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차장님, 오늘 2차 가십니까 2차?"
"어휴, 아냐. 요새 몸이 영 아니네. 큰일이네 큰일이야 하하"
"아이 참, 차장님 가시죠? 김 부장님도 가시는데"
"그래, 윤 차장, 가지?"
하지만 윤 차장은 오늘도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젓는다.
"다들 아침에 늦잠자도 깨워주실 분 있는 분들이랑 제가 같나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오늘도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부장님 죄송함다!"
"아녀, 그려, 기러기 아빠, 화이팅!"
적당히 웃는 낯으로 2차 유혹을 빠져나온다. 마침 언제나처럼 1차만 가볍게 때우고 돌아서는 윤희씨와 민정
씨가 함께 걷는다.
"아, 차장님 기러기 아빠셨어요?"
얼마 전 인턴이 풀린 윤희씨가 몰랐다는 듯 묻는다. 윤 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아 진짜 애들 교육이 뭔지. 힘들어 힘들어. 증말 힘들다니까"
그러자 민정씨가 그래도 위로하듯 그를 추켜세운다.
"그래도 정말 가정적이세요. 보통 기러기 아빠들, 아무래도 혼자 있다보니까 외로워서 그런지 엉뚱하게
막 탈선하는 분들도 많은데 차장님은 정말 어쩜, 정말 바른 생활 사나이세요"
"아 요즘에는 나쁜 남자가 인기라며? 바른 생활 사나이면 인기 최악이네?"
"아 유부남이시잖아요!"
까르르 웃는 윤희와 민정. 그녀들과 반쯤 농담 따먹듯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먹자 골목길을 빠져나오자
그녀 둘은 집이 같은 방향이라며 택시에 올라탄다. 윤 차장은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준다.
"흠"
그리고 입가에 아직도 지우지 못한 함박 웃음을 그제사 지우며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아, 박지성 상무님. 예, 전에 한번 신세졌는데, 오늘 또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네네, 아,
그래요? 아아, 이야. 그럼 완전 잘 됐는데요? 하하하, 네, 그럼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 "다녀왔어" 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된 것은. 불 꺼진 텅 빈 집 안에 공허하게 울리는
그 한 마디가 가슴에 비수가 되어 다시 꽂히게 된 이후로 그는 퇴근길에 항상 입을 닫았다.
"응, 지금 퇴근길이야. 금방 들어갈께. 어어, 뭐 사갖고 들어갈까? 먹고 싶은거 있어?"
버스 앞 자리에 앉은 어떤 남자의 퇴근 전화를 들으며 새삼 갑자기 우울해지는 것도 하루 이틀. 홀로
기다리는 이가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싫어 괜히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 일 아닌 일을 하게 된 이후
부터 그는 겨우 그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처음에는 좋았다. 언젠가부터 잠자리조차 서로 기피하게 된 섹스리스 부부. 하루에 단 한 마디를 나눌
일 없어진 아들… 외로웠다. 그래, 이미 기러기 아빠가 되기 전부터 그는 외로웠다. 차라리 아내와 자식이
떠나버리자 근 십여년만에 찾아온 독신의 자유는 해방의 기쁨에 가까웠다.
사실 처음에는 그 해방감이 너무나 좋아, 기러기 아빠들의 고독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저, 부부의
정이 깊은 부부들이나 느끼는 허전함 같은 것이라고만 막연히 느낄 따름이었다.
샤워를 하고 알몸으로 털레털레 나오고, 주말 밤 알몸으로 맥주와 함께 볼륨 높게 영화 채널을 마음껏
보고, 혼자 만원어치 삼겹살을 사서 원 없이 먹어보고…
그리고 그때 느꼈다. 자기는 자유를 줘도 딱히 뭘 할 게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도대체 총각 시절의 나는
뭘 하며 놀았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고, 친구들이라고 해봤자 연락하는 놈도 몇 놈 없었다. 그제서야
중년의 자신을 처음으로 돌아본 윤기태는 갑자기 몰려온 외로움에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가끔, 문득, 갑자기, 이유없이 혼자 방에 누웠다가 우뚝 그것이 솟았을 때, 그는 '소년의 윤기태'처럼
손으로 그것을 해결했다. 하지만 18세의 윤기태와 38세의 윤기태가 느끼는 자위 후의 자괴감은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차이가 있었다.
