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었다. 그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하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인걸.
"아하하하하하하"
그래. 그의 비음 섞인 웃음소리 하나면 남들이 뭐라하던 그가 얼마나 나를 괴롭히던 그냥 그것으로 좋았다. 그의 손길에 나를 맡기고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 했으니까.
팔이 부러져 병원에 갔던 날, 의사가 물었다. 누군가에게 폭행 당한거냐고.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장난을 쳤는데 좀 지나쳤을 뿐이라고. 그 말과 함께 쌍코피가 흘렀고 뇌 CT까지 찍었지만.
그래도 그이가 그 일은 끝내줬다. MDMA에 코카인이나 크랙을 조합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모다피닐과 하이덜진을 칵테일해서 맨 정신에 가까운 환각상태로 단숨에 심정지까지 보내버리는 맛이었다. 사실 내가 한 것은 아니고 미국에 있을 때 제니가 그렇게 죽었으니 그 느낌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아마 그랬을거다. 그이와의 그건 딱 그런 기분이었다. 그야말로 굶주린 짐승 같았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그랬다. 어깨를 피가 날 정도까지 깨물어 댔으니까. 미친 새끼라고 서로 욕하면서 웃는 그 짜릿한 쾌감은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거였으니까.
그랬다.
그의 차를 타고 함께 달리는 것은 정말 좋았다. 차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은 우리 둘을 축복하는 손길이었고 흩날리는 불빛은 꽃가루 같았다.
그가 정신병원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 매일 방문했다. 일주일 후 나는 그를 퇴원시킬 수 있었다. 돈이면 안되는게 없는 나라니까. 1년 간 모은 돈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그의 가족과도 떨어져 온전히 그를 내가 가질 수 있었으니까.
아침부터 다음 날의 새벽이 올 때까지 우리는 미친듯이 서로를 갈구하고 탐했다. 온 몸에 이빨 자국을 남기고 피와 땀이 침대 이불을 더럽히는 순간의 쾌락이 너무 강렬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가질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린 그런 류의 사람이니까. 제정신이 아닌 그런 사람들. 그래도 한가지는 확실했다. 가장 가까운 색을 가진 사람이라고.
그는 내 허리춤의 큰 흉터를 보고도 묻지 않았다. 단지 자기 허벅지 쪽의 긴 칼자국을 보여주며 웃었을 뿐이었다. 그는 매번 그랬다. 내가 울 때마다 감싸 안아주며 말했다.
"니가 잘못한게 아니라, 세상이 우리보다 좀 더 미쳤을 뿐이야"
그의 품 안의 나는 모든 것을 새하얗게 잊을 수 있는 존재였다. 그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가 멀어지는 순간 난 또 나로 돌아가곤 했다.
그랬기에 그가 나를 얼마나 망가뜨려도 상관없었다. 그럼으로서 비로소 새로운 내 모습이 또 새롭게 창조되곤 했으니까.
"하하"
사실 처음에는 그저 나는 순진한 사슴 같았다.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었지. 나같은 것들은 의례 그런 법이니까. 하지만 곧 그가 나를 찾게 하는 법을 가르쳐줬지.
"남의 눈으로 나를 보지 말고, 남에게 나를 알게해"
그건 아주 쉬웠다. 이유없이 사람을 폭행하고 위협하면, 미친 짓을 하면, 그 사람들은 날 알고 싶어했으니까. 도대체 내가 누구고, 왜 그러는지 궁금해했으니까. 그때 확실하게 알려주면 되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제 그런 것도 다 끝이다. 그이가 없으니까. 나는 싱크대 아래 문을 열고, 물받이 뒤쪽에 테이프를 칭칭 감아 숨여놓은 약들을 꺼내었다. 반 년도 넘게 습기찬 곳에 있던 녀석들이지만 비닐팩에 둘둘 말아뒀던 것이라 쌩쌩했다.
나는 그것을 모조리 한 입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정확히 20초 후 심장이 마구 요동치면서 눈 앞이 흐려졌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지만 그 진통을 전부 느끼기도 전에 나의 의식은 아, 정말 황홀하다. 눈 앞이 시뻘개지는 느낌. 그래, 좋아.
비릿한 향이 내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것 같다고 느낄 무렵,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아니 뚫고 들어왔다. 역시 그이였다. 아니 유령인가. 어쩌면 환각인가. 그래, 그대로 좋아. 그냥 좋아. 상관없어.
