 그거면 된다. 내가 어디 네 가운데 다리도 아닌데, 일어난다고 누구한테 환영받는다고 그 난리를 치며 일어났겠느냐. 껄껄껄"
그렇게 웃은 그는 말을 이었다.
"단지 그저… 방탕하고 앞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네 모습에 엄중한 경고를 위해 이 늙은 몸 마지막으로 일으켜 보았을 뿐이나, 이제 그렇게 정신 차리고 알찬 내일의 준비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나는 이제 이렇게 네 몸을 떠난다."
그렇게 각질은 잠이 든 김박스의 몸을 떠나, 배게 맡 어딘가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크기로 떨어져 바스라졌다. 그 와중에 김박스는 잠결에 희미한, 각질의 마지막 말을 들은 듯 듣지 못한 듯, 귀를 긁으며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명심하거라. 비록 나는 이렇게 사라지지만, 다시 네가 방탕하고 관리 없는 하루하루를 보낼 때 나의 후예들은 다시 일어설 것이다. 더욱 추하고 더욱 집요하게 말이다. 부디 건강하고 규칙적인 삶을 살거라…"
- 끝 -
각질의 난
"뭣이?!"
주둥아리에서 각질의 난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김박스는 크게 놀라 백산수를 수분절도사에 제수하여 즉각 입 주변으로 급파한다. 그러나 이미 제대로 일어나버린 각질의 준동에 생수 한 병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고, 마시면서 얼굴에도 조금 펴바른 생수는 혹한의 날씨에 얼어버리면서 오히려 수분을 더 빼앗고야 말았다. 그렇게 초기 진압에 실패한 각질의 난은 장기전 조짐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대왕대비 마마는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로
"로션을 입 주변에 대량 도포하고, 인근 관아에서 가습기를 징발하여 가동할 것이며, 당분간 수분을 끊임없이 용복하게 하여 당금에 그치지 않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 이라 일렀다.
그에 즉각 베란다에서 징발된 가습기가 가동을 시작했고, 하루종일 근 1리터 가까운 생수가 온전히 입 안에 투입되었다. 또한 피부 로션이 대량으로 도포되어 난을 일으킨 각질들은 빠르게 진압되어 사라졌다.
"이제 어쩔 셈이우"
산산히 사라진 각질들의 모습에 김버짐은 크게 실망하며, 백각질에게 물었다. 하지만 "다시 피부로 돌아가 쥐 죽은 듯 살아야지" 라는 대답을 예상했던 그와 달리, 백각질의 결의는 대단했다.
"결코 이대로 끝내지는 않을 것이오. 그리고 이미 내 손을 써두었소이다"
"무슨 수를?"
각질의 난을 성공리에 진입했다는 기쁨에 그날 밤 잔치가 벌어졌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김에 후환이 없도록 한다며 김박스는 "냉장고에 물 떨어지는 일이 없게 할 것"이라는 선언과 함께 대량의 수분을 냉장고에 가득 채웠다.
24병들이 생수 박스가 자취방 베란다에 가득 쌓였음은 물론이요 삼다수, 평창수, 에비앙 등 다종의 생수들이 냉장고에 채워졌다. 그러나 "대량의 수분 확보" 과정에서 들어와서는 아니 되는 것들도 들어오고야 말았다.
"오호호호호, 이 어찌 기쁜 일이 아니겠사옵나이까"
"껄껄껄, 큰일을 위해서는 내 참아야 하겠다만, 모처럼이니… 흐흐"
"암요, 자 쭉 들이키시지요 오호호호호"
애교를 살랑살랑 피우는 기생 '참이슬'의 애교에 그만 김박스는 그날 밤 정신없이 혼술을 들이켰고, 혼미해진 정신 속에서 그는 그렇게 가습기 물 떨어진 것도 모르고 그저 난방만 최고 온도로 틀어버린 채 잠에 곯아 떨어졌다.
"이때다!"
그날 밤, 백각질은 늙은 피부 세포들을 모두 끌어모은 뒤 선언했다.
"각질들이여. 우리가 어떤 명분을 들고 이 땅에 섰는가. 아침에는 추위, 점심에는 세균, 저녁에는 피로와 맞서 싸우며 그의 안면을 보호해왔건만 우리가 이제 늙고 병들었다 하여 그는 우리를 세안폼과 필링 약품으로 그저 죽여 없애야 할 병폐로만 생각을 할 뿐이다. 설령 그것이 우리 후대를 위한, 젊은 피부 세포들을 위한 명예로운 죽음이라면 우리는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으나 작금의 그를 보라!
