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좀 덜 말랐네"
모텔에서 덜 말리고 나와 아직은 부스스하고 촉촉한 수진의 머리에서 싸구려 모텔 샴푸의 달콤상큼한 냄새가
은은하게 풍긴다. 그 살짝 젖은 머리를 가리키며 말하자 그녀는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금방 마르겠지"
그나저나 주문한 뼈해장국은 왜 이렇게 안 나와, 라고 생각할 무렵 꾀죄죄한 앞치마를 입은 아주머니가 뚝배기에
뼈해장국 두 그릇을 담아내온다. 고춧가루가 묻은 앞치마가 좀 비위생적으로 보여 찝찝하지만 괜히 입맛만 잃게
할 거 같아 수진이 앞에서 흉은 보지 않는다.
"먹자"
"응"
누구랑 문자를 하는지 밥이 나왔는데도 계속 문자질인 그녀에게 먹자, 하고 말하자 그제서야 폰을 내려놓는다.
"누군데?"
수진은 "선주" 하고 대답하더니 픽 웃는다.
"왜 웃어?"
"아냐"
"뭔데"
그러자 그녀는 또 살포시 웃다가 말했다.
"몰라도 돼"
뭐 항상 나중에라도 말해주니까 구태여 캐묻진 않는다. 궁금하지만. 어쨌거나 식기 전에 뼈해장국을 맛본다.
사실 여기 뼈해장국은 그저 그렇다. 딱히 맛있지도, 흉 볼 정도로 맛 없지도. 나는 배는 고프지만 입맛은 사실
크게 없어서 적당히 국물만 휘휘 저으며 떠먹다가
"맛있어?"
하고 한번 물어본다.
"그냥"
하고 대답하는 그녀. 그보다 왠지 이대로 헤어지기 싫고, 영화라도 한 편 더 볼까? 싶긴한데 몸도 찌뿌둥하고
아 뭘 어쩌지 싶고. 이래서 결혼을 하나보다, 그냥 같이 있고 싶어서. 하는 생각도 문득 하다가…
창 밖의 무척 좋은 날씨를 본다.
"오늘 날씨 좋네"
따뜻한 햇볕이 길가의 사람들을 비추고 만물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훈훈하게 창 밖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또 고개 숙이고 국물 맛을 보는 수진이를 보며 그렇게 나도 배에 에너지를 채워넣는다.
"배불러. 나 안 먹을래. 별로 맛도 없고"
얼마 먹지도 않았건만 숟가락을 내려놓는 수진. 그 말에 나 역시 별 생각이 없어져 밥 몇 숟가락 더 뜨다가
관군다.
"그럼 다른거 먹으러 갈래? 피자라도?"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그냥 피곤해. 집에 가서 잘래"
"그러자"
솔직히 나도 그게 가장 좋긴 하다.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녀는 꾸벅꾸벅 존다. 자다가 새벽에 한 그것이 피곤했던 것일까. 아니 사실은 나도
따스한 햇볕에 잠이 꾸벅꾸벅 온다. 겨우겨우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다 왔어"
"…응"
잠에서 깬 그녀. 한결 기분이 나아진 모양이다. 표정이 밝다. 피부톤도 밝고.
"피곤했는지 아주 잘 자더라"
"그랬어? 어 나 잠깐 잤는데 아주 푹 깊이 잘 잤어"
고개를 끄덕이고, 이제 집에 들여보내기 아쉬운 시간이 왔다. 낮 2시 반.
"아 정말 날씨 좋다. 들어가서 뭐할거야?"
"그냥…글쎄. 피곤해"
"많이 피곤해?"
"그런건 아닌데, 찌뿌둥해. 어제 잠 설쳐서 그래. 누구 땜에"
그녀의 말에 나도 피식 웃는다.
"많이 안 피곤하면, 잠깐 영화라도 보고 갈래?"
하지만 수진은 그건 사양했다.
"아니이. 그냥 집에 가서 쉴래. 왜, 나랑 헤어지는거 아쉬워?"
"어. 아쉬워. 들여보내기 싫어"
"아 왜. 어제 하루종일 잠까지 같이 잤잖아"
"그냥"
나른하면서도 훈훈한 이 일요일 낮.
"아우 노곤하다. 집에 지금 부모님 다 계셔?"
"어…아니? 아마 지금은 교회 있을걸?"
"그래. 알았어 여튼 조심해서 들어가"
"어 그럼 이따 전화할께. 조심해서 들어가"
"어"
그녀가 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 뒤늦게 뽀뽀라도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미 그녀는 문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아쉬움을 달래며 나 역시 손 한번 흔들어주고 집으로 향한다.
뭔가 아쉽지만, 또 묘하게 충만한 그런 나른한 일요일 오후다. 집에 가서, 쉬고 싶다.
