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교에 입학해서였다. 같은 과에 유난히 튀는 패션의 그 아이. 패션에 비해
그리 멋진 외모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내가 그리 예쁜 애가 아니니까. 첫 눈에 반했다.
하지만 여중 여고 출신에 한번도 남자와 사귀어 본 적 없는 쑥맥이었던 난 선뜻 다가가지 못했고 항상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 아이는 말재주도 좋았다.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고 같은 과의 다른 여자애
들도 종종 수근거리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대체로 호평이었다. 괜히 흐뭇했다. 뭐 그랬다. 정말
그 뿐이었다.
그렇게 중간고사 시즌이 되도록 제대로 말 한마디 붙여본 적 없던 어느 날, 걔가 다가왔다.
"야, 황진아!"
누가 부르나 했다. 돌아보니 그였다. 한민준이었다.
"밥 혼자 먹냐?"
"어? 어…"
부끄러웠다. 무슨 왕따라도 된 기분이었다.
"무슨 여자애가 학식을 혼자 먹냐?"
스스럼없이 웃는 그 얼굴은 매력적이었지만, 문득 그의 웃음이 나를 비웃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무어라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 찰나 그가 내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기달려. 나도 학식 받아올께. 같이 먹자. 나도 혼자 먹기 싫었던 참이야"
그리더니 그는 비척비척 저쪽으로 가서 식판을 들었다. 줄을 기다리는 그의 뒷모습은 참 간지가 났다.
별로 큰 키는 아니었지만 슬림하면서도 길쭉길쭉한 라인과 왠지 장난스러워보이는 뒷태가 귀여웠다.
"너 진짜 디게 특이하다. 오후에 수업도 없는데 배고파서 혼자 밥 먹으러 갔다고? 너 여자 맞냐?"
"아 그럴 수도 있지! 배고프면!"
"너 존나 남자같다. 마음에 드는데? 딱 내 꽈야"
사실 나와 인사 한번 제대로 한 적 없는 사이인데 그는 무슨 몇 년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친근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그가 편했다. 가슴이 두근거려야 정상이겠지만, 편했다. 그래서
더 좋아졌다.
"뭔 소리야"
"번호 줘봐"
"…뭐하게"
"뭐하긴. 번호 따는거지"
"공일공에…"
민준이는 내 번호를 받아간 이후 나에게 곧잘 연락을 했다. 영화도 보자고 했고, 시험공부도 같이 하고,
우린 정말로 급속도로 친해졌다. 사실 나는 마냥 편한 그가 좋았다. 좋아하면서도 두근대거나 설레이기
보다는 딱 오랜 친구를 만난 그 느낌. 그토록 편안한 그가 좋았고, 같이 있으면 즐거웠다. 그도 그랬다.
"진아 니랑 있으면, 진짜 되게 오래 알고 지낸 친구랑 노는 거 같아서 좋아. 편해"
"새삼스럽게 뭐 그런 소리를 하냐…쌩뚱맞게"
"넌 안 그래? 막 나랑 있으면 가슴 설레이고 두근두근하고 막 그러냐?"
"미친 놈아! 뭐 나도 너랑 있으면 편안하고 그렇긴 해"
물론 한편으로는 그만큼 내가 여자로 안 보이나?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랬다면 내가 오히려 더 부담
스러워서 싫었을지도 모른다. 우린 어느 틈엔가 항상 같이 다녔고, 밥도 같이 먹고, 그 다음 학기부터는
수업도 같이 들었고 그제서야 난 주변 애들이 우리를 CC로 생각하는 것을 깨달았다.
"진아 너는 남친 있는데 무슨 소개팅이야"
"어? 뭔 남친?"
"얘 봐, 니 남친 민준이!"
"뭐? 민준이?"
"얘 정색하는거 봐;; 대박. 너 그럼 민준이랑 사귀는거 아니야?"
"뭔 소리야"
"대박! 정말 아니야?"
…과의 동기들은 전부 우리가 사귀는 사인 줄 알았단다. 맨날 밥도 둘이서 먹으러 다니고, 시험공부도
곧잘 같이 하고, 같이 다니고, 심지어 민준이가 언제 요새 과 다른 애들이랑 노는거 봤냐고, 맨날 너랑만
노는거 모르냐며 나보고 눈치가 둔하다고 했다.
