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종종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같은 사물도, 같은 공간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현상을 느끼곤 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남자'와 함께 있을 때면 종종 온 세상이 마치 그녀와 그, 단 둘만을 위해
꽤 공들인 카메라 앵글로 샷을 주고 파스텔톤 필터 씌운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왜?"
정말 파마한 것 아니냐고 몇 번을 물었고, 지금도 솔직히 조금은 미심쩍을 정도로 예쁘게 말린 곱슬머리,
'샤프하다'라는 말보다는 '갸름하다'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왠지 따뜻한 느낌의 가늘고 고운 얼굴선, 그럼
에도 그런 그를 남자답게 보이게 하는 선 굵고 오똑한 코, 쌍거풀이 있다는게 유일한 '단점'이라 느껴질
만큼 큰 눈. 마지막으로 다소 고리타분해보이지만 또 그게 없으면 너무 날티 날 것 같아 함부러 벗으라고
못할 뿔테안경…
새삼스레 천천히 그의 얼굴을 그렇게 훑고 있노라니 남자가 물었다. 재희는 너무 멍하니 그의 얼굴을
훑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남자는 귀찮게 한번 더 질문을 하는 대신, 한 모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쪽 빨고 다시 잡지로
시선을 돌렸다. 이런 '무심한 듯 시크한' 남자의 모습이 재희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것이다.
"정말 너 걔한테 제대로 빠졌다" 라며 큰일이라고 혀를 차던 은희의 말이 새삼 떠올랐지만 뭐 어떤가.
남친 사랑하는게 잘못은 아니지 않는가.
사실…재희는 그동안 만나왔던 남자들을 떠올리며 참 힘들게도 연애해왔구나, 싶었다. 연애 경험이
몇 번 없기도 했지만 어쩜 그리 하나같이 스타일부터 사고방식까지 다 그저 그런 남자들만 만났는지
억울하기 짝이 없다.
1년 열두달 통짜 청바지 두 벌로 버티던 대학 시절의 첫 남자 동훈부터 그냥 까페에서 커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조차 '돈 아깝고 낯 간지러븐 일' 이라며 꺼려하던 상남자 윤재, 뭐 하나 말 꺼내놓은
것이 지켜지질 않는 어설픈 허세의 절정 태민,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접 얼굴 보고 이런 말 할 용기가
도저히 안 생겨서 문자로 이야기 할께. 미안, 우리 그만하자' 라는 최악의 이별을 선물하고 떠난 미친
상찌질이 기철이 새끼까지.
여자의 마음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고 가르쳐줘야 하고, 도통 말로 해서는 뭐 하나 진행되는
것이 없던 그 남자들. 어쩜 그리도 하나같이 둔하고 답답했던가. 그리고 나는 왜 '척 봐도 재미없고
찌질한' 그 남자들의 고백을 받아줬던 것일까.
그 남자들과 연애하던 시절의 세상 빛깔이 검은 색, 국방색, 회색, 새빨간색이었다면 이 남자가 내게
선물하는 빛깔은 조카 서영이의 동화책 읽어줄 때 책 속에 가득한 '따뜻한 파스텔톤 무지개색' 쯤 된
달까.
"다음 주, 다다음 주에 연달아 회사 사람 결혼식이 잡혀있어, 걱정이 태산이야" 라는 말에 "음, 주말에
같이 백화점 가서 옷 좀 볼까?" 하고 물어주는 센스에 아 얼마나 감동했던지. 옷을 사달라는게 아니라
이렇게 여자가 걱정할 법한 포인트를 짚어내는 센스가 고마운 것이다. 이러니 이 남자 주변의 공기를
내가 파스텔톤으로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물론 나이 서른에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아봐야 '철 없는 년', '드디어 노처녀 궁상의 시작'이라며 다들
안쓰러운 눈으로 놀릴테니 은희를 제외한 아무에게도 한 적이 없는 이야기지만.
"배 안 고파?"
남자의 말에 재희는 고개를 저었다.
"고파. 뭐 먹을까?"
남자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난 한식으로 딱 밥 먹고 싶은데. 요 앞에 '오월 보리밥' 갈까?"
