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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불출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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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는 아이로 자라난 김불출 군.

평생 어디 크게 사고친 적 없고 그 흔한 가출 한번 한 적 없는 착한 아이.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하고, 하라는 것은 열심히 하는 그는 부모님 말씀 따라 중고교 시절에는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합니다.

뭐, 하긴 외모가 그리 잘난 편이 아니라서 한눈을 팔고 싶어도 팔기 어려웠겠지만 여튼 공부는 참 열심히 합니다. 타고 나길 또 책 좋아하고 공부 좋아하고 머리도 좋은 편이니 성적도 잘 나오는 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주변의 환호를 받으면서 좋은 대학교에 입성합니다. 이제 모처럼 대학교도 와서 즐거운 대학생활을 하고 싶은데, 아 물론 다들 좋은 친구들이고 예쁜 친구들도 있고 한데…

'그들'과는 묘하게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있습니다. 마치 고교 시절 잘 노는 일진 녀석들을 보는 것 같은 분위기. 쟤들도 그래도 학교 다닐 때 나름 수재 소리 듣고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했을텐데 뭔가 좀 놀아보기도 충분히 많이 놀아본 분위기.

'그렇구나'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괴물같은 놈들이 세상에는 많았던 것입니다. 그저 공부와 노는 것은 상충되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어째 이야기 하다보니 세상에 클럽 한번 안 가본 놈은 나 뿐인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뭐'

나같은 녀석들도 제법 있습니다. 그래요, 학문의 상아탑에 왔으니 학문을 갈고 닦아야죠.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합니다. 가끔 과 동기들끼리 술자리도 종종 가지면서 '아 이게 젊음의 일탈이구나!'하고 느낍니다. 평생 처음 술먹고 토해보기도 하고, 이쁘장한 애들이랑 취해서 농담도 해보고. 그래요, 나도 이제 대학생활을 즐기는 거구나! 기쁘구나! 느낍니다.

'으음'

그 와중에 김청순 양에게 호감이 갑니다. 뭔가 청순하고, 이쁘고, 착하고, 또 가끔 이야기 하다가 내가 농담치면 막 내 팔뚝 치면서 웃어주기도 하고, 맞지? 맞지? 걔도 나 좀 좋아하는거 맞지? 하고 나름 확신도 가져보고, 어렵게 카톡도 먼저 말 걸어보고…

'아…'

중간고사 끝날 즈음, 김청순이랑 3학년 선배 강클럽 선배랑 동거한다는 소문이 돕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목격자도 제법 있고, 특히 강클럽 선배는 사실 전부터 은근하게 신경 쓰이긴 했습니다. 시발. 망했습니다. 첫 사랑은 그렇게 더럽혀(?) 졌습니다. 알아요, 첫 사랑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나와 청순이랑은 아무런 썸도 없었다는거. 그래도 기분은 우울합니다.

'큼'

군대를 갈 시간이 왔습니다. 아… 그 인고의 시간은 차마 말로 꺼내고 싶지가 않군요. 넘어갑시다.

'봄이 왔구나'

복학합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자신의 1학년은 너무 찌질했던 것 같습니다. 왕년의 강클럽, 조군기, 안멋짐 선배들처럼 멋지게 과도 이끌어가고, 왕년 선배들 그랬던 것처럼 복학생 파워로 신입생 기집애들도 후루룩 후루룩 걍 막 어? 다 어떻게 막 문란하게 어떻게 막막 해버리자고 마음 먹습니다.

'시발'

근데 요즘 취업난 때문에 다 죽어난다고 합니다. 엄마 아빠도 이제 놀만큼 놀았으니 정신 똑바로 챙기고 이제 공부만 하랍니다. 놀긴 뭘 놀아, 1학년 때부터 도서관 죽돌이였는데. 하기사 놀고 싶어도 놀아주는 후배들도 없고 가끔 후배들이 "선배니임~"하면서 정신 혼미하게 향수 냄새 피워댈 때는 그저 내가 밥 사줄 때 뿐입니다. 그래도 좋다고 돈 씁니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호구 같지만 애써 '난 선배니까'하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참 유수같이 흘러갑니다. 변변찮은 추억 하나 없이 도서관과 집 왕복이 제 대학생활의 전부군요. 그 흔한 미팅 한번… 아, 1학년 때 한번 하긴 했다. 근데 결과는 참혹했죠. 압니다. 그 시절에 찍은 제 사진 보면 제가 다 불태우고 싶을 정도니까요. 그녀들에게 미안할 정돕니다.

