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누운 병원 간이침대의 머리 맡에서 나는 잠든 아들의 목에 수건을 감는다. 이 늙은 애미의 힘만으로는 저 성난 것의 힘을 이길 수 없다. 약에 취해 잠든 아들의 목에 수건을 감고 마음을 독하게 먹는다.
'이 애미도 곧 따라갈거니까, 울지 말고 기달리고 있어'
눈을 질끈 감으며 있는 힘껏 수건에 체중을 실어 잡아당긴다. 곧장 눈을 뜬 아들은 컥컥 거리며 아둥거린다. 자식의 명을 끊는 이 지독한 애미를 원망하거라. 니는 죄가 없다. 내가 잘못해서 너를 그리 낳은 내 죄다. 니 죄까지 모조리 내 가지고 지옥 갈라니까 너도 이 지랄맞은 곳에서 밤마다 무섭고 외롭다고 울지 말고 천국가거라. 아들아 미안하다. 이 애미가 미안하다.
"아들 미안해"
어두운 병실 가득한 헐떡이는 소리. 그 영원과도 같은 고통 속에서 버둥대던 아들의 몸짓이 갑자기 축 늘어진다. 이 모진 어미는 그럼에도 한참을 더 수건에 몸을 지탱한다. 급기야 뚜둑이는 소리와 함께 자식의 명이 온전히 끊어졌음을 느낀다. 그 소리에 내 몸의 힘도 사르르 흩어지며 울음이 터진다. 모든 것이 끝났다. 아들 사랑해.
"엄마가 미안해 아들"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그맣게 터져나온 울음은 어느새 40년 한이 담긴 통곡이 되었고, 닫힌 병실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간호사의 비명도 울려 퍼졌다.
"아이고 참 순하다. 애기가 어쩜 울지도 않누"
아들은 순했다. 갓난쟁이를 시장통 그 시끄러운 곳에 업고 가도 생전에 한번 우는 일이 없었고 그저 이 애미 등에서 그저 조용히 잠자다가 밥을 주면 곱게 먹고 이쁜 똥을 쌌다. 남편 복 없는 년은 자식 복도 없다는 말이 나한테는 틀린 말이라고 믿었다.
"근데 애가 너무 좀 심하게 조용한거 아녀?"
어느 날이었다. 순영 엄마가 한 말에, 내심 마음 속 걸리던 생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덕이는 울지 않았다. 그리고 이 어미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 엄마, 하는 한 마디도 늦었다.
"엄마"
라는 그 말에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다음 말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병신을 낳은 병신'이라는 말에 내 눈알이 돌았다. 시장통에서 칼춤을 추고, 찾아간 시댁에서는 피눈물을 흘렸다. 천애고아는 세상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었다. 무능한 애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마음을 독하게 먹는 것 뿐이었다.
"걱정말어, 엄마만 믿어"
애기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누워서 버둥이며 하루종일 천장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일을 하고 돌아와 집에서도 부업을 하며 하루 4시간 반을 자면서 그리 낮인지 밤인지 도저히 구분이 되지 않는 하루하루를 멍한 머리로 살았다.
"우르르르르, 까꿍! 까꿍!"
머리 맡에 달아놓은 모빌에도, 책에도 인형에도 아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오로지 "엄마" 한 마디. 밥도 똥도 잠도 그저 "엄마" 한 마디. 그래서 그 말은 더 특별했고, 엄마를 더 강하고 아프게 했다.
"엄마"
"응, 엄마가 일 다녀왔으니까 우리 애기 밥 먹자"
"엄마"
"어이구 우리 애기 오늘은 똥 가렸네. 잘했어"
"엄마"
"그려그려 우리 아들, 피곤하지? 엄마가 넨네코코 해줄테까 푹 자자"
8살 아들을 재우고 스탠드 하나에 피곤한 눈을 부비며 쇠꼬챙이로 손가락 마디 하나만한 미니 파이프에 쇠찌꺼기를 걸러낸다. 하루 온종일 일하고 그 피곤한 눈으로 이 피곤한 짓을 새벽 1시까지 매일해야 된다. 눈에 핏발이 서고 손가락은 쇠독이 올라 짓무르지만 그래도 이걸 하면 아들 분유 한 통이 더 생기고 아들의 상담비가 생긴다.
"아들"
엄마도 점점 말이 없어진다.
"아들"
엄마가 배고플 때면, 엄마가 힘들 때면, 엄마가 죽고 싶을 때면 그 말을 마음 속으로 몇 천 몇 만번을 더 떠올렸다.
"아들"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병신이라도 좋으니까 아프다, 배고프다, 엄마 나 머리가 아파요, 다리가 아파요, 이렇게 말이라도 못하는 거에요?"