"좋아"
…그동안 항상 '받는 연애'만 해오다가, 어찌보면 처음으로 '서로 좋아하는', 아니…'내가 더 좋아하는'
연애를 하려다보니 시행착오도 분명 있었다. 그저 이 남자가 좋다면 무엇이든 다 오케이하게 되고, 또
가끔 서운한 것이 있어도-물론 이전 남자들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만큼 그 횟수가 적었지만-
내가 참고 이해하고 넘어가게 되고, 무엇보다 스스로가 이렇게 애교가 부족한 여자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굳이 애교 피울 필요도 없었으니까'
아니, 솔직히 말해서 원래부터 애교가 좀 부족하긴 했다. 나이 서른이건만 아직까지도 연애 중 가벼운
스킨십에 좀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차라리 잠자리라면 그럭저럭 연륜이 쌓이긴 했다만, 가벼운 스킨십
에는 오히려 면역이 부족한 것이다.
'흐이구'
자꾸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어쩜 전 남자들은 그리도 진도를 빨리 빼고, 또 '진한 스킨십'만 요구했는지.
매번 불쾌함부터 느꼈으니. 그래, 어찌보면 이런 생각이 정말 청승일지도 모른다. 또 나도 그만큼 별로
멋진 여자가 아니었으니 그런 남자들을 만났던 것 뿐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자'
불쾌한 피해망상을 해봐야 나만 손해니까.
…밥 먹고 나와 조금 걷노라니 구름 끼고 습한 날씨에 금방 불쾌지수가 쭉쭉 올라간다. 남자도 그것이
싫었던지 꽤 스트레이트하게 물었다.
"모텔 갈까?"
마음 같아서야 모텔이던 어디던 가서 시원하게 씻고 쾌적한 에어컨 밑에서 뒹굴고 싶지만, 나이 서른
먹고도 이미 몇 번 밤을 함께 한 남자인데도 여전히 쉽게 "좋아!" 하는 명쾌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 참
고리타분한 여자 임재희, 하고 스스로를 비웃은 그녀는 겨우 "…응"하고 대답할 따름이다.
하나가 된 시간을 겪은 후, 남자는 그녀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말했다.
"혹시 이상하게 들을까 봐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칭찬하는거야. 가끔 이렇게 너랑 자다보면 놀라는게,
평소에는 그렇게 머리 한번 쓰다듬어도 움찔하는게 느껴질 정도로 내성적인 니가, 이렇게 침대에서는
꽤 적극적인게…나는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야"
남자의 말에 재희는 조금 부끄러움을 느꼈고, 대답 대신 그의 품을 파고 들었다. 남자는 포근하게 또
그녀를 안아주었다.
재희는 눈을 감으며 노곤한 잠에 빠지기 전, 잠시 생각했다.
물론 이처럼 자상한 남자도 언제까지 이렇게 자상할지, 그것은 모른다고. '결국 찌질한 모습을 드러낸'
과거의 남친들도 처음에는 하늘의 달도 별도 따다 줄 것처럼 자상하고 믿음직했지. 그랬지. 그래서 그
후진 스타일들을 보고도 마음이 흔들렸지. 그 소처럼 우직할 것 같은 남자들의 순정을 믿었었지.
그리고 성격이나 애정의 정도를 떠나, 이 남자와 함께 언젠가 미래를 그리게 된다면, 그리고 그 과정도
이후도 여전히 아름답고 로맨틱할지 그것은 정말 자신이 없었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 지인들이 결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몇 번이고 지켜보았으니까.
또, 그 모든 것을 다 떠나 이렇게 내가 하염없이 달콤한 사랑을 누려도 될지, 언젠가처럼 한없이 가슴
아프고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다시 겪게 되진 않을지, 철없는 10대 20대처럼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는 이런 만남이 정말 괜찮은건지… 아직 연애 초기인데도 벌써부터 혼자 초조한 마음에 이런 생각
부터 하는건 문제가 없는건지…
지금의 이 행복만큼, 무수히 많은 걱정들과 고민들이 그녀의 감긴 눈 속 머리 안을 휘젓고 다니지만
애써 티 내지 않고, 그렇게 꼬옥 눈을 감는다.
이런 불안을 드러내는 것마저도, 혹여라도 남자에게 '노처녀의 궁상'으로 비쳐져 불편해하지 않을까
그것이 너무 두려우니까. 아직은 한참 여유있어, 라고 스스로를 달래보지만, 이제 몇 장 남지 않은
올해의 달력이 한장씩 넘어갈 때마다 역시 재희의 걱정도 그저 커져만 간다.
