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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66)] 영업상무와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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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다녀왔어?"

박지성 상무의 말에 보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작년에도 못 갔으니까. 오빠는?"
"나도 뭐, 다녀왔지"

홀복으로 갈아입은 보배를 보면서 새삼 그녀의 부푼 가슴에 시선이 가는 박지성 상무. 눈치빠른 그녀는 또
깔깔댄다.

"아 왜? 만지고 싶어? 뚫어지겠네 뚫어지겠어"
"좀 본다고 닳니?"

픽 웃어 넘긴 박지성 상무. 보배는 "손님들은 돈 주고 만지는건데~ 이거 다 재산이야" 하면서 농을 쳤고,
박상무는 "안 만진다 안 만져" 하고 말하면서 정작 손은 그녀의 엉덩이를 툭 치고 밖으로 나갔다.

"어휴, 춥다"

연말 분위기와 연초 성과급/상여금 덕분에 잠깐 반짝 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또 이제 슬슬 비수기가 찾아올
시기다. 구정을 넘기고 나면 아무래도 연말 연시의 그 쓸쓸한 마음도 덜하고, 당장은 또 급하게 막 크게 영업
관련해서 뚱줄 타는 사람들도 좀 덜하다. 분기 정산할 때 되면 다시 또 영업 뛰는 양반들이 손님들 종종 데려
오겠지만. 

"쓰흡"

담배 연기를 뿜은 박지성 상무. 날씨가 정말 차다. 꽁꽁 얼어붙은 몸으로 찬바람 뚫고 뜨신 곳에서 야한 옷
입은 섹시한 여자들이랑 농담 따먹고 술 마시고 그거도 하는, 그런 겨울의 참된 별흥도 흥이지만, 일단은 이
담배가… 

"오빠 안녕? 새해 떡국은 먹었어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노라니 누가 툭 친다. 누군가 싶어 슥 돌아보니 소라다. 그러고보니 몇 달 전에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그저 '와꾸 기가 맥힌' 에이스이기만 했는데 어느새 많이 친해졌다. 영업상무들에게도 이
아가씨들과의 친분관계는 중요하다면 중요한 문제다.

고객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아가씨'다. 아무리 영업상무들이 싹싹하고 사근사근 손님을 모셔도
결국 룸에서 같이 놀고 몸 부대끼는 아가씨들이 안 이쁘고 지랄맞고 땍땍거리면 다 헛고생 되는 것 아니겠
는가.

그런고로 '이쁘고 잘 노는 언니들'을 얼마나 잘 수급하고 또 단도리 잘 시켜서, 얼마나 비유 잘 맞춰서 손님
들에게 잘 하게 하는가, 가 바로 잘하는 영업상무와 못하는 영업상무들의 차이인 것이다. 

"떡국은 무슨. 먹어봐야 나이만 먹지. 너는?"
"저도 나이 안 먹으려고 떡국 안 먹었죠~"

이런 데서 일하기는 해도, 4년제 대학 나온 기집애다. 그러고보면 불과 요 몇 년 사이, 이 바닥 기집애들의 
학벌이 무시 못할 정도로 올라갔다. 멀쩡히 대학교 나오고 얼굴까지 반반한 것들이 왜 이런 일을 하는가,
하지만 또 그만큼 나갈 돈은 많고 돈벌기는 어렵다 이거겠지. 그저 가장 따먹기 쉬운 돈은 술과 색을 밝히는
남자들 돈 아니겠는가. 

"그래도 뭐 니가 무슨 나이 걱정이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거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도, 그 숫자가 쌓이면 몸매가 쳐지거든요. 여튼 그러면 이따 봐요"
"그래"

오늘 온다고 예약 걸어놓은 손님은 이따가 8시에 노 사장님, 그리고 저녁 늦게 한 사장님 온다고 했고…
오케이. 날씨가 정말 칼바람이다 담배 한대 피우는데도 살이 에인다. 

"오빠 잠깐만"

들어가려던 찰나, 밖으로 나온 은주가 팔을 붙잡고 묻는다.

"오늘 예약된 손님 있지?"
"있지. 왜?"
"뭐 진상 그런 손님 아니지?"
"아냐, 매너 좋은 손님이야. 왜? 오늘 뭐 손님 꼭 받아야 돼?"
"어, 나 요즘 돈 필요해"
"알았다"
"팍팍 좀 밀어줘"
"꽁으로?"
"내가 담에 고기 쏠께"


아가씨 초이스는 어디까지나 손님의 권리이다. (심지어 모두 다 마음에 안 들 때는 그냥 나가버리는 손님도
정말로 있기는 있다!) 하지만, 어차피 적당히 크게 까다로운 손님 아닌 이상은 영업상무들이 살짝 귀뜸해
주고 조금만 푸시해주면 대부분은 그 아가씨를 고르기 마련이다. 아 음식점에 가서도 웨이터가 메뉴를 추천
하면 특별히 뭐 꼭 먹고 싶은게 있지 않은 이상은 그 추천메뉴 고르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마찬가지다.

물론 아가씨들도 나름 먹고 살자고 하는 경쟁인데 그런 식으로 불공정 경쟁(?)을 해버리면 좋아할 리 없겠
지만 그래서 수완 좋은 영업상무들의 조율이 필요한 것이다.

"근데 또 돈은 왜 필요한건데?"

은주는 대답 대신 씩 웃더니 박지성 상무의 손에 들린 담배갑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며 윙크를 했다.

"어어? 이제는 담배까지 털어가네? 돈은 왜 필요한거냐니까?"

그러자 은주는 역시나 박지성 상무의 라이타를 빌려 불을 붙이고는 한번 깊게 들이마셨다가 내뱉은 후
말했다.

"빽이 필요해서. 딱 맘에 드는게 생겼거든. 나 당분간 빡세게 일할거야"
"에구, 너도 참 미쳤다"
"그치? 내가 생각해도 그래"

싱긋 웃고 다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은주. 하지만 박지성 상무는 안다. 맨날 
그렇게 말하고서는 정말로 그녀가 가방을 사들고 온 적은 한번도 없다는 것을. 도대체 그녀는 어디에
그 돈을 쓰는 것일까. 


  (다른 편 보러가기) - [박지성 상무의 강남 야구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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