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저 너머의 사람
언제나와 같은 아침, 나는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포털의 뉴스를 보며 스윽 하루의 이슈를 훑는다. 다이나믹 코리아답게 '대충 보자' 라고 생각했음에도 도저히 클릭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쇼킹한 뉴스들이 몇 개씩이나 있다. 그것도 매일매일. 정말 대단한 나라다. "와 이건 뭐…" 진짜 미친거 아닌가 싶은 뉴스 몇 개를 클릭하며 다이어리에 오늘의 이슈 몇...
View Article서툰 사람
나는 서툰 사람이다. 거의 모든 일에 서투르다. 그래서 그 나이대에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하거나 해냈어야 하는 일들을 매번 제 때 못하고 한참 뒤늦게서야 겪고, 배웠다. 그나마도 익숙해지는 데에는 남의 곱절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미정 어머니, 미정이가 학습이 많이 더디네요. 집에서 어머니가 많이 도와주세요" "아니 너는 무슨 자전거 하나를 이렇게 못...
View Article"나 앞머리 잘랐는데 어때, 이뻐?"
갑작스럽게, 대뇌 사령부의 긴급 회의가 소집되었다. 주말 오후의 늦잠에 기분좋은 휴식을 취하던 뇌세포들은 여자친구의 사진 첨부된 카톡 메세지 한 방에 전력으로 일어나 언어중추석에 안착했다. 갑자기 일어난 통에 모두들 각성을 위한 카페인 한방울이 간절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우선 비상대응팀은 바로 즉응해" "이미 대응했습니다" "좋아" 이미 오랜...
View Article로봇소시아
"뭐? 여성형? 왜 여성형을 사?" "아니…뭐, 그냥 보통 여성형 많이 사니까" "무슨 소리야, 내 주변에는 다 남성형 샀어. 여성형 사고 싶으면, 결혼 관두고 그냥 덕후새끼들처럼 혼자 살어" "야 무슨…" 전자제품 시판장에서 벌어지는 한 예비 신혼부부의 실랑이. 영업사원은 은근슬쩍 끼어들어 상황 정리를 한다. "네, 예전에는 여성형 모델을 많이 사셨는데,...
View Article"세호야, 나 그냥 다 솔직히 이야기 할께"
수영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눈이 예쁘다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오늘따라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몇 번을 주저주저 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나 사실 술 마셨어. 근데 술은 먹었지만 정신 말짱해. 그냥 살짝 알딸딸한 기분 막 들까말까 하는 그런 느낌이야. 그러니까 말할게. 나 말이야, 이제 좀 힘들어…솔직히 너무 많이 힘들어, 힘들다구!"...
View Article지랄 같은 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솔직히 객관적으로 내가 나 스스로를 돌아봐도 나는 '지랄 같은 년'이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나도. 그냥 나 스스로가 감당하기 어려운 어떤 광기가… 아니. 좀 더 솔직해져야겠죠. 그래요, 그냥 그 남자가 만만하고 잘해주니까 그냥 내 정신줄을 놔버리고 막 나갔던거죠. 인정해요. 지랄 같은 년 막 정신없이 퍼붓다가 탁 전화...
View Article박색산하
모처럼의 산행이건만 매섭게 추운 날씨가 마음을 주저하게 만든다. 허나 또 추우면 얼마나 추우랴 하는 생각으로 그저 채비만 단단히 할 따름이다. "허허" 두툼한 벙거지까지 뒤집어 쓰고 나니 그 몰골이 조금은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멋쩍임이 함께 하지만, 모름지기 산에 대한 준비는 과함이 모자름보다야 항시 나은 법이렸다. "웃챠" 산 초입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View Article밥도둑과 밥경찰
여기는 냉장고 교도소. 오늘도 그 안의 온갖 흉악한 밥도둑놈들이 하릴없이 수다로 시간을 때우고 있다. "야, 너는 근데 여기 왜 들어왔냐? 내가 진짜 한달째 여기 들락거리면서도 구운 스팸이 들어오는건 첨 봤다. 스팸은 무조건 한끼컷 아니냐?" 밥절도 미수 혐의로 체포되어 냉장고에 갇힌 깻잎절임 할배가 새로 들어온 구운 스팸을 향해 물었다. 스팸은 쑥쓰러운...
View Article넌 게이다
지난 10여 년 전부터 단순히 인터넷 찌질이들의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던 남녀 갈등 이슈는 어느새 사회의 주요한 화두가 되었다. 단순히 "내가 더 힘드네, 니가 더 힘드네"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됐다. 평등에 대한 해석 차이를 넘어서, 정말로 서로의 이권에 관여하게 됐고, 법적인 처벌이나 심지어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에 있어서도 고려할 요소가 된지 오래다....
View Article각질의 난
살갗이 에이는 혹한의 추위에 온 천하의 물과 공기가 얼어붙는 와중에도, 김박스는 여전히 커피 과용와 수면부족으로 소변이 샛노래질 정도로 몸에 수분의 씨를 말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에 더이상 살기 힘들어진 만 피부들은 궁지에 몰리다 못해 난을 일으키기에 이르고, 그를 주동한 백각질과 김버짐의 환란을 가리켜 후대는 '각질의 난'이라 이른다. 각질의 난...