"사랑해"
라는 불안을 감추려는 그녀의 한 마디에 속에 애절한 속 뜻, 아무리 여자 마음을 잘 아는 이 남자라도
그것만은 모르겠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남자'와 함께 있을 때면 종종 온 세상이 마치 그녀와 그, 단 둘만을 위해
꽤 공들인 카메라 앵글로 샷을 주고 파스텔톤 필터 씌운 영화 속 한 장면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왜?"
정말 파마한 것 아니냐고 몇 번을 물었고, 지금도 솔직히 조금은 미심쩍을 정도로 예쁘게 말린 곱슬머리,
'샤프하다'라는 말보다는 '갸름하다'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왠지 따뜻한 느낌의 가늘고 고운 얼굴선, 그럼
에도 그런 그를 남자답게 보이게 하는 선 굵고 오똑한 코, 쌍거풀이 있다는게 유일한 '단점'이라 느껴질
만큼 큰 눈. 마지막으로 다소 고리타분해보이지만 또 그게 없으면 너무 날티 날 것 같아 함부러 벗으라고
못할 뿔테안경…
새삼스레 천천히 그의 얼굴을 그렇게 훑고 있노라니 남자가 물었다. 재희는 너무 멍하니 그의 얼굴을
훑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남자는 귀찮게 한번 더 질문을 하는 대신, 한 모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쪽 빨고 다시 잡지로
시선을 돌렸다. 이런 '무심한 듯 시크한' 남자의 모습이 재희는 한없이 사랑스러운 것이다.
"정말 너 걔한테 제대로 빠졌다" 라며 큰일이라고 혀를 차던 은희의 말이 새삼 떠올랐지만 뭐 어떤가.
남친 사랑하는게 잘못은 아니지 않는가.
사실…재희는 그동안 만나왔던 남자들을 떠올리며 참 힘들게도 연애해왔구나, 싶었다. 연애 경험이
몇 번 없기도 했지만 어쩜 그리 하나같이 스타일부터 사고방식까지 다 그저 그런 남자들만 만났는지
억울하기 짝이 없다.
1년 열두달 통짜 청바지 두 벌로 버티던 대학 시절의 첫 남자 동훈부터 그냥 까페에서 커피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조차 '돈 아깝고 낯 간지러븐 일' 이라며 꺼려하던 상남자 윤재, 뭐 하나 말 꺼내놓은
것이 지켜지질 않는 어설픈 허세의 절정 태민,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접 얼굴 보고 이런 말 할 용기가
도저히 안 생겨서 문자로 이야기 할께. 미안, 우리 그만하자' 라는 최악의 이별을 선물하고 떠난 미친
상찌질이 기철이 새끼까지.
여자의 마음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고 가르쳐줘야 하고, 도통 말로 해서는 뭐 하나 진행되는
것이 없던 그 남자들. 어쩜 그리도 하나같이 둔하고 답답했던가. 그리고 나는 왜 '척 봐도 재미없고
찌질한' 그 남자들의 고백을 받아줬던 것일까.
그 남자들과 연애하던 시절의 세상 빛깔이 검은 색, 국방색, 회색, 새빨간색이었다면 이 남자가 내게
선물하는 빛깔은 조카 서영이의 동화책 읽어줄 때 책 속에 가득한 '따뜻한 파스텔톤 무지개색' 쯤 된
달까.
"다음 주, 다다음 주에 연달아 회사 사람 결혼식이 잡혀있어, 걱정이 태산이야" 라는 말에 "음, 주말에
같이 백화점 가서 옷 좀 볼까?" 하고 물어주는 센스에 아 얼마나 감동했던지. 옷을 사달라는게 아니라
이렇게 여자가 걱정할 법한 포인트를 짚어내는 센스가 고마운 것이다. 이러니 이 남자 주변의 공기를
내가 파스텔톤으로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물론 나이 서른에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아봐야 '철 없는 년', '드디어 노처녀 궁상의 시작'이라며 다들
안쓰러운 눈으로 놀릴테니 은희를 제외한 아무에게도 한 적이 없는 이야기지만.
"배 안 고파?"
남자의 말에 재희는 고개를 저었다.
"고파. 뭐 먹을까?"
남자는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난 한식으로 딱 밥 먹고 싶은데. 요 앞에 '오월 보리밥' 갈까?"
