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요즘에는 대동소이하지만 어쨌거나 일주일 중 야구장 최고의 대목은 역시나 금요일이다. 주말을
앞두고 적당히 마음이 들뜨는데다 그것도 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또 여자를 꼬셔서 뭘 어떻게 해보려고
생각하니 귀찮기도 귀찮을 뿐더러 어디 작업건다고 꼭 성공하라는 보장이나 있는가? 돈은 돈대로 쓰면
서 말이다. 그게 뭔 지랄인가. 차라리 딱 돈 쓸만큼 쓰고 확실하게 재미나게 노는게 낫지, 싶은거다.
게다가 아가씨들 역시 주말을 앞두고 좀 더 기분내기 좋다보니 왠지 더 힘을 줘서 꾸미는 언니들이 많고
그러다보니 금요일의 야구장은 왠지 미묘하게 다른 날보다 더 긴장되고 분위기도 좋은, 그런 '들뜬' 분
위기가 절로 연출이 되는 것이다.
"흐흐"
오늘 박지성 상무는 아침에 면도를 대충 했더니 턱에 한 가닥 좀 기다랗게 턱수염이 자꾸 성가셔서 살살
만지고는 있는데 어째 쑥 뽑히지를 않아 성가시지만 계속 그렇게 만지작 거리고 있노라니, 옆에서 은주가
그 큰 가슴을 출렁출렁 흔들거리며 다가온다.
"이야, 새삼스럽지만 가슴 정말 죽인다"
새 홀복인지 못 보던 옷인데, 정장 스타일이면서도 깊게 가슴이 패어서 진짜 쌕한 것이 참 간만에 군침
돌게 만든다. 은주는 피식 웃더니 "어머, 만져볼래요?" 하고 가슴을 이리 들이민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
이라도 물고 빨고 하고 싶지만 영업 전에 지랄 떨 생각은 없다.
"근데 아까 걸어올 때 보니까 어째 살 좀 빠진 거 같다?"
"그래보여요? 나 사실 요새 다이어트 하잖아"
은근슬쩍 친한 척 말을 놓는 은주. 흐, 귀여운 년. 나랑 친하게 지내는 다른 애들 보고서는 지도 나하고
적당히 친한 척 하고 싶은데 왠지 눈치만 살살 보더니만. 뭐 그래 친구 먹어준다. 나도 이렇게 미친듯이
붙임성 좋은 애들은 좋다.
"뭔 다이어트?"
"술 다이어트"
"그러다 위장 빵구난다"
그러고보면 새삼 신기한 것이, 정말 죽을 둥 살 둥 나름 최선을 다해 살빼고 운동하는 애들도 결국에는
몇 달 단위로 살이 붙는 애가 있는가하면, 맨날 일 끝나고도 꼭 뭐라도 먹어야 되는 그런 식탐 끝내주는
데도 항상 마른 애들이 있다.
"솔직히 우리 일 하는데 살 찌는 애들은 뭔가 문제가 있는거야. 그렇게 땀을 흘리는데"
"야, 니가 그렇게 땀을 흘릴 정도로 열심히 한다고?"
"아 나야 이미 테크닉이 끝내주니깐 그런거고, 다른 애기들 말이야"
"뭔 테크닉은"
"나 끝내줘 진짜루"
"에휴"
박지성 상무는 한숨을 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차에 노트북 가지러 간다. 차에서 일 좀 해야지"
"근데, 그거 효과 있어? 인터넷에서 정말 그걸 보고 와?"
어느새 담배를 꺼낸 은주에게 "담배 하나 줘봐" 하면서 한 개피를 얻은 박 상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대신에 빡세게 해야돼"
비는 시간 동안 짬짬히 노트북으로 몇몇 사이트를 돌면서 홍보글을 올린다. 실제로 효과가 얼마나 있는
지는 세상 아무도 모른다. 당장 나부터가 그런 글 보고 누가 연락을 할까 싶긴 한데… 생각보다 효과는
있는 느낌이다.
