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여성형? 왜 여성형을 사?"
"아니…뭐, 그냥 보통 여성형 많이 사니까"
"무슨 소리야, 내 주변에는 다 남성형 샀어. 여성형 사고 싶으면, 결혼 관두고 그냥 덕후새끼들처럼 혼자 살어"
"야 무슨…"
전자제품 시판장에서 벌어지는 한 예비 신혼부부의 실랑이. 영업사원은 은근슬쩍 끼어들어 상황 정리를 한다.
"네, 예전에는 여성형 모델을 많이 사셨는데, 요새는 남성형 모델을 많이들 구입하십니다. 집안에 방범보안 측면에서도 아무래도 남성형 모델이 있는게 더 든든하고, 또 남편 분들 입장에서도 좋은 친구도 되구요. 보통 남자분들 조금만 나이 드셔도 주말에 친구 분들 뵙기 어렵잖아요. 바빠서. 그럴 때 낚시친구도 되어주고 운동 상대도 되어주고. 아내 분 경호원 역할도 되구요"
영업사원의 말에 남자가 조금 불만인 듯 반박했다.
"그건 여성형 모델도 되는거 아닌가요"
"네, 기능적으로는 똑같습니다. 그건 그런데 사람 심리라는게, 더 덩치도 크고 아무래도 남자처럼 생긴게 더 심리적으로 위압감을 주긴 하니까요"
그 말에 남자는 힐끗 옆에 서있는 남성형 도우미 로봇을 쳐다본다. 180cm 중후반대의 훤칠하고 탄탄한 몸매를 가진 이 남성형 모델이, 아무래도 저 여리여리한 160 중후반대의 여성형 모델보다야 더 경호 역할에 어울려 보인다는 것은 분명했다.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있어서, 외모도 마음대로 결정하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다리 부분 파츠를 교체해서, 키도 원하신대로 설정 가능합니다."
남자는 아쉬운듯이 귀여운 여자 로봇을 지그시 훑다가 다시 힐끗 남자 로봇의 아랫도리 부분을 손으로 툭 치고 물었다.
"그럼 이 놈도 거시기가 달려있나요"
"아 쫌!"
여자는 민망하다는 듯 남자의 팔뚝을 잡아챘지만, 영업사원은 빙긋 웃는다.
"네, 베드도우미 기능도 내장되어 있습니다. 다만 세이프 모드를 이용하면 배우자 분이 잠금 모드로 두실 수 있고, 성기는 물론 침실서비스 기능 자체를 모두 잠금으로 두실 수 있습니다. 안마, 마사지 기능 같은 것도. 또… 이건 기본형이라서 단일 성별 모델이지만, 옵션 추가하시면 남성형도 여성기 모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원 별…"
남자와 여자 모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터뜨렸고, 영업사원은 여전히 그 영업 스마일로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구매하시면 72개월 전액 무료 할부도 진행 가능합니다."
사람들이 크게 인식하기 이전부터 이미 대단위 공장에는 로봇이 꽤 높은 비중으로 도입이 되어 있었다. 당장 오늘도 시위에 나와 피켓을 들고 소리치는 사람들조차도 이미 젊었던 시절에 로봇이 30% 정도 가조립한 자동차를 탔던 사람들이다.
어쨌거나 2050년 일본 소프트쿱스의 인간형 도우미 로봇 출시는 사람들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으로,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 튜링 테스크를 통과한 도우미 로봇, 그 자체로 이미 강력한 반려자 후보에 올라선 셈이니까. 이미 평생 독신이 전체의 25%에 육박하던 사회 속에서 '내 이상적인 외모로 커스터마이징 된 말 잘 듣는 로봇 반려자'는 꿈에 그리던 환상의 구현과 다름 없었다.
"지랄들 하네"
물론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출시 초기에는 루저들의 장난감, 이상성욕자들의 초고가 섹스토이라는 식의 비아냥이 이어졌다.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고, 해킹을 통한 범죄 활용 가능성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곧 차세대 인간형 스킨 및 보안기능 등 다양한 기능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기업과 가정에서 새삼 주목받았다. 24시간 활동 가능한 인간형 경비로봇은 수요가 엄청났다. 기존의 인공지능 탑재 보안 CCTV나 비인간형 경비 로봇에 비해서 의전, 도어맨, 보디가드 등 훨씬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고, CCTV + 보안인력보다 경비로봇 쪽이 장기간의 전체 유지비나 효과면에서나 훨씬 경쟁력이 있었으니까.
일반 가정에서도 육아 및 가사, 반려동물 돌보미를 대신해 주는 집사로서의 역할과 보안기능이 매우 주목 받았다. 곧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나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도 "육아 도우미로서의 로봇이 출산 권장에 도움이 된다" 라며 저출산대책으로 정부 지원금을 고려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이미 그 시점에서 전체 노동시장에서의 로봇 점유율은 15%가 넘은 상태였다. 이미 지난 수십 년간 키오스크 및 서비스 머신들이 대체한 일자리만 수백 만개였지만 역시 '인간형 로봇'에게 빼앗기는 일자리는 더욱 민감하게 체감되었다. 그때부터 서서히 로봇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되었다.
"에이 씨"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던 길에 나는 짜증이 단단히 났다. 결국 남성형 모델을 사기로 했기 때문이다. 선수금 2천에 48개월 할부. 그 돈이면 중형 세단도 한 대 살 돈인데. 어쩐지 왠일로 로봇 도우미를 사러 가자고 한다 했다. 남성형 도우미를 사러 갈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안 했다.
"아 괜히 샀나"
기분도 영 찝찝했다. 무슨 내가 여성형 모델 산다니까 펄펄 뛰어놓고서는, 정작 남성형 모델 커스터마이징 할 때는 아주 눈이 돌아가서 세팅하는게 영 보기도 좀 그랬다. 키는 187에 얼굴도 지 취향으로 꾸미더니만 가슴도 탄탄하고 빨랫판 같은 복근에 말벅지에, 그 놈의 거시는 뭔 말만한 걸 달려고 하길래 한 소리 했더니 그제서야 눈치 보며 기본형으로 한단다. 지랄마라, 내가 그거 망가지는 그 날까지 비번 풀어주기는 할 줄 아나.
"그래도 뭔 수가 있겠지"
공장초기화를 시킨다거나 루팅을 한다거나. 직접이야 못해도 어디가서 돈 주고서라도 하면 그만 아닌가. 그래서 찝찝했다. 그 마음을 달래러 집 근처 호프에 들어섰다. 그리고 거기서 우연히 기범이 형을 만났다. 하기사 우연은 아니지. 이 형이 술집에 있는게.
