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반. 내일 또 아침부터 미친듯이 쪼여댈 회사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쳐자야하는 시간에 나는
거의 1분 단위로 그녀가 나의 카톡 메세지를 확인했는지를 보고 있다.
'정말 미안하고, 이 메세지 확인하면 새벽이라도 연락 줘'
하는 참 없어보이는 메세지. 몇 십번을 한숨 푹푹 쉬면서 그 지랄을 하고 있노라니 자괴감마저 밀려온다.
씨발 그 까짓거, 이딴 좆같은 연애! 하고 쌍욕이 불같이 뱃 속에서 치받다가도 막상 이러고 헤어진다고
생각하면 미칠 듯한 초조함이 내 머리를 쥐어뜯게 만든다.
아오 씨발, 하여간에 참 으휴 씨발. 이게 그렇게 화 낼 일인가. 전날 새벽까지 일하고 돌아와 너무 피곤
하던 차에 오늘에야말로 오자마자 푹 자야지 하고 다짐하던 차, 집에 오자마자 발 씻고 자는데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의 전화가 걸려온다.
"나 짜증나 죽겠어, 아 진짜 미칠 것 같애. 이 회사 나 못 다닐 거 같아"
잠결에 비몽사몽하며 전화 받노라니 회사에서 산더미처럼 일을 받아와 미칠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데 그
사정이 너무 딱하면서도 나 역시 너무 피곤해서 적당히 응응 거리면서 대충 전화를 받았더니 귀신같이
알고 벌컥 화를 내면서 "내 전화 받기 싫어?" 하고 화를 낸다. 틀어졌구나, 하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 피곤
해서 적당히 둘러대고 끊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나 자는 사이 장문의 카톡 메세지가 13개가 와있다.
출근길에 확인하니 어 이게 내용이 심상찮다. 요즘 회사 일부터 뭐 하나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없다,
우울하고 힘든데 오빠도 요즘 뭔가 나한테 소홀한 것 같고 부터 시작해서 너무 힘들다, 회사고 연애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 난 요즘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자는거야 아니면 나 피하는거야?,
아무도 다 필요없어 이제 오빠도 안 볼래 당분간 연락하지마 등등등등.
평소답지 않은 메세지까지 보내오며 새벽 3시 48분까지 혼자만의 우울 속에 풍덩 빠졌음이 역력한 그
메세지들이 가득하다.
'아…'
새벽에 저 메세지에 어떤 식으로라도 대응했더라면 그나마 잘 수습됐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시간 나는
꿈조차 꾸지 않고 제대로 모자란 수면을 쭈우우욱 침대 속으로 빨려들어가며 쭉쭉 꿀같이 보충하고
있었단 말이지. 좆됐네, 하는 마음으로 일단 출근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전화를 한다.
두르르르르- 두르르르르르- 두르르르르르-
한 열 번은 통화대기음이 울렸는데도 받지 않는다. 아침부터 먹구름 낀 기분으로 일을 하다 점심시간
전화를 했지만 역시 받지 않는다. 똥 싸고 밑 안 닦은 기분으로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우울하고 제대로
좆된 기분으로 일을 하노라니 시간도 안 가고 피로도 2배에 퇴근할 시간이 되자 거의 무슨 몸살이 다
올 지경이다.
"힘들다…"
너만큼 나도 힘들다. 하는 수 없이 택시에 올라 집으로 향하는데 역시 이번에도 전화는 받지 않고 미
안하다, 내가 어제 너무 피곤해서 그랬다, 새벽까지 고생했네, 등등 나 역시 장문의 카톡 메세지를 또
보냈지만 역시 확인하지 않는다.
집에 도착해서 컵라면이나 하나 끓여먹고 잔다. 그러다 문득 놀라듯 깨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밤 11시. 몸은 어디서 두들겨 맞은 것처럼 무겁고 아프다. 열도 조금 있다. 카톡 메세지를 확인해보니
'오!'
확인했다. 물론 답장은 없다. 일단 전화를 해보았다. 한번은 안 받았지만 두 번째는 받는다. 극도로
우울한 목소리. 착 가라앉은 상태. 한숨을 길게 쉬며 묻는다.
"왜"
왜긴 왜야, 여자친구니까 걸었지.
"왜는. 힘들지?"