아니 자괴감보다는 분노에 가까운 어떤 감정이었다. 왜.
홀아비도 아닌 내가 왜 홀아비처럼 살아야 하는가. 멀쩡히 마누라 자식까지 다 있는 놈이 왜 혼자 주말
밤에 딸딸이로 분을 삭여야 하는가. 그리고 몰려오는 외로움은, 2~3일, 그나마도 언제부턴간 일주일에
한번 꼴로 겨우 이국 만리에서 걸려오는 지친 아내의 목소리로 달래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회의가 컸다. 이렇게까지 하면 확실히 내 아들이 성공하기는 하는가. 그리고 아들의 성공을 위해
내가 이렇게까지 희생을 해야하는가. 그 보답은 과연 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아내는 정말 그 긴 밤을 어떻게 보내는가.
기러기 엄마들의 탈선 뉴스들을 종종 접하면서 '설마' 하고는 생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램일 뿐
확신을 갖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집 대출금 이자 등 필수 경비를 제외한 월급의 거의 전부를 송금하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무엇인가, 최소한의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아니아니 솔직하게 까놓고 말해서…
여자가 고팠다. 그래, 여자가 고팠다. 나름 착실하게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했다. 남 부럽지 않은 기업에
취업해서, 적당한 여자랑 결혼해서 아들도 낳고, 꾸준히 연차에 맞춰 승진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그런 그 자신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늦은 밤 혼자 사무실에서 일하던 그에게 문득 강렬하게 다가온 일탈의 충동. 그래, 일탈. 그리고 언젠가
회식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 그리고 바로 인터넷 검색, 전화 한 통화와 함께 시작된, 작지만 큰 일탈.
"옵빠"
사무실의 민정과 닮은 다정이의 애교에, 윤기태는 참을 수 없는 강렬한 성 충동을 느꼈다.
"아우"
"왜에 오빤 내가 그렇게 좋아?"
"어, 우리 사무실에 너랑 비슷하게 생긴 애가 하나 있는데…아, 이런 말 하면 서운한가?"
하지만 다정은 고개를 흔들며 웃는다.
"아니, 근데 그 기집애가 더 이뻐 내가 더 이뻐?"
"비슷하게 생겼다니까?"
"그래두. 그럼 이거는 누가 더 커?"
다정은 기태의 손을 잡아다 자신의 풍만한 가슴 위에 얹고선 그렇게 묻는다. 기태는 그 가슴을 부드럽게
주물럭거리며 웃고는 답한다.
"아유아유, 아 이거야 당연히 우리 이쁜이에 비할 바가 아니지. 걔는 절벽이야 절벽!"
"아하핫!"
머리가 멍하다. 술을 계속 마시고, 아랫도리를 빨리우고, 비벼대고, 문지르고, 농담을 주고받고, 핑핑 돌고
흐려져가는 눈 앞에 잠은 쏟아지고, 가슴을 물고 빨고, 이윽고 반쯤은 만취한 상태로 장소를 바꿔 그녀 위에
올라타고, 평소답지않은 더러운 말과 욕설들을 쏟아내며 절정을 맞이하고…
"크하하"
물 뺀 이후에는, 그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미안해…" 라는 말을 주억거리며 그녀의 젖가슴 속에 얼굴을
파묻고 용서를 빈다.
"안녕히 가십쇼"
"자알 놀드아 감돠! 박쥐성 쌍무뉨"
돌아오는 택시 속에서 울리는 전화벨. 아내의 전화임을 알지만 오늘만큼은 의도적으로 모르는 척 받지
않는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 불조차 켜지 않은 채로 양치조차 하지 않은 채 바로 침대에 누워, 다만 최후의
보루로 언제나처럼 알람 시계 두 개만 맞춰놓고 그렇게 떠지지 않는 고단한 눈을 감는다.
