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옷 못 입는 남자'라고 뭉뚱그리기에는 의외로 이 분야도 꽤 그 스펙트럼이 넓다.
한달에 모르긴 몰라도 매달 기십 단위의 돈을 패션에 쏟아붓고 참 꾸미기도 열심히 꾸미지만, 워낙에 몸매가
안 따라주는데다 키/얼굴도 김치황인이고 몸매를 나름 카바치는 패션을 추구하지도 않(못)거나 아니면 너무
유행만을 추구해서 오히려 역으로 촌스럽게 보인다거나 워낙에 센스가 후지거나, 아니면 너무 과하게 꾸미는
스타일 등등, '했지만 안 된 스타일'
했지만 안됐다고 하니 불쌍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별로 그렇지도 않다. 선천적 패셔니스타가 아니라면 다
누구나 이런 비슷한 과정을 한번쯤은 거치기 마련이다. 그저 차이가 있다면 '흔한 멋쟁이'들은 이미 사춘기
시절에 다 떼고 지나갔을 과정을 뒤늦게 겪고 있을 따름일 뿐. 시간과 지속적인 투자, 그리고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을 머리로만 아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깨닫고 자신의 '몸'에 시간과 열정과 돈을 투자하다보면
언젠가는 다 극복이 된다.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결국 되기 마련이다.
다음으로는 노력을 안 하는 스타일. 뭐 결코 잘난 외모는 아니지만, 그냥 중간은 가는데 패션에 관심을 갖지
않다보니 머리만 좀 더 꾸미고, 옷만 좀 더 깔끔하게 입으면 정말 아주 좋아질텐데 '안 하는 스타일'
아 잠깐, 방금 윗 문장 보고 전국의 찌질이들 "와 이거 딱 나네" 하고 흐뭇한 미소 지은 새끼들 있을텐데 너
아니다. 우선 키가 최소한 175cm 이상, 똥배 없음, 엉덩이 이쁘게 착 올라붙어 있음, 미달~표준 체형, 소두,
넓진 않아도 최소한 좁진 않은 어깨, 굽지 않은 허리, 정상적인 걸음걸이(이거 생각보다 중요한데 의외로
참 많은 남자들 걸음걸이, '이상하다'), 중간에서 살짝 그 이상되는 얼굴 정도는 되야 스스로 '안' 하는 거지,
너는 '못' 하는 스타일이다. 떠올려봐라. 모두가 같은 패션(교복)을 입는 중고교 시절에 니 스타일 어땠냐?
보통 "여친 사귀어서 용 됐다"를 가장 크게 효과 보는 케이스가 이 케이스다. 사실 꾸미는 것을 귀찮아하고
또 꾸미는 자체를 좀 어려워하고 두렵게 생각하던(괜히 안하던 짓 하다가 어디가서 망신 당할까 봐) 남자
들이 여친에게 갈굼 당하고 배우고 하면서 훌륭한 훈남으로 거듭나는 케이스가 바로 여기인 것이다.
다음으로는 '연애하는 대한민국 표준 남성'. 표준이라고 하니 또 기준치가 많이 낮아지길 바라는 우리의
불쌍한 찌질남들 '나도 표준은 되걸랑' 하고 생각하고 싶겠지만…그 앞의 수식어를 봐라. 뭐 흔한 스타일,
어느 까페에 가도 한 명쯤은 있는 그런 스타일 있지 않나. 청바지에 반팔티, MLB모자… 그리고 그것을
최소한 '소화는 가능한' 그런 몸매와 얼굴. 사실 이 정도만 되어도 여자들 크게 더이상 뭐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주구장창 이 패션만 고수한다거나, 반팔티 대신 깃 세운 카라티에 바클 큼지막한 벨트하는 순간
질색하는 여자들이 급증하니 그 부분은 신경을 써야 할 여지가 있다. 그리고 또 기왕 주의주는 김에 조금
더 주자면 워낙에 보편화가 되고, 또 이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의 남자들이 많고, 이 정도면 뭐 하고 타협
하는 여자들이 많아서 흔하게 용납이 되는 것 뿐이지 결코 이것이 옷을 '잘 입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교로 치면 한 40명쯤 되는 학급에서 18~35등쯤 하는 그런 정도의 느낌?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
자, 다음은 드디어 본격적으로 이글루스를 비롯하여 온 인터넷에 가득한 찌질남들의 시간이다. 여기부턴
진짜 현란한 패션 테러리스트들이 드글드글한데…또 '찌질남'이라고 하니까 괜히 아주 극단적인 케이스
떠올리고는 "난 솔직히 찌질이는 아님ㅋ" 하고 도망치는 사람들 있을텐데…
도망치지 마라. 너 찌질이 맞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맞잖아. 아, 인생 찌질이 말고. 패션에 관해서
말이다. 패션에 관해서는 찌질이 맞지? 어허, 도망치지 마라.