"야, 잘했어. 바람 방지 대책으로 그거만한게 없댄다. 니가 언제까지 와이프랑 물고 빨고 할 거 같냐? 딱 1년이야 1년. 니네 연애도 오래했잖아. 애 낳으면 할거 같냐? 안 해. 그리고 애 낳으면 여자 어떻게 된다? 푹 퍼져. 푹 퍼지고 나이 먹어서 뒤늦게 덤벼들면 니만 피곤해진다고. 그렇다고 니가 안 자준다? 그럼 백프로 바람 나는거야. 그게 프로세스야 프로세스. 아 밖에 나가서 딴 놈들이랑 자 제끼다가 눈 맞아서 이혼서류 들이미는 것보다야 백배 낫지. 안 그래?"
듣고보니 일리가 있는 듯 하여 형도 그럼 집에 남성형 모델 있냐고 물으니까 고개를 젓는다.
"내 집구석에 그런거 있는거 나는 못 보지. 내 성격에는. 근데 나도 예전에는 있었어, 기집애 로봇. 그, 나 족발집 할 때. 마누라랑 둘이 밖에서 온종일 일하고 오면 방구석에 살림은 누가 해. 와이프가 지랄해서 그때 한 대 샀는데 살림도 시키고 일 바쁘면 와서 일 시키고, 좋았지. 근데 이게, 기집 모델 사놓으니까 우리 마누라도 그걸 질투하더라고. 기집들은 원래 그런거야. 세상 만물에 질투를 다 한다니까. 니가 방구석 변기통을 좋아한다고 하면 변기통도 깨부술게 여자라 이거야"
픽 웃다가 물었다.
"그거 좋아요? 여성형 로봇, 그거"
기범이 형은 낄낄댄다.
"좋지. 마누라랑 못하는거 다 해볼 수 있다고. 딱 요래 엎드려 놓고, 후장에다가…"
"아 형님"
원체 목소리 큰 양반이 흥분해 목소리가 더 커졌다. 형을 제지하자 더 낄낄대며 "생각해보니 좋긴 좋네. 남자 로보트" 하며 나를 놀린다.
"야, 혹시 아냐? 덕분에 너도 새로운 세계에 눈 뜰지? 내 아는 새끼 중에도 호모가 하나 있는데 걔들이 한번 딱…"
"아 진짜 생각할수록 망한거 같아요"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더 짜증이 난다. 로봇은 다다음 주에 온다는데. 벌써 여자친구는 미러비젼에 글이랑 커스텀 모델 카탈로그 영상 띄우고 난리 났다. 댓글을 보니 더 열불이 난다.
seju0426 : 어머 우리 수진이ㅋㅋ신혼여행 때 장난 아니겠네ㅋㅋㅋ불나겠어ㅋㅋㅋㅋㅋㅋㅋ
dz_k2041 : 부럽다 야ㅋㅋㅋㅋ 근데 누구 닮은거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 난 딱 바로 누구 생각나는데?ㅋㅋㅋㅋ
jiyhek : 언니들 짖궂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il_dh : 야 로보트 언니 좀 빌려줘ㅋㅋㅋ이 돌싱 언니 외롭다고ㅋㅋㅋㅋㅋㅋㅋ
ezy_ezy : ㅋㅋ대박ㅋㅋ이름은 뭘로 붙일거야?
뭐 의례 하는 소리인건 안다만 역시나 호구짓 했나 싶다. 그리고 농담인거 알면서도 누구 닮은거 아니냐는 말에 화가 치솟는다. 뭐 전 남친이라도 닮은건가. 일단 나랑은 전혀 다르게 생긴 모델이니. 확 기분이 잡친다. 이래서 비인간형 모델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거구나 싶기도 하고.
그냥 집안 일 하는 로봇이니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하자, 내가 지금 로보트에 질투하는건가, 싶어 어처구니 없기도 하다가 또 문득 '지는 되면서 왜 나는 안된다는건가' 하는 마음에 불끈 화가 치솟는다. 지 말로는 여자는 자제심이 있지만 남자는 그런게 없어서 사놓으면 결국 자기한테 소홀히 하고 로보트한테 빠질거라나? 원 지랄도.
정부는 뒤늦게 로봇세와 로봇 총 한도제, 서비스업 내 특수업종에 대한 로봇채용 금지 등의 정책과 규제를 발표했지만, 이미 사람들은 로봇의 맛을 본 상황이었다. 일반 가정에서 이미 도우미 로봇의 유용함을 체험한 기업가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기업체에도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초기 비용이 좀 부담되기는 한데, 3교대 돌릴거 한 놈이 다 해치우니까 금방 본전 뽑고 이익 뽑죠. 그리고 자꾸 공장 생산현장 이야기 들먹이는데, 그런 식이면 음식점이랑 편의점 키오스크, 서빙머신도 없애야지. 무인 여객기, 무인 화물차도 따지고 보면 로봇 아냐? 왜 자꾸 생산 현장만 갖고 그 난리인데. 요즘에 건설현장도 죄 무인 로봇차가 다 하잖아. 그리고 이것도 다 국산이야 국산. 나는 애국자라고!"
게다가 로봇세나 로봇 총한도제 도입 역시 대현 중공업과 오성 다이너믹스 등 국내 로봇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만 꺾을 뿐이라는 여론의 반대에 밀려 법안이 상당히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이에 대해, 당정청은 여야 합의를 거쳐, 기본소득제 도입 및 실시에 대한 최종적인 검토를…"
그러나 이미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로봇이 노동시장을 잠식해 들어가자 빈부격차가 위험한 수준으로 벌어졌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었다. 전 세계 선진국 거의 전부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도입 이래 최대 폭으로 빈부격차가 벌어진 상태였다. 단순히 부의 차이만 큰 상황이 아니었다. 소득분위 하위 30%는 이미 생계가 무너진 상태였고 전국적인 슬럼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 일부 선진국에서 이미 도입되어 운영 중이던 기본 소득제를 정부에서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태종이 너무 나무래지마 엄마. 요즘 애들 얼마나 힘든 줄 알아? 한 해에 15만명 애들이 사회에 나오는데 일자리가, 일 같지도 않은 일자리까지 다 합쳐서 딱 7천개래. 일자리가 없는게 정상이지. 아 알아. 그럼. 나도 잘하지. 여튼 태종이 너무 괴롭히지 말고. 알았어. 어. 엄마도 쉬어"
수정이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푹 쉬었다. 동생 이야기인가.