(다른 편 보러가기) - [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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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아냐. 요새 몸이 영 아니네. 큰일이네 큰일이야 하하"
"아이 참, 차장님 가시죠? 김 부장님도 가시는데"
"그래, 윤 차장, 가지?"
하지만 윤 차장은 오늘도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고개를 젓는다.
"다들 아침에 늦잠자도 깨워주실 분 있는 분들이랑 제가 같나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오늘도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부장님 죄송함다!"
"아녀, 그려, 기러기 아빠, 화이팅!"
적당히 웃는 낯으로 2차 유혹을 빠져나온다. 마침 언제나처럼 1차만 가볍게 때우고 돌아서는 윤희씨와 민정
씨가 함께 걷는다.
"아, 차장님 기러기 아빠셨어요?"
얼마 전 인턴이 풀린 윤희씨가 몰랐다는 듯 묻는다. 윤 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아 진짜 애들 교육이 뭔지. 힘들어 힘들어. 증말 힘들다니까"
그러자 민정씨가 그래도 위로하듯 그를 추켜세운다.
"그래도 정말 가정적이세요. 보통 기러기 아빠들, 아무래도 혼자 있다보니까 외로워서 그런지 엉뚱하게
막 탈선하는 분들도 많은데 차장님은 정말 어쩜, 정말 바른 생활 사나이세요"
"아 요즘에는 나쁜 남자가 인기라며? 바른 생활 사나이면 인기 최악이네?"
"아 유부남이시잖아요!"
까르르 웃는 윤희와 민정. 그녀들과 반쯤 농담 따먹듯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먹자 골목길을 빠져나오자
그녀 둘은 집이 같은 방향이라며 택시에 올라탄다. 윤 차장은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준다.
"흠"
그리고 입가에 아직도 지우지 못한 함박 웃음을 그제사 지우며 휴대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아, 박지성 상무님. 예, 전에 한번 신세졌는데, 오늘 또 한번 찾아뵙겠습니다. 네네, 아,
그래요? 아아, 이야. 그럼 완전 잘 됐는데요? 하하하, 네, 그럼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 "다녀왔어" 라는 말을 하지 않게 된 것은. 불 꺼진 텅 빈 집 안에 공허하게 울리는
그 한 마디가 가슴에 비수가 되어 다시 꽂히게 된 이후로 그는 퇴근길에 항상 입을 닫았다.
"응, 지금 퇴근길이야. 금방 들어갈께. 어어, 뭐 사갖고 들어갈까? 먹고 싶은거 있어?"
버스 앞 자리에 앉은 어떤 남자의 퇴근 전화를 들으며 새삼 갑자기 우울해지는 것도 하루 이틀. 홀로
기다리는 이가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싫어 괜히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 일 아닌 일을 하게 된 이후
부터 그는 겨우 그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처음에는 좋았다. 언젠가부터 잠자리조차 서로 기피하게 된 섹스리스 부부. 하루에 단 한 마디를 나눌
일 없어진 아들… 외로웠다. 그래, 이미 기러기 아빠가 되기 전부터 그는 외로웠다. 차라리 아내와 자식이
떠나버리자 근 십여년만에 찾아온 독신의 자유는 해방의 기쁨에 가까웠다.
사실 처음에는 그 해방감이 너무나 좋아, 기러기 아빠들의 고독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저, 부부의
정이 깊은 부부들이나 느끼는 허전함 같은 것이라고만 막연히 느낄 따름이었다.
샤워를 하고 알몸으로 털레털레 나오고, 주말 밤 알몸으로 맥주와 함께 볼륨 높게 영화 채널을 마음껏
보고, 혼자 만원어치 삼겹살을 사서 원 없이 먹어보고…
그리고 그때 느꼈다. 자기는 자유를 줘도 딱히 뭘 할 게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도대체 총각 시절의 나는
뭘 하며 놀았지? 기억도 잘 나지 않았고, 친구들이라고 해봤자 연락하는 놈도 몇 놈 없었다. 그제서야
중년의 자신을 처음으로 돌아본 윤기태는 갑자기 몰려온 외로움에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가끔, 문득, 갑자기, 이유없이 혼자 방에 누웠다가 우뚝 그것이 솟았을 때, 그는 '소년의 윤기태'처럼
손으로 그것을 해결했다. 하지만 18세의 윤기태와 38세의 윤기태가 느끼는 자위 후의 자괴감은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차이가 있었다.