'정말 그런가'
생각해보면 그랬다. 과 특성상 왠지 드세고 세련되고 어울리기 어려운 애들 뿐이라 난 항상 혼자 다녔
지만 민준이는 과 일에 발 벗고 참여 한번 안 적 없으면서도 항상 이슈의 중심이었다. 그런 애가 다른 과
동기들과도 놀지 않고 맨날 나랑만 같이 다니다니.
편하다고 편하다고 입 버릇처럼 말했지만, 그저 나보고 편하라고 다가왔던 것은 아닐까. 민준이가 나를
좋아하는건 아닐까.
'하지만'
그렀다면 왜 고백을 안 하는데? 고백 미적대고 그럴 스타일도 아닐 거 같은데. 정말 민준이가 나를 좋아
하나? 혼자 김치국 마시는거겠지? 정말 좋아하는거면 어쩌지. 생각이 많아졌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그냥"
"야 너 어디 아프냐?"
"안 아파…"
"너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
"내 목소리가 뭐"
"어디 아픈 사람 목소리니까 그러지"
"니가 무슨 상관인데"
"뭐?"
"니가 무슨 상관이냐구. 내가 아프던 말던"
"너 진짜 무슨 일 있냐? 갑자기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했냐?"
"아냐, 됐어…"
무슨 짜증을 내고 있는거지 나. 왜? 민준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런데 이상하게 속이 상했다. 괜히 민준
이랑 어울리다가 사귀는거 아니냐고 소문 나서? 아니? 좋잖아. 왜? 그럼, 그냥 내 주변에 있는게 싫어서?
생각해보면 그래. 왜. 내가 여자로서 좋은 것도 아닌데 왜 맨날 내 곁에 있는거지. 내가 여자처럼 느껴
지는 것도 아니면. 그냥 동정인가? 내가 왕따처럼 보여서, 동정하는 마음에?
'… …'
왠지 그런 생각을 하자 엄청나게 속이 상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런데 그렇게 생각
하니 민준이의 생각이 궁금했다.
"야 한민준"
"어? 어. 왜?"
"너 나 좋아하냐?"
"뭐?"
"너 나 좋아하냐구"
"왜 대뜸 그런 걸 묻는데. 민망하게스리"
"왜 말을 못해. 너 정말 나 좋아하냐?"
"참나. 아 친군데 그럼 싫어하겠냐? 그리고 뭘 그리 따지듯이 물어"
"그냥 친구?"
순간 실언을 했다 싶었다. 그럼 무슨 대답을 하란 말이야. 그냥 친구가 아니면 뭐. 난 입을 꼬매버리고
싶었다. 아 황진아 이 미친 년아, 어후. 전화기 저 편에서 한참 후에 대답이 돌아왔다.
"그랬구나. 너 나 좋아했구나"
민준이의 말에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전화기 저 편에서 민준의 웃는 얼굴이 보이는 듯 했다. 엄청
민망하게 부끄러웠다.
"너 꼬추 안 달렸지? 여자 맞지? 그럼 나 너 좋아하는거 맞아"
민준의 그 말에 나는 더 대꾸를 할 수 없었다. 그저 바보처럼 듣기만 했다.
"야 그럼 니 주변에서 그렇게 내가 빙빙 도는데 설마 그럼 너를 싫어해서 그랬겠냐? 너랑은 잘 맞기도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으니까 그랬지. 뭘 당연한 걸 묻고 그래. 아 근데 너도 진짜 디게 웃기다.
무슨 고백을 이렇게 하게 만드냐? 대뜸 전화로. 아 진짜 완전 상남자야. 여자도 아니라니깐"
민망했지만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저 이유없이 눈물이 방울방울 솟아오를 뿐.
"너 정말 나 좋아해?"
"그래 좋아한다. 오늘부터 우리 1일?"
난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미친 놈" 하며 웃었다. 그래, 사실 나도 민준이를 정말 좋아했다. 그렇지만 왠지
다가가면 꼭 도망칠 것만 같아서 다가가지 못했을 뿐이었다.
"진아야, 지금 어디냐? 커피 한잔 할까? 나 이학관 건물이야"
"…알았어. 학교 앞에 커피빈에서 봐"
"어"
전화를 끊은 난 기쁨의 웃음을 지었다. 울다가 웃으면 큰일난다는데. 사실 상관없다. 나 사실 솔직히
이미 좀 났거든. 아빠 닮아서 털 많은 딸이다.
그리고 문득 민준이가 방금 내 생각을 들었다면 데굴데굴 구르면서 "넌 진짜 남자다" 하면서 까무러치게
웃었을거라고 생각하니 부끄러우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나도 이런 바보같은 내가 좋다. 민준이도 좋고.
