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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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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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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환하다 못해 찬란히 빛나던 그 여름날. 내리쬐는 태양볕에 편한 차림으로 나온 그녀.

"그 옷 잘 어울린다. 이쁘다"
"이거? 맨날 집에서 입는 옷인데? 완전 구린 옷인데"

빛바랜 자주색의, 누가 보아도 그냥 집에서만 입었을 법한 보푸라기 일어난 티셔츠였지만 그냥 그 편한 모습이, 나에게 보여주는 그 꾸미지 않은 모습이 좋았다.

"사실 나 오늘 머리도 안 감았다?"
"으이구, 자랑이다"

깔끔 떠는 누군가들이라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말이련만, 나는 그녀의 그런 소탈한 모습이 더 좋았다. 이제 서로가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는 증명처럼 느껴져서.

"엄마가 옷 다 빨아버렸어. 그래서 이거 입고 나온거야. 나 오늘 완전 구리지?"
"이쁘기만 하구만 뭐. 얼른 밥 먹자"

사실 그 옷은 그리 예쁘지 않았다. 당연히. 그냥 촌스러운 디자인의 낡은 티셔츠일 뿐인데. 그렇지만 그녀가 입어서 예뻤다. 얼굴도, 옷도 다. 그냥 나한테는 다 한없이 예쁘게만 느껴졌다. 행동 하나하나가 다 귀여웠고, 더 챙겨주고 싶었다.

그녀는 그 옷을 꽤 오랫동안 입었다. 3년, 아니 4년? 어쩌면 그보다 더.

언젠가의 전화로 "그 옷 말이야. 니가 좋아했던 옷, 빨래했는데 찢어졌어"하고 그녀가 보고할 때까지. 사실 난 그 '좋아했던 옷'이라는 말이 어떤 옷을 칭하는지도 몰랐다. 그저 "아 그래? 아깝네. 내가 또 이쁜 옷 사줄께"하고 맞장구 쳤을 뿐.

그로부터 한참 후에야 "근데 요즘 왜 그 자주색 티셔츠 안 입어?"하는 내 질문에 "저번에 찢어졌다고 했잖아"라는 답을 들었을 때야 깨달았다. 무심한 척 해도, 내 칭찬 한 마디 한 마디를 신경쓰고 있었구나, 하고.

"어디 갈까"
"코코스 가자"

그녀 집 근처, 동네의 뜬금없는 올드한 분위기의 경양식 레스토랑. 어처구니 없게도 음악은 힙합 음악이 나오는.

"뭐 먹을거야?"
"낙지볶음밥"

사실 물어볼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메뉴는 항상 똑같았다. 나는 김치볶음밥, 그녀는 낙지볶음밥. 사실 코코스의 음식은 지나치게 기름이 과해서 별로 맛있지 않았다. 단지 음악과 배경의 언밸런스가 묘하게 마음에 들었고, 그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이 좋았을 뿐이다.

"와, 맛있겠다"

기름 범벅의 느끼한 김치볶음밥. 그 나름의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다. 그녀의 낙지볶음밥도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기름 범벅의 맛.

"가끔 와서 이 기름진 맛 먹으면 너무 행복해. 특히 이런 날"

바로 그 행복해 하는 얼굴이 좋았다.

"이 가게 엄청 오래된 가게야. 내가 여기 처음 이사왔을 때도 있었어. 거의 한 10년 된 가게야"
"좋구나"

그래, 사실 너와의 사랑도 그 이상으로 오래가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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