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소복 눈 쌓인 언덕길을 울면서 뒤돌아 걸어가는 네 모습을 두 눈 더 크게 뜨고 바라보면서,
아롱아롱 내 눈 속에 각인하듯 그렇게 저어기 언덕 너머 네 모습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바라보노라니 어느새 내 눈가에 고인 눈물로 시야만 뿌옇게 흐려지는데…
무엇을 어찌하면 좋을까, 저 언덕 너머 달려가서 붙잡으면 혹시라도 그녀가 한번 더 나를 용서해주지
않을까 망상도 해보지만 그러기엔 이미 내가 그녀를 너무 힘들게 했다는 생각에 한숨만 흘러나오는데
그 한숨이 심장이 뽑혀나가는 듯 아픈 이 가슴은 못 이룬 사랑에 대한 미련일까 나버리고 떠나는 그
사람이 뭐가 좋다고 이러는 미욱한 나에 대한 자책일까, 아니면 그저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일까.
천천히 해주려고 생각했던 많은 생각들이 모조리 후회로 돌변해 가슴을 후비노라니 시간 되돌려
다시 한번 너에게 사랑 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텐데,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에 허무한 웃음과 허탈한 눈물이 함께 터져나오니
차마 네 뒤를 따를 수야 없지마는 흩날리는 눈발에 네 발자국 지워지는 것 아쉬워 한발자국 한발
자국 맞추어 걷다보니 언젠가의 눈 오는 날, 함께 눈 맞으며 애들처럼 놀던 그 날 기억 떠올라 또
그만 왈칵 눈물이 흘러내리는구나
헤어져도 울지않으리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왜이리 바보같이 또 눈물흘리나 하염없이 흘러내
리는 눈물 바보처럼 닦고 또 닦으며 한발 한발 맞춰보려 하지만 이미 세차게 흩날리는 눈발에
네 발자국 다 지워져가니, 그렇게 네 흔적까지 사라지는 것 같아 서러운 마음에 울음까지 북받
치는데 울리는 휴대폰은 허겁지겁 확인하지만 그것은 또 엄마의 전화.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그만 주머니에 넣고 열 번도 넘게 아들이 걱정되어 울리는 엄마의 전화를
그렇게 무시한 채 하늘에 흩뿌려지는 눈발로 시선을 올려다보니 누렇게 빛 흩뿌리는 가로등만이
나의 이 추한 꼴을 모조리 다 지켜보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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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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