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검사는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혼자 아침 밥을 차려먹고 믹스커피 한잔을 마신 후 똥간에 앉아 느긋하게 한라일보를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애들 크고 나서 5년 전부터 각방 쓰는 마누라는 여전히 퍼질러 자고 있는지 문이 닫혀있다. 아니,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
"이거 참, 나라가 어찌 될라고…"
신문 몇 페이지를 넘기지만 기분 좋은 뉴스는 하나도 없다. 죄 나라가 거꾸로 가는 내용 뿐이다. 그즈음하여 더 나올 똥도 없다 싶은 그는 슥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내린다. 화장실 안에 가득한 똥내에 중간에 한번 물을 내릴 걸 그랬나 싶지만 마누라 년 바가지 생각하면 그냥 오히려 더 지랄을 피우고 싶어진다.
"크흠"
콰르르 물 내려가는 소리와 함께 뒷마무리를 하고 거실로 나와 습관적으로 TV를 켜니 속보로 제이지 엔터테인먼트의 주민군이 교통사고를 냈다는 기사가 뜬다.
"하여간에, 뭔 노무 나라가 딴따라 기사들이나 속보로 뜨고…"
혀를 끌끌 차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돈다. 자연스럽게 휴대폰으로 눈이 가고 숫자 다섯을 세지만 뜻밖에 전화가 울리지 않는다.
"허허"
염 사장이 바쁜 모양이다. 하기사 가끔은 이쪽에서 먼저 연락을 할 때도 있어야지, 싶은 그는 먼저 염 사장 폰으로 전화를 건다. 뚜르르르르 신호가 가고 한참 만에야 염 사장이 전화를 받는다.
"허허, 염 사장님 이거이거 안녕하십니까"
"아이고 영감님, 이렇게 아침부터 전화를 다 주시고…"
"아아, 지금 뉴스 보고 제가 걱정이 다 되어 전화 드리는 차입니다"
"하아, 참. 그렇잖아도 지금 전화를 드려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이렇게 먼저 전화를 다 주시고… 항상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명절은 잘 쉬셨습니까"
의례적인 몇 마디가 오가고 슬슬 본격적인 이야기가 건너간다.
"뉴스는 잘 봤는데, 뭐, 드링킹을 한 것은 아니지요?"
"아아, 그건 아닙니다"
"확실히 아닙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 후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아마… 아닐 겁니다" 라는 염사장의 말이 들려왔다. 저 정도로 자신없는 목소리라면 뭐 더 캐물을 것도 없다. 이쯤해서 한번 슥 거리를 벌려본다.
"뭐, 제가 구태여 먼저 전화를 드린 건, 아시겠지만 지난 번 일도 괜히 언론에 불거져서 여기저기 난감해진 판에 또 뭐 바로 어떻게 도와드리는게 사실 어렵다, 이 말입니다"
저쪽에서 듣자면 먼저 전화까지 걸어놓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냐 싶은 이야기겠지만 세상에 철면피 쓴 갑만큼 논리 필요 없는 것도 없는 법이다. 즉각 염 사장은 "어이구 그럼요, 저희가 어떻게 감히 또 바로 냉큼 도와달라고 감히 청하겠습니까" 하고 받더니…
"그래도 다만, 여 우리 주민군이 아직 어리고, 이게 아시다시피 비지니스라는게 걸려있는 거라서 당장 올 연말에 콘서트도 있는데 이게 이래저래 사업상 후로블럼이 되면 곤란하고… 또 앞날이 창창한 우리 식구 아니겠습니까?" 하고 운을 띄우고는…
"가평에서 한 자리 거하게 마련하겠습니다. 영감님! 자꾸 저희가 똥 싸고 밑 닦아달라고 조르는 노인네처럼 귀찮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한번만 더 도와주십시오"
하고 드디어 원하는 카드를 내민다. 이쯤해서야 슥 누그러지듯 받을 필요가 있다 싶은 조 검사는 "허허 참. 식구 하나는 정말 끔찍히도 챙깁니다 염 사장님!" 하며 "뭐 적당히 수습될 겁니다. 그러니 걱정말고 염 사장님은 기자들 밥이나 좀 사주세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윈윈이다. 이게 바로 상생 아닌가. 사고 친 젊은 청년은 구제를 받고, 비지니스에 문제 생긴 사장님도 문제 해결되고, 새내기 검사는 유력한 후원자 하나 얻고, 나는 간만에 영계로 몸보신하고. 일석사조네 사조. 하고 조 검사는 기분좋게 뾰루지가 난 턱을 긁었다.
