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음, 흐음"
지난 22년을 함께한 비염으로 인해 오늘도 코는 꽉 막힌 듯 답답하면서도 콧물은 줄줄 흐르지만, 이미 그
콧물이 코 아래를 지나 이미 윗입술에 닿아있건만 병수는 차마 그것을 닦아낼 손이 없다.
"흐음"
크릉크릉대는 코를 또 한번 들이마셔보는데 이미 입술 영역에 닿아있는 콧물이라 빨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에이, 하면서 그는 일단 마나 물약을 한번 빨고 바로 헬 오브 파이어스톰을 시전한다. 주변 몬스터들을 불
폭풍으로 쓸어버리는 기술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병수는 언제나 놓아두던 책상 옆 두루말이 휴지로 손
을 뻗지만 아차 아까 딸치고 다 썼지. 그는 잠시 주저하지만 이미 기술 발동시간 1.3초의 절반이 지나갔다.
그는 주저없이 아까 자위의 뒷처리를 한 후 슥 던져놓았던 '정액이 듬뿍 든' 딸휴지를 코와 입술에 가져가
그 콧물을 스으윽 닦아내었다.
'오케이'
다시 그는 휴지를 던져버리고 한 손은 키보드, 한 손은 마우스로 손을 가져간다. 그리고 새벽 시간, 딸깍딸깍
그의 마우스질은 멈출 줄을 모른다.
현재 시각 새벽 3시 15분. 내일은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인데… 지금이라도 자야하는데… 사실 오늘까지
제출인 과제까지 제껴놓고 지난 주말을 쉬지않고 달렸다. 이미 현재 시간 월요일. 주무시고 계신 아부지나
엄마가 이 꼴을 보면 아주 경을 치겠지만 어쩔 수 없다.
'학점은 빵꾸나도 지구는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한 말이 있잖는가. 그래, 세상 모든 일에는 인과율이 있는 법이며 기회비용이 있는 법
이다. 아 지구를 지켜야 하는데 내 학점 정도는…
하고 혼자 속으로 농짓거리를 하면서 씨부리기에는 사실 상황이 좋지 않다. 아버지 회사에선 내 대학등록
금의 50%가 지원되는데 올해부터 자격조건이 '학점평균 3.0'에서 '3.5'로 올랐다. 쉽지 않다. 아니 학점뻥튀
기가 만성화 되어있는 우리 좆지잡 수박대에선 그냥 출결만 잘하고 과제만 다 내고 시험만 완전 망치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점수인데…
'아 씨발'
갑자기 학점 이야기 생각을 하니 모니터에 집중이 안된다. 그냥 자기도 모르게 마우스 버튼을 세게 세 번
탁탁탁 누르고는 바로 메뉴화면을 띄워 화면을 멈추었다.
"후우"
학기 초에 유정이랑 깨지고 한 이주일을 학교를 안 갔다. 그래서 이미 출석점수에 노란불이 들어온 상태고
과제랑 시험을 잘봐야 하는데 씨발 전공은 그럭저럭 대충했는데 팀 과제가 있는 교양 과목들이 망했다. 아
존나. 게임에 미쳐서 갖은 핑계를 대고 팀 과제에 참석을 계속 안 했더니 씨발 년들이 나를 아예 조에서
빼버렸거든. 씨발. 아… 것두 그렇고 오늘 것도 분명히 교수가 자기는 이 과제 하나만 본다고 했는데 그걸
아예 안 했다. 나 진짜 뭐하는 새끼지.
"아냐"
그냥 이번 학기는 조져버리고 가을에 입대한 다음에, 그리고 전역해서 잠깐 쉬는 기간에 일해서 그걸로
등록금 채워넣지 뭐. 좋아쓰.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좀 기운이 들어간다. 다시 마우스와 키보드에 손을 얹고
한 걸음 한 걸음 악마 새끼들이 드글드글한 마굴 속으로 들어간다.
'덥다'
방충망이 다 뚫려서 무용지물인 통에 모기 들어올까 싶어서 창문을 열 수가 없다. 그렇다고 방문을 열어놓
으면 이 환한 불이 거실에 비칠 테고 엄마 아빠라도 일어나면 골치 아파지니 방문도 꼭 닫은 상황. 컴퓨터는
지금 얼추 18시간째 돌아가는 중이고, 덜덜거리는 이 낡은 선풍기는 더운 바람만 쏟아낸다.
눈도 피로하고 어깨도 제대로 꽉 뭉쳤다. 허리도 구부정하게 몇 시간을 숙이고 있었는지 뻐근하다. 손가락
부터 손목, 뼈마디 하나하나가 다 뻑적지근하고 엉덩이도 아프다. 빤쓰 한장 입고 앉아있다보니까 컴퓨터
의자에 허벅지가 땀에 쩔어 무슨 풀이라도 붙여놓은 마냥 끈덕지다.