그래도 내 나이가 몇 인데… 생각할 무렵, 운명의 사랑이 찾아옵니다. 첫 사랑입니다. 그래요, 김청순 그 년 말고 내 진짜 첫 사랑! 내 동정 딱지 떼준 첫 사랑! 남들은 이미 중고등학교 때 뗀다는데 나는 이제 떼서 좀 쪽팔리는 그런 첫 사랑!

'그래도 좋아'

흐흐, 세상에. 사랑이라는게 이렇게 좋은거라니. 세상 오만 것을 다 퍼주어도 아깝지 않습니다. 그녀 대신 죽으라면 죽겠습니다. 남들 하는거 다 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돈 없어서 다 못 해주지만요. 그래도 사랑합니다, 좋아합니다, 사랑한다!

'허… 죽고 싶다'

이별은 갑작스레 찾아옵니다. 너무나 갑작스레 찾아옵니다. 어떻게든 붙잡고 싶고, 내 수명 반으로 줄여서라도 그녀만 다시 데려올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명절 때 차례 지내면서 조상님께 소원을 '그녀와 다시 만나게 해주세요'로 비는 미친 짓도 해봅니다. 진지하게 교회 나가볼까 생각을 다 해봅니다.

하지만 그렇게 배웁니다. 세상에는 안되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첫 사랑을 가슴에 묻고 어른이 됩니다. 진짜 어른 말이죠.

'멋진 남자가 되어 나타나리라'

죽어라 고생한 끝에 드디어 대기업에 입사합니다. 만세! 만세! 만세! 으, 만세! 이제 다 끝났습니다. 부모님도 감격에 벅차 웁니다. 수고했다고, 잘했다고, 이제 됐다고 좋아하십니다.

일은 고됩니다. 세상에, 여기 다 그래도 이 나라에서 손꼽히는 엘리트들 아닌가? 근데 하는 짓은 뭔, 아주 염병 났습니다. 꼰대부터 병신에 찌질이 3종 코스 다 있고 다들 지 잘난 맛에 사는 미친 놈들 천지입니다. 정신줄 좀만 놓으면 바로 미끄러지는게 눈에 보입니다. 게다가 다들 진짜 좀 잘난 거 같습니다. 여기에서 내가 제일 스펙도 떨어지고 인생 경험도 없고 놀 줄도 모르고 외모도 후진 거 같습니다.

'크흠'

그래도 좋은거 많이 느낍니다. 대기업 간판이라는게 진짜 좋기는 좋습니다. 어디가도 흐뭇합니다. 생전 안하던 SNS도 합니다. 소속 칸에 대기업 이름 딱 뜨는 순간 여자고 남자고 벌써 나를 대하는게 다릅니다.

사내에도 이쁜 여사우들 많지만 역시 사내 연애는 좀 힘들어 보입니다. 그녀들이 바라보는 남자들은 같은 수준이 아닙니다. 최소 전문직이나 집안 좋은 사업가 수준입니다. 아니면 남자가 봐도 멋있는 그런 훤칠한 남사우들이거나.

'후우'

벌써 붙어먹은 몇몇 입사 동기가 있다고는 하는데 다른 세상 이야기라는건 이미 대학 시절부터 깨닫고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회사를 다니는거지 오피스물 찍는 AV 남우가 아니니깐요.

'그리고'

드디어 연애가 시작됩니다. 어른의 연애죠. 3년차 접어드니 조금 할만한 것 같습니다. 이력도 붙고, 슬슬 여유도 생기고, 신입 직원들 앞에서 곤조도 좀 부려보고. 작년 성과급으로 차도 한대 뽑았습니다. 그렇죠,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 연애사가 이토록 비루했던 것은 결국 차 때문인 것 같으니까요. 살짝 무리하긴 했지만 그래도 애써 미소짓습니다.

'효과는 훌륭했다'

연애가 시작되었다니까요. 어른의 연애. 옛날처럼 내가 뭐 하나하나 데이트 코스까지 짜고 그럴 거 없습니다. 그녀가 먼저 어디가자고 조릅니다. 제가 할 일은 카드만 긁으면 되는 것 뿐입니다. 이래뵈도 저 프리미어급 카드 쓰는 남자입니다. 연회비 10만원 넘는.

'와'

세상에 이런 거도 있구나. 어디 드라마에서나 보던 호텔 뷔페도 가고, 비행기도 타보고 진짜 '휴가'다운 여름휴가도 해외로 나가보고, 반지도 선물해보고… 백도 선물해줍니다. 나는 대기업 다니는 남자니까요. 정장도 몇 벌 더 뽑습니다. 그렇잖아도 요샌 신입들도 막 정장이 몇 벌씩 되던데. 다들 돈도 많습니다. 나 신입 때는 두 벌로 돌려입었는데. 자기 투자의 시대인가봅니다.

