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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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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너는 도대체 저 책들 뭐해다 써먹을거냐. 확 그냥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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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를 돌리던 엄마는 거실방 가득 쌓인 '생각보다 짧은 시간' 책의 재고들이 가득 담긴 박스를 보며 오늘도 울화통을 터뜨리신다. 아주 산처럼 쌓인 박스더미에 숨이 다 막힐 노릇이다.

"너 이거 어떻게든 좀 해봐. 어디 나가서 좀 팔아먹던지, 헌 책방에 가 팔아먹든지 아니면 엄마가 확 다 그냥 고물상에 키로 단위로다가 걍 엿 바꿔먹을테니까"

나는 침대에 누워 짜증 섞인 말투로 대꾸한다.

"아 알았어 좀 걍 냅둬.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테니까"

그러자 엄마는 울컥하는 듯 소리를 지른다.

"어이구 저 놈의 주둥이. 뭐 언제는 다 하루면 팔아치울 거 같더니만, 이거 몇 년째야 도대체. 그냥 다 때려치우고 확 다 불싸질러버리면 속이나 시원하겠네"
"아 쫌 냅둬! 아들 내미가 쓴 소설을 최소한 엄마라도 응원해줘야지!"
"소설은 무슨, 엄마 인생이 소설이다 이 눔아"
"어휴"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머리를 긁적이며 혹시 오늘은 블로그에 책 주문이 들어왔나 확인한다. 없다. 안 들어왔다. 요즘 같아서는 일주일에 한 권도 채 안 나간다. 사실 답답하기는 내가 제일 답답하다.

"아…"

몇 평 되지도 않는 창고비로 월 20만원씩 주면서 습도 온도 조절까지 되는 서류 보관창고에다가 보관하다가 본가로 내려오면서 결국 책까지 다 들고 왔는데… 밀봉 잘 해놓고, 비닐도 덮고 나름 관리야 잘한다고 치지만 당장 집에 박스더미가 몇 개씩 있으니 내가봐도 흉물스럽다.

컴퓨터 앞에 앉아 뭘 어쩌나 멍하니 네이버 메인화면만 보고 있노라니 하단의 네이버 캐스트에 문득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하나 보인다.


인.디.서.점

그래, 음악에도 인디 음악이 있고 게임에도 인디 게임이 있으며 사람에도 인디언이 있듯이 거대자본 없이 소규모 제작소에서 열심히 자작해서 만든 출판물 인디서적, 다른 용어로 독립출판물, 그래 맞어! 생각보다 짧은 시간… 생각해보면 '생.짧.시' 책이야말로 훌륭한 독립출판물 아니던가.

거기에 좀 납품을 해볼까 생각하던 차 일단 눈에 들어온 기사부터 읽어본다. 죽 읽어나다가 인디 서점 '헬로 인디북스'의 이보람 대표의 인터뷰 부분이 마음에 박힌다.


(전략) "열심히 독립출판을 했는데 반응이 없고 잘 팔리지도 않는다거나 그러면 의지가 꺾이잖아요.

저는 그 분들에게 제가 가진 이 책방이라는 공간을 활용해서 응원을 하고 싶어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셀프 퍼플리싱을 혼자 부딪혀서 해내는 분들이 정말 멋있어 보여요. 그래서 그분들이 힘을 얻고 더 많은

책들을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후략)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2601&contents_id=49733 (전문)


세상에. 우리 엄마도 안 해주는 응원을 이 분이 해주시네. 바로 검색해서 책 납품하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자 쿨하게 금방 연락이 온다. 나 역시 바로 책 샘플과 함께 몇 권을 입고하겠노라고 연락을 하니 바로 OK가 된다. 책을 보내고… 다음 날 책이 무사히 입고 되었다는 연락도 온다.


오다가다, 연남동에서 데이트 하시다가, 우연찮게 저 가게 근방을 들렸을 때… 슥 들어서서 문득 그 벽 한켠에 전시된 '생각보다 짧은 시간' 한번 집어드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tylebox.egloos.com/1943532 : 온라인 주문은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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