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승남의 전화는 걸려오지 않는다. 알고 있다. 걸려 올 리 없다는 것을. 이미 반 년도 넘게 연락이 없는데 연락이 올 리가 없다. 우리는 이미 옛날에 완벽히 끝나버린 것이다.
"춥네"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들이치는 비바람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다가가서 그렇게 창문을 닫는 순간… 서늘한 바람이 따뜻한 방 안에서도 가슴 한 줄기를 파고들며 아프도록 얼어붙게 만든다. 그리고 그 순간 어느 날이었던가 그과 함께 손을 잡고 같은 우산을 쓰며 눈 펑펑 내리는 길을 걷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좋았는데…"
그토록 순박했던 사랑. 나라는 사람을 어쩌면 그렇게까지 좋아해 줄 수 있었을까 싶은, 앞으로 죽는 날까지 다시 또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가슴이 미어지듯 죄어오는 그런 너.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할 줄 알았던 너.
다시 한번만, 정말로 다시 한번만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춥네"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들이치는 비바람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다가가서 그렇게 창문을 닫는 순간… 서늘한 바람이 따뜻한 방 안에서도 가슴 한 줄기를 파고들며 아프도록 얼어붙게 만든다. 그리고 그 순간 어느 날이었던가 그과 함께 손을 잡고 같은 우산을 쓰며 눈 펑펑 내리는 길을 걷던 기억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좋았는데…"
그토록 순박했던 사랑. 나라는 사람을 어쩌면 그렇게까지 좋아해 줄 수 있었을까 싶은, 앞으로 죽는 날까지 다시 또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가슴이 미어지듯 죄어오는 그런 너.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할 줄 알았던 너.
다시 한번만, 정말로 다시 한번만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삶에 지치고, 혼자 있을 때면 어느샌가 떠오르는 네 기억. 무엇 하나 너에게 만족스레 준 적 없어도 그저 미친듯이 나를 위하고 떠받들었던 너.
그게 귀한 줄 몰랐고, 아니 알았음에도 애써 무시했던, 그래서 그저 마냥 무시하고 지냈던 그 사랑. 너무나 당연하게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랑.
아버지 사업이 망하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날 붙잡고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 사람. 그러나 나는 그 와중에 그가 얼마나 곯아가고 있었는지를 몰랐지.
"그래, 난 자격이 없지"
나에게 맞추기 위해 그가 얼마나 무리를 하고 있었는지, 또 내가 얼마나 까탈스럽고 피곤한 사람이 되어 있었는지 그때는 정말 몰랐었다. 그저 그라면 그걸 다 해줄 수 있고, 다 해주던 사람이었으니까.
뜬금없는 기억이지만 사귄지 얼마 안 됐던 때, 아니 어쩌면 1년 쯤? 아니 2년 쯤 지났던 때였을까. 모르겠다. 언제나 넌 그렇게 성실하고 헌신적이었으니까. 내가 과일이 먹고 싶다고 자기 전에 지나가던 말로 말했더니 정말로 그 빗 속을 뚫고 우리 집 앞까지 그것을 사왔던 네 모습은… 그래, 당혹스러웠지.
이해도 안 되고, 마치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고, 사실 고마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냥 당혹스럽고 두려웠었어. 그렇게 맹목적인 사랑은 싫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무어라 마구 퍼부었음에도-사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싫은 내색 한번 안 하고 "미안, 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래도 그거 이 시간에 힘들게 산 거니까, 먹어" 하고 웃으면서 과일만 건내주고 다시 그 빗 속을 돌아간 너. 그렇게 무언가 한 마디를 더 건내지도 못하고 멍하니 너 떠난 뒷모습만 그렇게 바라보다 며칠을 미안해서 연락도 못 했었지. 하.
이 책상도… 이 방석도, 저 커튼도.
너와 얽힌 기억은 하나같이 너에게 미안한 기억 뿐이야. 도대체 난 무엇 때문에 너에게 왜 그리도 못되게 굴었던 것일까. 가슴이 뭉클해지다가도,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그저 미친 사람 같은 나만 남아. 그게 너무 괴로워.
네가 그렇게 나를 떠나갔지만, 미안한 건 니가 아니라 나야. 그럴 리 절대 없겠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다시 한번만 너와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절대, 절대로, 영원히 절대로, 맹세코 절대로 그렇지 않을테니…
"아니야"
나는 노트북을 덮고, 눈가에 글썽인 눈물을 그렇게 닦는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게 귀한 줄 몰랐고, 아니 알았음에도 애써 무시했던, 그래서 그저 마냥 무시하고 지냈던 그 사랑. 너무나 당연하게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랑.
아버지 사업이 망하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날 붙잡고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준 사람. 그러나 나는 그 와중에 그가 얼마나 곯아가고 있었는지를 몰랐지.
"그래, 난 자격이 없지"
나에게 맞추기 위해 그가 얼마나 무리를 하고 있었는지, 또 내가 얼마나 까탈스럽고 피곤한 사람이 되어 있었는지 그때는 정말 몰랐었다. 그저 그라면 그걸 다 해줄 수 있고, 다 해주던 사람이었으니까.
뜬금없는 기억이지만 사귄지 얼마 안 됐던 때, 아니 어쩌면 1년 쯤? 아니 2년 쯤 지났던 때였을까. 모르겠다. 언제나 넌 그렇게 성실하고 헌신적이었으니까. 내가 과일이 먹고 싶다고 자기 전에 지나가던 말로 말했더니 정말로 그 빗 속을 뚫고 우리 집 앞까지 그것을 사왔던 네 모습은… 그래, 당혹스러웠지.
이해도 안 되고, 마치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고, 사실 고마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냥 당혹스럽고 두려웠었어. 그렇게 맹목적인 사랑은 싫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무어라 마구 퍼부었음에도-사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싫은 내색 한번 안 하고 "미안, 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래도 그거 이 시간에 힘들게 산 거니까, 먹어" 하고 웃으면서 과일만 건내주고 다시 그 빗 속을 돌아간 너. 그렇게 무언가 한 마디를 더 건내지도 못하고 멍하니 너 떠난 뒷모습만 그렇게 바라보다 며칠을 미안해서 연락도 못 했었지. 하.
이 책상도… 이 방석도, 저 커튼도.
너와 얽힌 기억은 하나같이 너에게 미안한 기억 뿐이야. 도대체 난 무엇 때문에 너에게 왜 그리도 못되게 굴었던 것일까. 가슴이 뭉클해지다가도,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그저 미친 사람 같은 나만 남아. 그게 너무 괴로워.
네가 그렇게 나를 떠나갔지만, 미안한 건 니가 아니라 나야. 그럴 리 절대 없겠지만… 만약에, 정말 만약에 다시 한번만 너와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절대, 절대로, 영원히 절대로, 맹세코 절대로 그렇지 않을테니…
"아니야"
나는 노트북을 덮고, 눈가에 글썽인 눈물을 그렇게 닦는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https://www.youtube.com/watch?v=WWS747M7Un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