나의 말에 의사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저 언제나처럼 "지켜봅시다" 하고 약을 내어준다. 나는 이미 이 약에 효과가 없음을 알면서도 아들을 다그쳐서라도 꼭 먹인다. 단 한 끼도 거름이 없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니까.
"으어어어어!"
다른 것은 하나도 안 닮은 것이 힘과 등치만 지 아비를 그리도 닯았는지 15살 놈이 어지간한 어른만하다. 병원 한번 가기가 벅차다. 어르고 달래고 안고 졸라서 간신히 버스에 태워도 난동을 부리는 통에 연신 고개를 숙이고 말리고 야단이 난다. 택시를 타면 결국 기사가 내리라고 소리를 칠 때까지 난리를 피운다.
"으가가아아!"
"아이고 이 눔아, 이 눔아!"
아들을 아침마다 의자에 사지를 묶어놓고 출근하는 어미의 마음. 하루종일 불안하고 걱정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건만 오늘도 그 무식한 힘으로 의자를 반쯤 부수고 그 짐승 같은 힘으로 온 방안을 다 부수고 찢었다.
"이 눔아"
아들의 어깨를 내려치면서도 미안하다. 얼마나,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꼬. 애미가 죄인이다.
몇 번이고 자살을 마음 먹었다. 임신한 나를 두고 그 놈이 떠났을 때도, 시댁 아닌 시댁에서 소금세례를 받고 피눈물을 흘렸을 때도, 눈밭에서 굴렀을 때 그냥 그렇게 모질게 놔두고 올 것을 다짐했을 때도, 둘 다 냉골방에서 열이 펄펄 끓으며 사경을 헤멜 때도,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죽음을 항상 염두에 두었고 그럼에도 미련하게 참고 또 참으며 버텼다.
"아들"
나이 서른을 바라보는 다 큰 아들의 똥칠한 벌거벗은 몸을 씻기며 "시원해?" 하고 이 어미는 또 웃는다. 시원해서 좋다고 "헤"하고 웃는 그 얼굴은 세 살 때나 서른이나 하나도 다름이 없었다. 어쩌다 고기반찬이라도 올려주면 무어라 무어라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며 좋아한다. 어미는 굶어도 너는 배불렀으면 좋겠다. 이 모자란 것보다 딱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
"여기에 지장 찍으세요"
손이 달달 떨린다. 참담한 마음에 할 말도 없지만 이대로 또 쫒겨나면 이제는 또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아들이 잘한 것도 없지만, 아들도 온 몸이 다 상했다. 얼마나 두들겨 맞고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이 미련한 놈이 저 남자 간호사의 얼굴을 보는 순간 또 오줌을 지린다.
"어머니, 저희도 최대한 사정을 봐드리고 싶은데, 저희가 아무리 병원이라고 해도 되는 일이 있고 안되는 일이 있거든요"
지장을 찍으며 힘이 빠진다. 그럼에도 그저 이 모지리 아들은 엄마랑 집에 간다고 좋아한다.
이제는 다 틀렸다고 생각했다. 갈 병원도 없고 돈도 없다. 이 늙은 몸은 하루가 다르게 쇠해가고, 이 미련한 놈도 나 죽고나면 그 무슨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 흉흉한 소문도 들었다. 무료 요양소에서는 이런 젊은 장애인들 장기를 빼가는 놈돌도 있다고. 아니더라도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을걸 주고 밤낮으로 때려 부려먹는다는 말도 들었다.
아니다 아니다 아닐 것이다 생각해도 이제는 내가 죽고 나면, 그때는 우리 아들 뜨신 밥 한 끼 멕여줄 사람이 없구나 하는데 생각이 닿는 순간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다 이 어미 탓이다. 진즉에 차라리 둘이 콱 죽어 버렸으면 덜 힘들어도 됐을텐데, 내가 니한테 덜 모질었어도 됐을텐데.
평생의 삼분지 이를 아들 뒷수발 들며 살았고, 아들은 평생을 그저 밧줄에 칭칭 묶여 살았다. 그것이 사람인가 짐승인가. 개도 이만치 묶여 살지는 않았을거다.
'그래'
딱 한번만 더 모질어지기로 했다. 딱 한번만 더. 이미 골수천번도 넘게 모질게 먹었던 마음, 딱 한번 더 모질어지면 된다. 그때는 더이상 이 애미를 원망하지도 않아도 된다 아들. 미안하다 아들. 죽어서 만나자 아들. 아니, 다음 생에는 나보다 좋은 부모 만나서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신 물려받고 부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들. 미안해 아들, 사랑해 아들.