하지만 내 말에 한참을 대답이 없던 그녀는 겨우 대답한다.
"어. 힘들어…"
아, 이런 판에 무슨 말을 해야 돼. 나 싫어하는 백만명 앞에서 억지로 그들을 웃겨야 하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내가 뭐 도와줄까?"
"됐어. 도와줄 것 없어. 어차피 오빠가 도와줄 수도 없는 일이야"
으음.
"저녁은 먹었어?"
오밤 중에 묻기도 거시기한 질문이지만 그녀는 잠깐 대답이 없더니 "됐어, 할 말 없으면 그냥 끊어"
하고 차갑게 받는다. 무어라 할 말을 찾노라니 먼저 그녀가 말한다.
"요즘 나 그냥 왜 사나 싶어. 다 짜증나. 회사도 일도 사람도 다 싫어"
음… 그 기분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항상 이런 극도의 우울을 온 몸으로 받아내자니 내 몸이 먼저
부서질 것 같다. 가뜩이나 오늘은 몸살기운도 있는데. 하지만 전화도 안 되는 것보단 낫다.
"그래 힘들지…얼마나 힘들겠어. 맨날 일도 고되고…"
그래도 이런 흐름이면 나쁘지 않다. 이대로 두 시간쯤 우울함과 짜증을 받아주면서 마음 속의 짜증을
다 풀어내고 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오빠도 싫어. 솔직히 다 관두고 싶어. 나 요즘 집에서 선보래. 이제 그럴 나이고, 좋은 자리래"
정말로 할 말이 사라진다. 아득해진다. 이번에는 내가 우울하고 내가 나 스스로를 딱하다며 위로해
주고 싶다. 하지만 난 강한 사람이다. 그래, 난 강한 사람이야.
"흐… 부모님들 걱정하시지…"
억지로 태연함을 가장한다. 씁쓸함이 목구멍에서 느껴진다. 그래, 나같은 새끼를 너희 부모님이라고
좋아하시겠니.
"나도 이제 일 같은거 관두고 편하게 살고 싶어. 다은이처럼 결혼해서 쉬고 싶어. 아니 그냥 일해도
좋으니까 여튼 뭔가 탈출구를 찾고 싶어"
우울하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당장은 채워줄 수 없는 그것. 한없이 자괴감이 든다.
"하아, 나 일해야 돼. 끊어"
"도와줄께"
"뭘 도와줘. 할 줄도 모르는데. 됐어, 자"
"그래, 알았어. 얼른 마치고 자"
전화를 그렇게 끊으며 난 한숨을 쉬었다. "힘들다" 나도 모르게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하필
이 개좆같은 폰은 딱 그 타이밍에 전화가 안 끊어지고 버벅이다 나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그녀에게
전달되고 말았다.
온 몸의 털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면서 제발 못 들었어라, 너도 휴대폰 내려놓는 상황이라 제발제발
못 들었어라 빌었지만 30분 뒤 카톡 메세지가 날아온다.
[ 그렇게 힘들면 우리 관두자 ]
아 씨발. 아 씹발! 그 순간 왜 그리 많은 앱을 실행 중이었던가, 왜 그 좆같은 게임 앱은 그다지도 쳐
무거워서 내 좆같은 폰을 좆같이 무겁게 만들어 좆같이 버벅이고 좆같이 그 타이밍에 지랄을 쳐떨다
좆같은 사태를 좆같이도 유발했느냔 말이다. 레알 개좆이다.
목소리 가다듬고 다시 전화를 했다. 하지만 받지 않는다. 한 통 더했지만 받지 않는다. 다시 한번
걸었지만 통화받기를 거부했는지 바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뜬다. 후우. 카톡으로라도
미안하다고 메세지를 보냈지만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
'옘병'
너한테 힘든게 아니야… 그냥 이런 상황 자체가 힘들고, 왜 너네 회사는 그렇게 힘든가, 왜 나는 그
타이밍에 그런 힘들다 소리를 쳐했는가, 왜 나의 빌어먹을 휴대폰은 나를 엿먹였는가, 왜 나는 돈이
없는가, 왜 나는…
몸은 다시 으실으실 아파오고 내일은 겨우 수요일. 너무나도 힘들고 머나면 안식으로의 길에 나는
그렇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거의 1분 단위로 그녀가 나의 카톡 메세지를 확인했는지를 보고 있다.
