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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욕하면 죽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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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저, 에휴. 저딴 것도 대통령이라…커헉, 컥!"
"아니 김씨 왜 그래, 아이고, 뭔, 아이고오!"

명절을 앞둔 어느 시기, 원인을 알 수 없는 괴병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서간, 어제 난리였다며?"
"아후, 말도 마요. 어제 몇 시쯤이었더라? 여튼 9시 좀 넘었나? 갑자기 막 환자들이 미친듯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난 진짜 무슨 어디서 대형 사고라도 터진 줄 알았어요."
"무슨 일이래"
"에휴, 모르겠어요. 힘들어 죽겠어요"
"근데 그 이야기 들었어?"
"뭐요?"
"아니…아니야"

환자들 사이에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함께 병원으로 온 보호자들 말에 따르면, 환자들 상당수가 뉴스를 보다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는 것. 하루만의 일이 아니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근 3일간 전국 전역에서 뉴스 시간을 전후해서 뇌출혈 또는 심장마비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리고 묘한 소문 하나가 인터넷에서 돌기 시작했다.

"대통령을 욕하면 죽는 병이래"
"미친 개소리 하고 있네"

너무 말도 안되는 헛소리였지만, 그 소문은 곧 현실로 입증됐다. 수많은 인증영상이 곧 쏟아졌으니까. 대표적으로 4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정치 스트리머 조 모가 실시간 합동방송에서 대통령 욕을 하다가 즉사한 영상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니 그게 말이 돼?"
"너도 봤잖아 미친 놈아"
"지랄하네. 그럼 나도 욕해볼까? 아~ 대통령 이광래 개새…커헉!"
"으아 씨발! 아 씨발!"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호기심과 과학적 의구심에 희생된 끝에야 사람들은 믿기 시작했다. 긴급대책으로 방송국에서는 사상 초유의 '정치뉴스 보도 금지'라는 자체적 보도규제를 내렸고, 포털에서도 아예 정치/사회면 기사가 게재되지 않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Crazy koreans…"
"new fandeath!"

물론 이 일련의 사태는 해외에도 알려지고 보도가 되었지만, 그 직후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었다. 왜냐하면 놀랍게도 외국인들은 똑같은 행동을 해도 전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니까.

"fucking korean president Lee Kwang-rae! fuckyou! Lee, Kwwwang, rae, gea sae kii! …so what?"

해외교포들이나 한국 내 체류 중인 이중국적자들 역시 아무리 대통령 욕을 해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심지어 평범한 한국인들조차 외국에 나가는 순간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로지 한국인이 한국에서 대통령 욕을 하면 사망하는 것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고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정치,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은 보편적인 한국인들의 어떤 스트레스가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흔히들 울화병, 화병이라고들 하죠? 이게 과거에 실제로 질병 이름으로 등록된 적이 있어요. hwa-byung이라는 이름 그대로. 전 세계에서 한국인들만 겪는 특이한 정서적 질환이죠. 바로 이 hwa-byung의 조금 새로운 버전이 아닌가 싶은 거에요"

의사들은 나름대로 그 원인을 밝혀내고자 노력했고, 가장 유력한 가설은 역시나 hwa-byung의 변종일 가능성이었지만 그저 호기심에 따라한 어린이들, 평소 정신질환이나 스트레스, 우울증 등이 전혀 없는 이들조차 이미 수없이 이 원인 불명의 괴병에 희생되었기에 그 가설은 믿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다.

사태는 근 한달을 넘겼지만 전혀 바뀐 것은 없었다. 그때까지 파악된 내용으로는 그저 대통령을 욕하면 죽는다, 뿐이었다. 역대 왕이나 전직 대통령, 해외 대통령을 욕할 때는 문제가 없다, 점잖은 비판까지는 괜찮지만 그것이 선을 넘는 순간 죽는다, 목소리 뿐 아니라 텍스트로 욕을 해도 죽는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욕설 영상이나 글은 괜찮다, 등등이 수많은 희생으로 조금 더 파악됐을 뿐이다.

