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씨발 눈 좆같이 많이 온다. 야, 현규야, 애들 데꾸 나가서 앞에 좀 쓸어라. 손님들 오다가 눈발에
구두 다 젖겠다"
박지성 상무는 눈을 털어내면서 야구장에 출근했다. 들어온지 두 달 째인 웨이터 현규는 "네에"하고는
잽싸게 다른 애들을 데리고 가게 앞을 쓸러나갔다. 애가 군대 전역하고 처음 일하는 애라서 빠릿빠릿
하면서도 잽싸게 잘해서 맘에 든다. 근데 진짜 센스 있을라면 미리 좀 쓸어놨어야지.
"어머 오빠 밖에 눈 와요?"
"장난 아냐, 오늘 너네 그냥 여기서 자고 가는게 상책이다. 아 진짜 대박이다 대박이야"
"아 왜요. 그렇게 눈 많이 와요?"
향기와 아름이는 울상을 지었다.
"장난 아니래두? 지금 막 앞이 안 보여 앞이"
"아 어떻게 나 오늘 구두도 이거 신고 왔는데"
발이 휑하니 드러나는 구두를 보자 박지성 상무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너 그거 신고가면 발가락 짤라야 돼"
"아 쫌"
그때 "으아아아, 흐아, 아 진짜 대박이다"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아라가 들어왔다. 그녀 역시도 무슨 남극
블리자드마냥 몰아치는 눈싸라기에 정신없이 급히 들어온 모양이다.
"여기"
박지성 상무가 센스있게 흰 손수건 몇 장을 건내주자 아라는 냄새 한번 맡더니 "이거 새거맞아?" 하고는
머리와 어깨의 눈을 털어내다.
"언니 밖에 눈 많이 와요?"
향기가 묻자 아라가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더니 손을 내저었다.
"말도 마, 장난 아냐. 아 나 오늘 괜히 나왔어. 어디 이래서야 손님이나 오겠니"
"그러게"
"걱정마, 올 사람은 다 와"
박지성 상무의 호언장담 앞에 그녀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맛을 다시다가 흩어졌다.
"고럼, 올 사람은 다 온다니까?"
휴대폰에 찍힌 [ 박 상무님, 오늘도 영업하시나요? ㅋㅋㅋ 이따가 9시쯤에 셋이서 갈라고 하는데 ]
하는 단골손님의 문자를 보고 박지성 상무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사람은 생각보다 날씨에 영향을 크게 받는 짐승이다. 그리고 장사 역시 그 영향을 받는다. 아무래도
눈비가 몰아치는 날은 맑은 날에 비해 장사가 덜 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를테면 아침부터
부슬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과, 멀쩡하다 갑자기 장대비가 내리는 날이 또 다르다.
갑자기 낮부터 예고에도 없던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에 비 졸딱 맞으며 떡치러 풀싸롱에 오는 놈들
이야 없지만(그러나 꼭 없지만은 않다) 이미 전날부터, 혹은 새벽,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
에는 다들 이미 집 나오면서 우산도 좀 챙겨나오기 마련이고, 거 하루죙일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기분이 멜랑꼴리해지니 '고짓거리' 생각이 대가리 속에 꽉 차고 떡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손님이
또 스윽하니 연락들을 주기 마련이다.
[ 아 물론이져ㅋㅋ 오늘 같은 날 오시면 아주 좋죠 ]
답장을 보내자 곧 [ ㅋㅋㅋㅋ알겠씀다 이따 연락 드리겠씀다 ] 하면서 OK싸인이 나온다. 박지성
상무는 기분좋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업무용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잠깐 가게 오픈할 때
까지 눈 좀 붙이고자 빈 룸에 들어가서 누웠다. 추운데 눈발을 뚫고 오느라 그랬는지 노곤하다.
몇 시간이나 잤나 싶어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지만 시간은 뜻밖에 15분 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아주 깊이 잔 것 같다. 라고 생각했지만 목 뒤가 여전히 뻐근한게 피로는 그대로다. 어휴.
