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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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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 많이 오던 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소리에 묻혀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작게 들릴 무렵, 수업은 끝났다. 우리 '국민학생'들의 수업은 그 당시 오전 수업이 마지막이었다. "엄마!"친구들은 하나둘씩 정문 앞, 학교 건물 현관 앞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던 엄마를 찾아, 손에 손잡고 돌아갔고 나는 그저 하염없이 비가 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우리 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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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녀 블루스 .1

"이모, 여기 삼겹살 2인분 추가요~"보은과 지연은 쭈꾸미 삼겹살을 애시당초 3인분을 시켰지만 양이 부족했던지 거기에 삼겹살 2인분을 더 추가했다. 얼큰한 쭈꾸미와 맛난 삼겹살이 입 속에서 어우러져 기가 막힌 맛의 하모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거 김치 좀 잡아줘"하지만 월요일 저녁에 지글지글 스트레스 풀어가며 먹는 쭈삼의 기막힌 맛보다도, 둘이 밥 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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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포인트] 사무치게 외로울 때

햇감자를 삶아서 살짝 식힌 다음(아직 뜨뜻할 때) 귀를 감자 가까이에 가져간다. 그러면 감자에서 나는 김이 누군가의 숨결처럼 느껴져서 외로움을 달랠 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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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 hOT sUMMER pARTY nIGHT !!

룸 안에 가득찬 '쾌남' 아저씨 스킨의 독한 향. 겨드랑이 암내와 땀내, 담배 쩐내와 오야지 쉰 냄새가 뒤섞인 그 지옥같은 현장 안에서 그들은 신나게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었다. "크흐~ 아 좋구마! 아 좋아!" 흥이 바짝 오른 아저씨들은 박자를 타고 허리를 올려붙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현란한 고추털기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허리 털기는 고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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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와 헤어지다

"끝나는대로 바로 갈테니까, 먼저 집에 가 있어" "응, 빨리 와" 7시에 퇴근하는 지혁. 나는 그의 집으로 향했다. 퇴근 시간, 차가 막혀 조금 짜증이 났다. 그렇게 도착했는데 지혁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 차를 댈 곳이 없었다. 주차공간은 꽉 차 있었고 평소에 대던 곳에는 왠 트럭이 서있었다. 거의 20분을 주변을 빙빙 돌다가 공업사 앞에 차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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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50분에 하면 안되는 짓

친구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어있던 공고문. 보고 바로 빵 터져서 찍었는데… 새벽 4시 50분에 마늘 빻지맙시다. 기왕이면 고추도 빻지 말고. 아 얼마나 세게 빻으면 아랫층까지 쿵쿵 울리냐고. 음. 문득 새벽녘에 마늘 빻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tag : 과연그게마늘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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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2011

빛 바랜 쥐색 정장 안으로 땀이 줄줄 흐르는 가운데 동준은 끄트머리가 군데군데 해진 소매로 연방 이마의 땀을 훔친다. 제가 그리 더울진대 몸이 골골한 마누라는 또 얼마나 더울런지. "다 왔어. 저 있잖아" 손가락으로 가리킨 저 편에 떡하니 오 병원이 있다. "어휴…" 마누라는 또 현기증이 오는지 잠시 쉬어가자는 듯 동준의 팔을 그 가는 손목으로 잡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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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결코 해서는 안 될 세 가지

나와의 만남 나와의 연애 나와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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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한민국

재현은 학교를 다녀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영어학원에 가기까지 약 1시간 반의 시간이 있지만 그리 긴 여유는 아니다. 엄마가 아침에 끓여놓은 쇠고기국에 얼른 밥을 말아 컴퓨터 앞으로 가져온다. "후룹" 한 숟갈 떠먹으며 그는 바탕화면의 체인지 버스터  아이콘을 클릭한다. 로그인 화면에 아이디,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하단의 본인인증 선택에서 [ 휴대폰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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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관삽관을 하실거고요…"

선생님의 말에, 이미 눈가가 벌개진 엄마가 묻는다. "그거, 담은 일주일이라도 좀 지켜봤다 하면 안되는지"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젓는다. "지금 선생님이, 호흡기를 떼면 바로 몇 시간 내로 돌아가시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이제 이거를 다시 꺼내기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당장 그거는 나중에 차차 생각할 문제고, 아까 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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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유곡(深山幽谷)

본디 깊은 밤의 산이란 무서운 법이다. 깊은 산 칠흙 같은 밤에 주변의 동서남북조차 가늠할 수 없고 여기가 높은 곳인지 낮은 곳인지 구분하기 힘든 잡목 수풀 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노라면 이미 사람의 혼은 반쯤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차라리 울음이라도 터뜨려 나 스스로에게 무책임해지고 싶지만 거칠어진 숨소리 만큼이나 짐승처럼 예민해진 나의 신경은 철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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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그녀