"…"
"…"
"철승아, 더 먹을래?"
"아뇨, 괜찮아요"

이제 가족간의 식사, 특히 뉴스 시간에 TV를 켜놓는 것은 금기시 되는 일이 되었다. 물론 점심시간 내 식당들도 마찬가지.

"I can't believe it…"

해외에서는 이 일이 엄청난 논쟁이 되기도 하였다. 도저히 과학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인 것은 분명했지만 실제로 수많은 사례가 보고 된 이상 의학적, 과학적 검증은 필수적인 것이었기에 연구를 위해 한국에 온 많은 연구자들이 한국 내에서의 사례들을 검토하고 모두 unbelievable을 외쳤다.

그러나 사실 그 누구보다 당혹스럽고 입장이 난처한 것은 대통령이었다. 결국 자신을 욕했다는 이유로 수십 만명이 죽은 것이니까. 이 괴병으로 희생된 가족들은, 더욱 더 대통령을 증오하게 되었다.

"아주 훌~륭하신 대통령님을 둔 덕분에 저와 아이 셋은 가장을 잃었네요"
"세계에서 둘도 없는 위대한 지도자 덕분에 아주 이 나라는 대통령 욕이 없는 나라가 되었네요. 참, 무섭다 무서워"

누군가들은 그 와중에도 대안을 찾아냈다. 비아냥에 가까운 극찬이나 혹은 '그런 듯 아닌 듯 결국 욕을 하는' 식의 컨텐츠로 욕을 해댔다. 그러나 그 과중에도 선을 넘는 순간 여지없이 괴병이 그들을 덮쳤기에 결국 어느 시점부터는 입을 닫기 시작했다.

"아니 대통령도 이 사태에 무어라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세상 천지에 이런 일이 도대체, 아니 왕조시대에도 안 보이는 곳에서는 나랏님 욕을 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이건 뭐란 말입니까"
"소설 1984가 현실에 도래해도 이 지경은 아닙니다"

야당은 격렬하게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고, 근 50일째 드디어 대통령 담화가 있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상 유래 없는 중대한 사태에…"

내용은 기본적으로 한 개인으로서의 소회와 대통령으로서의 고뇌를 함께 말하는 것이었지만, 하야까지도 점치던 언론의 탓이었는지 사람들은 미적지근한 분위기였고, 그 와중에 대통령 욕을 함으로서 자살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인터넷 방송으로 송출하는 극단적인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상황은 한층 심각해졌다.

"아 죽을 놈을 죽으라고 그래.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건데."
"누가 강제로 욕을 시키드냐고. 지가 욕하고 지가 죽는거 아님?"
"아니 애초에 욕을 하는게 문제 아닙니까? 비판을 해야지 욕을 왜 합니까?"

하지만 정권을 지지하는 측에서도 서서히 반론을 시작했다. 비판을 하면 괜찮은 것 아니냐, 누가 욕을 하라고 했느냐, 죽음에 이르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애초에 욕을 하는 것이 문제의 원인 아니냐는 논리였다.

"사람이 죽었단 말입니다 사람이"
"그럼 언제까지 뉴스에서 정치, 사회, 시사 이슈를 덮어놓을 생각입니까? 선거 안 할 겁니까?"
"그러게 정치를 똑바로 했으면 사람 죽을 일도 없지 않습니까"
"뭐요? 아주 이거, 그쪽도 지금 아슬아슬하네!"
"뭐야? 아니 이 양반이"

하지만 차기 대선이 2년이 채 안 남은 시점에서 아무리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한들 정치 뉴스를 아예 방송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애초에 '선을 넘은 과도한 욕, 비난'이 괴병의 발동 조건인만큼, 정치 뉴스 반대쪽의 명분이 약했다. 결국 정치 시사 이슈 방송 중단 근 3개월 만에 정치 뉴스 방송이 재개되었다. 포털의 정치, 사회 뉴스 역시 다시 노출을 시작했다.