그리 멋진 외모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내가 그리 예쁜 애가 아니니까. 첫 눈에 반했다.
하지만 여중 여고 출신에 한번도 남자와 사귀어 본 적 없는 쑥맥이었던 난 선뜻 다가가지 못했고 항상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 아이는 말재주도 좋았다.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고 같은 과의 다른 여자애
들도 종종 수근거리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대체로 호평이었다. 괜히 흐뭇했다. 뭐 그랬다. 정말
그 뿐이었다.
그렇게 중간고사 시즌이 되도록 제대로 말 한마디 붙여본 적 없던 어느 날, 걔가 다가왔다.
"야, 황진아!"
누가 부르나 했다. 돌아보니 그였다. 한민준이었다.
"밥 혼자 먹냐?"
"어? 어…"
부끄러웠다. 무슨 왕따라도 된 기분이었다.
"무슨 여자애가 학식을 혼자 먹냐?"
스스럼없이 웃는 그 얼굴은 매력적이었지만, 문득 그의 웃음이 나를 비웃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무어라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 찰나 그가 내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기달려. 나도 학식 받아올께. 같이 먹자. 나도 혼자 먹기 싫었던 참이야"
그리더니 그는 비척비척 저쪽으로 가서 식판을 들었다. 줄을 기다리는 그의 뒷모습은 참 간지가 났다.
별로 큰 키는 아니었지만 슬림하면서도 길쭉길쭉한 라인과 왠지 장난스러워보이는 뒷태가 귀여웠다.
"너 진짜 디게 특이하다. 오후에 수업도 없는데 배고파서 혼자 밥 먹으러 갔다고? 너 여자 맞냐?"
"아 그럴 수도 있지! 배고프면!"
"너 존나 남자같다. 마음에 드는데? 딱 내 꽈야"
사실 나와 인사 한번 제대로 한 적 없는 사이인데 그는 무슨 몇 년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친근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그가 편했다. 가슴이 두근거려야 정상이겠지만, 편했다. 그래서
더 좋아졌다.
"뭔 소리야"
"번호 줘봐"
"…뭐하게"
"뭐하긴. 번호 따는거지"
"공일공에…"
민준이는 내 번호를 받아간 이후 나에게 곧잘 연락을 했다. 영화도 보자고 했고, 시험공부도 같이 하고,
우린 정말로 급속도로 친해졌다. 사실 나는 마냥 편한 그가 좋았다. 좋아하면서도 두근대거나 설레이기
보다는 딱 오랜 친구를 만난 그 느낌. 그토록 편안한 그가 좋았고, 같이 있으면 즐거웠다. 그도 그랬다.
"진아 니랑 있으면, 진짜 되게 오래 알고 지낸 친구랑 노는 거 같아서 좋아. 편해"
"새삼스럽게 뭐 그런 소리를 하냐…쌩뚱맞게"
"넌 안 그래? 막 나랑 있으면 가슴 설레이고 두근두근하고 막 그러냐?"
"미친 놈아! 뭐 나도 너랑 있으면 편안하고 그렇긴 해"
물론 한편으로는 그만큼 내가 여자로 안 보이나?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랬다면 내가 오히려 더 부담
스러워서 싫었을지도 모른다. 우린 어느 틈엔가 항상 같이 다녔고, 밥도 같이 먹고, 그 다음 학기부터는
수업도 같이 들었고 그제서야 난 주변 애들이 우리를 CC로 생각하는 것을 깨달았다.
"진아 너는 남친 있는데 무슨 소개팅이야"
"어? 뭔 남친?"
"얘 봐, 니 남친 민준이!"
"뭐? 민준이?"
"얘 정색하는거 봐;; 대박. 너 그럼 민준이랑 사귀는거 아니야?"
"뭔 소리야"
"대박! 정말 아니야?"
…과의 동기들은 전부 우리가 사귀는 사인 줄 알았단다. 맨날 밥도 둘이서 먹으러 다니고, 시험공부도
곧잘 같이 하고, 같이 다니고, 심지어 민준이가 언제 요새 과 다른 애들이랑 노는거 봤냐고, 맨날 너랑만
노는거 모르냐며 나보고 눈치가 둔하다고 했다.
'정말 그런가'
생각해보면 그랬다. 과 특성상 왠지 드세고 세련되고 어울리기 어려운 애들 뿐이라 난 항상 혼자 다녔
지만 민준이는 과 일에 발 벗고 참여 한번 안 적 없으면서도 항상 이슈의 중심이었다. 그런 애가 다른 과
동기들과도 놀지 않고 맨날 나랑만 같이 다니다니.
