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이 형은 원래부터 사람이 조금 실없는 타입이랄까, 흰 소리를 곧잘 하는 양반으로 술이 조금 들어가면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해지는 편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흐름만 조금 잘 타면 꽤 흥미로운 헛소리도 내뱉는데 바로 당시의 이야기가 특히 그랬다. 각각 소주 이병씩을 비웠던가, 대략 알딸딸한 기분이 본 궤도에 오르던 그 시점 말이다.
"너 그거 아냐? 사람 몸에 있는 모든 세포는 다 시간이 지나면 죽고 새로 만들어진다는거? 그 기간이 몇 년이라더라… 여튼 5년이라고 치자. 그러면 5년 전의 너와 지금의 너는 온 몸의 모든 세포가 다 다른 생물인거야. 그럼 5년 전의 너와 지금의 너는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냐?"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철학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기에 나는 대답을 조금 망설였다. 그러자 그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자, 여기 컴퓨터가 한 대 있다고 치자. 안의 모든 부품을 똑같은 모델이기는 해도 다 새 부품으로 갈았어. 하드 디스크에 저장된 자료는 고대로 복사했어. 그러면 그 둘이 같은 컴퓨터냐?"
이렇게 생각하자 조금은 생각이 쉬워졌다.
"아닌 거 같네요. 다 다른 부품이라면. 뭐 일단 제 생각으로는"
그러나 어딘가 답을 하면서도 좀 찜찜한 데가 있다. '같은 컴퓨터'라는 말의 정의 자체가 불확실한 상태라서 더욱 그러리라. 대성이 형은 웃으며 말했다.
"뭐 니가 어떻게 생각하던 좋아. 하지만 나 역시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컴퓨터인거지. 안의 부품을 싹 갈았는데, 어떻게 그게 같은 컴퓨터야. 다른 컴퓨터지. 그렇다면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5년 전의 너와 지금의 너,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 다른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 말을 듣자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하기사 5년 전의 나를 떠올려보면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다.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다. 패기 넘치고, 무엇을 해도 할 것 같았던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조금 우울해졌다.
"재밌네요"
바로 술이 넘어간다. 달던 술이 쓰다. 기분이 쳐진다. 하기사, 5년 전까지 갈 것은 또 무엇이냐.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다른데. 대성이 형은 말했다.
"게다가 '기억'을 기준으로 말한다면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조차도 다른 사람이고 불과 5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도 다른 사람이 되는거야. 5초 전의 나도"
그리고 또 한참을 실없이 웃던 그는 또 한 잔을 비웠다.
"지금의 이 찌질한 나와, 내일의 나는 다른 사람이란 말이야…. 비슷하긴 해도 말이지"
그의 자조에서, 나 역시 조금의 희망을 본다. 그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듯,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도 다른 인물일테니까.
"게다가 말이지, 세포의 분열 과정에서 돌연변이들 나오잖아, 돌연변이. 긍정적인 돌연변이로 새로운 내가 구성된다면 그건 과거의 나와 또 완전히 다른 별개의 존재가 되는거 아니겠냐? 그것도 한 발자국 진화한? 안 그래?"
생각해보니 그건 또 그런 것 같기도.
"거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 언제까지는 막 되게 힘들고 찌질했지만,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인생을 다시 일으켜 세운 사람들"
"있죠"
"그런 놈들도 다 돌연변이가 된 거라고, 이전의 자신과는 다른 돌연변이! 자기 자신에 대한 돌연변이!"
슬슬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의 희망찬 외침에 나도 웃으며 받았다.
"이 잔 속의 아세트 알데히트는 세포의 DNA 손상을 유발하고, 지속적인 손상은 돌연변이로 이어지죠"
"그래! 마시자고! 암도 돌연변이지만 천재도 돌연변이라고! 안 그냐? 돌연변이 일으키자고!"
"돌연변이!"
어느덧 취한 우리는 돌연변이를 반복해서 외치며 막잔을 비웠고, 포차의 아주머니는 조금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돌염병이인가 개염병이인가, 뭔 일이 있는지 모르겄지만 학생들 다른 손님들도 있는데 쌍욕은 조금…"
그 말에 우리는 한없이 웃었습니다. 돌연변이가 돌염병이가 된 바로 그 순간, 어제와 다른 천재라는 돌연변이가 되길 꿈꾸는 우리의 오늘은 그저 '돌염병이'일 뿐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으니까요. 하지만 뭐 그것도 좋습니다. 돌염병이 역시 또 돌연변이를 일으켜 정말로, 정말로 멋진 미래의 내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