'정말 미안하고, 이 메세지 확인하면 새벽이라도 연락 줘'
하는 참 없어보이는 메세지. 몇 십번을 한숨 푹푹 쉬면서 그 지랄을 하고 있노라니 자괴감마저 밀려온다.
씨발 그 까짓거, 이딴 좆같은 연애! 하고 쌍욕이 불같이 뱃 속에서 치받다가도 막상 이러고 헤어진다고
생각하면 미칠 듯한 초조함이 내 머리를 쥐어뜯게 만든다.
아오 씨발, 하여간에 참 으휴 씨발. 이게 그렇게 화 낼 일인가. 전날 새벽까지 일하고 돌아와 너무 피곤
하던 차에 오늘에야말로 오자마자 푹 자야지 하고 다짐하던 차, 집에 오자마자 발 씻고 자는데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의 전화가 걸려온다.
"나 짜증나 죽겠어, 아 진짜 미칠 것 같애. 이 회사 나 못 다닐 거 같아"
잠결에 비몽사몽하며 전화 받노라니 회사에서 산더미처럼 일을 받아와 미칠 것 같다고 하소연하는데 그
사정이 너무 딱하면서도 나 역시 너무 피곤해서 적당히 응응 거리면서 대충 전화를 받았더니 귀신같이
알고 벌컥 화를 내면서 "내 전화 받기 싫어?" 하고 화를 낸다. 틀어졌구나, 하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 피곤
해서 적당히 둘러대고 끊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나 자는 사이 장문의 카톡 메세지가 13개가 와있다.
출근길에 확인하니 어 이게 내용이 심상찮다. 요즘 회사 일부터 뭐 하나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없다,
우울하고 힘든데 오빠도 요즘 뭔가 나한테 소홀한 것 같고 부터 시작해서 너무 힘들다, 회사고 연애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 난 요즘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자는거야 아니면 나 피하는거야?,
아무도 다 필요없어 이제 오빠도 안 볼래 당분간 연락하지마 등등등등.
평소답지 않은 메세지까지 보내오며 새벽 3시 48분까지 혼자만의 우울 속에 풍덩 빠졌음이 역력한 그
메세지들이 가득하다.
'아…'
새벽에 저 메세지에 어떤 식으로라도 대응했더라면 그나마 잘 수습됐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시간 나는
꿈조차 꾸지 않고 제대로 모자란 수면을 쭈우우욱 침대 속으로 빨려들어가며 쭉쭉 꿀같이 보충하고
있었단 말이지. 좆됐네, 하는 마음으로 일단 출근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전화를 한다.
두르르르르- 두르르르르르- 두르르르르르-
한 열 번은 통화대기음이 울렸는데도 받지 않는다. 아침부터 먹구름 낀 기분으로 일을 하다 점심시간
전화를 했지만 역시 받지 않는다. 똥 싸고 밑 안 닦은 기분으로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우울하고 제대로
좆된 기분으로 일을 하노라니 시간도 안 가고 피로도 2배에 퇴근할 시간이 되자 거의 무슨 몸살이 다
올 지경이다.
"힘들다…"
너만큼 나도 힘들다. 하는 수 없이 택시에 올라 집으로 향하는데 역시 이번에도 전화는 받지 않고 미
안하다, 내가 어제 너무 피곤해서 그랬다, 새벽까지 고생했네, 등등 나 역시 장문의 카톡 메세지를 또
보냈지만 역시 확인하지 않는다.
집에 도착해서 컵라면이나 하나 끓여먹고 잔다. 그러다 문득 놀라듯 깨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밤 11시. 몸은 어디서 두들겨 맞은 것처럼 무겁고 아프다. 열도 조금 있다. 카톡 메세지를 확인해보니
'오!'
확인했다. 물론 답장은 없다. 일단 전화를 해보았다. 한번은 안 받았지만 두 번째는 받는다. 극도로
우울한 목소리. 착 가라앉은 상태. 한숨을 길게 쉬며 묻는다.
"왜"
왜긴 왜야, 여자친구니까 걸었지.
"왜는. 힘들지?"
하지만 내 말에 한참을 대답이 없던 그녀는 겨우 대답한다.