너무 막막한 나머지 미루고 미루다 아예 잊기까지 했지만 '시민과 사회' 수업은 분명히 교수가 미리 밝혔다 시피 무조건 레포트로만 학점을 주는 강의였다. 게다가 이미 2학년 때 학사 경고까지 받은 바 있는 나로선 한 학점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 강의 역시 포기할 수 없었다. "화요일까지 제출 안 하면 F 받을 각오해" 교수님께 겨우 사정사정해서 일주일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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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잃어버린 놈이 훔쳐간 놈보다 더 나쁜 놈이야"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셨다. 물론 무슨 뜻인지는 대충 알았다. 자기 물건 간수 똑바로 못한 책임도 분명 작지 않다는 것, 사람이라는게 견물생심이니 결국 애초에 그 사람이 물건을 똑바로 간수했다면 누군가가 도둑놈이 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 하지만… 그건 지나치게 편한 생각 아닌가. 그런 이유라면 아예 훔쳐간 놈이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지갑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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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

"온다!" 직장이 울먹이며 소리쳤다. 상대의 28번째 공세…. "도대체 변기 도킹은 언제쯤이지? 언제쯤이냐고! 위에서는 계속 버티라는 말 뿐! 도대체 여기 상황을 몰라서 저러는거야? 이러다 정말 끝장난다고!" 직장은 울고 있었다. 그는 이미 파멸을 예감하고 있었다. 떨리는 허벅지와 이미 굽힐대로 굽혀진 발가 락들 역시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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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키드

'국민학교' 6학년 때, 나는 친구인 현성의 집에 처음 놀러가서 처음으로 컴퓨터라는 신세계의 문물을 접했다. 녀석의 방에 있던 386 PC 속에는 '천사들의 미드나이트'라는 제목의 성인 게임이 설치되어 있었다. 조악한 16컬러로 제작된 게임이었건만 그것은 나를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고, 난 컴퓨터라는 도구에 아주 깊이 매료되었다. 그래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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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요정

나는 언제나처럼 하릴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부터인가 딱히 할 게임도 없어진 나에게 주어진 여가활동이라고는 오로지 인터넷이 전부였다.  "밖에 나가놀던지, 친구들이라도 좀 만나던지 너는 방구석에서 맨 컴퓨터만 하고 앉아있냐, 으휴 속터져" 라는 엄마의 잔소리도 이제는 인이 박힐 지경이었지만 사실 나에게는 친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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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유발제 'tears'

간만의 연휴에 텅 빈 연구실이지만, 나는 오늘도 혼자 출근해서 지난 4년 간의 비밀연구에 대한 결실을 거두는 중이다. 이름하야 'tears'. 너무 유치한 이름이지만 연구실 귀신들의 언어적 센스는 너무 큰 기대는 안 하는게 좋다.  좌우지간 이 약의 효능을 말하자면 '우울증 유발제'. 말 그대로 우울해지는 약이다. 그렇다고 조증(bipo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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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맨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혼자 작은 방 책상 위 모니터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중년의 남자. 한참을 빨다 지릿한 텁텀함을 느끼곤 뒤늦게 전자담배 액상을 교체한 그는 여전히 겨우 두 문장 적어놓은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푸후…" 길게 연기를 내뿜은 그는 쯧 혀를 차더니 다시 모니터를 껐다. 그리고는 노곤한 얼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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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평 전

주평은 동무인 양의 집에 들렀으나 그저 아우인 균만을 만났을 따름이다 나오는 길에 마침 근래 세간에 명성이 자자한 유 모와 그의 두 아우를 조우하였으되 아쉽게도 그에게서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였다 최주평 전  "어떠하였는가" 광원과 공위는 자못 궁금해하며 유비의 됨됨이를 물었다. 주평은 예양 그의 짧은 수염을 매만지다 뒤늦게 운을 떼었다.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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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몬이 온다

전시비상준비태세로 들어간 나는 김순옥 대추석결전사령관의 "은희네랑 경욱이네랑 같이 왔단다. 지금 요 앞이래" 전언과 함께 데프콘2를 즉각 발령했으며 현관문이 열리는 즉시 데프콘1으로의 격상을 준비했다. "무운을 비네" 나는 현관 신발장에 세워놓은 알리제 아이언맨 모조 피규어와 거실 TV 위의 가면라이더 89 소프트 수지 피규어에게 마음 속으로 그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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