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위로 훑어보아도 참 이 꼬맹이, 발칙하기 짝이 없다. 저 빨간 입술부터 짧은 커트, 도발적인 스트릿 패션까지 흠잡을 곳 없이 취향을 저격한다.
"그러니까요, 몇 번을 말해야 되요! 아.저.씨! 이게 아니라, 이거, 이거, 이거"
염병할, 그런데 문제는 컨트롤이 전혀 안된다는거다. 게다가 '아저씨'라는 호칭은 왜 그리도 강조해서 부른단 말인가. 그렇다고 오빠 소리를 듣고 싶어할 정도로 여유가 없는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 호칭을 바꾸기로 하지 않았던가?"
꽤 심드렁한 표정을 연출하며. 그러나 안타까운 문어체의 말투로 조심스럽게 제안을 하지만 그녀는 역시나 한 귀로 흘려버린다.
"배고파요 파파"
제기랄, 제일 듣기 싫은 호칭이다.
"굳이 말하자면, 난 이게 아니라는거에요. 정말로 좀 아냐"
사실 녀석의 예술적 취향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내 기준에서는 악취미에 가깝다. 매번 어디선가 알아오는 그 신진 인디 예술가 나부랭이들의, 작품이라 말하기 민망한 엉터리 작품들은, 잘해봐야 방구석 키치즘의 연장선에 불과한 수준이니까.
"그건 맞는 말이야"
그럼에도 종종 비치는 그녀의 의견은 가끔, 나같은 골수 정통주의자 역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깊숙히게 폐부를 찔러 들어올 때가 있다. 특히 저렇게 단언할 때의 의견은 그렇다. 일단 머리 속에 기억해두기로 한다. 다음 칼럼에 써먹을 수 있게.
"그런데 어쩌다가 거기까지 이야기가 나갔지?"
"포슬린 아트 이야기 하다가요"
"그렇지"
그리고 맥락없이 거기에서 이야기가 끝났다. 양고기 찜이 적절한 타이밍에 나왔으니까.
"오"
"비주얼부터 먹어주지?"
"음~"
마음에 드는 것이 보일 때의 저, 아무 것도 안 들려요 하는 듯한 소악마적인 반짝이는 눈. 그래, 저 눈빛에 끌렸지.
"자, 먼저 먹어"
입 속에서 살살 녹을 것이 분명할 이 가게의 베스트 메뉴, 양뒷다리 찜. "으흠~" 하는, 나로서는 절대 내지 않을 신음성과 함께 그 맛있음을 격렬하게 표현하는 지은의 다채로운 표정은 나를 새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아직은 괜찮군.
요 한동안, 어쩌면 우리의 관계가 성적 긴장감보다 마치 아버지와 딸 같은 느낌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닌가 긴장했건만, 역시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미안한데 어젯 밤에 생리 시작했어요"
그리고 귀신같이 내 눈빛을 읽고 두 발자국쯤 앞서 먼저 방벽을 쳐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새삼 속으로 혀를 찬다. 아무래도 이래서야 답이 없다.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지난 삼개월간 생리를 일곱 번을 했다. 물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점점 거짓말에 성의도 없어지고 있다.
"오늘은 어차피 할 생각 없었어"
나 역시 거짓말이다. 터무니 없는 거짓말. 그리고 거짓말을 뱉은 내 자신에 대해 새삼 저주를 내리고 싶어진다. 피차가 거짓말을 해서야 이쪽만 명분이 없어질 뿐이다. 하지만 그녀도 그 부분을 파고 드는 대신 낭랑한 목소리로 필요한 것을 또박또박 요구한다.
"그리고 나 돈 더 필요해요"
원조 금액 이백오십에 지난 주에 추가로 오십, 오늘 또.
"백이면 충분할까"
"삼십만 주세요"
물론 용도는 묻지 않는다. 확실히 그다지 건전한 상태는 아니다. 이 관계만큼이나.
"구두 하나 사려구요"
그러나 그녀는 의외로 순순히 용도를 밝힌다. 휴대폰을 꺼내 모델을 보여준다. 오십짜린데.
"이십은 아직 남아있어요"
피차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 나에게는 젊은 두뇌와 육체를, 그녀에게는 돈과 허영을. 그 달콤함을 담아 슈가 대디. 그러면 나에게 너는 뭐지.
자극?
아니. 자극을 필요로 한다면 차라리 훨씬 더 강한 것들이 많지. 굳이 이렇게 누군가의 이목을 살 끌 위험을 가진 관계를 지속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세면서도 매력적인. 그렇다면 뭐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소구?
