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씨는 그대로 돌아가면 그만이겠죠"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나는 말했다. "며칠 아프겠지만 언제나처럼 바쁜 일상 속에서 조금씩 무뎌질테고 그렇게 회복되고 나면, 그러면 다시 좋은 남자 만날테고… 저 같은건… 별로 좋은 기억조차 없이 잊혀지겠죠" 북받쳐오르는 울음을 간신히 가리앉히며 말을 이어나간다.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 좀 더 잘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렇게 못했어요. 미안해요. 너무…...
View Article무리한도전 '클린 식스맨을 찾아라'
2015년, M본부 예능 프로그램 '무리한도전'은 음주운전 문제로 하차한 멤버 도홍철을 대신할 새로운 예능인재를 찾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수많은 후보군이 떠올랐고 그 결과 개그맨 장봉민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으나… 몇 년 전, 인터넷 방송에서의 문제 발언들이 새삼 이슈화 되었다. 여성 비하 발언 및 함께 방송을 진행한 동료들의 패드립 등이 문제가 된...
View Article봄
봄. 봄이 왔다. 나무질 하다 퍼질러 누워 있으려니 흙냄새가 코 끝을 스치며 희매한 꽃냄시가 알싸허니 기분이 그럴싸하다. 하기사 평소 같으면 콧망울이 얼얼한 것이 다 뭐냐, 얼음장 같아 이래 누워있지도 못할 차에 이만큼이나 노곤히도 잠이 오는 것을 보아하니 필시 봄이 오기는 온 것이다. "봄이 오면 뭣햐…" 허나 이 육신이 편하고 기분이 그럴싸 한 것과는...
View Article돌연변이
대성이 형은 원래부터 사람이 조금 실없는 타입이랄까, 흰 소리를 곧잘 하는 양반으로 술이 조금 들어가면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해지는 편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흐름만 조금 잘 타면 꽤 흥미로운 헛소리도 내뱉는데 바로 당시의 이야기가 특히 그랬다. 각각 소주 이병씩을 비웠던가, 대략 알딸딸한 기분이 본 궤도에 오르던 그 시점 말이다. "너 그거 아냐?...
View Article박스맨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혼자 작은 방 책상 위 모니터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중년의 남자. 한참을 빨다 지릿한 텁텀함을 느끼곤 뒤늦게 전자담배 액상을 교체한 그는 여전히 겨우 두 문장 적어놓은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푸후…" 길게 연기를 내뿜은 그는 쯧 혀를 차더니 다시 모니터를 껐다. 그리고는 노곤한 얼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View Article아빠의 지그
벌써 근 10년은 족히 된 이야기지만 갑자기 생각나서. 저녁에 한참 놀다 집에 들어가자, 아버지가 휴대용 MP3 플레이어를 들으면서 거실에 앉아 계시다가 나를 보고 무언가 생각났다듯 다가오셨다. "이거 노래 듣는거, 찌그 좀 지워줘" 원래 가끔 밑도 끝도 없는 퀘스트를 종종 던지시는 아버지지만, 이번에야말로 의뢰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찌그가 뭘까....
View Article"어휴, 너는 도대체 저 책들 뭐해다 써먹을거냐. 확 그냥 다…"
청소기를 돌리던 엄마는 거실방 가득 쌓인 '생각보다 짧은 시간' 책의 재고들이 가득 담긴 박스를 보며 오늘도 울화통을 터뜨리신다. 아주 산처럼 쌓인 박스더미에 숨이 다 막힐 노릇이다. "너 이거 어떻게든 좀 해봐. 어디 나가서 좀 팔아먹던지, 헌 책방에 가 팔아먹든지 아니면 엄마가 확 다 그냥 고물상에 키로 단위로다가 걍 엿 바꿔먹을테니까" 나는 침대에...
View Article미래를 향하여
2015년 11월 6일 : 스타일박스, 세븐일레븐 편의점 파트타임 알바로 이직. 2016년 9월 4일 : GE, 그래핀 첫 상용전지 시판 2017년 1월 7일 : 스타일박스, 산와머니에서 950만원 대출 2017년 4월 19일 : 구글-메이요 클리닉, 휴대폰 내 의료 진단센서를 통한 원격진료 서비스 개발을 위한 협업 선언 2018년 2월 3일 :...
View Article빗줄기
인자 슬슬 비가 안 오면 좀 곤란헌디, 하고 생각할 참부터 죽죽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벌써 닷새를 이어간다. 연 작년께도 그 재랄을 겪은 터라 깊게 미리 고랑을 패놓았더니만 금년에는 손 갈 일이 적어서 좋다. "허, 참" 허나 평생에 별 큰 재미 볼 일 없는 팔자에 할 짓이 없다는 것은 별스레 좋을 일은 아닌 것이다. 아침부터 해 저물고 달 뜨도록 지미럴...