모텔에서 덜 말리고 나와 아직은 부스스하고 촉촉한 수진의 머리에서 싸구려 모텔 샴푸의 달콤상큼한 냄새가
은은하게 풍긴다. 그 살짝 젖은 머리를 가리키며 말하자 그녀는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금방 마르겠지"
그나저나 주문한 뼈해장국은 왜 이렇게 안 나와, 라고 생각할 무렵 꾀죄죄한 앞치마를 입은 아주머니가 뚝배기에
뼈해장국 두 그릇을 담아내온다. 고춧가루가 묻은 앞치마가 좀 비위생적으로 보여 찝찝하지만 괜히 입맛만 잃게
할 거 같아 수진이 앞에서 흉은 보지 않는다.
"먹자"
"응"
누구랑 문자를 하는지 밥이 나왔는데도 계속 문자질인 그녀에게 먹자, 하고 말하자 그제서야 폰을 내려놓는다.
"누군데?"
수진은 "선주" 하고 대답하더니 픽 웃는다.
"왜 웃어?"
"아냐"
"뭔데"
그러자 그녀는 또 살포시 웃다가 말했다.
"몰라도 돼"
뭐 항상 나중에라도 말해주니까 구태여 캐묻진 않는다. 궁금하지만. 어쨌거나 식기 전에 뼈해장국을 맛본다.
사실 여기 뼈해장국은 그저 그렇다. 딱히 맛있지도, 흉 볼 정도로 맛 없지도. 나는 배는 고프지만 입맛은 사실
크게 없어서 적당히 국물만 휘휘 저으며 떠먹다가
"맛있어?"
하고 한번 물어본다.
"그냥"
하고 대답하는 그녀. 그보다 왠지 이대로 헤어지기 싫고, 영화라도 한 편 더 볼까? 싶긴한데 몸도 찌뿌둥하고
아 뭘 어쩌지 싶고. 이래서 결혼을 하나보다, 그냥 같이 있고 싶어서. 하는 생각도 문득 하다가…
창 밖의 무척 좋은 날씨를 본다.
"오늘 날씨 좋네"
따뜻한 햇볕이 길가의 사람들을 비추고 만물에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훈훈하게 창 밖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또 고개 숙이고 국물 맛을 보는 수진이를 보며 그렇게 나도 배에 에너지를 채워넣는다.
"배불러. 나 안 먹을래. 별로 맛도 없고"
얼마 먹지도 않았건만 숟가락을 내려놓는 수진. 그 말에 나 역시 별 생각이 없어져 밥 몇 숟가락 더 뜨다가
관군다.
"그럼 다른거 먹으러 갈래? 피자라도?"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그냥 피곤해. 집에 가서 잘래"
"그러자"
솔직히 나도 그게 가장 좋긴 하다.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녀는 꾸벅꾸벅 존다. 자다가 새벽에 한 그것이 피곤했던 것일까. 아니 사실은 나도
따스한 햇볕에 잠이 꾸벅꾸벅 온다. 겨우겨우 그녀의 집으로 향한다.
"다 왔어"
"…응"
잠에서 깬 그녀. 한결 기분이 나아진 모양이다. 표정이 밝다. 피부톤도 밝고.
"피곤했는지 아주 잘 자더라"
"그랬어? 어 나 잠깐 잤는데 아주 푹 깊이 잘 잤어"
고개를 끄덕이고, 이제 집에 들여보내기 아쉬운 시간이 왔다. 낮 2시 반.
"아 정말 날씨 좋다. 들어가서 뭐할거야?"
"그냥…글쎄. 피곤해"
"많이 피곤해?"
"그런건 아닌데, 찌뿌둥해. 어제 잠 설쳐서 그래. 누구 땜에"
그녀의 말에 나도 피식 웃는다.
"많이 안 피곤하면, 잠깐 영화라도 보고 갈래?"
하지만 수진은 그건 사양했다.
"아니이. 그냥 집에 가서 쉴래. 왜, 나랑 헤어지는거 아쉬워?"
"어. 아쉬워. 들여보내기 싫어"
"아 왜. 어제 하루종일 잠까지 같이 잤잖아"
"그냥"
나른하면서도 훈훈한 이 일요일 낮.
"아우 노곤하다. 집에 지금 부모님 다 계셔?"
"어…아니? 아마 지금은 교회 있을걸?"
"그래. 알았어 여튼 조심해서 들어가"
"어 그럼 이따 전화할께. 조심해서 들어가"
"어"
그녀가 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 뒤늦게 뽀뽀라도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미 그녀는 문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아쉬움을 달래며 나 역시 손 한번 흔들어주고 집으로 향한다.
뭔가 아쉽지만, 또 묘하게 충만한 그런 나른한 일요일 오후다. 집에 가서,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