아니, 냉정하게 뒤돌아 보아도 꽤 후회없는 시간들이다. 적당한 부와 그럭저럭 매력적인 마스크, 남들보다 조금 부족한 양심을 가진 남자의 청춘은 언제나 화려하기 마련이다. 전혀, 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딱히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지금은 또 지금 나름대로 그때는 갖지 못한 즐거움이 있으니까.
단순한 성욕?
아니, 그거야말로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구태여, 너일 필요가 없다. 정말로. 너보다도 훨씬, 그러나 다 필요 없으니까. 음, 그건 확실히, 강조해서라도 부정해두고 싶다.
그렇다면 나에게 너는 뭐란 말인가.
쉴새없이 움직이는 저 앵두같은 새빨간 입술, 다소 참기 힘들 정도의 저 발랄함은 당장이라도 이 가게 영업을 중지시키고 이 방을 지극히도 프라이빗하게 사용하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역시 더러운 욕망이 맞는 것일까.
"대디는 왜 안 먹어요"
절대로,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내가 원하는 호칭은 피하면서 다채롭게 나를 놀리는 그녀는 달콤한 눈빛으로 나에게 포크로 찍은 고깃덩이를 내민다.
"아니아니, 그냥 입 벌리고 받아먹어요. 아 해봐요"
바보 같은 짓임을 알지만 거부할 수 없는 그녀의 제안. 그렇게 나는 또 입을 아 벌리고, 주체하기 힘든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이 육즙 넘치는 고깃덩이를 입 안에서 씹는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쥬시한 육즙이 그녀의 섹시한 눈화장과 어울려 나에게 강렬한 즐거움을 안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를 만나봤으면 이렇게 맛집들을 줄줄히 꿰고 있는거에요?"
경륜이라고 해두고 싶지만 역시나 마음 한 켠에서는 부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
"글쎄"
그리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숫자를 부르는 그녀.
"이십?"
"더 위"
"사십?"
"더 위"
"백?"
"글쎄"
"미쳤어 진짜"
어디까지나 만나본, 이라고 부연하고 싶지만 그것이 얼마나 한심한 짓인지를 알기에 나는 조용히 입을 닫는다.
"그래서 그렇구나"
"뭐가"
"아니 그냥"
언젠가 비슷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넌 아마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때 네 질문은 정확히 이런 요지였지.
'내가 아무리 아저씨를 흔들어봐도 안 흘들려요, 아저씨는. 그게 속상해'
그리고 나 역시 왜 네가 그렇게 느끼는지를 몰랐지. 이미 선은 옛날 옛적에 넘었고, 분명히 마음도 주었으며, 안하던 추태를 부릴 정도로 흠뻑 빠진 것을 너나 나나 알고 있음에도 내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소리를 하는 이유를.
"아저씨는 퍼플이 어울려요"
언제나처럼 그 맥락 없는 화제 전환. 서투르다는 것이 더 매력적인 그녀의 화술에 나는 또 언제나처럼 미소 짓는다.
"진짜 대단해"
또 무엇이 대단하다는지 모를 그녀 혼자만의 감탄에 당황스러움을 숨기며, 디저트 메뉴를 머릿 속으로 떠올려본다.
"잘 먹었어요"
생전 없던 너의 그 답례 인사. 쉴새없이 분석하고 계산하는 나의 사고. 그리고 그 사고가 전해오는 갑작스러운 경고. 싸늘하게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나는 불안함을 애써 숨기며 지그시 몸을 버킷 시트에 묻는다.
"출발 안 해요?"
적절한 답을 할 타이밍에서 3초쯤 지나, 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갈까"
상당히 많은 질문... 그러니까 내일은 무엇을 할거니, 요즘 이 아저씨랑 만나는거 어떠니, 그 요즘 너에게 관심 보인다던 그 연하남은 어떻게 됐니, 지난 번의 여행은 즐거웠니, 슬슬 아저씨를 정리하고 싶어진거니, 돈으로 그 시간을 더 늘릴 수는 없을까, 그게 아니라면 그 무엇으로? 같은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질문들을 속으로 꿀꺽 삼키며 나는 시동을 건다.
"호텔로 가요"
그리고 뜻밖의 답에, 아까의 생리 타령 같은 것에 대한 반박은 모두 제치고 나는 말없이 차를 도로로 몰기 시작한다. 귀찮아지면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일방적으로 나와의 대화를 단절하는 언제나의 네 모습에 피식 웃으며.