"후우, 안돼겠다"
금요일 아침에 학교 가면서 입었다가 아직까지 갈아입지 않은-다시 말해 샤워 한번 하지 않은- 누렇게 된
메리야스를 벗어던진다. 가슴에 한줄기 땀 한 방울이 조르륵 흘러내린다. 아 다시 한번 눈이 피로하다. 아
형광등도 갈아야되는데. 침침하다고 어둡다고 엄마한테 불 갈아야한다고 말해도 매번 깜박깜박이다. 내
눈 시력이 이 꼴이 된건 다 엄마 탓이다.
그보다 배가 고프다. 언제 저녁 먹었지? 사실은 아직도 저녁에 먹은 삼겹살의 느글느글함이, 아마도 지금
까지 내 입에 맴돌고 있을 마늘 냄새와 함께 전신에서 땀내와 함께 풍기고 있겠지만 상관없다. 배가 출출
하다. 아니 뭔가 입에 쑤셔넣고 싶다.
뜨으억, 찐득한 컴퓨터 의자에서 일어나 이미 푹 땀에 쩔은 빤스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빤스 속으로 손
집어넣어서 자지 정리도 좀 하고 거실로 조심조심 걷는다. 살짝 열린 문 틈으로 안방에서는 회전 기능이
고장나서 방향을 전환할 때마다 따깍따깍 거리는 선풍기 소리와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흐음'
안방을 그렇게 조심스레 지나쳐 거실의 식탁 테이블 위를 어둠 속의 눈으로 뭐 먹을 거 없나 확인한다. 아
어제처럼 그냥 라면이나 끓여먹고 싶은데 그랬다가 엄마가 일어나면 잔소리 들을테니. 쩝. 아 맞다. 그냥
냉장고를 또 조심해서 열어 그 안에서 참치캔이나 꺼낸다.
'흐으'
느끼하지만 어쩔 수 없다. 뭐라도 배를 채워야 한다.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일단 오늘 내일 중으로
이 디아블로3를 깨야 내 생활을 찾아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잘 안다. 진짜 악마는 저 모니터 속 게임이 아니라 내 썩어빠진 정신머리 속에 있으며, 이미 몇 번
죽여도 봤고 이번 신작 역시 며칠 밤 그냥 밤새면 어쨌거나 죽일 수 있는 그 놈과는 달리, 이 놈은 십수년
째 내 정신과 영혼과 생활을 서서히 잠식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tag : 디아블로3
지난 22년을 함께한 비염으로 인해 오늘도 코는 꽉 막힌 듯 답답하면서도 콧물은 줄줄 흐르지만, 이미 그
콧물이 코 아래를 지나 이미 윗입술에 닿아있건만 병수는 차마 그것을 닦아낼 손이 없다.
"흐음"
크릉크릉대는 코를 또 한번 들이마셔보는데 이미 입술 영역에 닿아있는 콧물이라 빨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에이, 하면서 그는 일단 마나 물약을 한번 빨고 바로 헬 오브 파이어스톰을 시전한다. 주변 몬스터들을 불
폭풍으로 쓸어버리는 기술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병수는 언제나 놓아두던 책상 옆 두루말이 휴지로 손
을 뻗지만 아차 아까 딸치고 다 썼지. 그는 잠시 주저하지만 이미 기술 발동시간 1.3초의 절반이 지나갔다.
그는 주저없이 아까 자위의 뒷처리를 한 후 슥 던져놓았던 '정액이 듬뿍 든' 딸휴지를 코와 입술에 가져가
그 콧물을 스으윽 닦아내었다.
'오케이'
다시 그는 휴지를 던져버리고 한 손은 키보드, 한 손은 마우스로 손을 가져간다. 그리고 새벽 시간, 딸깍딸깍
그의 마우스질은 멈출 줄을 모른다.
현재 시각 새벽 3시 15분. 내일은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인데… 지금이라도 자야하는데… 사실 오늘까지
제출인 과제까지 제껴놓고 지난 주말을 쉬지않고 달렸다. 이미 현재 시간 월요일. 주무시고 계신 아부지나
엄마가 이 꼴을 보면 아주 경을 치겠지만 어쩔 수 없다.
'학점은 빵꾸나도 지구는 지켜야 하는 거 아닌가'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한 말이 있잖는가. 그래, 세상 모든 일에는 인과율이 있는 법이며 기회비용이 있는 법
이다. 아 지구를 지켜야 하는데 내 학점 정도는…
하고 혼자 속으로 농짓거리를 하면서 씨부리기에는 사실 상황이 좋지 않다. 아버지 회사에선 내 대학등록
금의 50%가 지원되는데 올해부터 자격조건이 '학점평균 3.0'에서 '3.5'로 올랐다. 쉽지 않다. 아니 학점뻥튀
기가 만성화 되어있는 우리 좆지잡 수박대에선 그냥 출결만 잘하고 과제만 다 내고 시험만 완전 망치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점수인데…
'아 씨발'
갑자기 학점 이야기 생각을 하니 모니터에 집중이 안된다. 그냥 자기도 모르게 마우스 버튼을 세게 세 번
탁탁탁 누르고는 바로 메뉴화면을 띄워 화면을 멈추었다.