"뭐야 이거"

뉴스가 재개되었지만, 포털의 뉴스란은 더이상 댓글을 달 수 없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상황에, 포털로서는 당연한 처사였다. 커뮤니티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치인 관련 글에 대한 금기어는 아예 의무적으로 설정하게 되었다.

"174위?"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사상 최하위를 찍었다. 어지간한 독재국가들보다 낮은 순위였다. 그러나 당장 기자들부터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고, 그 기사를 읽는 국민들과 사회안전을 위해 많은 규제들이 가해졌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뉴스는 아예 보도가 금지되었고 정책에 대한 비판 기사나 그러한 우려가 있는 내용 역시 상당한 수준의 칼질이 가해졌다.

"정권 후반기에 이 정도 지지율은 사상 유래가 없는 수준입니다"

대통령 지지율 86%. 압도적인 수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뉴스에서는 항상 대통령과 그의 업적을 칭송하는 뉴스만 나오는 상황에다,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은 설문조사 자체를 기피하는 상황이었으니 지지율은 매우 높게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야권에서도 "무의미한 숫자"라고 폄하하기는 했지만, 숫자 자체가 너무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만약에, 선거로 대통령 바뀌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거지?"

처음부터 사람들이 생각했던 묘한 궁금증이었다. 아무도 이 '대통령을 욕하면 죽는 병'의 원인을 모른다. 이 병이 정말 누군가의 말마따나 '한국의 성인 이광래를 위한 기적'인지, '건전한 비판이 없는 망국병에 노한 하늘의 천벌'인지 모를 일이지만, 어쨌거나 선거로 다음 대통령이 뽑히면 이 병이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그 새로운 대통령이 또 이 괴병의 실드를 받게 될 일인지 아무도 몰랐다. 그렇게 막연히 시간만 흘러갔다.




"속 시원히 말하는 사회, 이 김동선이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여러분! 자, 모두 외칩시다. 다음 대통령 김동선 개새끼!"

야권에서는 '속 시원한 사회'라는 구호를 내건 김동선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며 새롭게 떠올랐다. 야권의 3선 소장파 의원인 김 의원은 "다음 대통령 김동선 개새끼!"를 매 유세마다 외치고, 또 유세장의 모두에게 외치게 함으로서 그 억눌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한풀이를 대신할 수 있게 해주었고 엄청난 이슈를 불러온 것이다.

"여권 대선후보 정창훈 41.5%, 야권 대선후보 김동선 지지율 33.1%, 아직은 격차가 큽니다만 지난 달의 17%에서 현재 33.1%라는…"
"한국의 대선은 언제나 마지막 돌풍을 일으킨 쪽이 중도권을 흡수하는 형태로 승리를 가져갔는데요,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정창훈 후보는 오늘 고아원을 방문하여…"
"김동선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에 관련하여 김동선 후보 측은 아들의 대학 재학 중 받은 ROTC 상장을 공개하며…"

선거는 다소 묘한 구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대통령 지지율을 그대로 이어받은 여권의 '왕세자' 정창훈이 처음에는 크게 앞서 나가는 구도였으나, 야권 대선후보 김동선의 파격적인 선거운동과 거침없는 발언이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며 무서운 속도로 그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아니 너무 노골적이잖아. 그러니까 오히려 이게 역효과를 받는거야"

아예 법으로 보장된 여권에 대한 비판 자제 때문에, 언론의 비판과 의혹제기는 김동선 후보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그가 대부분의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함으로서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나 다름없는 큰 지명도 상승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거침없는 발언과 "속 시원한 사회, 김동선 대통령 개새끼!" 같은 신선한 유세 운동으로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점차 선거는 흥미로운 양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점점 자극적으로 흐르는 선거문화는…"
"아 근데 솔직히 속 시원하긴 하네. 나랏님 욕 못하는 나라가 몇 년 째야. 세상에. 어?"
"근데 나중에 김동선이가 대통령이 되면 그때는 또 욕 못하는거 아냐?"
"변변찮은 공약 하나 없이 욕 한 마디로 유력 대선후보라니 해외토픽감 아닙니까"