'이거봐라 이거 봐'
검색어 상위 노출을 위해 블로그에 온갖 태그와 인기 검색어로 범벅을 해서 말도 안되는 내용으로
게시물을 짜깁기 해서 올리는 영업상무들이 그득하다. 물론 박지성 상무 본인도 몇 개는 그런 내용을
버무려 놓은 블로그가 있긴 한데, 내 보기엔 그런 걸로는 효과가 쥐뿔 없다. 그냥 사람들 많이 다니는
커뮤니티에 언니들 사진 올리고-물론 차단 확률도 높지만- 홍보글 올리고, 마냥 홍보글만 올리는게
아니라 좀 어울리기도 어울리고 뭐 그러다보면…
'연락은 온다'
아주 드물게 정말 이런거 처음인데 호기심 반 성욕 반으로 찔러보는 사람이 있고, 한두번 우연찮게 남
따라서 갔다가 대뜸 그게 땡겨서 인터넷에 '풀싸롱' 검색어로 뒤져서 걸리는대로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미 '꾼'인데 다니는 업소 좀 바꿔볼까 하는 마음에 다른 데 수소문하다가 연락 하는 케이스도
있고. 뭐 생각해보면 온라인 홍보라는게 다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거기에다'
빡스 블로그에서 그 소설 보고 찾아오는 사람도 제법 있고. 후후. 담배나 태울까 하는 생각에 차창을
조금 여노라니 저기서 또 누구 둘이 싸운다. 하나는 소영이고, 하난 잘 모르겠네. 당연히 끼어들 생각은
없고 그저 간만의 구경거리려니, 하는 마음으로 숨 죽이고 조용히 쳐다본다. 잠시 먹먹해졌다 그녀들의
말소리가 조용한 골목길에 웅웅거리면서도 나름 잘 들린다.
"뭐하자는건데 지금?"
"참, 지금 몰라서 그래?"
"몰라서 그래…? 너 말이 좀 짧다? 야, 너 지금 뭐하냐? 어?"
"언니면, 언니대우 받고 싶으면 처신 똑바로 해. 딱 말해. 승우 오빠랑 어떻게 아는 사이야?"
"승우? 야, 니야말로 승우를…"
에효 씨발. 뭐 재미나는 껀수나 있나 했더니 안 봐도 비디오네. 삼각 관계에 기집 둘이 푸닥질 하는
븅신 꼬라지는 보고 싶지도 않다. 차창을 다시 올렸다. 참 기가 차는게, 하여간 웃긴 것이 삼각관계면
남자 새끼 자지를 걷어차고 관두면 될 것을 꼭 지들끼리 한번 더 쇼부를 친다. 누가 꼬리를 쳤네
어쩌네 하면서. 아 그렇다고 그 남자가 그렇게 매력있게 생긴 놈인가 하면 것두 아닌데 말이다.
'니꺼 내꺼 싸움이겠지'
그래봐야 그 새끼한테 니네들은 그저 밑구녕이 전부여, 하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거 말한다고 어디
통하기야 하겠는가. 그저 다시 야구장까페 고객관리나 하러 로그인을 하는데…
"야아아아아!"
허허. 급기야 둘은 빽 소리를 지르고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여자들 싸움답지 않게 시원하게 소영의
훅이 그 상대 여자애 턱에 꽂히고, 또 이번에는 그녀가 소영의 머리채를 잡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허, 보통 이렇게까지 진행되는 케이스는 잘 없는데. 저건 재밌네.
쌍시옷과 지읏, 피읖과 개, crazy, 여성기, 죽음, 남성기, 안구 등 다양한 어휘가 동원된 저렴한 고함
끝에 곧이어 일 봐주는 삼촌들과 웨이터 몇 명이 어떻게 알고 또 뛰어와 뜯어말리며 상황을 정리한다.
"에이그"
다시 가게 안에나 들어가야겠다, 하는 마음에 노트북을 접노라니 바로 영업용 폰으로 연락이 온다.
박지성 상무는 살짝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강남야구장 박지성 상뭅니다. 반갑습니다"
(다른 편 보러가기) - [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 블로그-
* 본 컨텐츠는 19세 미만의 이용자에게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tag : 01049645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