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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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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부상

목요일. 근무 중이었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서는데 갑자기 허리가 시큰하더니 '어?' 싶게 통증이 몰려왔다. 조금 스트레칭 운동을 하고 나면 좀 괜찮아 질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더 안 좋아졌다. 나중에는 앉았다 일어서는데 허리를 구부정하게 해서 바지에 똥이라도 싼 것마냥 엉거주춤 한 20보 정도 걸어야 겨우 허리를 펼 수 있을 정도였다. 오전부터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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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리…어떻게들 하고 있는 거야?"

아까보다는 다소 가라앉은 듯한 말투지만, 사장은 깍지를 낀 채 테이블 바닥만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게 더 무서웠다. "저번 건도 그렇고, 내가 여러분들 이렇게 다 모아놓고 그때도 한번 말했을거야. 잘들 하자고. 근데 지금 이게 잘하는거야, 못 하는거야?" 회의실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그때 적막함을 뚫고 들어온 정윤씨는 사장의 지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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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덕훈,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벌써부터 혀가 꼬부라진 그녀의 전화를 받고 헐레벌떡 뛰어온 덕훈. 바 테이블에 엎드려 "아, 취한다" 같은 아저씨 소리를 하며 주사를 부리고 있는 세아의 모습에 한숨부터 나온다. '어휴' 하지만 어쩜 꼬아도 저렇게 길게 뻗을 수 있을까 싶은 저 긴 새하얀 다리와, 언제나 정면에 마주하면 시선을 앗아가는 짜릿한 볼륨감의 가슴, 무엇보다 도도해보이면서도 귀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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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중

똑- 똑, 똑똑 딱딱, 따따닥- 똑- 똑- 내 나름의 흥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목탁을 두드린다. 하지만 역시나 "교회 믿어요" 하는 말과 함께 가게 문을 닫아버리는 인상 사나워보이는 정육점의 여시주. 할 수 없이 옆의 미용실로 발걸음을 옮기지만 또 "불교 안 믿어요, 가세요" 하는 말이 문도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들려온다. 오늘 공양받은 것이라고는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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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왕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확실히 손님은 왕이다.  하지만 역사상의 왕 중에는 폭정을 펼치다 권력을 잃고 끌려내려간 왕도 있고, 심지어는 참수를 당하거나 그 이상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왕도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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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영화-커피-술-섹스

아주 많은 수의 커플들은 연애 초창기부터 그 연애가 끝나는 날까지 이 사이클을 적당히 변주해가며 반복한다. 밥-영화-커피-술-섹스  아주 베이직한 코스이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 세상 거의 모든 분야, 모든 일에 견주어보아도 '베이직'한 코스는 기본은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본도 기본 나름이다. 그 기본이 정말 단단한 기본인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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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어머니가 수술 이후 몇 달째 병원 생활 중이다.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고 돌발 상황의 우려도 있어서(다행히도 현재는 거의 우려가 줄어들었지만) 옆에서 누가 곁을 지켜야 하는데 덕분에 퇴근 이후의 자유 시간이 많이 사라졌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원래 기관지 계통이 시원찮았던 아부지가 폐렴에 걸려 어제 입원을 했다. 허허, 한 여름에 폐렴이라니. 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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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인 커플

단식원에서 3일차를 넘기게 되면 슬슬 본격적인 단식에 돌입하게 되는데, 이 시점부터 벌써 무너지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한다. 나처럼 말이다. "뭐라도 좋으니까 씹을 것 없을까요. 무설탕 껌이라두요""안됩니다" 보통 나는 그 즈음해서 종이, 이를테면 휴지 뭉터기를 씹곤 한다. 의외로 텅 빈 뱃 속에 물을 있는대로 잔뜩 채운 후 휴지덩이를 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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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빠도 그런데 다녀?"

"아니. 미쳤냐. 그런데 다니게" "그럼 가본 적은 있지?" "없어" "아니 그럼 나 만나기 전에라도" "없다니까" "남자들 그런데 다 간다며" "누가 그래. 가는 놈만 가지. 그럼 요즘 여자들 다 성형하니까 너도 성형한거냐?" "나 했는데?" "아니;;; 일단 내가 말하는건 남들이 간다고 나도 간다는건 아니지. 그리고 가는 놈이나 가지 안 가는 놈은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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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요 풋산역에

"아, 행님요, 행님이 여 풋싼 함 내려오믄, 완~져히! 완져히 마 처음부터 끄까지 머 최고로 모시겠슴미더. 아~ 푸산이요? 마 크게 볼 거는 머 밸 거 없어도, 그래도… 제가 모시면 달라도 머가 다르지 않겠슴니꺼? 제가 여 30년 토백임니더 30년 토백이!"  녀석의 말을 진짜로 믿고 푸산까지 내려간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강알리 머 여기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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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빌려주기

몇 년 전의 일이다. 연말이라 다같이 여자인 친구네를 놀러갔는데 마침 녀석의 책상 위에 몇 권의 책들이 쌓여 있었다. 마침 내가 보고 싶던 책도 있어서 그 자리에서 몇 페이지 조심스레 읽어보노라니 역시 내용도 제법 재미난 것이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빌려달라고 했지만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단칼에 거절당했다. 그녀의 말인 즉슨 "난 다른건 다 빌려줘도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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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됐고, 그냥 나가. 나가라고!"