편하다고 편하다고 입 버릇처럼 말했지만, 그저 나보고 편하라고 다가왔던 것은 아닐까. 민준이가 나를
좋아하는건 아닐까.
'하지만'
그렀다면 왜 고백을 안 하는데? 고백 미적대고 그럴 스타일도 아닐 거 같은데. 정말 민준이가 나를 좋아
하나? 혼자 김치국 마시는거겠지? 정말 좋아하는거면 어쩌지. 생각이 많아졌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그냥"
"야 너 어디 아프냐?"
"안 아파…"
"너 근데 목소리가 왜 그래?"
"내 목소리가 뭐"
"어디 아픈 사람 목소리니까 그러지"
"니가 무슨 상관인데"
"뭐?"
"니가 무슨 상관이냐구. 내가 아프던 말던"
"너 진짜 무슨 일 있냐? 갑자기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했냐?"
"아냐, 됐어…"
무슨 짜증을 내고 있는거지 나. 왜? 민준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런데 이상하게 속이 상했다. 괜히 민준
이랑 어울리다가 사귀는거 아니냐고 소문 나서? 아니? 좋잖아. 왜? 그럼, 그냥 내 주변에 있는게 싫어서?
생각해보면 그래. 왜. 내가 여자로서 좋은 것도 아닌데 왜 맨날 내 곁에 있는거지. 내가 여자처럼 느껴
지는 것도 아니면. 그냥 동정인가? 내가 왕따처럼 보여서, 동정하는 마음에?
'… …'
왠지 그런 생각을 하자 엄청나게 속이 상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런데 그렇게 생각
하니 민준이의 생각이 궁금했다.
"야 한민준"
"어? 어. 왜?"
"너 나 좋아하냐?"
"뭐?"
"너 나 좋아하냐구"
"왜 대뜸 그런 걸 묻는데. 민망하게스리"
"왜 말을 못해. 너 정말 나 좋아하냐?"
"참나. 아 친군데 그럼 싫어하겠냐? 그리고 뭘 그리 따지듯이 물어"
"그냥 친구?"
순간 실언을 했다 싶었다. 그럼 무슨 대답을 하란 말이야. 그냥 친구가 아니면 뭐. 난 입을 꼬매버리고
싶었다. 아 황진아 이 미친 년아, 어후. 전화기 저 편에서 한참 후에 대답이 돌아왔다.
"그랬구나. 너 나 좋아했구나"
민준이의 말에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전화기 저 편에서 민준의 웃는 얼굴이 보이는 듯 했다. 엄청
민망하게 부끄러웠다.
"너 꼬추 안 달렸지? 여자 맞지? 그럼 나 너 좋아하는거 맞아"
민준의 그 말에 나는 더 대꾸를 할 수 없었다. 그저 바보처럼 듣기만 했다.
"야 그럼 니 주변에서 그렇게 내가 빙빙 도는데 설마 그럼 너를 싫어해서 그랬겠냐? 너랑은 잘 맞기도
하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으니까 그랬지. 뭘 당연한 걸 묻고 그래. 아 근데 너도 진짜 디게 웃기다.
무슨 고백을 이렇게 하게 만드냐? 대뜸 전화로. 아 진짜 완전 상남자야. 여자도 아니라니깐"
민망했지만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저 이유없이 눈물이 방울방울 솟아오를 뿐.
"너 정말 나 좋아해?"
"그래 좋아한다. 오늘부터 우리 1일?"
난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미친 놈" 하며 웃었다. 그래, 사실 나도 민준이를 정말 좋아했다. 그렇지만 왠지
다가가면 꼭 도망칠 것만 같아서 다가가지 못했을 뿐이었다.
"진아야, 지금 어디냐? 커피 한잔 할까? 나 이학관 건물이야"
"…알았어. 학교 앞에 커피빈에서 봐"
"어"
전화를 끊은 난 기쁨의 웃음을 지었다. 울다가 웃으면 큰일난다는데. 사실 상관없다. 나 사실 솔직히
이미 좀 났거든. 아빠 닮아서 털 많은 딸이다.
그리고 문득 민준이가 방금 내 생각을 들었다면 데굴데굴 구르면서 "넌 진짜 남자다" 하면서 까무러치게
웃었을거라고 생각하니 부끄러우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나도 이런 바보같은 내가 좋다. 민준이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