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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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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수지 2화

오후 2시, 오후 5시, 저녁 8시, 밤 11시, 새벽 2시… 창 밖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방 안을 비추고, 데우고, 다시 어둠이 되어 그 따스함을 빼앗아 갈 때까지 나는 그저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혼자 술을 마시며. 찌글찌글하게. "병신…그깟 놈의…" 재혁은 오지 않았다.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 없었다. 그렇게 끝난 것이다. 그게 그의 연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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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

어차피 알고 있었다. 너도, 나도, 주변 모든 사람도. 어떻게 끝날지는 다 아는 그런 만남. 그걸 알면서도 그저 나는 좋은 꿈을 꾸고 싶었을 뿐이다. 정말로 기분 좋은, 그래서 깨어났을 때 너무 가슴 아플 그 꿈을. '너도 가슴이 아플까' 그걸 확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나를 한없이 참담하게 만들고 스스로의 비루함을 저주하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나는 애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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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결혼제도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구호와 함께 결혼제도에 대한 회의감이 사회를 휘감은 근 미래의 어느 아시아 국가… 사회 구성의 최소 단위가 '가정'에서 '개인'으로 무너지기 직전, 국가는 특단의 제도를 내놓았다. 그것은 '준 결혼제도'였다. 준 결혼제도  "3년 짜리… 오케이, 성함 싸인 다 확인 하셨지요? 네, 다 됐습니다. 이제 두 분은 부부가 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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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목소리

요즘들어 부쩍 줄어든 너의 말 수. 모처럼의 즐거웠던 데이트. 그늘졌던 네 얼굴에 간만에 비친 환한 웃음. 그리고 그 웃음에 나까지 행복하진 그 날의 데이트. "그런데 말이야…" 무언가를 이야기 하려다 얼버무린 너. 무슨 이야기냐고 조심스레 되물어도 그저 어색하게 아무 이야기도 아니라고 둘러대는 너. 초조해진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어주는 네 눈가에 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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回顧

오늘도 승남의 전화는 걸려오지 않는다. 알고 있다. 걸려 올 리 없다는 것을. 이미 반 년도 넘게 연락이 없는데 연락이 올 리가 없다. 우리는 이미 옛날에 완벽히 끝나버린 것이다. "춥네"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들이치는 비바람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다가가서 그렇게 창문을 닫는 순간… 서늘한 바람이 따뜻한 방 안에서도 가슴 한 줄기를 파고들며 아프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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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

그녀의 이름은 주니였다. 발음 편한 주니, 오주니. "맛있네" 처음 들었을 때는 당연히 준희려니 했으나 그녀가 몇 번이고 강조해서 진짜 이름이 발음 편한 주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쵸?" 할아버지 소리 들을 연배인 그녀의 아버지가 막내 딸 이름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다소 소통의 문제가 있었단다. 주니의 표현을 빌어 '배움이 그리 넉넉하신 분이 아닌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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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지는 천장

전철 창문 너머로 기울어지는 오후 네 시의 태양에 나도 모르게 감상적이 되어 눈시울이 붉어진다. 미래에 대한 걱정에 흐르는 눈물이라기보다는 그저 어쩐 이유에선지 떠오른 지나간 옛 연인들의 얼굴 때문이다. '나랑 안 이어져서 다행이다' 혹시라도 나같은 새끼한테 시집이라도 왔으면 어쩔 뻔 했는가. 그래도 다들 알아서들 잘 제 인생들 찾아갔다. "허"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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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선배

선배는 타인의 컴플렉스나 아파할 부분을 말로 적당히 유머스럽게 툭툭 건드려서 어느새 대화의 우위를 점하는 사람이었다. 동아리 모임이 끝나고 집에 와서도 기분이 쉽게 안 풀릴 정도로 짜증나는 말들이었지만 일단은 모두가 빵 터질 정도로 확실한 유머로 포장된 말인데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말이었기에 쉽게 정색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어색한 웃음만 지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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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으로

일요일 오후의 역삼동답게, 도로는 꽤나 막힌다. 황사 탓인지 코는 매케하게 막히고 콧물이 흐르기 시작하니, 아까 콘솔박스에 쳐박은 물티슈가 생각난다. 마침 신호도 걸린 차에 콘솔박스를 열자, 이런저런 잡동사니 사이로 CD 하나가 툭 떨어진다. [ 승미에게 ] 매직으로 찍찍 갈겨쓴, 내 필적으로 적힌 문구. 그리고 추억의 이름. 피식 웃으며 다시 넣으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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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기 전에

어느 늦여름의 한가로운 주말 오후. 나른함이 몰려오는 와중에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녀는 모히또를 반쯤 비운 상태로 테라스 테이블에 널부러진다. "잡지나 볼까?""그래" 노을이 지기 전 부릴 수 있는 마지막 사치, 나는 매장 안 쪽에서 잡지 두 권을 집어 들고 나온다. 그녀는 패션 잡지, 나는 여행 잡지를.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다가도 수시로 서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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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바셋에서