"좋아"
…그동안 항상 '받는 연애'만 해오다가, 어찌보면 처음으로 '서로 좋아하는', 아니…'내가 더 좋아하는'
연애를 하려다보니 시행착오도 분명 있었다. 그저 이 남자가 좋다면 무엇이든 다 오케이하게 되고, 또
가끔 서운한 것이 있어도-물론 이전 남자들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만큼 그 횟수가 적었지만-
내가 참고 이해하고 넘어가게 되고, 무엇보다 스스로가 이렇게 애교가 부족한 여자라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굳이 애교 피울 필요도 없었으니까'
아니, 솔직히 말해서 원래부터 애교가 좀 부족하긴 했다. 나이 서른이건만 아직까지도 연애 중 가벼운
스킨십에 좀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차라리 잠자리라면 그럭저럭 연륜이 쌓이긴 했다만, 가벼운 스킨십
에는 오히려 면역이 부족한 것이다.
'흐이구'
자꾸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어쩜 전 남자들은 그리도 진도를 빨리 빼고, 또 '진한 스킨십'만 요구했는지.
매번 불쾌함부터 느꼈으니. 그래, 어찌보면 이런 생각이 정말 청승일지도 모른다. 또 나도 그만큼 별로
멋진 여자가 아니었으니 그런 남자들을 만났던 것 뿐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하자'
불쾌한 피해망상을 해봐야 나만 손해니까.
…밥 먹고 나와 조금 걷노라니 구름 끼고 습한 날씨에 금방 불쾌지수가 쭉쭉 올라간다. 남자도 그것이
싫었던지 꽤 스트레이트하게 물었다.
"모텔 갈까?"
마음 같아서야 모텔이던 어디던 가서 시원하게 씻고 쾌적한 에어컨 밑에서 뒹굴고 싶지만, 나이 서른
먹고도 이미 몇 번 밤을 함께 한 남자인데도 여전히 쉽게 "좋아!" 하는 명쾌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 참
고리타분한 여자 임재희, 하고 스스로를 비웃은 그녀는 겨우 "…응"하고 대답할 따름이다.
하나가 된 시간을 겪은 후, 남자는 그녀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말했다.
"혹시 이상하게 들을까 봐 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칭찬하는거야. 가끔 이렇게 너랑 자다보면 놀라는게,
평소에는 그렇게 머리 한번 쓰다듬어도 움찔하는게 느껴질 정도로 내성적인 니가, 이렇게 침대에서는
꽤 적극적인게…나는 그게 굉장히 매력적이야"
남자의 말에 재희는 조금 부끄러움을 느꼈고, 대답 대신 그의 품을 파고 들었다. 남자는 포근하게 또
그녀를 안아주었다.
재희는 눈을 감으며 노곤한 잠에 빠지기 전, 잠시 생각했다.
물론 이처럼 자상한 남자도 언제까지 이렇게 자상할지, 그것은 모른다고. '결국 찌질한 모습을 드러낸'
과거의 남친들도 처음에는 하늘의 달도 별도 따다 줄 것처럼 자상하고 믿음직했지. 그랬지. 그래서 그
후진 스타일들을 보고도 마음이 흔들렸지. 그 소처럼 우직할 것 같은 남자들의 순정을 믿었었지.
그리고 성격이나 애정의 정도를 떠나, 이 남자와 함께 언젠가 미래를 그리게 된다면, 그리고 그 과정도
이후도 여전히 아름답고 로맨틱할지 그것은 정말 자신이 없었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 지인들이 결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몇 번이고 지켜보았으니까.
또, 그 모든 것을 다 떠나 이렇게 내가 하염없이 달콤한 사랑을 누려도 될지, 언젠가처럼 한없이 가슴
아프고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다시 겪게 되진 않을지, 철없는 10대 20대처럼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는 이런 만남이 정말 괜찮은건지… 아직 연애 초기인데도 벌써부터 혼자 초조한 마음에 이런 생각
부터 하는건 문제가 없는건지…
지금의 이 행복만큼, 무수히 많은 걱정들과 고민들이 그녀의 감긴 눈 속 머리 안을 휘젓고 다니지만
애써 티 내지 않고, 그렇게 꼬옥 눈을 감는다.
이런 불안을 드러내는 것마저도, 혹여라도 남자에게 '노처녀의 궁상'으로 비쳐져 불편해하지 않을까
그것이 너무 두려우니까. 아직은 한참 여유있어, 라고 스스로를 달래보지만, 이제 몇 장 남지 않은
올해의 달력이 한장씩 넘어갈 때마다 역시 재희의 걱정도 그저 커져만 간다.
"사랑해"
라는 불안을 감추려는 그녀의 한 마디에 속에 애절한 속 뜻, 아무리 여자 마음을 잘 아는 이 남자라도
그것만은 모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