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하객 여러분은 따스한 축하와 박수로 오늘의 주인공을 환영해주시면 감사하
겠습니다. 신부, 입장!"
두근대는 마음, 그리고 저 뒤에서 드디어 은영이 그녀의 큰 아버지과 함께 걸어나온다. 재영의 아이디어
대로 WWE 스타일로 화려한 음악과 함께 신랑인 내가 재미있게 입장했다면, 신부 입장에서는 아주 고전
적인 스타일로 편곡한 결혼행진곡을 재영이 직접 연주했다.
하객 사이사이에서 예쁘다는 말과 함께 수근대는 소리가 들리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사
회를 맡은 진우가 "신랑, 입 찢어지겠어요, 입 좀 오므려요" 하고 너스레를 떨자 하객들이 웃었고 은영도
긴장을 조금 풀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미소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대학생 시절부터 사귀었으니, 어
느덧 8년이나 된 그간의 연애가 마치 죽을 때 본다는 주마등처럼 눈 앞에 선하게 사라락 펼쳐지기 시작
했다.
휴가 시즌를 맞이하야 렌트한 자동차를 타고, 은영과 재영네 커플과 함께 넷이서 떠난 여행. 신나는 여름
음악 들으며 선선한 바람과 함께 해안도로 달려 바닷가가 저 멀리 보이는 펜션에 도착, 짐 풀자마자 청춘
영화의 한 장면마냥 신나게 백사장 달려 바닷물에 풍덩! 하고 신나게 놀고 그 날 밤엔 지글지글 고기에
맛나는 조개구이로 배 채우고 구석구석 씻고 또 씻은 다음 드디어 둘만의 방에서 은영을 품에 안은 기억…
간경화 말기였던 은영의 아버지가 드디어 시한부 판정을 받자 앞으로 어떡하냐며 내 앞에서 한없이 울던
그녀의 모습. 그리고 결국 반년 후 그 분이 돌아가시고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다는 그녀를 부둥켜 안고
아버지만큼은 못하겠지만 그만큼 열심히 너한테 잘하겠다고 맹세한 기억…
IT기업 다니는 애가 한식 조리사 자격증은 따서 도대체 뭐하겠냐는 말에 "너 맛있는거 해주려고 그런다"
하면서 주말마다 그녀의 자취방 안에 기름냄새 작렬시키던 은영. 비록 떨어졌지만 한동안 그녀가 만들어
주던 도시락…
사소한 오해가 쌓이고 쌓여 급기야 내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고, 그러자 코웃음을 치면서 하나하나 조곤
조곤 문자 메세지까지 다 까보여주면서 내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완벽하게 해명하고는 오히려 "그럼 넌?"
하는 말에 깐 내 휴대폰이야말로 오해의 복마전 수준의 메세지들이 쏟아져나와 한달 내내 싹싹 빌면서
설명하고 한동안 기도 못 펴며 살았던 웃기는 기억…
지독한 독감과 몸살에 정신 못 차릴 무렵, 그녀가 회사에 휴가를 내고 내 자취방에 와서 연 이틀을 간호해
준 덕분에 그 이튿날 열이 쑥 내리고 가뿐해진 몸으로 일어나니 밤새 내 간호를 하다가 내 이불 옆에서
지쳐 곤히 잠에 빠져든 그 안쓰러운 모습을 보며 그저 한없이 고마웠던 그 기억…
이직을 위해 몇 군데나 이력서를 냈지만 모두 서류 단계에서 탈락하고 우울한 얼굴로 "이럴 줄 알았으면
아빠 졸라서라도 그냥 4년제 갈 걸 그랬어. 갈 수 있었는데. 빨리 돈 벌어야되서 전문대를 간 건데…
돈이라도 부지런히 모으려고 한건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됐어" 하고 초라하게 읇조리던 그녀의 옆 모습.
크게 싸우고 헤어지기 직전까지 갔던 날, 겨우 화해하고 서로 미안하다며 끌어안고 자는데 문득 그녀가
잠에 빠져들기 직전 "너랑 진짜로 헤어진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무서웠어.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아빠 돌아가셨던 날 생각났어" 하고 솔직하게 그 마음을 털어놓던 순간의 애잔함.
세부에 도착한 첫 날, 무슨 천국 같다면서 그토록이나 좋아하고, 따뜻한 바닷물 속에서 노을을 바라보던
그녀가 문득 "나중에 다시 태어나도 너랑 한번은 다시 사귀어줄께. 너무 행복하다" 하고 뜬금없는 소릴
하길래 그 자리에서 내년 여름에 결혼하자며 청혼을 했던 나. 반지도 하나 준비 안 하고 청혼하냐면서
농담을 건낸 그녀가, 곧이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고 키스를 하던 순간의 기억까지.
"신랑 주현상 군은, 신부 이은영 양을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평생토록 사랑하겠습니까?"
벅차 올랐던 마음이 너무나도 진부한 멘트에 살짝 식었지만, 그래도 나는 크게 선언했다.
"네!! 평생토록 완전 사랑하겠습니다!"
내 큰 목소리에 하객들은 웃음을 빵 터트렸고, 다소곳하게 있던 은영까지도 다시 한번 웃음을 지었다.
주례를 맡아주신 고교 시절의 은사 최태현 선생님도 "진짜 사랑하나보네?" 하고 애드립을 치셨고, 하
객들은 다시 한번 크게 웃었다.
이윽고 반복된 질문에 은영도 같이 "네" 하는 대답을 했고, 이어진 주례사에 나는 아직도 참 많이도
남은 결혼 순서를 떠올리며 피곤함을 느꼈지만…
이미 그 고단함을 잊은 채 나와 은영의 마음은 공항을 향해 달리는 웨딩카 속으로, 기분 좋은 날씨와
시원한 바람 속으로 훨훨 떠나고 있었다.