아니 자괴감보다는 분노에 가까운 어떤 감정이었다. 왜.
홀아비도 아닌 내가 왜 홀아비처럼 살아야 하는가. 멀쩡히 마누라 자식까지 다 있는 놈이 왜 혼자 주말
밤에 딸딸이로 분을 삭여야 하는가. 그리고 몰려오는 외로움은, 2~3일, 그나마도 언제부턴간 일주일에
한번 꼴로 겨우 이국 만리에서 걸려오는 지친 아내의 목소리로 달래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회의가 컸다. 이렇게까지 하면 확실히 내 아들이 성공하기는 하는가. 그리고 아들의 성공을 위해
내가 이렇게까지 희생을 해야하는가. 그 보답은 과연 받을 수 있는가.
그리고… 아내는 정말 그 긴 밤을 어떻게 보내는가.
기러기 엄마들의 탈선 뉴스들을 종종 접하면서 '설마' 하고는 생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램일 뿐
확신을 갖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집 대출금 이자 등 필수 경비를 제외한 월급의 거의 전부를 송금하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자신의 삶에 무엇인가, 최소한의 보상을 해주고 싶었다.
아니아니 솔직하게 까놓고 말해서…
여자가 고팠다. 그래, 여자가 고팠다. 나름 착실하게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했다. 남 부럽지 않은 기업에
취업해서, 적당한 여자랑 결혼해서 아들도 낳고, 꾸준히 연차에 맞춰 승진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그런 그 자신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늦은 밤 혼자 사무실에서 일하던 그에게 문득 강렬하게 다가온 일탈의 충동. 그래, 일탈. 그리고 언젠가
회식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 그리고 바로 인터넷 검색, 전화 한 통화와 함께 시작된, 작지만 큰 일탈.
"옵빠"
사무실의 민정과 닮은 다정이의 애교에, 윤기태는 참을 수 없는 강렬한 성 충동을 느꼈다.
"아우"
"왜에 오빤 내가 그렇게 좋아?"
"어, 우리 사무실에 너랑 비슷하게 생긴 애가 하나 있는데…아, 이런 말 하면 서운한가?"
하지만 다정은 고개를 흔들며 웃는다.
"아니, 근데 그 기집애가 더 이뻐 내가 더 이뻐?"
"비슷하게 생겼다니까?"
"그래두. 그럼 이거는 누가 더 커?"
다정은 기태의 손을 잡아다 자신의 풍만한 가슴 위에 얹고선 그렇게 묻는다. 기태는 그 가슴을 부드럽게
주물럭거리며 웃고는 답한다.
"아유아유, 아 이거야 당연히 우리 이쁜이에 비할 바가 아니지. 걔는 절벽이야 절벽!"
"아하핫!"
머리가 멍하다. 술을 계속 마시고, 아랫도리를 빨리우고, 비벼대고, 문지르고, 농담을 주고받고, 핑핑 돌고
흐려져가는 눈 앞에 잠은 쏟아지고, 가슴을 물고 빨고, 이윽고 반쯤은 만취한 상태로 장소를 바꿔 그녀 위에
올라타고, 평소답지않은 더러운 말과 욕설들을 쏟아내며 절정을 맞이하고…
"크하하"
물 뺀 이후에는, 그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미안해…" 라는 말을 주억거리며 그녀의 젖가슴 속에 얼굴을
파묻고 용서를 빈다.
"안녕히 가십쇼"
"자알 놀드아 감돠! 박쥐성 쌍무뉨"
돌아오는 택시 속에서 울리는 전화벨. 아내의 전화임을 알지만 오늘만큼은 의도적으로 모르는 척 받지
않는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 불조차 켜지 않은 채로 양치조차 하지 않은 채 바로 침대에 누워, 다만 최후의
보루로 언제나처럼 알람 시계 두 개만 맞춰놓고 그렇게 떠지지 않는 고단한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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