"왜"
"태종이 말이야. 애가 일자리도 없고, 비전도 없고 하니까 자꾸 우울해하고 마음을 못 잡고 밖으로 돈대."
"수리 공장 들어갔다고 하지 않았어?"
"의무고용 4개월만 채우고 바로 짤렸대"
"진짜 요즘 애들 다 어떻게 살라는건지 모르겠네"
소득을 기준으로 전체 분위 하위 60%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득별 차등을 둔 기본소득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그 금액은 결코 크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서 밥만 먹고 살기에도 벅찬 수준의 금액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다시 가족 단위로 뭉치기 시작했다.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40만원으로는 먹고 살기도 힘들었지만, 네 사람에게 주어지는 160만원으로는 어떻게든 최소한의 규모 경제를 발생시킬 수 있었으니까. 무조건적인 다산을 통해 소득창출을 계획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관리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오늘 저녁은 검은콩밥, 된장찌개, 멸치볶음, 시금치무침, 계란후라이, 이상입니다"
가족 구성원수가 많지 않은 서민들이나 노인들 사이에서는 공동생활체 형태의 또다른 생활양식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서민 아파트 한 동의 전원이 경제공동체로 묶이는 것이었다. 이 역시 한 명의 40만원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도, 사십명의 1600만원으로는 한달 생활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로봇 도우미까지 하나 장기 대여하여 집안 살림을 시키는 것까지 가능했으니까. 정부과 금융권에서도 이러한 삶의 양식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그래도 문제가 나아지지 않자 정부에서는 외국의 경우를 참고해 '10대 규제직종'이라고 하여 특정 분야의 직종에 대해 아주 특수한 예를 제외하고는 로봇 채용을 20% 미만으로 줄이도록 했다. 주로 예술과 환경미화, 특수기술, 단순 노무 직종 위주의 규제였지만 그래봐야 120만개도 안되는 일자리였고, 이 역시도 편법으로 빠져나갈 방법이 얼마든지 있어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승만씨는, 다음 주 수요일까지만 나오면 돼"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진학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 시행되는 '의무근로' 역시, 기업에서는 6개월 이상 채용시 발생되는 다양한 의무 탓에 나라에서 규정한 최소한의 인간 의무고용 기간 4개월만 채우면 곧바로 사람을 자르고, 남은 1년 중 8개월을 로봇으로만 굴렸다. 기업 입장에서는 각종 리스크나 비용을 감안할 때 사람은 아예 없는 편이 나았다.
"고마워. 아무 것도 없는 나를 골라줘서"
"무슨. 그런 말 하지도 마. 넌 충분히 자격 있는 사람이야. 나야말로 내 청혼 받아줘서 고마워"
어제 그제 꽁했던 마음이, 수정의 말 한 마디에 너그럽게 풀렸다. 하루종일 돌아다닌 탓인지 아니면 호텔 욕조의 거품목욕에 몸이 풀린 것인지 수정은 금방 잠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 호텔 빌딩 140층 전면유리로 내다보이는 이 넓은 서울의 전경에 새삼 압도되어 잠이 들만하면 다시 번쩍 정신이 든다.
"후…"
사실 나처럼 외모도 보잘 것 없는 놈이 수정이와 같은 끝내주는 미인을 아내로 맞이하게 된 것은 그저 오로지 '내가 직업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영업을 제외한 2년 이상 근속 취업률 4% 시대의 우리 사회에서 공기관, 그것도 경제정책 관련 공기업에 다니는 나는 학창 시절의 그 모든 설움을 입사 한달 만에 모두 씻어낼 수 있었다.
"후후"
어머니 말로 선 자리가 30군데에서 들어왔단다. 고르고 골라 나선 다섯 번의 맞선 자리에서 두 명의 여자와 그 날 잤다. 냉혹하다 못해 잔인하고 더럽기까지 한 취업시장과 점차 '생존을 위한 다산 계획'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사회 풍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출산비용의 부담을 기피하는 기업의 형태가 합쳐져, 여자들에게는 남자들보다 더한 취업 디스토피아가 펼쳐졌다. 그러다보니 일부의 여자들은 '육탄공격'까지 서슴치 않으며 미래를 계획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취업에 성공한 여자라면 마찬가지로 수많은 남자들의 대시를 받았다.
어쨌든 그 둘 중 하나가 수정이었다. 사실 수정이와 연애를 시작한 이후로는 더이상 한번도 선을 본 적이 없지만, 지금도 만약 선을 본다면 얼마든지 또 다른 여자들과 잘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요즘 세상이었다. 나로서는 직업 그 자체가 벼슬이나 마찬가지니까.
"음…"
하지만 바로 그 점이 걱정이었다. 만약 내가 어떤 이유로든 회사에서 잘린다면? 당장 우리 둘의 생활비 330만원야 젖혀 놓더라도, 그 외에 우리 집 80만원, 수정이네 80만원 부쳐주는 돈만 끊겨도 당장 수정이는 나를 떠나 다른 남자를 찾으러 갈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수정이를 제외한 수정이네 세 식구는 사실상 내가 부쳐주는 돈 80만원으로 지금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기본소득 120만원은 빌려쓴 돈 갚는데 들어간다고 했다. 원칙적으로야 기본소득은 금융기관이나 사채업자들이 절대 손대면 안되는 돈이지만 어디 우리 사회에서 그게 씨알이나 먹힐 원칙인가.
"수정아 잠깐만"
"우웅"
나는 결국 잠을 자는 대신 몸을 일으켜 책상으로 향했다. 핸드북을 켰다. 홀로비전에 비쳐지는 월요일의 보고 문서를 새삼 훑기 시작했다. 각각 KDDI와 NGTI에서 올린 식료지원제와 대환금융론인데, 어차피 둘 다 막대한 정부 예산이 필요한 제도다. 이미 기본소득제만으로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정부의 재정지출에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을 얹는 일이 되겠지만, 어느 정치인도 미래의 빚보다는 당장의 한 표에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괜찮다. 2035년 리디노미네이션 대실패의 무거운 짐을 지고도 불과 10여 년 만에 금방 회복한 우리나라다. 어떻게든 되겠지.
