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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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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지미(Jimmy)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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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 뜨자마자 침대에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거실 냉장고 위에 올려둔 캘로그 콘스로스트
한 통을 전부 보울에다 쏟아붓고 우유 1.5리터 80%쯤 따라서 부욱부욱 말고 남은 20%는 그대로
쭉 마셔버리고.

그리고 거기에 설탕 이빠이 듬뿍 끼얹고 콰득콰득 씹어먹고, 그리고는 간밤에 냉장고에 넣어둔
빅맥 2개와 후렌치 후라이 5개를 우적우적 쳐먹고, 입가심으로 콜라 한 캔을 원샷에 마시고 끄윽.

이제 시선을 돌려서 거실 테이블 위의 팝콘을 전자렌지에 돌리고 그 사이 또 토스트에 식빵 2개
쏙 넣고 구워질 동안 냉장고에서 누텔라 잼 꺼내놓고 토마토 꺼내서 얇게 자르고 TV켜먼서 ESPN
채널 온.


한 3분쯤 지나 토스트 다 구워지면 그 위에 잘라놓은 토마토 올리고 누텔라 잼 듬뿍 발라다가 한입
우적. 크으, 맛있다. 이제서야 조금 위에 기별이 가는 것 같다. 흐흐.

배 두드리고 다 튀겨진 팝콘 꺼내다가 종이박스에 옮겨담고 소파 위로 가져와 누워서 NFL 시청. 

한참 먹다가 경기가 슬슬 하이라이트에 이르면 "이거 가만히 못 보겠구만" 하면서 미소짓고 냉장고
에서 버드와이저 꺼내서 나발로 그 자리에서 몇 병 다 비움. 그리고 푸근한 포만감 만끽하면서 그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한숨 잠. 


"쓰흡"

자신의 삼중턱에까지 흘러내린 침을 닦고 일어나 멍한 머리로 잠시 시계를 확인하니 오후 2시. 그거
밖에 안 됐나? 하는 생각을 하며 차키를 들고 쇼핑을 하러 나감. 

부릉, 부릉, 부르르, 탈탈탈탈 부르르릉! 

점검을 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97년식 포드 팔콘 웨건을 타고 가장 가까운 월마트로 향함.
라디오에서는 존 덴버의 애니스송이 흘러나오는데 나의 애니는 언제쯤 나타날까, 아 하드디스크에
가득한 재팬 아니메가 나의 '애니'인가? 크흣, 자신의 유머(Humor)에 웃으면서 이 그레이트한 조크
센스에 방구 한번 구릿하게 뿌우우우슈수숭 하고 뀌니 오우 쉿. 

시트를 최대한 뒤로 뺐는데도 배에 자꾸 핸들이 걸려서 짜증이 난다. 그러고보니 벌써 2주도 전에
주문한 빅 사이즈 시트벨트는 언제쯤 도착할까. 뻐킹 UPS. 


마트에 도착해 식료품들을 미친듯한 속도로 카트에 집어넣는다. 이번달 카드 한도가 얼마 남았더라.
400달러쯤 남았으려나? 어차피 엄마한테 돈이야 보내달라고 하면 그만이다. 룰루, 오우 신난다. 하루
일과 중에 가장 신나는 일 중에 하나가 마트에와서 음식 쓸어담는 일이다. 진짜 양껏, 뭐 먹고 싶은건
다 집어넣는다. 

그리고 혹시 신작 닌텐도 게임이 없을까 싶어서 3층으로 올라간다. 오우? 2층에서는 손목시계 할인전
을 하고 있었다. 전에 쓰던 시계들은 이제 마지막 칸에 끼웠는데도 손목에 채워지질 않아서 마침 새로
하나 사야할 타임이다. 

"음…"

하지만 30달러 미만 가격대의 세일폭이 큰 상품들은 죄 게이들이나 찰법한 노멀 사이즈다. 나는 빅,
그것도 XXX사이즈 정도는 되야… 

"손님 사이즈에 맞는 상품은 안타깝지만 없는 것 같군요"

점잖게 생긴 할매 점원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살짝 저으면서 말했고 나는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3층 매장으로 카트를 끌고 갔다. 후우, 숨이 차군. 나에게 운동이란 어울리지 않아. 후우.

콘솔 매장에서 게임 소프트를 둘러보았지만 딱히 눈에 띄는게 없었다. 게다가 이 정도 가격이라면 
그냥 차라리 아마존이나 EBAY에서 사는게 나아. 

계산을 치르고 차에 올라 다시 집으로 향한다. 뒷좌석 가득한 식료품에 내 마음은 들뜬다. 끼얏호우! 
또 오는 길에 핏자 2판과 저녁, 그리고 내일 아침에 먹을 빅맥 세트 5개를 드라이브 스루로 샀다.
KFC에도 당연히 들러야지. 털털 가리는 차에 주유까지 하고, 그렇게 든든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집에 오자마자 뜨끈한 피자와 치킨으로 점심을 때운다. 우우, 이 기름진 맛, 참을 수가 없다. 한참을
정신없이 먹다가 문득 깜빡하고 콜라를 사오지 않은 것을 떠올렸다. 맙소사. 이런 미친 짓을. 하지만
다행히 냉장고를 열어보니 1.5리터 펩시가 2병 남아있다. 이걸로 오늘 밤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다. 

앉은 자리에서 한판을 다 먹은다음 햄버거 하나와 피자 하나는 슥 옆으로 밀어놓고 콜라 한 병을 딱
세팅하며 자세를 잡은 뒤 XBOX360을 기동했다. 이제 이대로 8시까지는 타임슬립이다. 

그러보보니 이번 주말에는 엄마가 들리는구나. 저녁 비행기로 온다고 했으니 밤 늦게나 도착할 것
같다. 워싱턴에 그 사무실은 잘 팔아치웠는지 모르겠는데. 그래야 커미션이 생긴 우리 엄마가 나한테
용돈 좀 두둑히 주겠지. 

끄으으으으으윽- 

오우, 나도 모르게 그만. 좀 거북하던 속이 이제 개운하다. 이대로 피자 한 판은 더 먹을 수 있겠군.
기쁘다. 아 잠깐만. 그런데 아뿔싸 잠이 온다. 후우.

어쩔 수 없다. 잠이 올 때는 자야한다. 나는 그렇게 소파 위에 무거운 몸을 뉘었다. 이대로, 영원히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 이 배부르고 여유로운 삶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흐흐, 이 포만감, 정말
나는 이 포만감이 너무나 좋다. 너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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