집주인 아줌마는 이미 수미의 모든 집기와 물건을 복도 밖으로 내던져놓은 상태였다. 남자친구인 태경과 저녁을 먹은 후, 걔 폰으로 걸려온 여자 전화 문제로 격렬한 싸움 끝에 이별을 겪은 것이 불과 한 시간 전이다. 거기에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갑작스럽게 길바닥에 나앉게 된 상황까지 감당하기에 그녀는 이미 너무 정신적으로 몰려있었다."아주머니…"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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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놀다보면

내 벽력같은 호통에 온 가족은 잠시 충격을 먹은 듯 했지만 살짝 열린 문 틈으로 방 안의 상황을 눈치챈 역시나 눈치 빠른 고모가 먼저 입을 열었다."병훈아, 애들이 놀다보면…"하지만 그에 앞서 어느새 성큼성큼 걸어온 아버지는 그 커다란 손으로 내 머리통을 내리치며 "이 놈 자식이 어른들 앞에서 뭐하는 짓이야!" 하면서 소리치셨다. 전혀 준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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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사

우연찮은 기회로 전에 다니던 회사의 기업 페이스북에 들어갈 일이 생겼다. 건너 듣기로 그렇게 상황이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역시나 페이스북 아니던가. 허세는 사람만 부리는 것이 아니었던지 기업의 상황도 페이스북만으로 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분위기. 사실 당시에 그리 썩 기분좋게 이직을 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는 감정이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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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검사

조 검사는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혼자 아침 밥을 차려먹고 믹스커피 한잔을 마신 후 똥간에 앉아 느긋하게 한라일보를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애들 크고 나서 5년 전부터 각방 쓰는 마누라는 여전히 퍼질러 자고 있는지 문이 닫혀있다. 아니,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  "이거 참, 나라가 어찌 될라고…" 신문 몇 페이지를 넘기지만 기분 좋은 뉴스는 하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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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쳐 하는 남자

"사무실 임대비용은 공동 사무실로 할 경우에 초기 보증금 100만원이랑 월 46만원, 그리고 시설 이용료 4만원만 내시면 되세요" 나는 전화기 너머로 안내하는 여자가 불러주는 내용을 받아적는다. 그리고 물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이벤트로 9900원인가 하는건 뭔가요?""아, 이벤트요. 네, 초기 보금증은 내셔야 되구요, 선착순 10분 한정해서 첫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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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옛말에도, 뱀 대가리가 용 꼬랑지보단 낫다 안 카나? 으잉? 그러니까네, 여가서 니 열심히 하믄 그게 남는 기라. 거 뭐 또 니 성적이면 여서 장학금도 나온다고 안 카나? 봐라 임마, 니 부모님도 등록금 댄다고 고생고생 할 필요도 없이…""저희 아버지 회사에서 대학교 학자금 지원되는데요""니 아부지가 뭐 니 군대 다녀오고 대학 졸업할 때까지 학실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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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박이 소설을 썼다

1. 행복하고 로맨틱하고 즐거운 이야기 "아 꿈만 같네요. 주인공이 부러움" "ㅎㅎ 남자들의 판타지ㅋㅋㅋㅋ" "나도 연애하고 싶다ㅋ" "스박님 소설 잘 봤습니다. 언제나 이런 즐거운 소설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2. 우울하고 찌질하고 답답한 이야기 "이거 소설의 형식을 빌었지만 스박 실화인 듯" "스박형 이거 형 이야기지?" "읽는 내내 실화인 줄 알고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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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팀

"좋은 아침" 언제나처럼 조 차장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또각또각 힐 소리와 함께 사무실에 들어선다. 그러나 평소와 다른 블랙수트에 모두들 흘낏 시선이 가던 바, 손에 들린 이세이 미야케 바오바오 백에 눈이 멈춘다. "오, 과장님 백 사신거에요?" 뉴스팀의 패션 피플 나윤주가 바로 그걸 캐치하고 물었고 그녀는 그제서야 만족한다는 듯 여유있는 미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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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만 글들

요 근 얼마간 동안 쓰다가 만 글들. 쓰다가 퍼진 것들이라 아마 영원히 완결 볼 일 없을 것 같아서 미완성으로 공개.  1. 가정문제전문가 김성덕 여사  "오늘 방송, 수고하셨습니다" 윤재일 아나운서. 얼마 전 인기 탤런트와의 결혼으로 새삼 이슈가 되기도 한 그는 훤칠한 외모와, 가끔 출연하는 예능 방송에서의 서글서글한 성격 덕분에 아침방송을 즐겨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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