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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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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짧은 시간2'를 낼까 생각 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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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는데 벌써 이게 7년도 더 된 이야기. 그리고 찍어낸 책의 절반도 못 팔았다는(많이 찍지도 않았는데) 사실은 눈물나게 슬픈 이야기. 그러면서도 또 2를 찍어볼까 고민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

판로(카드결제), 폰트, 디자인, 배송, 신작 내용의 비율 등 지적된 모든 문제를 싹 해결한 2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애초에 '2'라는 타이틀을 다는 것부터 고민인 이 저주받은 책을 찍어내고 싶은데, 혹시 나온다면 살 사람 있을까요?

혹시 썩어 남아도는 돈을 투자하여 이 시대 마지막 표현의 자유와 똥글문화의 정수를 화려하게 꽃피워 보실 분?


- '똥글문화의 정수를 꽃피운다' 하니까 문득 어울리지도 않게 떠올린 꽃 이야기 -

위의 화분과 바알간 느낌의 꽃은 나름 무난해 보이는 겉모양과 달리, 꽃향기가 아주 역한 식물입니다. 시체 썩는 냄새에 가까울 정도로 역겨운 냄새라고 합니다. 그래서 '시체꽃'이라는 불유쾌한 별명까지 갖고 있죠. (정식명칭은 좌:titan arum, 우:Rafflesia)

하지만 그 덕분에 파리나 딱정벌레 등 온갖 역겨운 냄새를 좋아하는 벌레들을 불러모으고, 그 덕분에 꽃가루를 퍼뜨려 수정시킨다고 하는군요. 벌이나 나비가 아닌, 파리와 딱정벌레가 어울리는 그런 꽃.

웃기지만 저는 바로 그래서 이 꽃들이 좋습니다.

상기한 이유로 다른 꽃들처럼 향기롭지도 않고, 덕분에 사람들에게 사랑받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그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목적(수정)을 묵묵히 달성해내고는 쿨하게 썩어 사라지는 모습이 저에게 묘한 감동까지 전해주니까요. 

당장 이 블로그의 프로필 사진을 장식하고 있는 무궁화(예전에는 분홍색 무궁화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만, 작년에 흰 무궁화로 바꿨습니다)도 사실 진딧물 등 해충 잘 끼기로 유명한 꽃이죠. 오죽하면 벌레가 너무 잘 끼니 국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리까지 있었을 정도로요. 그러나 그럼에도 여전히 당당히 이 나라의 나라꽃으로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라는 사실을 함께 떠올려보면 역시나 묘한 감회에 젖게 됩니다.

세상에는 분명 장미나 백합처럼 아름다운 사람도 많지만, 그보다 이름없는 들풀이나 흔해 빠진 야생화에 가까운 분들도 많을 겁니다. 아마도 훨씬 더 많이. 게다가 개중에는 저처럼(?) 역겨운 냄새의 시체꽃이나 다가서기 힘든 선인장 같은 분들도 있을테구요.

그러나 저는 그 모두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장미의 화려함만큼이나 코스모스의 수수함도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벌레가 끼고도 까딱않고 꽃을 피워내는 무궁화도 멋지다고 생각하며, 처절하게 그 목적을 달성해내는 시체꽃의 장렬함도 좋아하니까요. 그리고 저처럼 시체꽃의 장렬함에 새삼 주목해주는 사람들이 세상에 조금만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많아도 곤란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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