"오빠 오빠, 이거 봐봐"
예상보다 빨리 배송이 이루어져, 일단은 로봇을 수정이네 집으로 배송시켰다. 수정이도 좋아하고, 수정이네 가족도 일단 결혼하기 전까지 로봇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면 두루두루 좋은 일이니까. 또 잘난 사위 '능력'도 자랑할 겸. 수정이네 가족이 수발 드는 로봇 보며 좋아하는 모습을 수정이의 채널폰을 통해 보니 나까지 흐뭇했다.
"좋네"
나는 한참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문득 우리 집 생각도 났다. 또 수정이 어머님도 결국 우리 결혼해서 로봇 데려가면 얼마나 허전할까 싶기도 했다.
"수정아"
"응"
"그 로봇, 그냥 너네 집에 두고 쓸래? 어머니 쓰시게"
"뭐?"
수정이는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조금은 감동할 줄 알았지만, 그보다 "그럼 우리 결혼하면 나는?" 하고 되묻는데서 과연 수정이 답다 싶어서 혼자 웃었다.
"우리는 그냥 대여해서 쓰고. 우리 집에도 대여 한대 돌리고"
"대여하는건 얼만데?"
"구 모델은 15만원쯤? 신 모델은 20만원에서 50만원쯤 할거야"
"한달에?"
"어"
내 말에 수정이는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지만 "아냐, 오빠 생각 너무 고마운데, 그냥 이거 우리가 쓰고, 우리 집은 됐어" 하며 고개를 지었다.
"왜"
"왜긴. 오빠 이미 지금도 우리 집에 돈 많이 부치는데 뭘 또 그래. 이거 달달이 얼마나 나가는건데. 오빠 어머니 아프시니까 오빠 집에만 대여하던지"
"정 뭐하면 그냥 우리가 그거 쓰고, 우리 집이랑 니네 집에 대여 모델을 보내던가. 돈 부담되는거야, 우리가 조금 줄이면 되지"
그 말에 수정이는 다시 또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여튼 좀 더 생각해보자" 하면서 대답을 피했다.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동정처럼 느낀 것은 아닌가 싶어 괜한 말을 꺼냈나, 싶기도 하고.
"어이고 장 서방!"
"아 예 어머니"
"엄마는 서방은 무슨 서방이야. 아직 우리 결혼 안 했어"
"아 뭐 한거나 다름없지. 근데 이거 진짜 좋네, 좋아. 재밌어"
채널폰 너머로 어머님이 신나서 좋아라 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나까지 흐뭇했다. 그리고 그날 밤, 수정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오빠"
"어"
"아냐"
"뭐?"
"아니야"
"뭔 말을 하려다 말아. 빨리 말해"
"진짜 아냐"
그녀가 이렇게 말을 계속 빼는 것을 보고 난 눈치챘다.
"왜? 비번 풀어줘?"
내 말에 수정이는 "으흥" 하며 부정도 긍정도 아닌 코웃음만 흘린다.
"근데 싫다"
"아앙"
"됐어, 꿈도 꾸지마, 그거 합금에 녹 슬 때까지 암호 안 풀어준다"
"치"
수정이는 내 말에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냥 황당해서 웃음이 터졌다. 내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야, 그렇다고 끊냐? 그리고 좀 이상하잖아. 내가 어? 내 손으로 그 놈 암호 풀어주는게"
수정은 대답 대신 잠시 말이 없어졌고, 곧이어 로봇의 음성으로 "이런 행동은 옳지 않아요" 하는 거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에 나도 수정이도 빵 터졌다.
"야, 너 지금 뭐했길래 로보트가 그런 말을 해"
"아 진짜 이거 대박이다"
나는 한참을 더 웃다가 앱을 통해 놈의 세이프 모드를 해제했다. 내 손으로 내 여자친구와 잘 남자로봇의 비번을 풀어준다는게 좀 이상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내 손에 딜도 들고 있는거랑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여 그렇게 풀어줬다. 뭐, 나는 나대로 나중에 여자 모델 사던가, 빌리던가 하지 뭐.
"헐, 오빠 비번 풀었어?"
"어, 근데 어떻게 알았어"
"얘 지금 완전 화났는데"
"야이"
나는 잠시 뭘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핸드북을 통해 여성형 모델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뭐 까짓거 72개월 풀할부 끊으면 되는거 아닌가. 내가 감당 못할 돈도 아니고. 연말 보너스도 있을테고. 쓰다가 중고로 팔아도 그만이고. 어차피 팩토리 리퍼해서 싹 초기화 할텐데.
"흠"
한편으로 달달이 150 남짓한 돈으로 생활하는 엄마, 아빠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당장은 내 삶의 즐거움이 효보다 더 끌렸다.
"와, 이거 뭐야"
한국에서는 아직 불법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실존하는 유명인의 스킨으로 교체하는 교환 파츠도 시판 중이었다. 엘리자베스 요한슨 얼굴 스킨도 있었다.
"오 도대체 근데 Y컵은 뭐지. 이건 뭐 그냥 개그로 만든건가"
그렇게 스크롤을 좀 더 내리노라니, 다시 수정이에게 전화가 왔다.
"왜?"
"왜냐니"
"안 해?"
"아 싫어. 생각해보니까, 내가 얘랑 자면 오빠 분명히 여자 로봇 살 거 같아서"
…가끔은 여자의 예감이 두렵기까지 하다.
"진짜 괜찮아? 나 괜찮어. 나 쿨한 사람이야. 쟤는 사람이 아니잖아"
"아 됐다고. 기분 나뻐. 이거 다시 비번 채워"
"뭐래"
"나중에라도 여자 로봇 집에 들였다간 잘라버릴 줄 알어"
"어휴 이런"
그녀의 '자제심' 운운 이야기는 인정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수정의 말대로 다시 놈을 세이프모드로 전환했다.
"후회하지 마라"
"됐거든?"
그리고 새삼, 수정이에 대해 꽤 믿어도 될 여자라는 생각을 했다. 뭐, 로보트랑 잠깐 재미 좀 본다고 믿네 안 믿네 이야기 하는 것도 웃긴 일이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제 결혼까지 이주일. 부디… 우리의 미래가 밝기를 기도했다.
'참'
22세기가 코 앞이고, 로봇이 진짜 집에서 사람을 돕는 시대가 와도, 우리들은 여전히 상상 속의 초월자를 그리며 막연한 소원을 빈다는 사실에 새삼 혼자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하며 피식 웃었다.