대통령 선거 날을 일주일 앞둔 시점,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는 정창훈이 37.2%, 김동선이 35.8%로 아슬아슬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굳히기' vs '상승세'라는 믿음으로 각 정당 모두 승리를 자신하는 가운데, 선거 3일 전 포털 사이트의 뉴스댓글 서비스가 돌연 재개되어 '반 정부 성향의 네티즌들을 죽음으로 몰기 위한 더러운 정치공작 아니냐' 라는 흉흉한 음모론까지 돌며 드디어 선거가 치뤄졌다.

"경남 하동의 개표율은 현재 2% 상태로, 김동선 후보의…"
"서울 관악의 개표율은 현재 6%인 가운데 압도적인 정창훈 후보…"

개표방송 1부 중엽, 개표율이 4%를 넘어간 시점부터 아주 근소하게 김동선 후보가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제주에서의 개표가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으며 한번 뒤집히기는 했지만 결국 저녁 11시 22분, 야권 김동선 후보의 선거방송 포트레이트 옆에 [ 확정적 ] 이라는 배너가 붙었다.

"김동선! 김동선! 김동선!"

사실 A.I를 활용한 선거 예측 시스템에서는 조심스럽게 '안정적 국정 운영'이라는 기조 하에 정창훈의 우세를 엿보았지만, 장군 출신 모 야당 정치인의 "선거는 전쟁이고, 전쟁은 기세입니다. 기세가 오른 장수가 앞장서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따라붙기 마련입니다" 라는 말처럼 야당 후보 김동선이 새 대통령에 오르게 되었다.

"아 속 시원하네. 드디어 댓통령이 바뀌었다네, 개새끼가 물러나고 용이 승천하네, 이광래 이 개새…억!"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 선거의 승리가 곧바로 대통령직의 승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라, 여전히 괴병의 효과는 작동하여 선거 직후 대통령 욕을 한 수많은 사람이 죽음을 당하고야 말았다. 특히 대통령 임기에 대한 개념이 약한 10대와 노인층의 사망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뉴스 댓글을 오픈한 것은 이런 사태를 유도한 것은 아니냐'라는 의혹이 다시 한번 불거지며 훗날 특검까지 진행되기에 이른다.

"South korea’s presidential election ended with the…"
"韓国の大統領選挙は..."
"दक्षिण कोरिया एक भड़काऊ बीमारी से पीड़ित एक नया राष्ट्रपति है-"
"新任总统接替韩国总统李光-"

전 세계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전하며, 다음 대통령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그 초상현상(외국에서는 병이라는 개념보다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해당 사태를 이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다만 서양 의사들만큼은 동양인들 특유의 정권 순응적 자세와 현실적 고민 사이의 괴리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발작성 정신질환 정도로 설명하려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그런 이해에 대해서도 정작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많았지만)이 이어질 것인가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아, 정말 시간 안 가네"
"근데 만약에 또 이어지면 어떻게 하지"

대통령 준비 위원회는 선거 나흘만에 꾸려지기 시작하여 약 두 달 여간의 업무 인수를 거쳐 김동선 새 대통령에게 대통령 권한을 위임하였고, 이듬 해 2월 25일 새 대통령 김동선은 대통령 취임식을 맞이하였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통령 취임선서와 함께 김동선은 비로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다.