가평의 M모 펜션. 주로 서울권의 특급 호텔에서 VVIP 대상으로 벌어지는 '영계 접대'에 아무래도 보는 눈이 많아 부담을 느낀 염 사장이 아예 사재를 들여 사들인 전망 좋은 펜션이다. 인적도 드물고, 관리하는 사람도 아무 것도 모르는 70대 노인들이니 누구 눈치 볼 사람도 없다.
"어서오십시오!"
"하하하, 반갑습니다. 이쪽은 이번 사건 감당한 김원호 검사, 그리고 이쪽은 뭐 설명할 필요도 없는 분이고"
"하하하, 영감님도. 잘 부탁드립니다. 염 기철입니다"
"김 원호입니다"
인사를 주고 받으며 펜션 안으로 들어서는 셋. 젊은 김검사는 그저 이런게 다 신기한지 저쪽에서 분주하게 식사를 준비하는 아주머니들과 펜션 저쪽 뜰에서 자기들끼리 춤추고 있는 어린 연습생들만 그저 힐끔 바라볼 따름이다.
"자자, 들어와 들어와"
어느 정도 술이 몇 순배 돌고나자 염 사장이 준비시킨 '아이들'이 드디어 들어왔다. 아직 채 피어나지도 않은 듯한 어리고 싱싱한 연습생들이다. 조 부장검사의 취향이다. 오뉴월 복날에 푹 삶은 사골 젤라틴 마냥 푹 퍼진 살덩어리 마누라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어리고 예쁜, 그리고 섹시하기까지 한 발라당 까진 '요즘 어린 것들'.
"자자, 여기는 미래, 여기는 영지, 여기는 아름, 여기는…어"
"…엘리입니다…"
사장이 자기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모습에 꽤나 실망하는 기색의 연습생이었지만 어차피 그녀의 기분 따위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어 그래 엘리. 자, 미래랑 영지는 조 검사님 옆에 앉고, 아름이랑 엘리는 여기 젊은 김 검사님 옆에 앉고. 자자자 다들 잔들 채우고!"
그리고 그렇게 제이지 엔터테인먼트 특유의 '가평 파티'가 시작된다. 사업과 관계된 각계각층의 VVIP들에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들의 욕망을 한껏 채워주는 은밀한 만남. 염기철 사장 입장에서 보면야 이 조 부장검사는 그래도 참 쉬운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어린 애들 몇 붙여주면 그걸로 만족해하니까. 공 모 국회의원 같은 경우에는 자꾸 소속 스타들에 손을 뻗어대니 귀찮은 노릇이다. 그나마 일전의 건 때문에 하루 그 기집애가 이놈저놈 얼굴마담 격으로 대주는 통에 큰 문제는 넘기고 있다만 앞으로까지 계속 지랄이면 곤란할 노릇이다. 그에 비하면야 조 부장검사는 양반도 이런 상 양반이 없다. 건건이 찔러주는 돈이야 뭐 별 부담도 안되는 수준이고.
"아, 이거지"
피차 얼굴 마주보며 바지 까고 좆빨리는 와중에 술잔 주고받는 그 재미에 흠뻑 빠진 조 검사는 그렇게 턱의 뾰루지를 또 긁으며 덧난 상처를 파헤치며 고름을 짜낸다. 그리고 그의 기둥을 사이에 두고 열심히 혀를 놀리는 두 소녀의 모습을 바라본다.
"상생이야 상생"
라는 의미불명의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