< 끝 >
"아니…뭐, 그냥 보통 여성형 많이 사니까"
"무슨 소리야, 내 주변에는 다 남성형 샀어. 여성형 사고 싶으면, 결혼 관두고 그냥 덕후새끼들처럼 혼자 살어"
"야 무슨…"
전자제품 시판장에서 벌어지는 한 예비 신혼부부의 실랑이. 영업사원은 은근슬쩍 끼어들어 상황 정리를 한다.
"네, 예전에는 여성형 모델을 많이 사셨는데, 요새는 남성형 모델을 많이들 구입하십니다. 집안에 방범보안 측면에서도 아무래도 남성형 모델이 있는게 더 든든하고, 또 남편 분들 입장에서도 좋은 친구도 되구요. 보통 남자분들 조금만 나이 드셔도 주말에 친구 분들 뵙기 어렵잖아요. 바빠서. 그럴 때 낚시친구도 되어주고 운동 상대도 되어주고. 아내 분 경호원 역할도 되구요"
영업사원의 말에 남자가 조금 불만인 듯 반박했다.
"그건 여성형 모델도 되는거 아닌가요"
"네, 기능적으로는 똑같습니다. 그건 그런데 사람 심리라는게, 더 덩치도 크고 아무래도 남자처럼 생긴게 더 심리적으로 위압감을 주긴 하니까요"
그 말에 남자는 힐끗 옆에 서있는 남성형 도우미 로봇을 쳐다본다. 180cm 중후반대의 훤칠하고 탄탄한 몸매를 가진 이 남성형 모델이, 아무래도 저 여리여리한 160 중후반대의 여성형 모델보다야 더 경호 역할에 어울려 보인다는 것은 분명했다.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있어서, 외모도 마음대로 결정하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다리 부분 파츠를 교체해서, 키도 원하신대로 설정 가능합니다."
남자는 아쉬운듯이 귀여운 여자 로봇을 지그시 훑다가 다시 힐끗 남자 로봇의 아랫도리 부분을 손으로 툭 치고 물었다.
"그럼 이 놈도 거시기가 달려있나요"
"아 쫌!"
여자는 민망하다는 듯 남자의 팔뚝을 잡아챘지만, 영업사원은 빙긋 웃는다.
"네, 베드도우미 기능도 내장되어 있습니다. 다만 세이프 모드를 이용하면 배우자 분이 잠금 모드로 두실 수 있고, 성기는 물론 침실서비스 기능 자체를 모두 잠금으로 두실 수 있습니다. 안마, 마사지 기능 같은 것도. 또… 이건 기본형이라서 단일 성별 모델이지만, 옵션 추가하시면 남성형도 여성기 모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원 별…"
남자와 여자 모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너털웃음을 터뜨렸고, 영업사원은 여전히 그 영업 스마일로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구매하시면 72개월 전액 무료 할부도 진행 가능합니다."
로봇소시아
사람들이 크게 인식하기 이전부터 이미 대단위 공장에는 로봇이 꽤 높은 비중으로 도입이 되어 있었다. 당장 오늘도 시위에 나와 피켓을 들고 소리치는 사람들조차도 이미 젊었던 시절에 로봇이 30% 정도 가조립한 자동차를 탔던 사람들이다.
어쨌거나 2050년 일본 소프트쿱스의 인간형 도우미 로봇 출시는 사람들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으로,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 튜링 테스크를 통과한 도우미 로봇, 그 자체로 이미 강력한 반려자 후보에 올라선 셈이니까. 이미 평생 독신이 전체의 25%에 육박하던 사회 속에서 '내 이상적인 외모로 커스터마이징 된 말 잘 듣는 로봇 반려자'는 꿈에 그리던 환상의 구현과 다름 없었다.
"지랄들 하네"
물론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출시 초기에는 루저들의 장난감, 이상성욕자들의 초고가 섹스토이라는 식의 비아냥이 이어졌다.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고, 해킹을 통한 범죄 활용 가능성 등의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곧 차세대 인간형 스킨 및 보안기능 등 다양한 기능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기업과 가정에서 새삼 주목받았다. 24시간 활동 가능한 인간형 경비로봇은 수요가 엄청났다. 기존의 인공지능 탑재 보안 CCTV나 비인간형 경비 로봇에 비해서 의전, 도어맨, 보디가드 등 훨씬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고, CCTV + 보안인력보다 경비로봇 쪽이 장기간의 전체 유지비나 효과면에서나 훨씬 경쟁력이 있었으니까.
일반 가정에서도 육아 및 가사, 반려동물 돌보미를 대신해 주는 집사로서의 역할과 보안기능이 매우 주목 받았다. 곧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나 신혼부부들 사이에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도 "육아 도우미로서의 로봇이 출산 권장에 도움이 된다" 라며 저출산대책으로 정부 지원금을 고려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이미 그 시점에서 전체 노동시장에서의 로봇 점유율은 15%가 넘은 상태였다. 이미 지난 수십 년간 키오스크 및 서비스 머신들이 대체한 일자리만 수백 만개였지만 역시 '인간형 로봇'에게 빼앗기는 일자리는 더욱 민감하게 체감되었다. 그때부터 서서히 로봇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되었다.
"에이 씨"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던 길에 나는 짜증이 단단히 났다. 결국 남성형 모델을 사기로 했기 때문이다. 선수금 2천에 48개월 할부. 그 돈이면 중형 세단도 한 대 살 돈인데. 어쩐지 왠일로 로봇 도우미를 사러 가자고 한다 했다. 남성형 도우미를 사러 갈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안 했다.
"아 괜히 샀나"
기분도 영 찝찝했다. 무슨 내가 여성형 모델 산다니까 펄펄 뛰어놓고서는, 정작 남성형 모델 커스터마이징 할 때는 아주 눈이 돌아가서 세팅하는게 영 보기도 좀 그랬다. 키는 187에 얼굴도 지 취향으로 꾸미더니만 가슴도 탄탄하고 빨랫판 같은 복근에 말벅지에, 그 놈의 거시는 뭔 말만한 걸 달려고 하길래 한 소리 했더니 그제서야 눈치 보며 기본형으로 한단다. 지랄마라, 내가 그거 망가지는 그 날까지 비번 풀어주기는 할 줄 아나.
"그래도 뭔 수가 있겠지"
공장초기화를 시킨다거나 루팅을 한다거나. 직접이야 못해도 어디가서 돈 주고서라도 하면 그만 아닌가. 그래서 찝찝했다. 그 마음을 달래러 집 근처 호프에 들어섰다. 그리고 거기서 우연히 기범이 형을 만났다. 하기사 우연은 아니지. 이 형이 술집에 있는게.
