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영의 말에 유경은 '드디어' 라는 표정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어? 으응, 그렇잖아도 출국 전까지 살까말까 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면세점에서 거기 언니가 이거 지금
마지막 남은 거라고 그러니까 미치겠는거야. 그래서 걍 딱 눈 딱 감고 질렀지 뭐"
"얼마 줬는데?"
유경씨는 또 좋아죽겠다는 듯 살포시 웃음을 지으면서 손가락 세 개를 펴보였다. 300만원짜리 백이라…
"미쳤어, 미쳤어. 너 저번 달에 사피아노 샀잖아"
여친 은진의 지적에 유경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건 내 돈으로 산 거 아니거든"
그 말에 재영이 물었다.
"그럼, LS전자?"
유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난지 두 달도 안 된 여친에게 300만원짜리 백을 사줄 수 있는 남자는 도대체
어떤 남자들일까.
"미안해"
내 손을 잡고 걷던 은진이 뜬금없이 말했다. 짐작 가는 데야 있었지만 짐짓 모르는 척 물었다.
"왜?"
은진은 잠깐 대답을 망설이다 대답했다.
"내 친구들, 좀 속물 같지?"
"아니? 속물은 뭐. 다들 재밌고 잘 놀던데. 재밌었어"
"고마워"
그래도 은진은 뭔가 좀 그랬던지 다시 말했다.
"원래 유경이가 좀 그래. 지금은 좀 기울었는데 원래는 걔네 집 되게 잘 살았거든. 지금도 중산층 이상은
되구. 그래서 좀 애가 명품 이런거에 크게 돈 개념이 없고 그래. 오빠가 좀 이해해"
역시. 명품 이야기가 오가던 중에 은연 중 남친 자랑으로 발전한 그 이야기들 때문에 괜히 혹시 내가 기분
나빴을까 봐 은진은 마음이 쓰였던 모양이다.
"아니야. 명품 좋아하는게 뭐 어때서. 있는 사람들이 돈을 써야 돈이 돌지. 그리고 이쁘고 품질 좋아서 좀
비싼거, 이해해. 아 그리고 솔직히 좋은 거 갖고 다니고 사람들이 부러워하면 기분 좋은건 당연하지. 우리
은진이 괜히 나 기분 나쁠까봐 좀 그랬구나? 괜찮아, 오히려 내가 너 그 흔한 명품 하나 못 사줘서 미안
하지. 오빠가 추석 때 보너스 나오면 하나 뭐, 비싼건 안되도 작은 거라도 하나 사줄까?"
물론 아까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속으로 조금 찜찜하긴 했다. 비교 당한 것이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라,
정말 여친한테 그 흔한 명품백 하나 못 사주는게 좀 그래서. 뭐 나라고 해서 카드 긁으면 백 하나 못 사주
겠나만, 가뜩이나 적금에 보험에 월세에 월급 남는게 없는데 그 뒷감당을 어찌하겠나 싶기도 하고. 그게
좀 미안했다. 솔직히 대학 졸업 하고 사회생활하는 여자애가 명품백 하나 없는 것도 좀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허세, 허영 그런걸 떠나서라도 은근히 기집애들 사이에서 그런게 얼마나 신경 쓰이겠나.
하지만 은진은 그저 활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오빠가 좋아. 항상 나 감싸줘서. 맨날 내 편 들어줘서. 근데 말이야, 오빠 나는 정말로 명품백 뭐
그런거 별루야. 돈 아깝잖아. 그냥 그럴 돈 있으면 이쁘고 싼 가방 들고 맛나는거 사먹고 말지. 안 그래?"
솔직히 말해서 이쁘고 비싼 명품이 싫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사람 마음 다 그렇고 그런거지. 그래도
남친 생각해서 저렇게 말해주는 그녀가 난 정말로 고맙고 좋았다.
'세상 사람들아, 봐라. 내 여친은 이렇게 개념녀다. 이렇게 남자 마음 배려할 줄 아는 여자다!'
그리고 언젠가, 정말 통장에 돈 좀 두둑하게 들어오면, 뭐 가방까진 몰라도 지갑이라도 하나 사주기로
마음 먹었다. 흐뭇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그녀는 또 기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오빠 정말로 나한테 명품 사줄 돈 있으면, 그 돈 열심히 모아서 나한테 장가 올 때 큰 집 해와.