"애가 잠을 못 자는데, 진정제 투약 좀 해주세요"
"에휴, 네 알겠어요"
아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 애미도 곧 따라갈거니까, 울지 말고 기달리고 있어'
눈을 질끈 감으며 있는 힘껏 수건에 체중을 실어 잡아당긴다. 곧장 눈을 뜬 아들은 컥컥 거리며 아둥거린다. 자식의 명을 끊는 이 지독한 애미를 원망하거라. 니는 죄가 없다. 내가 잘못해서 너를 그리 낳은 내 죄다. 니 죄까지 모조리 내 가지고 지옥 갈라니까 너도 이 지랄맞은 곳에서 밤마다 무섭고 외롭다고 울지 말고 천국가거라. 아들아 미안하다. 이 애미가 미안하다.
"아들 미안해"
어두운 병실 가득한 헐떡이는 소리. 그 영원과도 같은 고통 속에서 버둥대던 아들의 몸짓이 갑자기 축 늘어진다. 이 모진 어미는 그럼에도 한참을 더 수건에 몸을 지탱한다. 급기야 뚜둑이는 소리와 함께 자식의 명이 온전히 끊어졌음을 느낀다. 그 소리에 내 몸의 힘도 사르르 흩어지며 울음이 터진다. 모든 것이 끝났다. 아들 사랑해.
"엄마가 미안해 아들"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그맣게 터져나온 울음은 어느새 40년 한이 담긴 통곡이 되었고, 닫힌 병실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간호사의 비명도 울려 퍼졌다.
우리 아들
"아이고 참 순하다. 애기가 어쩜 울지도 않누"
아들은 순했다. 갓난쟁이를 시장통 그 시끄러운 곳에 업고 가도 생전에 한번 우는 일이 없었고 그저 이 애미 등에서 그저 조용히 잠자다가 밥을 주면 곱게 먹고 이쁜 똥을 쌌다. 남편 복 없는 년은 자식 복도 없다는 말이 나한테는 틀린 말이라고 믿었다.
"근데 애가 너무 좀 심하게 조용한거 아녀?"
어느 날이었다. 순영 엄마가 한 말에, 내심 마음 속 걸리던 생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덕이는 울지 않았다. 그리고 이 어미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 엄마, 하는 한 마디도 늦었다.
"엄마"
라는 그 말에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다음 말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병신을 낳은 병신'이라는 말에 내 눈알이 돌았다. 시장통에서 칼춤을 추고, 찾아간 시댁에서는 피눈물을 흘렸다. 천애고아는 세상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었다. 무능한 애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마음을 독하게 먹는 것 뿐이었다.
"걱정말어, 엄마만 믿어"
애기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누워서 버둥이며 하루종일 천장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일을 하고 돌아와 집에서도 부업을 하며 하루 4시간 반을 자면서 그리 낮인지 밤인지 도저히 구분이 되지 않는 하루하루를 멍한 머리로 살았다.
"우르르르르, 까꿍! 까꿍!"
머리 맡에 달아놓은 모빌에도, 책에도 인형에도 아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오로지 "엄마" 한 마디. 밥도 똥도 잠도 그저 "엄마" 한 마디. 그래서 그 말은 더 특별했고, 엄마를 더 강하고 아프게 했다.
"엄마"
"응, 엄마가 일 다녀왔으니까 우리 애기 밥 먹자"
"엄마"
"어이구 우리 애기 오늘은 똥 가렸네. 잘했어"
"엄마"
"그려그려 우리 아들, 피곤하지? 엄마가 넨네코코 해줄테까 푹 자자"
8살 아들을 재우고 스탠드 하나에 피곤한 눈을 부비며 쇠꼬챙이로 손가락 마디 하나만한 미니 파이프에 쇠찌꺼기를 걸러낸다. 하루 온종일 일하고 그 피곤한 눈으로 이 피곤한 짓을 새벽 1시까지 매일해야 된다. 눈에 핏발이 서고 손가락은 쇠독이 올라 짓무르지만 그래도 이걸 하면 아들 분유 한 통이 더 생기고 아들의 상담비가 생긴다.
"아들"
엄마도 점점 말이 없어진다.
"아들"
엄마가 배고플 때면, 엄마가 힘들 때면, 엄마가 죽고 싶을 때면 그 말을 마음 속으로 몇 천 몇 만번을 더 떠올렸다.
"아들"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병신이라도 좋으니까 아프다, 배고프다, 엄마 나 머리가 아파요, 다리가 아파요, 이렇게 말이라도 못하는 거에요?"
