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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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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매장에 옷 사러 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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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매장을 빙글빙글 돌면서 열심히, 그리고 신중하게 옷을 고르고 드디어 '아 이거 좋다' 싶은 옷을
발견해서 딱 피팅룸에 "이거 입어볼께요" 하고 들어서는데

분명 아까 고를 때는 그토록 끝내주는 핏과 라인과 살짝 부담스럽기까지 한 가격을 가진 옷이었건만,
그 옷이 내 몸에 걸쳐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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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동급의 간지를 내뿜게 되므로 주저하게 되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잘 똑바로 입은 다음에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거울 바라보는데

거울 속의 나를 보는 순간, 화가 나다 못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피식 웃음 한번 짓고 이윽고 뭔가 알 수
없는 억울함에 주룩 눈물이 다 흐르고 울면서 나오는 나를 보며 매장 직원이 당황하며 "손님, 혹시 어디
불편하신 거라도…" 물어보는데

"마음이 불편해요, 마음이, 왜 저같은 고객을 위한 옷은 못 만드시나요? 네?"

하고 알 수 없는 한 마디를 지껄이고 허탈한 마음으로 매장을 나와 집에 오는 택시 속에서 한없이 우는데 
택시 기사가 뭣도 모르고 그냥 위로한답시고

"에휴, 다 그런 거에요, 살면서 힘든 일도 있고 다 그런거지. 이겨내요. 남자잖아요"

하고 한 마디 하는데

집에 돌아와 반쯤 탈진한 상태로 우두커니 앉아 멍하니 시간을 때우고 있노라니 차라리 그 옷 살 돈으로
부모님 어디 홍삼 짜바리라도 하나 사드면 되잖아, 하고 5월 8일 어버이 날을 맞이합니다.

효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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