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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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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너도 삼포세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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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만에 가족끼리 모여 먹는 자리.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뜨신 밥에 양파 듬뿍 넣은 제육볶음, 계란말이
반찬, 된장찌개에 아주 간만에 흐뭇한 반찬이다.

"어휴, 그냥 아들내미 오래간만에 집에 왔다고 진수성찬이네 진수성찬이야"

아버지의 투덜거림에 "이게 뭐어. 그냥 맨날 먹는거에 고기 하나 올라왔다고 질투하기는" 그저 맨날 라면만
끓여먹고 살지는 않을까 자취하는 큰 아들 생각에 엄마는 "진작 말을 하고 오지" 하고 더 못 챙겨주는 것이
그저 서운하고 아쉬울 따름. 그 모습에 아버지는 그저 헛웃음을 짓는다.

"그나저나 너 밥은 진짜 제대로 챙겨먹고 다니냐?"
"아 걱정을 마셔요. 집보다 더 잘 먹고 댕기니까"
"하긴 뭐 니가 어디 가서 굶고다닐 놈이냐"

TV에 잠깐 시선을 돌렸다가 아버지는 무엇인가 생각난 듯 물어보신다.

"근데 너도 삼포세대냐?"

삼포?

"그게 뭐에요?"

그러자 "이잉, 무식한 놈. 아 이 애비도 아는 말을 니가 몰라? 신문에서 그러더라. 연애, 결혼, 출산 이거
다 포기한 세대라서 삼포세대라고" 하고 아버지는 뜻을 설명해준다. 아, 뭐 88만원 세대 뭐 그런건가.

"아아 난 또 뭐라고. 에이 다 그거 그냥 20대 30대들 맨날 우울해하니까 그거 또 위로한답시고 깝깝시런
얘기 해주는거에요. 88만원 세대 어쩌고 하면서 그래 너네 힘들지? 우리도 알아 힘내 얘들아, 뭐 이럼서
다독이고 살살 투정 받아주는거죠 뭐. 아 돈 없다고 정말로 결혼 포기하는 놈이 어딨어? 다 핑계지"

아버지는 또 씩 웃는다.

"어휴, 자신감 넘치는데? 그럼, 너는 3포 세대가 아니야? 연애도 하고, 장가도 가고, 애기도 낳나?"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난 포기가 아니라 못하는 거라서요 아부지. 3포 세대가 아니라 3못 세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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