나의 말에 의사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저 언제나처럼 "지켜봅시다" 하고 약을 내어준다. 나는 이미 이 약에 효과가 없음을 알면서도 아들을 다그쳐서라도 꼭 먹인다. 단 한 끼도 거름이 없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지 모르니까.
"으어어어어!"
다른 것은 하나도 안 닮은 것이 힘과 등치만 지 아비를 그리도 닯았는지 15살 놈이 어지간한 어른만하다. 병원 한번 가기가 벅차다. 어르고 달래고 안고 졸라서 간신히 버스에 태워도 난동을 부리는 통에 연신 고개를 숙이고 말리고 야단이 난다. 택시를 타면 결국 기사가 내리라고 소리를 칠 때까지 난리를 피운다.
"으가가아아!"
"아이고 이 눔아, 이 눔아!"
아들을 아침마다 의자에 사지를 묶어놓고 출근하는 어미의 마음. 하루종일 불안하고 걱정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건만 오늘도 그 무식한 힘으로 의자를 반쯤 부수고 그 짐승 같은 힘으로 온 방안을 다 부수고 찢었다.
"이 눔아"
아들의 어깨를 내려치면서도 미안하다. 얼마나,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꼬. 애미가 죄인이다.
몇 번이고 자살을 마음 먹었다. 임신한 나를 두고 그 놈이 떠났을 때도, 시댁 아닌 시댁에서 소금세례를 받고 피눈물을 흘렸을 때도, 눈밭에서 굴렀을 때 그냥 그렇게 모질게 놔두고 올 것을 다짐했을 때도, 둘 다 냉골방에서 열이 펄펄 끓으며 사경을 헤멜 때도,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죽음을 항상 염두에 두었고 그럼에도 미련하게 참고 또 참으며 버텼다.
"아들"
나이 서른을 바라보는 다 큰 아들의 똥칠한 벌거벗은 몸을 씻기며 "시원해?" 하고 이 어미는 또 웃는다. 시원해서 좋다고 "헤"하고 웃는 그 얼굴은 세 살 때나 서른이나 하나도 다름이 없었다. 어쩌다 고기반찬이라도 올려주면 무어라 무어라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리며 좋아한다. 어미는 굶어도 너는 배불렀으면 좋겠다. 이 모자란 것보다 딱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
"여기에 지장 찍으세요"
손이 달달 떨린다. 참담한 마음에 할 말도 없지만 이대로 또 쫒겨나면 이제는 또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아들이 잘한 것도 없지만, 아들도 온 몸이 다 상했다. 얼마나 두들겨 맞고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는지, 이 미련한 놈이 저 남자 간호사의 얼굴을 보는 순간 또 오줌을 지린다.
"어머니, 저희도 최대한 사정을 봐드리고 싶은데, 저희가 아무리 병원이라고 해도 되는 일이 있고 안되는 일이 있거든요"
지장을 찍으며 힘이 빠진다. 그럼에도 그저 이 모지리 아들은 엄마랑 집에 간다고 좋아한다.
이제는 다 틀렸다고 생각했다. 갈 병원도 없고 돈도 없다. 이 늙은 몸은 하루가 다르게 쇠해가고, 이 미련한 놈도 나 죽고나면 그 무슨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 흉흉한 소문도 들었다. 무료 요양소에서는 이런 젊은 장애인들 장기를 빼가는 놈돌도 있다고. 아니더라도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먹을걸 주고 밤낮으로 때려 부려먹는다는 말도 들었다.
아니다 아니다 아닐 것이다 생각해도 이제는 내가 죽고 나면, 그때는 우리 아들 뜨신 밥 한 끼 멕여줄 사람이 없구나 하는데 생각이 닿는 순간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다 이 어미 탓이다. 진즉에 차라리 둘이 콱 죽어 버렸으면 덜 힘들어도 됐을텐데, 내가 니한테 덜 모질었어도 됐을텐데.
평생의 삼분지 이를 아들 뒷수발 들며 살았고, 아들은 평생을 그저 밧줄에 칭칭 묶여 살았다. 그것이 사람인가 짐승인가. 개도 이만치 묶여 살지는 않았을거다.
'그래'
딱 한번만 더 모질어지기로 했다. 딱 한번만 더. 이미 골수천번도 넘게 모질게 먹었던 마음, 딱 한번 더 모질어지면 된다. 그때는 더이상 이 애미를 원망하지도 않아도 된다 아들. 미안하다 아들. 죽어서 만나자 아들. 아니, 다음 생에는 나보다 좋은 부모 만나서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육신 물려받고 부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들. 미안해 아들, 사랑해 아들.
"애가 잠을 못 자는데, 진정제 투약 좀 해주세요"
"에휴, 네 알겠어요"
아들, 미안해.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