40평 이상되는 그런 집으로. 난 명품백 그런거 하나도 필요없고, 우리 같이 살 신혼집이 컸으면 좋겠어"
"어? 으응, 그렇잖아도 출국 전까지 살까말까 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면세점에서 거기 언니가 이거 지금
마지막 남은 거라고 그러니까 미치겠는거야. 그래서 걍 딱 눈 딱 감고 질렀지 뭐"
"얼마 줬는데?"
유경씨는 또 좋아죽겠다는 듯 살포시 웃음을 지으면서 손가락 세 개를 펴보였다. 300만원짜리 백이라…
"미쳤어, 미쳤어. 너 저번 달에 사피아노 샀잖아"
여친 은진의 지적에 유경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건 내 돈으로 산 거 아니거든"
그 말에 재영이 물었다.
"그럼, LS전자?"
유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난지 두 달도 안 된 여친에게 300만원짜리 백을 사줄 수 있는 남자는 도대체
어떤 남자들일까.
"미안해"
내 손을 잡고 걷던 은진이 뜬금없이 말했다. 짐작 가는 데야 있었지만 짐짓 모르는 척 물었다.
"왜?"
은진은 잠깐 대답을 망설이다 대답했다.
"내 친구들, 좀 속물 같지?"
"아니? 속물은 뭐. 다들 재밌고 잘 놀던데. 재밌었어"
"고마워"
그래도 은진은 뭔가 좀 그랬던지 다시 말했다.
"원래 유경이가 좀 그래. 지금은 좀 기울었는데 원래는 걔네 집 되게 잘 살았거든. 지금도 중산층 이상은
되구. 그래서 좀 애가 명품 이런거에 크게 돈 개념이 없고 그래. 오빠가 좀 이해해"
역시. 명품 이야기가 오가던 중에 은연 중 남친 자랑으로 발전한 그 이야기들 때문에 괜히 혹시 내가 기분
나빴을까 봐 은진은 마음이 쓰였던 모양이다.
"아니야. 명품 좋아하는게 뭐 어때서. 있는 사람들이 돈을 써야 돈이 돌지. 그리고 이쁘고 품질 좋아서 좀
비싼거, 이해해. 아 그리고 솔직히 좋은 거 갖고 다니고 사람들이 부러워하면 기분 좋은건 당연하지. 우리
은진이 괜히 나 기분 나쁠까봐 좀 그랬구나? 괜찮아, 오히려 내가 너 그 흔한 명품 하나 못 사줘서 미안
하지. 오빠가 추석 때 보너스 나오면 하나 뭐, 비싼건 안되도 작은 거라도 하나 사줄까?"
물론 아까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속으로 조금 찜찜하긴 했다. 비교 당한 것이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라,
정말 여친한테 그 흔한 명품백 하나 못 사주는게 좀 그래서. 뭐 나라고 해서 카드 긁으면 백 하나 못 사주
겠나만, 가뜩이나 적금에 보험에 월세에 월급 남는게 없는데 그 뒷감당을 어찌하겠나 싶기도 하고. 그게
좀 미안했다. 솔직히 대학 졸업 하고 사회생활하는 여자애가 명품백 하나 없는 것도 좀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허세, 허영 그런걸 떠나서라도 은근히 기집애들 사이에서 그런게 얼마나 신경 쓰이겠나.
하지만 은진은 그저 활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오빠가 좋아. 항상 나 감싸줘서. 맨날 내 편 들어줘서. 근데 말이야, 오빠 나는 정말로 명품백 뭐
그런거 별루야. 돈 아깝잖아. 그냥 그럴 돈 있으면 이쁘고 싼 가방 들고 맛나는거 사먹고 말지. 안 그래?"
솔직히 말해서 이쁘고 비싼 명품이 싫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사람 마음 다 그렇고 그런거지. 그래도
남친 생각해서 저렇게 말해주는 그녀가 난 정말로 고맙고 좋았다.
'세상 사람들아, 봐라. 내 여친은 이렇게 개념녀다. 이렇게 남자 마음 배려할 줄 아는 여자다!'
그리고 언젠가, 정말 통장에 돈 좀 두둑하게 들어오면, 뭐 가방까진 몰라도 지갑이라도 하나 사주기로
마음 먹었다. 흐뭇한 얼굴로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그녀는 또 기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오빠 정말로 나한테 명품 사줄 돈 있으면, 그 돈 열심히 모아서 나한테 장가 올 때 큰 집 해와.
40평 이상되는 그런 집으로. 난 명품백 그런거 하나도 필요없고, 우리 같이 살 신혼집이 컸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