"야, 잘했어. 바람 방지 대책으로 그거만한게 없댄다. 니가 언제까지 와이프랑 물고 빨고 할 거 같냐? 딱 1년이야 1년. 니네 연애도 오래했잖아. 애 낳으면 할거 같냐? 안 해. 그리고 애 낳으면 여자 어떻게 된다? 푹 퍼져. 푹 퍼지고 나이 먹어서 뒤늦게 덤벼들면 니만 피곤해진다고. 그렇다고 니가 안 자준다? 그럼 백프로 바람 나는거야. 그게 프로세스야 프로세스. 아 밖에 나가서 딴 놈들이랑 자 제끼다가 눈 맞아서 이혼서류 들이미는 것보다야 백배 낫지. 안 그래?"
듣고보니 일리가 있는 듯 하여 형도 그럼 집에 남성형 모델 있냐고 물으니까 고개를 젓는다.
"내 집구석에 그런거 있는거 나는 못 보지. 내 성격에는. 근데 나도 예전에는 있었어, 기집애 로봇. 그, 나 족발집 할 때. 마누라랑 둘이 밖에서 온종일 일하고 오면 방구석에 살림은 누가 해. 와이프가 지랄해서 그때 한 대 샀는데 살림도 시키고 일 바쁘면 와서 일 시키고, 좋았지. 근데 이게, 기집 모델 사놓으니까 우리 마누라도 그걸 질투하더라고. 기집들은 원래 그런거야. 세상 만물에 질투를 다 한다니까. 니가 방구석 변기통을 좋아한다고 하면 변기통도 깨부술게 여자라 이거야"
픽 웃다가 물었다.
"그거 좋아요? 여성형 로봇, 그거"
기범이 형은 낄낄댄다.
"좋지. 마누라랑 못하는거 다 해볼 수 있다고. 딱 요래 엎드려 놓고, 후장에다가…"
"아 형님"
원체 목소리 큰 양반이 흥분해 목소리가 더 커졌다. 형을 제지하자 더 낄낄대며 "생각해보니 좋긴 좋네. 남자 로보트" 하며 나를 놀린다.
"야, 혹시 아냐? 덕분에 너도 새로운 세계에 눈 뜰지? 내 아는 새끼 중에도 호모가 하나 있는데 걔들이 한번 딱…"
"아 진짜 생각할수록 망한거 같아요"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더 짜증이 난다. 로봇은 다다음 주에 온다는데. 벌써 여자친구는 미러비젼에 글이랑 커스텀 모델 카탈로그 영상 띄우고 난리 났다. 댓글을 보니 더 열불이 난다.
seju0426 : 어머 우리 수진이ㅋㅋ신혼여행 때 장난 아니겠네ㅋㅋㅋ불나겠어ㅋㅋㅋㅋㅋㅋㅋ
dz_k2041 : 부럽다 야ㅋㅋㅋㅋ 근데 누구 닮은거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 난 딱 바로 누구 생각나는데?ㅋㅋㅋㅋ
jiyhek : 언니들 짖궂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il_dh : 야 로보트 언니 좀 빌려줘ㅋㅋㅋ이 돌싱 언니 외롭다고ㅋㅋㅋㅋㅋㅋㅋ
ezy_ezy : ㅋㅋ대박ㅋㅋ이름은 뭘로 붙일거야?
뭐 의례 하는 소리인건 안다만 역시나 호구짓 했나 싶다. 그리고 농담인거 알면서도 누구 닮은거 아니냐는 말에 화가 치솟는다. 뭐 전 남친이라도 닮은건가. 일단 나랑은 전혀 다르게 생긴 모델이니. 확 기분이 잡친다. 이래서 비인간형 모델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거구나 싶기도 하고.
그냥 집안 일 하는 로봇이니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하자, 내가 지금 로보트에 질투하는건가, 싶어 어처구니 없기도 하다가 또 문득 '지는 되면서 왜 나는 안된다는건가' 하는 마음에 불끈 화가 치솟는다. 지 말로는 여자는 자제심이 있지만 남자는 그런게 없어서 사놓으면 결국 자기한테 소홀히 하고 로보트한테 빠질거라나? 원 지랄도.
정부는 뒤늦게 로봇세와 로봇 총 한도제, 서비스업 내 특수업종에 대한 로봇채용 금지 등의 정책과 규제를 발표했지만, 이미 사람들은 로봇의 맛을 본 상황이었다. 일반 가정에서 이미 도우미 로봇의 유용함을 체험한 기업가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기업체에도 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초기 비용이 좀 부담되기는 한데, 3교대 돌릴거 한 놈이 다 해치우니까 금방 본전 뽑고 이익 뽑죠. 그리고 자꾸 공장 생산현장 이야기 들먹이는데, 그런 식이면 음식점이랑 편의점 키오스크, 서빙머신도 없애야지. 무인 여객기, 무인 화물차도 따지고 보면 로봇 아냐? 왜 자꾸 생산 현장만 갖고 그 난리인데. 요즘에 건설현장도 죄 무인 로봇차가 다 하잖아. 그리고 이것도 다 국산이야 국산. 나는 애국자라고!"
게다가 로봇세나 로봇 총한도제 도입 역시 대현 중공업과 오성 다이너믹스 등 국내 로봇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만 꺾을 뿐이라는 여론의 반대에 밀려 법안이 상당히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이에 대해, 당정청은 여야 합의를 거쳐, 기본소득제 도입 및 실시에 대한 최종적인 검토를…"
그러나 이미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로봇이 노동시장을 잠식해 들어가자 빈부격차가 위험한 수준으로 벌어졌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었다. 전 세계 선진국 거의 전부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도입 이래 최대 폭으로 빈부격차가 벌어진 상태였다. 단순히 부의 차이만 큰 상황이 아니었다. 소득분위 하위 30%는 이미 생계가 무너진 상태였고 전국적인 슬럼화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 일부 선진국에서 이미 도입되어 운영 중이던 기본 소득제를 정부에서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태종이 너무 나무래지마 엄마. 요즘 애들 얼마나 힘든 줄 알아? 한 해에 15만명 애들이 사회에 나오는데 일자리가, 일 같지도 않은 일자리까지 다 합쳐서 딱 7천개래. 일자리가 없는게 정상이지. 아 알아. 그럼. 나도 잘하지. 여튼 태종이 너무 괴롭히지 말고. 알았어. 어. 엄마도 쉬어"
수정이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푹 쉬었다. 동생 이야기인가.
