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부쩍 줄어든 너의 말 수. 모처럼의 즐거웠던 데이트. 그늘졌던 네 얼굴에 간만에 비친 환한 웃음. 그리고 그 웃음에 나까지 행복하진 그 날의 데이트.
"그런데 말이야…"
무언가를 이야기 하려다 얼버무린 너. 무슨 이야기냐고 조심스레 되물어도 그저 어색하게 아무 이야기도 아니라고 둘러대는 너. 초조해진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어주는 네 눈가에 고인 눈물.
"왜 그래"
몇 번을 물어도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그저 어색하게 웃다가 "그냥 너무 좋아서 그래. 너무 좋아서" 하고 또다시 얼버무리는 너. 이제는 진정되지 않는 내 심장. 불현듯 스치는 안 좋은 예감과 쿵쾅대는 심장 박동의 불안함에 그저 눈물이 뚝뚝 흐르는 나.
"미안해, 괜찮아, 왜 그러는데"
나를 안고 진정시키려 노력하지만 너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서늘함. 어쩌면, 어쩌면 오늘은 결코 오지 않기를 바랬던 그 날일까. 몇 십 번이고 꿈에서 나를 울렸던 그 날이 정녕 와버린 것일까. 오늘도, 지금도 꿈이면 좋겠는데, 꿈이어야 하는데.
"집에 들어가자…"
하지만 네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차가워진 날씨. 꿈이 아님을 두려워하며 말과는 다른, 집이 아닌 놀이터로 향하는 네 발걸음에 그만 또 눈물이 줄줄 흐르는 나.
"왜 그래…"
쳐지는 네 목소리. 그리고 급기야 "그래, 오늘이야. 네가 두려워했던 그 날" 하고 선언하는 네 섬뜩하게 차가운 목소리에 그만 깨어난 잠. 등줄기에 줄줄 흐르는 이 식은 땀은,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몰라 나를 또 어리둥절하게 만들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