뭐 길게 쓸 것 없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실 본인이 제일 잘 것이다. 스스로가 '옷을 잘 입는 남자'는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아니 애시당초 '패션' 이야기가 나오면 뭔가 불편하고 찔리는 구석이 많고 아예 패
션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으며 그게 시간낭비처럼 느껴지거나 패션 어쩌고 하면서 옷
못 입는 남자 까는 거보면 아주 불쾌하고 한심스럽게 느껴지는 뭐 그런 남자들…
그래, 이해는 한다. 아 세상 어느 누가 자기 보고 못났다는데 기분이 좋겠는가. 또 '난 그 정도는 아님'
하고 귀 막고 눈 감고 치워버리면 훨씬 마음 편한데 그걸 인정하고 싶겠는가.
하지만 본디 모든 문제는 진단이 있어야 치료가 쉽고 빠른 법이다. 앗싸리 '그래, 나 옷 못 입는다'라고
인정해버리면 그 이후에 치료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병신이 병신인 줄 알면 이미 반쯤은 병신탈출
이나 다름 없다는 진리를 떠올려보자)
왜 자꾸 '스스로에 대한 인정'을 파고 드냐면, 이런 케이스의 가장 큰 문제는 자꾸 도망치고, 변명하려
하고, 또 화를 내거나 쓸데없는 반박을 하는게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모 지상주의자네요;;"
"전 그렇게 화려하게 꾸미는 사람들 보면 그게 더 천박해보이고 싫던데요?"
"남 외모 갖고 지적하기에 앞서서 님 내면이나 꾸미시죠"
"전 패션 같은데 전혀 관심이 없어서요"
"공부하고 일하고, 삶에 치여살다보니 도저히 시간도 답도 없네요"
"야, 내가 그 정도로 스타일이 후지냐? 에이 그건 아닌 듯"
"이건 저 나름대로의 스타일인데요?"
"사람마다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잖아요. 제 외모가 이렇게 태어난걸 어쩌란 말입니까?"
"된장년이네 씨발ㅋㅋ 미친 골빈 년 외모 꾸밀 시간 줄여서 책이나 좀 봐라"
"사랑이라는건 그 사람의 안 좋은 면까지 포함해서 고려하는 거 아닌가요? 님은 진짜 사랑을 모르시는 듯"
등등등등.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도 있고, 나름 안쓰럽고 이해가 가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당장 현실이다.
그래, 그런 몰골이건만 그래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참 고맙고 행복한 이야기다. 또, 후진 스타일
조차 멋지게 보이는 콩깍지가 씌인 상태의 그녀라면 아, 정말 행복하겠지.
그런데 말이다. 그래도, 솔직히 까놓고 봤을 때 그녀라고 해서 '더 멋지고 진짜 어디 내놔도 자랑하고픈,
아니 부연설명 없이 어디 내놨을 때 자랑스러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민망하지는 않을 정도의'
그런 남친이길 바라는 마음이 아예 없을까? 친구들 앞에 남친을 딱! 소개시켜도 좋을 남자 말이다.
'기왕이면' 이쁜 여친이길 바라는 우리네의 공통된 의식처럼, 그녀들이라고 해서 '기왕이면' 멋진 남친
이길 바라는 마음이 없을까?
물론 사람의 매력은 외모 이외에도 다양한 수단으로 뿜을 수 있지만, 그래도 가장 흔하고 보편적이며
직관적인 매력 발산 수단을 굳이 포기할 이유 역시 없지 않는가? 그리고 정말 외모를 아예 포기해도
좋을만큼 너 자신의 '다른 매력'이 그렇게 엄청나게 출중한가?
외모지상주의자? 그럼 너는 내면지상주의자 아닌가? 내면이 출중하다면 외모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주장은 폭력적이 아니란 말인가? 오히려 성격이나 사고방식보다는 그래도 차라리 외모는 더 쉬운 개선
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과연 '좋은 내면'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그리고
외모가 끝내주는 사람이 내면까지 더 훌륭한 케이스에 이르면 이제는 어디로 도망칠 것인가?
엄마 뱃 속에서부터 식스팩에 명품 정장 두르고 나오는 간지가이는 없다. 누구나 볼록한 아기 똥배에
발가벗고 태어나는데 왜 그리도 오늘날의 결과물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단 말인가. 키, 대가리 사이즈
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지만 적어도 다른 부분은 노력하면 개선의 여지가 있지 않은가.
그래, 어려운 것 안다. 당장 돈 들이기도 부담스럽겠지. 살 찌고 빼는거? 누군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느냐? 그것도 잘 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남자친구의 농담 한 마디에 해맑게 웃으며 그 화사한 미모를 발산하는 어여쁜 여자친구, 남친을 바라
보며 너무 좋아 죽을 것만 같은 그 사랑스러운 시선, 남친/남편이 너무 좋아서 여기저기 자랑하고픈
행복한 그녀…
사랑스러운 (당장 없다면 미래의) 그녀를 위해 한발자국 더 나아갈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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