"크흠"
팔운동을 하면서 목도 휘휘 돌린다. 아무래도 요새 몸이 예전같지 않다. 운동 좀 다시 빡씨게 해야하나.
무슨 술이라도 먹은 양 머리가 빙빙 돈다. 일어나야지. 벗어놓은 구두를 신고 몸을 일으켰다. 목도 좀
우득우득 소리나게 돌려보고 셔츠의 옷매무새를 다듬은 뒤 벗어놓은 재킷을 다시 걸쳐입었다. 서비스
정신의 기본은 스타일 아니겠는가.
"오, 나 물 좀"
부지런히 룸 세팅 중인 웨이터 지훈의 오봉에서 물 한잔을 따라 마셨다. 그리고 홀쪽으로 가자 마침
홀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아라가 물었다.
"오빠 어디 아퍼? 얼굴이 빨개"
"어? 아냐, 잠깐 누워있어서 그래"
그렇게 말은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리를 짚어보자 열이 있다.
"열은 좀 있네"
"어휴 눈 맞고 다녀서 그랬나보다. 오빠 내가 쌍화탕이라도 사다줄까?"
평소에는 그저 얼굴 반반하고 싸가지 없는 년들 같은데 이럴 때는 마누라 못지 않게 다정다감하다.
"그래"
그러자 아라는 옆에 있던 웨이터 현규에게 돈 만원짜리를 꺼내주며 "나, 쌍화탕이랑 안약 좀 사다줘요"
하고 심부름을 시킨다.
박지성 상무는 순간 어이가 없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야 니는 사다준다면서 쟤를 왜 시키냐?"
"얻어먹는 주제에 말이 많다!"
"이게"
아, 요물같은 년들. 하지만 이래서 또, 이 바닥에서 일하는 맛이 각별하다. 박지성 상무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힘을 내자고 마음먹었다. 아 오늘은 일 끝나면 바로 집에 가서 죽은 것처럼 자야지.
(다른 편 보러가기) - [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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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다 젖겠다"
박지성 상무는 눈을 털어내면서 야구장에 출근했다. 들어온지 두 달 째인 웨이터 현규는 "네에"하고는
잽싸게 다른 애들을 데리고 가게 앞을 쓸러나갔다. 애가 군대 전역하고 처음 일하는 애라서 빠릿빠릿
하면서도 잽싸게 잘해서 맘에 든다. 근데 진짜 센스 있을라면 미리 좀 쓸어놨어야지.
"어머 오빠 밖에 눈 와요?"
"장난 아냐, 오늘 너네 그냥 여기서 자고 가는게 상책이다. 아 진짜 대박이다 대박이야"
"아 왜요. 그렇게 눈 많이 와요?"
향기와 아름이는 울상을 지었다.
"장난 아니래두? 지금 막 앞이 안 보여 앞이"
"아 어떻게 나 오늘 구두도 이거 신고 왔는데"
발이 휑하니 드러나는 구두를 보자 박지성 상무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너 그거 신고가면 발가락 짤라야 돼"
"아 쫌"
그때 "으아아아, 흐아, 아 진짜 대박이다"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아라가 들어왔다. 그녀 역시도 무슨 남극
블리자드마냥 몰아치는 눈싸라기에 정신없이 급히 들어온 모양이다.
"여기"
박지성 상무가 센스있게 흰 손수건 몇 장을 건내주자 아라는 냄새 한번 맡더니 "이거 새거맞아?" 하고는
머리와 어깨의 눈을 털어내다.
"언니 밖에 눈 많이 와요?"
향기가 묻자 아라가 그 큰 눈을 더 크게 뜨더니 손을 내저었다.
"말도 마, 장난 아냐. 아 나 오늘 괜히 나왔어. 어디 이래서야 손님이나 오겠니"
"그러게"
"걱정마, 올 사람은 다 와"
박지성 상무의 호언장담 앞에 그녀들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맛을 다시다가 흩어졌다.