"왜"
"태종이 말이야. 애가 일자리도 없고, 비전도 없고 하니까 자꾸 우울해하고 마음을 못 잡고 밖으로 돈대."
"수리 공장 들어갔다고 하지 않았어?"
"의무고용 4개월만 채우고 바로 짤렸대"
"진짜 요즘 애들 다 어떻게 살라는건지 모르겠네"
소득을 기준으로 전체 분위 하위 60%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득별 차등을 둔 기본소득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그 금액은 결코 크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서 밥만 먹고 살기에도 벅찬 수준의 금액이었다. 이에 사람들은 다시 가족 단위로 뭉치기 시작했다.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40만원으로는 먹고 살기도 힘들었지만, 네 사람에게 주어지는 160만원으로는 어떻게든 최소한의 규모 경제를 발생시킬 수 있었으니까. 무조건적인 다산을 통해 소득창출을 계획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관리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오늘 저녁은 검은콩밥, 된장찌개, 멸치볶음, 시금치무침, 계란후라이, 이상입니다"
가족 구성원수가 많지 않은 서민들이나 노인들 사이에서는 공동생활체 형태의 또다른 생활양식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서민 아파트 한 동의 전원이 경제공동체로 묶이는 것이었다. 이 역시 한 명의 40만원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어도, 사십명의 1600만원으로는 한달 생활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로봇 도우미까지 하나 장기 대여하여 집안 살림을 시키는 것까지 가능했으니까. 정부과 금융권에서도 이러한 삶의 양식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그래도 문제가 나아지지 않자 정부에서는 외국의 경우를 참고해 '10대 규제직종'이라고 하여 특정 분야의 직종에 대해 아주 특수한 예를 제외하고는 로봇 채용을 20% 미만으로 줄이도록 했다. 주로 예술과 환경미화, 특수기술, 단순 노무 직종 위주의 규제였지만 그래봐야 120만개도 안되는 일자리였고, 이 역시도 편법으로 빠져나갈 방법이 얼마든지 있어 그다지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승만씨는, 다음 주 수요일까지만 나오면 돼"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진학을 하지 않는 이들에게 시행되는 '의무근로' 역시, 기업에서는 6개월 이상 채용시 발생되는 다양한 의무 탓에 나라에서 규정한 최소한의 인간 의무고용 기간 4개월만 채우면 곧바로 사람을 자르고, 남은 1년 중 8개월을 로봇으로만 굴렸다. 기업 입장에서는 각종 리스크나 비용을 감안할 때 사람은 아예 없는 편이 나았다.
"고마워. 아무 것도 없는 나를 골라줘서"
"무슨. 그런 말 하지도 마. 넌 충분히 자격 있는 사람이야. 나야말로 내 청혼 받아줘서 고마워"
어제 그제 꽁했던 마음이, 수정의 말 한 마디에 너그럽게 풀렸다. 하루종일 돌아다닌 탓인지 아니면 호텔 욕조의 거품목욕에 몸이 풀린 것인지 수정은 금방 잠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 호텔 빌딩 140층 전면유리로 내다보이는 이 넓은 서울의 전경에 새삼 압도되어 잠이 들만하면 다시 번쩍 정신이 든다.
"후…"
사실 나처럼 외모도 보잘 것 없는 놈이 수정이와 같은 끝내주는 미인을 아내로 맞이하게 된 것은 그저 오로지 '내가 직업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영업을 제외한 2년 이상 근속 취업률 4% 시대의 우리 사회에서 공기관, 그것도 경제정책 관련 공기업에 다니는 나는 학창 시절의 그 모든 설움을 입사 한달 만에 모두 씻어낼 수 있었다.
"후후"
어머니 말로 선 자리가 30군데에서 들어왔단다. 고르고 골라 나선 다섯 번의 맞선 자리에서 두 명의 여자와 그 날 잤다. 냉혹하다 못해 잔인하고 더럽기까지 한 취업시장과 점차 '생존을 위한 다산 계획'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사회 풍조,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출산비용의 부담을 기피하는 기업의 형태가 합쳐져, 여자들에게는 남자들보다 더한 취업 디스토피아가 펼쳐졌다. 그러다보니 일부의 여자들은 '육탄공격'까지 서슴치 않으며 미래를 계획하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취업에 성공한 여자라면 마찬가지로 수많은 남자들의 대시를 받았다.
어쨌든 그 둘 중 하나가 수정이었다. 사실 수정이와 연애를 시작한 이후로는 더이상 한번도 선을 본 적이 없지만, 지금도 만약 선을 본다면 얼마든지 또 다른 여자들과 잘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요즘 세상이었다. 나로서는 직업 그 자체가 벼슬이나 마찬가지니까.
"음…"
하지만 바로 그 점이 걱정이었다. 만약 내가 어떤 이유로든 회사에서 잘린다면? 당장 우리 둘의 생활비 330만원야 젖혀 놓더라도, 그 외에 우리 집 80만원, 수정이네 80만원 부쳐주는 돈만 끊겨도 당장 수정이는 나를 떠나 다른 남자를 찾으러 갈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수정이를 제외한 수정이네 세 식구는 사실상 내가 부쳐주는 돈 80만원으로 지금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기본소득 120만원은 빌려쓴 돈 갚는데 들어간다고 했다. 원칙적으로야 기본소득은 금융기관이나 사채업자들이 절대 손대면 안되는 돈이지만 어디 우리 사회에서 그게 씨알이나 먹힐 원칙인가.
"수정아 잠깐만"
"우웅"
나는 결국 잠을 자는 대신 몸을 일으켜 책상으로 향했다. 핸드북을 켰다. 홀로비전에 비쳐지는 월요일의 보고 문서를 새삼 훑기 시작했다. 각각 KDDI와 NGTI에서 올린 식료지원제와 대환금융론인데, 어차피 둘 다 막대한 정부 예산이 필요한 제도다. 이미 기본소득제만으로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정부의 재정지출에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을 얹는 일이 되겠지만, 어느 정치인도 미래의 빚보다는 당장의 한 표에 매력을 느끼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괜찮다. 2035년 리디노미네이션 대실패의 무거운 짐을 지고도 불과 10여 년 만에 금방 회복한 우리나라다. 어떻게든 되겠지.