"오리지널 에그타르트 나타 하나 주세요" "에그타르트 어떤 걸로 드릴까요?" "오리지널이요"  "네?" "오리지널 맛이요" "네, 음료는 어떤 걸로 드릴까요?" "그냥 에그타르트만 먹을거에요" "네, 아메리카노 따뜻한걸로 드릴까요?" "아뇨, 에그타르트만 먹는다구요" "아…네" "???" "아이스로 드릴까요?" "… …에그타르트만, 음료 안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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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내 이글루 결산

1년 동안 stylebox님께서 이글루스를 사랑해주신 결산 내역입니다 내 블로그에 포스팅하여 공유해보세요! 내 블로그에 포스팅하기 ※ 본문이 550px 이하인 스킨은 포스트가 잘려 보일 수 있습니다. 순위 2016년 stylebox님이 이글루스에서 포스팅하신 순위는? 3038위 포스트30 1월 2 2월 5 3월 2 4월 5 5월 0 6월 2 7월 2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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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인사

어차피 알고 있었다. 너도, 나도, 주변 모든 사람도. 어떻게 끝날지는 다 아는 그런 만남. 그걸 알면서도 그저 나는 좋은 꿈을 꾸고 싶었을 뿐이다. 정말로 기분 좋은, 그래서 깨어났을 때 너무 가슴 아플 그 꿈을. '너도 가슴이 아플까' 그걸 확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나를 한없이 참담하게 만들고 스스로의 비루함을 저주하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나는 애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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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맨

* 경고: 본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기업이나 인물, 제품 등은 허구의 것이며, 현실과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미리 분명하게 밝혀 둡니다. -------------------------------------------------------------------------------------------- 판사의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재판장은 숨소리 하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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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솔로

회식 자리의 분위기가 뜨악하는 분위기다. "정말로요?" 뱉은 순간 후회했지만, '이런 흐름이라면' 하고 내뱉은 내가 잘못이라면 잘못이지. "네, 38년 동안 살면서 단 한번도 여자를 사귀어 본 적이 없어요" 그 말에 곧바로 최 주임이 물어본다. "그럼 여자랑 어디까지 가 봤어요? 모태솔로라고 해서 꼭 동정이라는 법은 없잖아요" 곧바로 이랑이랑 연희씨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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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사람

어릴 적부터 대가리가 좀 돌아가면서 크게 삐뚤어지지 않은 놈들은 알아. 자기가 지금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다는거. 이대로 스트레이트로 쭉 앞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는거. 암, 알다마다. 본인 뿐 아니라 주변은 더 잘 알아. 이대로 가면 이 놈은 되는 놈이라는거. 부모들도 알아. 되는 놈이랑 안되는 놈이랑은 같은 제 자식새끼라도 손이 한번 덜 가고 더 가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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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

형이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 온다는 말에 엄마의 얼굴에는 기쁨 반, 걱정 반이 스쳐 지나갔다. "그럼 장판, 도배부터 새로 싹 해야겠다" 형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그런 것을 왜 하냐고 했지만 엄마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십수년도 더 된 누렇게 바랜 흰 벽지와 노란 장판을 보노라면 그 어느 여자라도 우리 집안과 엮일 자신의 암담할 미래를 머릿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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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밤

오늘 밤이 지나면, 내일이 되면, 돌아오는 금요일 밤에는 꼭, 토요일에는 반드시, 일요일에는… 그렇게 하루하루 미뤄가며 시간을 벌려 나간다. 이윽고 현실을 돌아보며 이제는 아무래도 너와의 연락을 기대할 수 없겠지, 하고 마음 접는 순간 다시 작디 작은 희망을 꿈꾸어 본다. 어쩌면 너는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또 너와의 연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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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로 막기

개인적으로 삼국지 소설을 참 좋아해서 여러 작가 버전의 삼국지를 읽어보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역시 이문열 작가의 삼국지가 으뜸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문열 삼국지의 '평역' 때문인데… 이문열 삼국지는 소설이 죽 전개되어가다가 얼추 일단락이 될 때마다, 혹은 중요한 장면마다 마치 해설자가 상황을 정리하듯 작가가 끼어들어 그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이런저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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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전 남자

함께 침대에 누워, 혹은 둘 다 적당히 취한 어느 맥주창고에서, 혹은 찜질방 한 구석에서 같이, 혹은 어느 공원 한 벤치에서 함께, 혹은 깊은 밤 전화기 저 너머로. 우연찮게 흘러나온 너의 전 남자 이야기를 듣는다.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털어놓는 아프고 분한 기억에 내 가슴 속 한 구석이 부글부글 끓는다. 이렇게나 예쁘고 착한 너를, 그 놈은 왜 그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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