"고럼, 올 사람은 다 온다니까?"
휴대폰에 찍힌 [ 박 상무님, 오늘도 영업하시나요? ㅋㅋㅋ 이따가 9시쯤에 셋이서 갈라고 하는데 ]
하는 단골손님의 문자를 보고 박지성 상무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사람은 생각보다 날씨에 영향을 크게 받는 짐승이다. 그리고 장사 역시 그 영향을 받는다. 아무래도
눈비가 몰아치는 날은 맑은 날에 비해 장사가 덜 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를테면 아침부터
부슬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날과, 멀쩡하다 갑자기 장대비가 내리는 날이 또 다르다.
갑자기 낮부터 예고에도 없던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에 비 졸딱 맞으며 떡치러 풀싸롱에 오는 놈들
이야 없지만(그러나 꼭 없지만은 않다) 이미 전날부터, 혹은 새벽,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
에는 다들 이미 집 나오면서 우산도 좀 챙겨나오기 마련이고, 거 하루죙일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기분이 멜랑꼴리해지니 '고짓거리' 생각이 대가리 속에 꽉 차고 떡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손님이
또 스윽하니 연락들을 주기 마련이다.
[ 아 물론이져ㅋㅋ 오늘 같은 날 오시면 아주 좋죠 ]
답장을 보내자 곧 [ ㅋㅋㅋㅋ알겠씀다 이따 연락 드리겠씀다 ] 하면서 OK싸인이 나온다. 박지성
상무는 기분좋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업무용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잠깐 가게 오픈할 때
까지 눈 좀 붙이고자 빈 룸에 들어가서 누웠다. 추운데 눈발을 뚫고 오느라 그랬는지 노곤하다.
몇 시간이나 잤나 싶어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지만 시간은 뜻밖에 15분 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아주 깊이 잔 것 같다. 라고 생각했지만 목 뒤가 여전히 뻐근한게 피로는 그대로다. 어휴.
"크흠"
팔운동을 하면서 목도 휘휘 돌린다. 아무래도 요새 몸이 예전같지 않다. 운동 좀 다시 빡씨게 해야하나.
무슨 술이라도 먹은 양 머리가 빙빙 돈다. 일어나야지. 벗어놓은 구두를 신고 몸을 일으켰다. 목도 좀
우득우득 소리나게 돌려보고 셔츠의 옷매무새를 다듬은 뒤 벗어놓은 재킷을 다시 걸쳐입었다. 서비스
정신의 기본은 스타일 아니겠는가.
"오, 나 물 좀"
부지런히 룸 세팅 중인 웨이터 지훈의 오봉에서 물 한잔을 따라 마셨다. 그리고 홀쪽으로 가자 마침
홀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아라가 물었다.
"오빠 어디 아퍼? 얼굴이 빨개"
"어? 아냐, 잠깐 누워있어서 그래"
그렇게 말은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머리를 짚어보자 열이 있다.
"열은 좀 있네"
"어휴 눈 맞고 다녀서 그랬나보다. 오빠 내가 쌍화탕이라도 사다줄까?"
평소에는 그저 얼굴 반반하고 싸가지 없는 년들 같은데 이럴 때는 마누라 못지 않게 다정다감하다.
"그래"
그러자 아라는 옆에 있던 웨이터 현규에게 돈 만원짜리를 꺼내주며 "나, 쌍화탕이랑 안약 좀 사다줘요"
하고 심부름을 시킨다.
박지성 상무는 순간 어이가 없어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야 니는 사다준다면서 쟤를 왜 시키냐?"
"얻어먹는 주제에 말이 많다!"
"이게"
아, 요물같은 년들. 하지만 이래서 또, 이 바닥에서 일하는 맛이 각별하다. 박지성 상무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도 힘을 내자고 마음먹었다. 아 오늘은 일 끝나면 바로 집에 가서 죽은 것처럼 자야지.
(다른 편 보러가기) - [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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