"후우"
학기 초에 유정이랑 깨지고 한 이주일을 학교를 안 갔다. 그래서 이미 출석점수에 노란불이 들어온 상태고
과제랑 시험을 잘봐야 하는데 씨발 전공은 그럭저럭 대충했는데 팀 과제가 있는 교양 과목들이 망했다. 아
존나. 게임에 미쳐서 갖은 핑계를 대고 팀 과제에 참석을 계속 안 했더니 씨발 년들이 나를 아예 조에서
빼버렸거든. 씨발. 아… 것두 그렇고 오늘 것도 분명히 교수가 자기는 이 과제 하나만 본다고 했는데 그걸
아예 안 했다. 나 진짜 뭐하는 새끼지.
"아냐"
그냥 이번 학기는 조져버리고 가을에 입대한 다음에, 그리고 전역해서 잠깐 쉬는 기간에 일해서 그걸로
등록금 채워넣지 뭐. 좋아쓰.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좀 기운이 들어간다. 다시 마우스와 키보드에 손을 얹고
한 걸음 한 걸음 악마 새끼들이 드글드글한 마굴 속으로 들어간다.
'덥다'
방충망이 다 뚫려서 무용지물인 통에 모기 들어올까 싶어서 창문을 열 수가 없다. 그렇다고 방문을 열어놓
으면 이 환한 불이 거실에 비칠 테고 엄마 아빠라도 일어나면 골치 아파지니 방문도 꼭 닫은 상황. 컴퓨터는
지금 얼추 18시간째 돌아가는 중이고, 덜덜거리는 이 낡은 선풍기는 더운 바람만 쏟아낸다.
눈도 피로하고 어깨도 제대로 꽉 뭉쳤다. 허리도 구부정하게 몇 시간을 숙이고 있었는지 뻐근하다. 손가락
부터 손목, 뼈마디 하나하나가 다 뻑적지근하고 엉덩이도 아프다. 빤쓰 한장 입고 앉아있다보니까 컴퓨터
의자에 허벅지가 땀에 쩔어 무슨 풀이라도 붙여놓은 마냥 끈덕지다.
"후우, 안돼겠다"
금요일 아침에 학교 가면서 입었다가 아직까지 갈아입지 않은-다시 말해 샤워 한번 하지 않은- 누렇게 된
메리야스를 벗어던진다. 가슴에 한줄기 땀 한 방울이 조르륵 흘러내린다. 아 다시 한번 눈이 피로하다. 아
형광등도 갈아야되는데. 침침하다고 어둡다고 엄마한테 불 갈아야한다고 말해도 매번 깜박깜박이다. 내
눈 시력이 이 꼴이 된건 다 엄마 탓이다.
그보다 배가 고프다. 언제 저녁 먹었지? 사실은 아직도 저녁에 먹은 삼겹살의 느글느글함이, 아마도 지금
까지 내 입에 맴돌고 있을 마늘 냄새와 함께 전신에서 땀내와 함께 풍기고 있겠지만 상관없다. 배가 출출
하다. 아니 뭔가 입에 쑤셔넣고 싶다.
뜨으억, 찐득한 컴퓨터 의자에서 일어나 이미 푹 땀에 쩔은 빤스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빤스 속으로 손
집어넣어서 자지 정리도 좀 하고 거실로 조심조심 걷는다. 살짝 열린 문 틈으로 안방에서는 회전 기능이
고장나서 방향을 전환할 때마다 따깍따깍 거리는 선풍기 소리와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흐음'
안방을 그렇게 조심스레 지나쳐 거실의 식탁 테이블 위를 어둠 속의 눈으로 뭐 먹을 거 없나 확인한다. 아
어제처럼 그냥 라면이나 끓여먹고 싶은데 그랬다가 엄마가 일어나면 잔소리 들을테니. 쩝. 아 맞다. 그냥
냉장고를 또 조심해서 열어 그 안에서 참치캔이나 꺼낸다.
'흐으'
느끼하지만 어쩔 수 없다. 뭐라도 배를 채워야 한다. 악마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일단 오늘 내일 중으로
이 디아블로3를 깨야 내 생활을 찾아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잘 안다. 진짜 악마는 저 모니터 속 게임이 아니라 내 썩어빠진 정신머리 속에 있으며, 이미 몇 번
죽여도 봤고 이번 신작 역시 며칠 밤 그냥 밤새면 어쨌거나 죽일 수 있는 그 놈과는 달리, 이 놈은 십수년
째 내 정신과 영혼과 생활을 서서히 잠식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tag : 디아블로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