"오빠 오빠, 이거 봐봐"
예상보다 빨리 배송이 이루어져, 일단은 로봇을 수정이네 집으로 배송시켰다. 수정이도 좋아하고, 수정이네 가족도 일단 결혼하기 전까지 로봇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면 두루두루 좋은 일이니까. 또 잘난 사위 '능력'도 자랑할 겸. 수정이네 가족이 수발 드는 로봇 보며 좋아하는 모습을 수정이의 채널폰을 통해 보니 나까지 흐뭇했다.
"좋네"
나는 한참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문득 우리 집 생각도 났다. 또 수정이 어머님도 결국 우리 결혼해서 로봇 데려가면 얼마나 허전할까 싶기도 했다.
"수정아"
"응"
"그 로봇, 그냥 너네 집에 두고 쓸래? 어머니 쓰시게"
"뭐?"
수정이는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조금은 감동할 줄 알았지만, 그보다 "그럼 우리 결혼하면 나는?" 하고 되묻는데서 과연 수정이 답다 싶어서 혼자 웃었다.
"우리는 그냥 대여해서 쓰고. 우리 집에도 대여 한대 돌리고"
"대여하는건 얼만데?"
"구 모델은 15만원쯤? 신 모델은 20만원에서 50만원쯤 할거야"
"한달에?"
"어"
내 말에 수정이는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지만 "아냐, 오빠 생각 너무 고마운데, 그냥 이거 우리가 쓰고, 우리 집은 됐어" 하며 고개를 지었다.
"왜"
"왜긴. 오빠 이미 지금도 우리 집에 돈 많이 부치는데 뭘 또 그래. 이거 달달이 얼마나 나가는건데. 오빠 어머니 아프시니까 오빠 집에만 대여하던지"
"정 뭐하면 그냥 우리가 그거 쓰고, 우리 집이랑 니네 집에 대여 모델을 보내던가. 돈 부담되는거야, 우리가 조금 줄이면 되지"
그 말에 수정이는 다시 또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여튼 좀 더 생각해보자" 하면서 대답을 피했다. 부담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동정처럼 느낀 것은 아닌가 싶어 괜한 말을 꺼냈나, 싶기도 하고.
"어이고 장 서방!"
"아 예 어머니"
"엄마는 서방은 무슨 서방이야. 아직 우리 결혼 안 했어"
"아 뭐 한거나 다름없지. 근데 이거 진짜 좋네, 좋아. 재밌어"
채널폰 너머로 어머님이 신나서 좋아라 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나까지 흐뭇했다. 그리고 그날 밤, 수정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오빠"
"어"
"아냐"
"뭐?"
"아니야"
"뭔 말을 하려다 말아. 빨리 말해"
"진짜 아냐"
그녀가 이렇게 말을 계속 빼는 것을 보고 난 눈치챘다.
"왜? 비번 풀어줘?"
내 말에 수정이는 "으흥" 하며 부정도 긍정도 아닌 코웃음만 흘린다.
"근데 싫다"
"아앙"
"됐어, 꿈도 꾸지마, 그거 합금에 녹 슬 때까지 암호 안 풀어준다"
"치"
수정이는 내 말에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냥 황당해서 웃음이 터졌다. 내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야, 그렇다고 끊냐? 그리고 좀 이상하잖아. 내가 어? 내 손으로 그 놈 암호 풀어주는게"
수정은 대답 대신 잠시 말이 없어졌고, 곧이어 로봇의 음성으로 "이런 행동은 옳지 않아요" 하는 거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에 나도 수정이도 빵 터졌다.
"야, 너 지금 뭐했길래 로보트가 그런 말을 해"
"아 진짜 이거 대박이다"
나는 한참을 더 웃다가 앱을 통해 놈의 세이프 모드를 해제했다. 내 손으로 내 여자친구와 잘 남자로봇의 비번을 풀어준다는게 좀 이상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내 손에 딜도 들고 있는거랑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기도 하여 그렇게 풀어줬다. 뭐, 나는 나대로 나중에 여자 모델 사던가, 빌리던가 하지 뭐.
"헐, 오빠 비번 풀었어?"
"어, 근데 어떻게 알았어"
"얘 지금 완전 화났는데"
"야이"
나는 잠시 뭘 어떻게 할까 하다가 그냥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핸드북을 통해 여성형 모델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뭐 까짓거 72개월 풀할부 끊으면 되는거 아닌가. 내가 감당 못할 돈도 아니고. 연말 보너스도 있을테고. 쓰다가 중고로 팔아도 그만이고. 어차피 팩토리 리퍼해서 싹 초기화 할텐데.
"흠"
한편으로 달달이 150 남짓한 돈으로 생활하는 엄마, 아빠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당장은 내 삶의 즐거움이 효보다 더 끌렸다.
"와, 이거 뭐야"
한국에서는 아직 불법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실존하는 유명인의 스킨으로 교체하는 교환 파츠도 시판 중이었다. 엘리자베스 요한슨 얼굴 스킨도 있었다.
"오 도대체 근데 Y컵은 뭐지. 이건 뭐 그냥 개그로 만든건가"
그렇게 스크롤을 좀 더 내리노라니, 다시 수정이에게 전화가 왔다.
"왜?"
"왜냐니"
"안 해?"
"아 싫어. 생각해보니까, 내가 얘랑 자면 오빠 분명히 여자 로봇 살 거 같아서"
…가끔은 여자의 예감이 두렵기까지 하다.
"진짜 괜찮아? 나 괜찮어. 나 쿨한 사람이야. 쟤는 사람이 아니잖아"
"아 됐다고. 기분 나뻐. 이거 다시 비번 채워"
"뭐래"
"나중에라도 여자 로봇 집에 들였다간 잘라버릴 줄 알어"
"어휴 이런"
그녀의 '자제심' 운운 이야기는 인정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수정의 말대로 다시 놈을 세이프모드로 전환했다.
"후회하지 마라"
"됐거든?"
그리고 새삼, 수정이에 대해 꽤 믿어도 될 여자라는 생각을 했다. 뭐, 로보트랑 잠깐 재미 좀 본다고 믿네 안 믿네 이야기 하는 것도 웃긴 일이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제 결혼까지 이주일. 부디… 우리의 미래가 밝기를 기도했다.
'참'
22세기가 코 앞이고, 로봇이 진짜 집에서 사람을 돕는 시대가 와도, 우리들은 여전히 상상 속의 초월자를 그리며 막연한 소원을 빈다는 사실에 새삼 혼자 '아직도 갈 길이 멀구나' 하며 피식 웃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