View Article김불출의 인생
어릴 적부터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아이로 자라난 김불출 군. 평생 어디 크게 사고친 적 없고 그 흔한 가출 한번 한 적 없는 착한 아이.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하고, 하라는 것은 열심히 하는 그는 부모님 말씀 따라 중고교 시절에는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합니다. 뭐, 하긴 외모가 그리 잘난 편이 아니라서 한눈을 팔고 싶어도 팔기 어려웠겠지만...
View Article회식
가기는 싫어도 막상 가서 먹다보면 또 은근히 재미있는 것이 회식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회식이 즐거울만큼 나이를 먹었는지도 모르고. "어 맛있겠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터져나오는 한 마디에 앞자리의 연희씨도 픽 웃는다.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묘하게 좋다. "많이 드세요" 삼겹살 한 줄을 더 올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네" 하고...
View Article최주평 전
주평은 동무인 양의 집에 들렀으나 그저 아우인 균만을 만났을 따름이다 나오는 길에 마침 근래 세간에 명성이 자자한 유 모와 그의 두 아우를 조우하였으되 아쉽게도 그에게서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였다 최주평 전 "어떠하였는가" 광원과 공위는 자못 궁금해하며 유비의 됨됨이를 물었다. 주평은 예양 그의 짧은 수염을 매만지다 뒤늦게 운을 떼었다. "아직...
View Article조카몬이 온다
전시비상준비태세로 들어간 나는 김순옥 대추석결전사령관의 "은희네랑 경욱이네랑 같이 왔단다. 지금 요 앞이래" 전언과 함께 데프콘2를 즉각 발령했으며 현관문이 열리는 즉시 데프콘1으로의 격상을 준비했다. "무운을 비네" 나는 현관 신발장에 세워놓은 알리제 아이언맨 모조 피규어와 거실 TV 위의 가면라이더 89 소프트 수지 피규어에게 마음 속으로 그 말을...
View Article전혀 특별하지 않은
대훈은 전화박스에서 힘없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끝났다. "… …" 무언가 한 마디, 크게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목이 잠기었다. 침을 꼴깍 삼켰다. 그리고 떨리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이 떨려오고, 멍했던 가슴이 아파온다. 눈물이 터져나오고, 억울함과 서러움이 몰려왔다. 미친듯이 복받히는 울음을 아랫입술을...
View Article청춘자원 관리법
자, 재미나는 상상 하나 해보자. 퇴근길, 길거리의 수많은 선남 선녀… 그 중에 얼마는 데이트를 하러 기쁜 마음으로 데이트 장소로 향하는 것이겠지만, 기실 대부분은 그저 집으로 향하는 것일게다. 설령 연인이 있더라도 매일 데이트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물론 결혼을 했다거나 동거를 하는 중이라면 배우자가, 연인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나마도 아닌...
View Article"연애가 별거냐?"
신욱의 말에 답답하다는 듯 종현은 젓가락을 들고 오뎅탕 그릇을 탁탁 쳤다. "어차피 툭 까놓고 말해서 데이트 하면서 맛있는거 먹고 재밌는거 보고 떡도 치고 정도 들고 눈물도 흘려보고 화도 내보고 그러다 보면 그게 사람 사는거야. 연애하는거고. 그럼 딱 봐서 아 진짜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사람 아니면 일단 거기서 그렇게 대충 눈 맞는거야. 어린 애새끼들도...
View Article박스맨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혼자 작은 방 책상 위 모니터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중년의 남자. 한참을 빨다 지릿한 텁텀함을 느끼곤 뒤늦게 전자담배 액상을 교체한 그는 여전히 겨우 두 문장 적어놓은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푸후…" 길게 연기를 내뿜은 그는 쯧 혀를 차더니 다시 모니터를 껐다. 그리고는 노곤한 얼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View ArticleSTYLEBOX의 블로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가슴 시린 연애 이야기부터 피식 웃음 나오는 헛소리까지, 다양한 글로 가득찬 stylebox의 블로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블로그의 내용 중 일부 내용은 미성년자에게 권장하지 않습니다. * '생각보다 짧은 시간' 서적 판매 중 - 이 블로그의, 현재는 공개되지 않는 과거 글들을 정리한 서적입니다. (블로그에서 공개 중인 글에 비해 다소 거친...
View Article추위에 떨던 그 소년을 우리 집에 들였다
"어디까지 왔어요?"나의 말에 "거, 거의 다 왔어요. 보, 봉천역 근처에요" 하고 버벅이며 대답한 그. 나는 슬슬 큰 길가로 나가 추위에 떨며 그를 기다렸다. 날씨가 차다. 이런 날씨에 몇 시간을 떨었을 그 소년을 생각하니 내 마음이 다 시리다. 이윽고 택시 한 대가 뻘쭘하게 근처에서 선다. 놈이 탄 택시 같다. 나는 서둘러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지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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