- fin -
"그러니까요, 몇 번을 말해야 되요! 아.저.씨! 이게 아니라, 이거, 이거, 이거"
염병할, 그런데 문제는 컨트롤이 전혀 안된다는거다. 게다가 '아저씨'라는 호칭은 왜 그리도 강조해서 부른단 말인가. 그렇다고 오빠 소리를 듣고 싶어할 정도로 여유가 없는 상황은 아니지만.
"우리 호칭을 바꾸기로 하지 않았던가?"
꽤 심드렁한 표정을 연출하며. 그러나 안타까운 문어체의 말투로 조심스럽게 제안을 하지만 그녀는 역시나 한 귀로 흘려버린다.
"배고파요 파파"
제기랄, 제일 듣기 싫은 호칭이다.
슈가 대디
"굳이 말하자면, 난 이게 아니라는거에요. 정말로 좀 아냐"
사실 녀석의 예술적 취향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내 기준에서는 악취미에 가깝다. 매번 어디선가 알아오는 그 신진 인디 예술가 나부랭이들의, 작품이라 말하기 민망한 엉터리 작품들은, 잘해봐야 방구석 키치즘의 연장선에 불과한 수준이니까.
"그건 맞는 말이야"
그럼에도 종종 비치는 그녀의 의견은 가끔, 나같은 골수 정통주의자 역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깊숙히게 폐부를 찔러 들어올 때가 있다. 특히 저렇게 단언할 때의 의견은 그렇다. 일단 머리 속에 기억해두기로 한다. 다음 칼럼에 써먹을 수 있게.
"그런데 어쩌다가 거기까지 이야기가 나갔지?"
"포슬린 아트 이야기 하다가요"
"그렇지"
그리고 맥락없이 거기에서 이야기가 끝났다. 양고기 찜이 적절한 타이밍에 나왔으니까.
"오"
"비주얼부터 먹어주지?"
"음~"
마음에 드는 것이 보일 때의 저, 아무 것도 안 들려요 하는 듯한 소악마적인 반짝이는 눈. 그래, 저 눈빛에 끌렸지.
"자, 먼저 먹어"
입 속에서 살살 녹을 것이 분명할 이 가게의 베스트 메뉴, 양뒷다리 찜. "으흠~" 하는, 나로서는 절대 내지 않을 신음성과 함께 그 맛있음을 격렬하게 표현하는 지은의 다채로운 표정은 나를 새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아직은 괜찮군.
요 한동안, 어쩌면 우리의 관계가 성적 긴장감보다 마치 아버지와 딸 같은 느낌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닌가 긴장했건만, 역시 그것은 아닌 것 같다.
"미안한데 어젯 밤에 생리 시작했어요"
그리고 귀신같이 내 눈빛을 읽고 두 발자국쯤 앞서 먼저 방벽을 쳐버리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새삼 속으로 혀를 찬다. 아무래도 이래서야 답이 없다.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지난 삼개월간 생리를 일곱 번을 했다. 물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점점 거짓말에 성의도 없어지고 있다.
"오늘은 어차피 할 생각 없었어"
나 역시 거짓말이다. 터무니 없는 거짓말. 그리고 거짓말을 뱉은 내 자신에 대해 새삼 저주를 내리고 싶어진다. 피차가 거짓말을 해서야 이쪽만 명분이 없어질 뿐이다. 하지만 그녀도 그 부분을 파고 드는 대신 낭랑한 목소리로 필요한 것을 또박또박 요구한다.
"그리고 나 돈 더 필요해요"
원조 금액 이백오십에 지난 주에 추가로 오십, 오늘 또.
"백이면 충분할까"
"삼십만 주세요"
물론 용도는 묻지 않는다. 확실히 그다지 건전한 상태는 아니다. 이 관계만큼이나.
"구두 하나 사려구요"
그러나 그녀는 의외로 순순히 용도를 밝힌다. 휴대폰을 꺼내 모델을 보여준다. 오십짜린데.
"이십은 아직 남아있어요"
피차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 나에게는 젊은 두뇌와 육체를, 그녀에게는 돈과 허영을. 그 달콤함을 담아 슈가 대디. 그러면 나에게 너는 뭐지.
자극?
아니. 자극을 필요로 한다면 차라리 훨씬 더 강한 것들이 많지. 굳이 이렇게 누군가의 이목을 살 끌 위험을 가진 관계를 지속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세면서도 매력적인. 그렇다면 뭐지.
지나간 시간에 대한 소구?