그저 커피와 술과 게임만을 밝히며 하루하루 피로를 쌓기 바쁘고, 그저 노화만을 재촉하는 이 어리석음을 일깨워야 하지 않겠는가! 오히려 오늘날 이 사태를 바라만 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불충이요, 불의일 것이다"
그의 격문에 감격한 늙은 피부 세포들은 부르르 떨었고, 경국지색 참이슬에 홀린 뱃살과 뒷목, 대뇌도 함께 난에 동참하니, 김박스가 다음 날 눈을 뜬 것은 아침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거야! 어? 아주 근태가 말이야, 엉망이야 엉망! 그리고 이런 말은 좀 뭣하지만, 사람이 지금 몰골이 그게 뭐야? 세수는 하고 다니는거야?"
김 부장의 호통과 함께 개망신을 당한 김박스는 자리로 돌아와 거울을 보아하니, 밤새 보일러 세게 틀고 지독히 건조한 방 안에서 맵고 짠 안주와 함께 술 빨고 잔 댓가로 온 얼굴에 각질이 다 일어났다. 그 와중에도 늦잠을 자서 대충 눈꼽만 떼고 출근을 했으니 얼굴이 엉망진창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뱃살은 크게 세를 불렸고, 뒷목과 대뇌는 뻣뻣하게 신경전을 걸어오니 김박스는 당장이라도 항복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오랜 시간 청춘의 멋을 위해 세월을 바친 이였다. 궁지에 몰리자 오히려 비로소 칼을 빼들었다. 거울을 노려보며 각질에게 전면전을 선언했다.
"나의 피부는 사우나와 피부과로 다져진 돈지랄의 산물, 이 소중한 것들을 어찌 각질 따위에게 넘기겠는가"
그는 점심시간을 틈타 온 나라의 뷰티를 관장하는 행정기관 올리브영에 들러 립밤과 수분크림을 징발, 재차 각질을 진압하고, 집에 와서는 필링과 보습팩과 영양크림으로 내일의 싸움을 준비했으며 피부 관리 10+1회를 끊어 장기전에 대응했다. 아울러 당분을 끊고 저녁을 종합비타민과 대량의 물로 대신하니, 이는 필승의 시나리오요, 불패의 결의였다.
"드르렁"
마지막으로 방에 가습기를 재가동하고 실내에 빨래를 널었으며 그것도 모자라 9시도 안 되어 수면에 들어가니 각질의 난은 이미 그것으로 끝난 것과 다름없었다.
"흐, 흐흐…"
이미 싸움은 결딴이 났다. 피부를 촉촉히 적시는 화장품과 최소 10시간 이상의 딥슬립, 충분한 수분 공급에 동반하는 당분 끊기 등, 피부에 좋다는건 다 했으니 각질이 설 땅은 이제 없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조용히 읇조렸다.
"그거면 되었다. 나는 그거면 된다. 내가 어디 네 가운데 다리도 아닌데, 일어난다고 누구한테 환영받는다고 그 난리를 치며 일어났겠느냐. 껄껄껄"
그렇게 웃은 그는 말을 이었다.
"단지 그저… 방탕하고 앞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네 모습에 엄중한 경고를 위해 이 늙은 몸 마지막으로 일으켜 보았을 뿐이나, 이제 그렇게 정신 차리고 알찬 내일의 준비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으니, 나는 이제 이렇게 네 몸을 떠난다."
그렇게 각질은 잠이 든 김박스의 몸을 떠나, 배게 맡 어딘가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크기로 떨어져 바스라졌다. 그 와중에 김박스는 잠결에 희미한, 각질의 마지막 말을 들은 듯 듣지 못한 듯, 귀를 긁으며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명심하거라. 비록 나는 이렇게 사라지지만, 다시 네가 방탕하고 관리 없는 하루하루를 보낼 때 나의 후예들은 다시 일어설 것이다. 더욱 추하고 더욱 집요하게 말이다. 부디 건강하고 규칙적인 삶을 살거라…"
- 끝 -
이제는 아재가 되어버린 한 소년의 풋풋했던 첫 사랑이 어느날 MEN이 되어 돌아온다면 이런 느낌일까(하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