'흐음'

카드빚이 무시 못하게 늘어났습니다. 물론 성과급 받으면 해결됩니다. 근데 입사동기 좀생이 녀석 이야기 들어보면 녀석은 벌써 근 1억 가까이 모았다는데. 조금 후회스럽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도 뭐, 몇 천은 나도 있으니까요. 주식으로 1억 넘게 말아먹었다는 선배들, 부장님들 이야기로 조금 위안 삼아봅니다. 저 사람들보단 내가 낫죠.

'어…'

이제와서 느낍니다. 지금 여자친구는 약간 허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사다바친 백이 한 네 개? 아 물론 명품만요. 쯤 되고, 구두나 옷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용돈도 달달히 한 50만원씩은 줬어요. 데이트 비용도 거의 다 내가 내고. 선물? 음, 저는 딱히 뭐 기억나게 받은게 없어요. 아, 이 루이비통 지갑 받았네요. 그 다다음 달에 프라다백 사줬지만요.

해외여행도 매년 가고, 저 바빠서 못 가면 혼자라도 꼭 가야되고… 돈도 참 어디서 그렇게 나는지.

'으음'

조금 생각이 깊어지지만 역시 결혼해야겠죠? 그래요, 내 주제에 어디 저런 이쁜 여친 또 구하겠습니까. 슬슬 여친도 결혼 조르는 눈치고… 그래요, 진행합니다. 하하, 연애 경력 두 번만에 결혼 골인입니다. 좀 더 놀다 가지 그러냐고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여친 눈이 하늘로 찢어집니다. 말조심하세요. 허허, 여친님이 한번 화나면 저도 컨트롤 못하거든요. 사실.

신혼집은 좀, 무리했습니다. 대출도 좀 끼고, 사내 전세대출도 같이 끼고, 부모님한테 1억 6천만원 지원받고, 그렇게해서 4억짜리 전세로 들어왔습니다. 저는 휘청휘청한데 여친, 아니 마눌님은 이것도 많이 양보했다고 하네요. 물론 공동명의죠.

이제 저는 한 가정의 가장입니다. 어깨의 부담이 큽니다. 마눌님도 "오빠가 이제 가장이야" 라며 제 등을 두들겨 줍니다. 솔직히 좀 부담도 되었지만 한편으론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니까 알지?"
"뭘?"

이제 제가 가장이니까 총각 시절처럼 돈 쓸 생각은 죽어도 하지 말랍니다. 한달 용돈 30만원이래요. 허허…

"그래도 좀 더 올려줘"
"아 남들은 10만원 20만원으로도 잘산다는데 오빠는 왜 그래?"

10만원 20만원? 어느 누가?

"봐봐!"

무슨 아줌마들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 같은데 그런댑니다. 10만원 한달 용돈 주는데 그 돈으로 남편이 쓸 거 다 쓰고 취미생활도 하고 남는 돈으로 기념일에 선물도 하고 무슨 큰일 생기면 비상금까지 턱턱 내준답니다. 무슨 그 남편 도라에몽 지갑이라도 갖고 있는건가 싶지만 어쨌든 안된답니다.

'허'

인생이 갑자기 콱 답답해집니다. 그래도 왕년에는 계절 바뀔 때마다 정장에 구두 지르고 막 그랬던 난데. 그러면서 지는 아무래도 자기 차를 사야할 것 같다고, 지금 아파트 부녀회에서 자기 차 없는 여자는 자기 뿐이랍니다. 면허도 없으면서, 그랬더니 면허 따겠답니다. 아무래도 좋아.

'힘들다'

직장생활 5년 차에 접어드니 빡셉니다. 실로 빡셉니다. 월화수목금금금에 잠 자는 시간 출퇴근 시간 빼면 전부 회사에 가져다 바치는 것 같습니다. 입사 동기 중에서도 벌써 관둔 동기가 반이 넘습니다. 중기로 옮긴 녀석 하나가 "돈은 좀 적게 받아도, 여긴 최소한 8시 전에는 퇴근하고 주말은 보장이 된다"랍니다. 하아. 마누라한테 조심스럽게 "나 회사 관둘까?"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왜? 관두래?"

마누라 눈이 동그래집니다. 연애하면서도 이렇게 놀란 적은 본 적이 없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표정. 아니 그런게 아니라 그냥 너무 내 생활이 없이 회사에 인생을 고스란히 바치는 기분이라서. 라고 이야기하니까 미쳤냐고, 배부르냐고, 이제 애라도 낳으면 들어갈 돈이 태산인데 정신 줄 놨냐고 뭐라고 합니다.