View Article섹토피아
서기 2099년, 보다 진보된 인공지능과 미디어의 발달은 드디어 뇌파간섭을 통한 가상현실 체험을 완성시켰다. 이제는 누구라도 작은 캡슐룸 안에 들어가 눕기만 하면, 자신이 원하는 환상을 뇌파자극을 통한 오감체험으로 완벽하게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성공한 사업가, 우주체험, 포르노, 콘서트 중인 인기 아이돌, 오지 탐험, 공룡 시대, 올림픽, 정치적...
View Article가즈아
"후…" 반년 넘게 끊었던 담배에 다시 손을 댔다. 정확히 말하자면 금연한다고 서랍 속 깊숙히 묻어뒀던 담배가 어느새 내 손에 들려있었다. 흐름이 안 좋았다. "아, 진짜" 우리나라 정부가 2개의 부실 거래소 폐쇄와 수익의 60%에 달하는 양도소득세 부과 정책 발표를 한 날, 중국 정부가 해외로 나간 중국계 채굴 업자 및 업체의 중국 내 자산에 대해서까지...
View Article끝났다
나같은 야바위꾼이 이런 꿀벤트에 참여 안 하면 섭하지.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32&aid=0002901328 …아직 파워볼이 남아있긴 하지만 내 인생도 이제 절반은 끝난 셈이다. 파워볼 가즈아!...
View Article각질의 난
살갗이 에이는 혹한의 추위에 온 천하의 물과 공기가 얼어붙는 와중에도, 김박스는 여전히 커피 과용와 수면부족으로 소변이 샛노래질 정도로 몸에 수분의 씨를 말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에 더이상 살기 힘들어진 만 피부들은 궁지에 몰리다 못해 난을 일으키기에 이르고, 그를 주동한 백각질과 김버짐의 환란을 가리켜 후대는 '각질의 난'이라 이른다. 각질의 난...
View Article회복
블로그에 글을 안 올린지 두 달이 넘었다. 이 글의 제목 때문에 오해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디 아파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일종의 슬럼프가 왔다. 언제나 스스로에게 하던 말인 '전성기도 없었는데 슬럼프는 또 뭐냐' 하고 비웃었지만 사람이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된다. 글이 안 나온다. '어?'하고 간만에 신호가 와서 변기에 앉았지만 여전히 똥은 끄트머리만...
View Article자국
"에이 씨팔!" 큰아버지는 현관문을 세게 걷어차고 나갔다. 발로 걷어차인 현관문 가운데는 움푹 패였고, 폭풍이 지나고 난 듯 엉망이 된 집구석에서 어린 여동생은 눈물을 훔치며 찢기고 내팽겨쳐진 캐릭터 달력을 집어 방으로 들어갔다. 겨우 조용해진 거실에서 큰아버지의 고함과 폭언에 시달리던 아버지는 목의 할퀸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휴지로 닦아내고 있었다....
View Article낙지볶음밥
온 세상이 환하다 못해 찬란히 빛나던 그 여름날. 내리쬐는 태양볕에 편한 차림으로 나온 그녀. "그 옷 잘 어울린다. 이쁘다" "이거? 맨날 집에서 입는 옷인데? 완전 구린 옷인데" 빛바랜 자주색의, 누가 보아도 그냥 집에서만 입었을 법한 보푸라기 일어난 티셔츠였지만 그냥 그 편한 모습이, 나에게 보여주는 그 꾸미지 않은 모습이 좋았다. "사실 나 오늘...
View Article예감
나는 형광등 불빛이 싫다. "아 김형 뭐해" "아아, 화장실 좀" "에헤이, 이 양반" 길게 뿜어낸 뽀오얀 담배연기에 흐려지는 형광등 불빛은 그나마 좀 짜증이 덜하다. 목을 뒤로 크게 젖히며 그 뻐근함을 달래다 형광등 눈부심에 또 눈살을 찌푸리고 만다. 세상에 어느 시대 하우스인지 여기는 아직도 이래 눈 다 배리는 시스템으로 침침하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View Article'생각보다 짧은 시간2'를 낼까 생각 중인데요
믿기지 않는데 벌써 이게 7년도 더 된 이야기. 그리고 찍어낸 책의 절반도 못 팔았다는(많이 찍지도 않았는데) 사실은 눈물나게 슬픈 이야기. 그러면서도 또 2를 찍어볼까 고민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 판로(카드결제), 폰트, 디자인, 배송, 신작 내용의 비율 등 지적된 모든 문제를 싹 해결한 2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애초에 '2'라는 타이틀을 다는 것부터...
View Article여자친구랑 하고 싶은거
- 주말 느즈막하게, 큼지막한 노계로 백숙 푹 삶은 다음, 감자도 삶아서 소금에 찍어 먹으면서 약간 어두운 방 안에서 오래된 음악 들릴락말락하게 틀어놓고 옛날 영화 나른하게 보기 - 피곤하다고 졸립다는 여친 낮잠 재우고 혼자 방 안에서 글 쓰다가, 슬슬 일어날 즈음에 두부찌개 끓여서 일어나면 같이 먹기 - 눈 펑펑 내리는 날 같이 손잡고 걸어다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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