"어. 힘들어…"
아, 이런 판에 무슨 말을 해야 돼. 나 싫어하는 백만명 앞에서 억지로 그들을 웃겨야 하는 상황이나
다름없다.
"내가 뭐 도와줄까?"
"됐어. 도와줄 것 없어. 어차피 오빠가 도와줄 수도 없는 일이야"
으음.
"저녁은 먹었어?"
오밤 중에 묻기도 거시기한 질문이지만 그녀는 잠깐 대답이 없더니 "됐어, 할 말 없으면 그냥 끊어"
하고 차갑게 받는다. 무어라 할 말을 찾노라니 먼저 그녀가 말한다.
"요즘 나 그냥 왜 사나 싶어. 다 짜증나. 회사도 일도 사람도 다 싫어"
음… 그 기분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항상 이런 극도의 우울을 온 몸으로 받아내자니 내 몸이 먼저
부서질 것 같다. 가뜩이나 오늘은 몸살기운도 있는데. 하지만 전화도 안 되는 것보단 낫다.
"그래 힘들지…얼마나 힘들겠어. 맨날 일도 고되고…"
그래도 이런 흐름이면 나쁘지 않다. 이대로 두 시간쯤 우울함과 짜증을 받아주면서 마음 속의 짜증을
다 풀어내고 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오빠도 싫어. 솔직히 다 관두고 싶어. 나 요즘 집에서 선보래. 이제 그럴 나이고, 좋은 자리래"
정말로 할 말이 사라진다. 아득해진다. 이번에는 내가 우울하고 내가 나 스스로를 딱하다며 위로해
주고 싶다. 하지만 난 강한 사람이다. 그래, 난 강한 사람이야.
"흐… 부모님들 걱정하시지…"
억지로 태연함을 가장한다. 씁쓸함이 목구멍에서 느껴진다. 그래, 나같은 새끼를 너희 부모님이라고
좋아하시겠니.
"나도 이제 일 같은거 관두고 편하게 살고 싶어. 다은이처럼 결혼해서 쉬고 싶어. 아니 그냥 일해도
좋으니까 여튼 뭔가 탈출구를 찾고 싶어"
우울하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당장은 채워줄 수 없는 그것. 한없이 자괴감이 든다.
"하아, 나 일해야 돼. 끊어"
"도와줄께"
"뭘 도와줘. 할 줄도 모르는데. 됐어, 자"
"그래, 알았어. 얼른 마치고 자"
전화를 그렇게 끊으며 난 한숨을 쉬었다. "힘들다" 나도 모르게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하필
이 개좆같은 폰은 딱 그 타이밍에 전화가 안 끊어지고 버벅이다 나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그녀에게
전달되고 말았다.
온 몸의 털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면서 제발 못 들었어라, 너도 휴대폰 내려놓는 상황이라 제발제발
못 들었어라 빌었지만 30분 뒤 카톡 메세지가 날아온다.
[ 그렇게 힘들면 우리 관두자 ]
아 씨발. 아 씹발! 그 순간 왜 그리 많은 앱을 실행 중이었던가, 왜 그 좆같은 게임 앱은 그다지도 쳐
무거워서 내 좆같은 폰을 좆같이 무겁게 만들어 좆같이 버벅이고 좆같이 그 타이밍에 지랄을 쳐떨다
좆같은 사태를 좆같이도 유발했느냔 말이다. 레알 개좆이다.
목소리 가다듬고 다시 전화를 했다. 하지만 받지 않는다. 한 통 더했지만 받지 않는다. 다시 한번
걸었지만 통화받기를 거부했는지 바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메세지가 뜬다. 후우. 카톡으로라도
미안하다고 메세지를 보냈지만 확인조차 하지 않는다.
'옘병'
너한테 힘든게 아니야… 그냥 이런 상황 자체가 힘들고, 왜 너네 회사는 그렇게 힘든가, 왜 나는 그
타이밍에 그런 힘들다 소리를 쳐했는가, 왜 나의 빌어먹을 휴대폰은 나를 엿먹였는가, 왜 나는 돈이
없는가, 왜 나는…
몸은 다시 으실으실 아파오고 내일은 겨우 수요일. 너무나도 힘들고 머나면 안식으로의 길에 나는
그렇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