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박스씨, 소개팅 한번 안 해볼래요?"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앉아 잠깐 웹서핑 좀 하고 있노라니 파티션 옆으로 다가온 윤지씨가 묻는다. 세상에 자다가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도 이거보다 더 큰 게 있으랴."소개팅이요? 어휴 완전 좋죠"한껏 부푼 마음, 기분 좋게 받는다. 그러자 그녀도 표정이 밝아지며 묻는다."정말 할거에요?"아 그럼 안 하는데 한다고 하겠니?"네! 시켜주면 할께요"내 대답에 또...
View Article인터넷에서 누군가가 나를 디스할 땐 그의 경제력을 보라
1. 그가 나보다 훨씬 잘사는 부자다 이러면 니가 암만 그 새끼랑 인터넷에서 개싸움박질을 하고 이겨봤자 결국 현실에선 좆밥으로 털리는거고 기분좋게 '후, 즐거운 토론이었다. 게다가 이기기까지 했으니 기쁘다' 하고 가슴 뿌듯해져봤자 다음 날 그 새끼가 올린"저 오늘 새 차 계약했씀다 걍 역시 차는 벤츠인 거 같아요"게시물을 보면 그냥 한없이 내가...
View Article"나 어제 그 여자애랑 잤어"
그 당당한 태도가 너무 어이없어서 였을까. 태훈의 입에서 그 말을 들은 나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태훈은 그 말로도 부족했는지 그 더러운 입으로 더러운 말들을쏟아내었다."니랑 잘 때보다 좋더라"그제서야 내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진작 주문을 했더라면 음료라도 얼굴에 확 끼얹고 나오련만사람이 많아 조금 있다가 주문하기로 한게...
View Article익스펜더블 VS 어벤져스
더이상 국가 단위의 통제가 불가능해진 어벤져스 멤버들. '통제되지 않는 힘은 혼돈에 다름 아니다' 라는사상의 세계경찰 미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준비하는데… 음울한 작은 철공소에서 오늘도 기름 때에 쩔어버린 미친 근육을 자랑하며 아주 노곤하게 깡깡이질을 하는 람보 아저씨에게 말쑥하게 차려입은 정부 요원 도착. 그리고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람보에게 "이...
View Article주말 끝, 연휴 시작
주말이 저물어가지만, 나의 휴일은 아직 이틀이나 남았다. 5월 1일 노동자의 날 휴일에 맞춰서 4월 30일에하루 휴가를 냈기 때문이다. 얼마만의 나흘 연휴인지 모른다. 토요일에는 간만에 H를 만났다. 거의 몇 달만이다. 어벤져스를 봤다. 그녀는 소설로 먼저 본 은교를 더 보고 싶어했지만 눈치없이 그 전에 내가 미리 은교를 이미 봤다고 이야기를 해버렸다. 또...
View Article[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77)] 기러기 아빠
"윤 차장님, 오늘 2차 가십니까 2차?""어휴, 아냐. 요새 몸이 영 아니네. 큰일이네 큰일이야 하하""아이 참, 차장님 가시죠? 김 부장님도 가시는데""그래, 윤 차장, 가지?"하지만 윤 차장은 오늘도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젓는다."다들 아침에 늦잠자도 깨워주실 분 있는 분들이랑 제가 같나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오늘도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View Article[오늘의 요리] 닭고기 양파구이
원래는 잡지에 나온 '폴로 알라 카차토레'라는 이태리의 가정식을 하려고 했다. 원래는. 하지만 내 집/우리 동네 마트에는 블랙 올리브도 없고, 올리브유도 다 먹었고, 토마토 소스도 다 쳐먹은지 천 년 지났고, 무엇보다 어차피 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저렇게 간지나는 요리가 나올 리도 없기에 대폭 요리를 간소화 한 '닭가슴살 양파구이'로 도전하기로 한다. 음....
View Article분식집 딸내미 윤경이
"어서오세요"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차분한 음색의, 이런 동네표 분식집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묘하게 어울리는 공부 잘하게 생긴 이쁜 분식집 딸내미 윤경이의 인사."야, 니네 엄마 안 계시냐?""네""오우 예"나와 태진, 성환은 자리를 잡고 "야 그럼 떡볶이 2인분 존나 5인분처럼 푸짐하게 내와봐라. 순대도 1인분이랑" 하며 윤경에게 주문을...
View Article의류 매장에 옷 사러 갔는데
넓은 매장을 빙글빙글 돌면서 열심히, 그리고 신중하게 옷을 고르고 드디어 '아 이거 좋다' 싶은 옷을발견해서 딱 피팅룸에 "이거 입어볼께요" 하고 들어서는데분명 아까 고를 때는 그토록 끝내주는 핏과 라인과 살짝 부담스럽기까지 한 가격을 가진 옷이었건만, 그 옷이 내 몸에 걸쳐지는 순간 [HOT] 옥션 베스트100 특가 2500원/무료배송 [SALE] 과...