'후'

그래도 한번쯤은 '많이 힘들어?' 정도는 해줄 줄 알았는데. 울적합니다. 하기사 우리 마누라는 연애 시절부터 그런거는 기대하기 좀 힘든 여자였죠. 저도 조금 마음이 식습니다. 그래요, 돈이나 벌래요.

띵- 띵- 띵-

저 한달 용돈 30만원입니다. 근데 마누라는 집에서… 마트 두고 툭하면 백화점에, 얼마 전엔 기어코 차도 뽑았지, 커피에, 케이크에, 뭐 모임에, 운동에…

"그래서? 내가 돈 쓰는게 아까워? 집에서 살림하는 여자도 돈으로 따지면 거의 400만원어치 버는거야. 오빠랑 별 차이도 안 나"
"아니 어쨌거나 그럼 용돈이라도 좀 늘려주던지"
"오빠 진짜 자기 생각만한다. 우리 미래 생각 안 해? 그리고 내가 돈 쓰는게 그냥 쓰는거야? 여기 부녀회 모임 아줌마들 덕분에 부동산 정보도 얻고, 남편들 사교 모임이나 다름 없는건데…"

하여간 핑계는 좋습니다. 자기 생각만 하는게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회사도 요즘 경기 탓인지 분위기도 영 안 좋고, 사내 정치도 심해집니다. 속이 쓰립니다. 아니 말로만 하는게 아니라 진짜 쓰려요. 병원 가보니까 신경성 위염이라네요. 무리하면 위궤양 되니까 조심해래요. 슬슬 나도 이럴 나이가 됐나 봅니다.

"오늘 일찍 들어와"
"왜?"
"할말있어"

무슨 소리인지 가슴이 덜컹합니다. 혹시 이혼이라도 덜컥 하자는 걸까요. 떨리는 마음으로 집에 갑니다. 마누라가 내 눈을 가리더니 뭘 보여줍니다. 임신테스트기입니다.

"억?!"
"이제 진짜 열심히 해야 돼, 오빠"

세상 다 가진 거 같습니다. 기쁩니다. 그 밉살 맞던 마누라도 그저 고맙습니다. 엄마 아빠한테 자랑하니 너무 좋아하십니다. 회사에서 이야기하니 축하의 메세지 반, 좆됐네 라는 반응 반입니다. 후자도 이해는 갑니다만 좀 그렇습니다.

"나는 말이야, 인생을 뒤로 돌릴 수 있다면 애기 낳기 전으로 갈래"
"왜요?"
"어차피 기집은 이거 근지러워서라도 하나 만들어야 되고, 기집은 내 마누라나 다른 년이나 그래봐야 기집년이지만 애는 내가 마음 먹으면 안 낳을 수 있잖아"
"어휴 차장님도"

열 달 동안의 노예 생활이 시작됩니다. 진짜 노예도 이 정도로 부려먹으면 폭동 일으켰을 겁니다. 스파르타쿠스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어쨌든 그래도 내 새끼 낳아준다니까 좋습니다.

"응애"

마누라는 산후조리원 보냈습니다. 동료들이 그러더군요. 마누라 산후조리원 보낸 2주 동안의 인생 마지막 휴가라고. 그럴까요.

"응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좆됐습니다. 아니, 그래요, 저도 아기 좋아합니다. 세상에 내 핏줄 싫어하는 놈이 어딨겠습니까. 눈물나게 좋았죠. 근데 이건 좀 심합니다. 아 뒤질 거 같습니다. 사람이 잠을 못 잡니다.

'후'

아기를 낳은 이후로 마누라는 육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집안일을 손 놨습니다. 다 제 몫입니다. 조정하자고 이야기하면 애 키우는게 얼마나 힘든 줄 아냐면서 그저 싸우고자 덤빕니다. 후.

그래요, 애 키우는거 힘들죠. 근데 이건 좀 아닌거 아닌가, 싶고. 한달에 돈 몇 백을 벌어다줘도 내가 쓰는 돈은 꼴랑 30만원이 전부. 집안일도 말이 분담이지… 지칩니다.

사랑?

둘이 몸 섞은게 얼마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직장 일은 지칩니다. 하루하루가 피폐해집니다. 슬슬 결혼 생각하는 직장 후배들한테 이야기합니다.

"너넨 장가가지 마라"

압니다, 이게 얼마나 병신같은 소리이며 나 스스로에 대한 병신인증인지. 근데 그걸 알면서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너넨 장가가지 마라" 하고. 아차, 문득 떠오릅니다. 오늘 아침 변기커버 올려놓고 그냥 나와버렸네. 하, 한 소리 듣겠네요.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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