"여보!"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훗날 이광래 전 대통령의 영부인인 김영란 여사의 회고에 따르면 놀랍게도 그 선서가 끝난 순간 전임 대통령 이광래는 "이광래 미친 놈"이라고 스스로 작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정작 이광래 본인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전임 대통령 부부가 괴병과 그로 인한 사회적 이슈에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서 한가지 정말 궁금해지는, 아니 아마 이번 대선 기간 내내 그 어떤 현안보다도 더욱 주목을 받아온 문제가 바로…"

김동선에게 드디어 대통령 권한이 법적으로 부여된 그 순간 전 국민의, 아니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쏠렸다. 과연 "대통령을 욕하면 죽는 나라"라는 터무니 없는 상황이 이제 역사 속의 해프닝으로만 남게 될지, 아니면 여전히 현실에서 이어질지가 드러나는 순간인 것이다.

"김동선 대통령 개새끼이!"

그리고 그 의문은 곧바로 풀렸다. 대통령 취임식 행사장에서 김동선의 선서가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엄청난 목소리로 "김동선 개새끼!"를 외쳤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철저히 개개인의 확성기나 스피커 차량 등의 행사장 근처 진입을 차단했음에도, 엄청난 성량을 지닌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의문을 속시원히 풀어버린 것이다.

"…"

소름끼치는 적막이 그 소리를 지른 이를 중심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는 놀랍게도 새 대통령 준비 위원회 소속 문화 청년특위 장수철 의원이었다. 성악가 출신인 그는 김동선과의 사전 협의로 그러한 퍼포먼스를 준비한 것이다. 만약 괴병이 새 대통령에게로 이어지는 것이라면 즉사할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음에도, 그는 새로운 대통령의 성공적인 출발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건 것이었다.

"와! 살았다!"

그리고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그 순간, 장수철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눈물을 글썽이며 행복한 얼굴로. 목숨을 건 퍼포먼스가 성공한 셈이었으니까.

"아 씨발! 그래, 대통령 개새끼이이이!"

욕설이기는 하지만, 대선 기간 내내 김동선의 파격적인 선거구호이기도 했던 '속 시원한 사회, 김동선 개새끼'는 그의 상징과도 같은 문구였고 그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당연히 기쁜 마음으로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외쳤다. 선거에 패배한 정창훈의 지지자들 역시 속내는 다르지만 역시나 같은 "김동선 개새끼"를 외치며, 드디어 한국이 '대통령을 욕하면 죽는 병'에서 벗어난 상황을 기뻐했다.

"저 김동선은, 바로 이 순간을,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표현의 자유를 그 어느 나라보다 비싼 값을 치르며 얻어낸 날로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진 대통령 취임사에서 새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와 '자유 민주주의',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로서 마땅히 감내해야 할 무거운 책임과 자세', '국민 모두의 자유로운 표현과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적 여유, 그리고 그 모두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창조해나갈 이 나라의 밝은 미래'를 강조했다.

"아, 정말, 살 것 같다. 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우화가 도대체 왜 생겼는지를 알겠다고"
"행복하다 행복해"

그렇게 모두가 다시금 얻게 된 표현의 자유에 대해 행복함을 느낀 그 순간, 행사장의 누군가들이 피를 토했다.

"김동선 대통령 만세…꾸어어억! 웩! 커허허헉!"
"만세, 대통령 만…커헉! 꾸억"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아니 그 뿐이 아니었다. 사실 대통령 취임 선서 직후부터 이미 전국 병원과 119는 초비상사태였다.

"코드 블루! 코드 블루!"

레지던트들과 인턴, 간호사들이 허둥지둥 미칠듯한 속도로 온 병원 안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바닥에 피를 토하고 쓰러진, 혹은 눈알을 까뒤집으며 쓰러진, 아니면 그대로 조용히 고개를 떨군 누군가들이 엄청났다.

"아 시발 이제는 대통령을 칭송하면 죽는거야?"

119 응급차를 운전하는 김진우는 전 속력으로 환자를 태운 앰뷸런스를 운전하며 중얼거렸다.

"대통령을 칭송하면 죽는 병"

그 소식은 긴급재난문자와 뉴스 속보로 전 국민, 그리고 다시 한번 전 세계로 퍼지며 또 한번의 충격을 안기기 시작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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