아니, 냉정하게 뒤돌아 보아도 꽤 후회없는 시간들이다. 적당한 부와 그럭저럭 매력적인 마스크, 남들보다 조금 부족한 양심을 가진 남자의 청춘은 언제나 화려하기 마련이다. 전혀, 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딱히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지금은 또 지금 나름대로 그때는 갖지 못한 즐거움이 있으니까.
단순한 성욕?
아니, 그거야말로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구태여, 너일 필요가 없다. 정말로. 너보다도 훨씬, 그러나 다 필요 없으니까. 음, 그건 확실히, 강조해서라도 부정해두고 싶다.
그렇다면 나에게 너는 뭐란 말인가.
쉴새없이 움직이는 저 앵두같은 새빨간 입술, 다소 참기 힘들 정도의 저 발랄함은 당장이라도 이 가게 영업을 중지시키고 이 방을 지극히도 프라이빗하게 사용하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역시 더러운 욕망이 맞는 것일까.
"대디는 왜 안 먹어요"
절대로,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내가 원하는 호칭은 피하면서 다채롭게 나를 놀리는 그녀는 달콤한 눈빛으로 나에게 포크로 찍은 고깃덩이를 내민다.
"아니아니, 그냥 입 벌리고 받아먹어요. 아 해봐요"
바보 같은 짓임을 알지만 거부할 수 없는 그녀의 제안. 그렇게 나는 또 입을 아 벌리고, 주체하기 힘든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이 육즙 넘치는 고깃덩이를 입 안에서 씹는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쥬시한 육즙이 그녀의 섹시한 눈화장과 어울려 나에게 강렬한 즐거움을 안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를 만나봤으면 이렇게 맛집들을 줄줄히 꿰고 있는거에요?"
경륜이라고 해두고 싶지만 역시나 마음 한 켠에서는 부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
"글쎄"
그리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숫자를 부르는 그녀.
"이십?"
"더 위"
"사십?"
"더 위"
"백?"
"글쎄"
"미쳤어 진짜"
어디까지나 만나본, 이라고 부연하고 싶지만 그것이 얼마나 한심한 짓인지를 알기에 나는 조용히 입을 닫는다.
"그래서 그렇구나"
"뭐가"
"아니 그냥"
언젠가 비슷한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넌 아마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때 네 질문은 정확히 이런 요지였지.
'내가 아무리 아저씨를 흔들어봐도 안 흘들려요, 아저씨는. 그게 속상해'
그리고 나 역시 왜 네가 그렇게 느끼는지를 몰랐지. 이미 선은 옛날 옛적에 넘었고, 분명히 마음도 주었으며, 안하던 추태를 부릴 정도로 흠뻑 빠진 것을 너나 나나 알고 있음에도 내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소리를 하는 이유를.
"아저씨는 퍼플이 어울려요"
언제나처럼 그 맥락 없는 화제 전환. 서투르다는 것이 더 매력적인 그녀의 화술에 나는 또 언제나처럼 미소 짓는다.
"진짜 대단해"
또 무엇이 대단하다는지 모를 그녀 혼자만의 감탄에 당황스러움을 숨기며, 디저트 메뉴를 머릿 속으로 떠올려본다.
"잘 먹었어요"
생전 없던 너의 그 답례 인사. 쉴새없이 분석하고 계산하는 나의 사고. 그리고 그 사고가 전해오는 갑작스러운 경고. 싸늘하게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나는 불안함을 애써 숨기며 지그시 몸을 버킷 시트에 묻는다.
"출발 안 해요?"
적절한 답을 할 타이밍에서 3초쯤 지나, 난 어렵게 입을 열었다.
"...어디로 갈까"
상당히 많은 질문... 그러니까 내일은 무엇을 할거니, 요즘 이 아저씨랑 만나는거 어떠니, 그 요즘 너에게 관심 보인다던 그 연하남은 어떻게 됐니, 지난 번의 여행은 즐거웠니, 슬슬 아저씨를 정리하고 싶어진거니, 돈으로 그 시간을 더 늘릴 수는 없을까, 그게 아니라면 그 무엇으로? 같은 멍청하기 짝이 없는 질문들을 속으로 꿀꺽 삼키며 나는 시동을 건다.
"호텔로 가요"
그리고 뜻밖의 답에, 아까의 생리 타령 같은 것에 대한 반박은 모두 제치고 나는 말없이 차를 도로로 몰기 시작한다. 귀찮아지면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일방적으로 나와의 대화를 단절하는 언제나의 네 모습에 피식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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