View Article내 영혼 속의 악마
"흐음, 흐음" 지난 22년을 함께한 비염으로 인해 오늘도 코는 꽉 막힌 듯 답답하면서도 콧물은 줄줄 흐르지만, 이미 그 콧물이 코 아래를 지나 이미 윗입술에 닿아있건만 병수는 차마 그것을 닦아낼 손이 없다. "흐음" 크릉크릉대는 코를 또 한번 들이마셔보는데 이미 입술 영역에 닿아있는 콧물이라 빨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에이, 하면서 그는 일단 마나 물약을...
View Article"김상민씨"
조용한 사무실에 한 남자의 이름이 울려퍼진다. "김상민씨"조금 더 높은 목소리로 다시 한번 불리우고, 그때까지 여전히 그 이름의 주인공은 반응이 없다. 그리고 심상찮은 그 목소리 톤에 주변 파티션 사람들의 시선까지 모였을 그 무렵… "김상민씨!"호통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사무실 사람 전체가 움찔하며 쳐다볼 정도의 목소리 톤이 되자 그제서야 그 이름의...
View Article"야, 니가 먼저 연락도 좀 하고 그래야지 임마"
알겠노라고 하고 전화를 끊기는 했다만 아무래도 마음이 무겁다. 음일주일 전 쯤 소개팅을 했다. 선배가 혹시 소개팅 해볼 생각 있냐고 묻길래, 그런거 저 잘 못한다 라고 말했는데도 한번 만나보라고 해서 나갔다. 솔직한 마음으로야 당연히 싫진 않지만 잘할 자신이 없어서 그랬다. 여자는 나보다 두 살 어린, 회사에 다니는 여자 분이었다. 예뻤다. 어… 그렇다고...
View Article여자들의 흔한 연애 속설 몇 가지와 착각
1. "남자가 좋아하면 연락을 먼저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어있어. 아니면 마음에 없는거야"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로 미친듯이 설레이고 막 좋아하는데 왜 연락을 안 하겠는가. 하지만 만나자마자 그런 마음에 드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자신이 그렇게 매력적인 여자라고 자부하는가?) 적당히 관심도 가고 호감도 가고 다 좋긴 좋은데 아무래도...
View Article여관바리
"민정 엄마"머리를 만지며 여관에 들어서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으며 여관 주인인 현지네가 조금 미안한 얼굴로 말을 붙여왔다."아까 먼저 끊어서 말을 못했는데, 하나는 젊은 애야. 괜찮지?"민정 엄마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애들은 아무래도 거칠어서 부담스럽지만 잘만 아다리걸리면 금방 끝나기도 하니까. 하지만 현지네는 또 배시시 웃으면서 "미안한데,...
View Article서초동 그 남자
아직은 환하지만 이제 슬슬 어둑어둑하니 땅거미가 질 무렵 그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다."날씨 쌀쌀하지?""어"하지만 남친의 손을 잡고 걸으니 춥지 않다. 큰 길에서 한 블럭 들어왔을 따름인데 벌써 동네가 조용하다.골목골목 높지 않은 건물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자주 보이는 악기 연습실들. 마침 2층의 한 바이올린연습실에서는 끼잉끼잉대는 미숙한 연주가...
View Article금요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 새벽
불타는 금요일 저녁이건만 야근을 위해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문득 차장님이 "잠깐 회의실로" 하면서 나를 불렀다.무슨 일인가, 안 좋은 예감을 느끼며 회의실로 향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회사에서 조만간 정리해고가 있을 예정이고 박스씨가 그 명단에 오를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나 뿐 아니라 우리 팀에서만도 나 이외에 다른 둘, 그리고 전사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View Article"머리 좀 덜 말랐네"
"머리 좀 덜 말랐네"모텔에서 덜 말리고 나와 아직은 부스스하고 촉촉한 수진의 머리에서 싸구려 모텔 샴푸의 달콤상큼한 냄새가 은은하게 풍긴다. 그 살짝 젖은 머리를 가리키며 말하자 그녀는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금방 마르겠지"그나저나 주문한 뼈해장국은 왜 이렇게 안 나와, 라고 생각할 무렵 꾀죄죄한 앞치마를 입은 아주머니가 뚝배기에뼈해장국 두 그릇을...
View Article사람이 뭘 하든 너무 늦으면 안 돼
인터넷에 보다보면 여자의 과거에 집착하고, 또 '헤픈 여자'에 대해 유독 비난의 이빨을 들이대는 동정남들이 유독 넘쳐나는데, 그게 참 한심하면서도 가끔은 가슴이 짠한 것이…이십수년간, 개중에는 삼십수년간 진짜 사춘기 이래 그 기나긴 세월동안 오로지 쥬니어를 손양으로 어루만지면서 밤마다 '아 섹스하고 싶다' 라는 생명체로서의 당연한 본능이자 쾌락의 유혹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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