겠습니다. 신부, 입장!"
두근대는 마음, 그리고 저 뒤에서 드디어 은영이 그녀의 큰 아버지과 함께 걸어나온다. 재영의 아이디어
대로 WWE 스타일로 화려한 음악과 함께 신랑인 내가 재미있게 입장했다면, 신부 입장에서는 아주 고전
적인 스타일로 편곡한 결혼행진곡을 재영이 직접 연주했다.
하객 사이사이에서 예쁘다는 말과 함께 수근대는 소리가 들리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사
회를 맡은 진우가 "신랑, 입 찢어지겠어요, 입 좀 오므려요" 하고 너스레를 떨자 하객들이 웃었고 은영도
긴장을 조금 풀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미소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대학생 시절부터 사귀었으니, 어
느덧 8년이나 된 그간의 연애가 마치 죽을 때 본다는 주마등처럼 눈 앞에 선하게 사라락 펼쳐지기 시작
했다.
휴가 시즌를 맞이하야 렌트한 자동차를 타고, 은영과 재영네 커플과 함께 넷이서 떠난 여행. 신나는 여름
음악 들으며 선선한 바람과 함께 해안도로 달려 바닷가가 저 멀리 보이는 펜션에 도착, 짐 풀자마자 청춘
영화의 한 장면마냥 신나게 백사장 달려 바닷물에 풍덩! 하고 신나게 놀고 그 날 밤엔 지글지글 고기에
맛나는 조개구이로 배 채우고 구석구석 씻고 또 씻은 다음 드디어 둘만의 방에서 은영을 품에 안은 기억…
간경화 말기였던 은영의 아버지가 드디어 시한부 판정을 받자 앞으로 어떡하냐며 내 앞에서 한없이 울던
그녀의 모습. 그리고 결국 반년 후 그 분이 돌아가시고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다는 그녀를 부둥켜 안고
아버지만큼은 못하겠지만 그만큼 열심히 너한테 잘하겠다고 맹세한 기억…
IT기업 다니는 애가 한식 조리사 자격증은 따서 도대체 뭐하겠냐는 말에 "너 맛있는거 해주려고 그런다"
하면서 주말마다 그녀의 자취방 안에 기름냄새 작렬시키던 은영. 비록 떨어졌지만 한동안 그녀가 만들어
주던 도시락…
사소한 오해가 쌓이고 쌓여 급기야 내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고, 그러자 코웃음을 치면서 하나하나 조곤
조곤 문자 메세지까지 다 까보여주면서 내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완벽하게 해명하고는 오히려 "그럼 넌?"
하는 말에 깐 내 휴대폰이야말로 오해의 복마전 수준의 메세지들이 쏟아져나와 한달 내내 싹싹 빌면서
설명하고 한동안 기도 못 펴며 살았던 웃기는 기억…
지독한 독감과 몸살에 정신 못 차릴 무렵, 그녀가 회사에 휴가를 내고 내 자취방에 와서 연 이틀을 간호해
준 덕분에 그 이튿날 열이 쑥 내리고 가뿐해진 몸으로 일어나니 밤새 내 간호를 하다가 내 이불 옆에서
지쳐 곤히 잠에 빠져든 그 안쓰러운 모습을 보며 그저 한없이 고마웠던 그 기억…
이직을 위해 몇 군데나 이력서를 냈지만 모두 서류 단계에서 탈락하고 우울한 얼굴로 "이럴 줄 알았으면
아빠 졸라서라도 그냥 4년제 갈 걸 그랬어. 갈 수 있었는데. 빨리 돈 벌어야되서 전문대를 간 건데…
돈이라도 부지런히 모으려고 한건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됐어" 하고 초라하게 읇조리던 그녀의 옆 모습.
크게 싸우고 헤어지기 직전까지 갔던 날, 겨우 화해하고 서로 미안하다며 끌어안고 자는데 문득 그녀가
잠에 빠져들기 직전 "너랑 진짜로 헤어진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무서웠어. 다시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아빠 돌아가셨던 날 생각났어" 하고 솔직하게 그 마음을 털어놓던 순간의 애잔함.
세부에 도착한 첫 날, 무슨 천국 같다면서 그토록이나 좋아하고, 따뜻한 바닷물 속에서 노을을 바라보던
그녀가 문득 "나중에 다시 태어나도 너랑 한번은 다시 사귀어줄께. 너무 행복하다" 하고 뜬금없는 소릴
하길래 그 자리에서 내년 여름에 결혼하자며 청혼을 했던 나. 반지도 하나 준비 안 하고 청혼하냐면서
농담을 건낸 그녀가, 곧이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고 키스를 하던 순간의 기억까지.
"신랑 주현상 군은, 신부 이은영 양을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평생토록 사랑하겠습니까?"
벅차 올랐던 마음이 너무나도 진부한 멘트에 살짝 식었지만, 그래도 나는 크게 선언했다.
"네!! 평생토록 완전 사랑하겠습니다!"
내 큰 목소리에 하객들은 웃음을 빵 터트렸고, 다소곳하게 있던 은영까지도 다시 한번 웃음을 지었다.
주례를 맡아주신 고교 시절의 은사 최태현 선생님도 "진짜 사랑하나보네?" 하고 애드립을 치셨고, 하
객들은 다시 한번 크게 웃었다.
이윽고 반복된 질문에 은영도 같이 "네" 하는 대답을 했고, 이어진 주례사에 나는 아직도 참 많이도
남은 결혼 순서를 떠올리며 피곤함을 느꼈지만…
이미 그 고단함을 잊은 채 나와 은영의 마음은 공항을 향해 달리는 웨딩카 속으로, 기분 좋은 날씨와
시원한 바람 속으로 훨훨 떠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