그제서야 음악이라도 틀어놓았으면 좋았으리라 후회했지만 곧바로 귓가에서 음악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래, 좋아.
"아하하하하하하"
그래. 그의 비음 섞인 웃음소리 하나면 남들이 뭐라하던 그가 얼마나 나를 괴롭히던 그냥 그것으로 좋았다. 그의 손길에 나를 맡기고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 했으니까.
팔이 부러져 병원에 갔던 날, 의사가 물었다. 누군가에게 폭행 당한거냐고.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장난을 쳤는데 좀 지나쳤을 뿐이라고. 그 말과 함께 쌍코피가 흘렀고 뇌 CT까지 찍었지만.
그래도 그이가 그 일은 끝내줬다. MDMA에 코카인이나 크랙을 조합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모다피닐과 하이덜진을 칵테일해서 맨 정신에 가까운 환각상태로 단숨에 심정지까지 보내버리는 맛이었다. 사실 내가 한 것은 아니고 미국에 있을 때 제니가 그렇게 죽었으니 그 느낌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아마 그랬을거다. 그이와의 그건 딱 그런 기분이었다. 그야말로 굶주린 짐승 같았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그랬다. 어깨를 피가 날 정도까지 깨물어 댔으니까. 미친 새끼라고 서로 욕하면서 웃는 그 짜릿한 쾌감은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거였으니까.
그랬다.
그의 차를 타고 함께 달리는 것은 정말 좋았다. 차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은 우리 둘을 축복하는 손길이었고 흩날리는 불빛은 꽃가루 같았다.
그가 정신병원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 매일 방문했다. 일주일 후 나는 그를 퇴원시킬 수 있었다. 돈이면 안되는게 없는 나라니까. 1년 간 모은 돈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그의 가족과도 떨어져 온전히 그를 내가 가질 수 있었으니까.
아침부터 다음 날의 새벽이 올 때까지 우리는 미친듯이 서로를 갈구하고 탐했다. 온 몸에 이빨 자국을 남기고 피와 땀이 침대 이불을 더럽히는 순간의 쾌락이 너무 강렬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가질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린 그런 류의 사람이니까. 제정신이 아닌 그런 사람들. 그래도 한가지는 확실했다. 가장 가까운 색을 가진 사람이라고.
그는 내 허리춤의 큰 흉터를 보고도 묻지 않았다. 단지 자기 허벅지 쪽의 긴 칼자국을 보여주며 웃었을 뿐이었다. 그는 매번 그랬다. 내가 울 때마다 감싸 안아주며 말했다.
"니가 잘못한게 아니라, 세상이 우리보다 좀 더 미쳤을 뿐이야"
그의 품 안의 나는 모든 것을 새하얗게 잊을 수 있는 존재였다. 그게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가 멀어지는 순간 난 또 나로 돌아가곤 했다.
그랬기에 그가 나를 얼마나 망가뜨려도 상관없었다. 그럼으로서 비로소 새로운 내 모습이 또 새롭게 창조되곤 했으니까.
"하하"
사실 처음에는 그저 나는 순진한 사슴 같았다.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었지. 나같은 것들은 의례 그런 법이니까. 하지만 곧 그가 나를 찾게 하는 법을 가르쳐줬지.
"남의 눈으로 나를 보지 말고, 남에게 나를 알게해"
그건 아주 쉬웠다. 이유없이 사람을 폭행하고 위협하면, 미친 짓을 하면, 그 사람들은 날 알고 싶어했으니까. 도대체 내가 누구고, 왜 그러는지 궁금해했으니까. 그때 확실하게 알려주면 되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하지만 이제 그런 것도 다 끝이다. 그이가 없으니까. 나는 싱크대 아래 문을 열고, 물받이 뒤쪽에 테이프를 칭칭 감아 숨여놓은 약들을 꺼내었다. 반 년도 넘게 습기찬 곳에 있던 녀석들이지만 비닐팩에 둘둘 말아뒀던 것이라 쌩쌩했다.
나는 그것을 모조리 한 입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정확히 20초 후 심장이 마구 요동치면서 눈 앞이 흐려졌다.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지만 그 진통을 전부 느끼기도 전에 나의 의식은 아, 정말 황홀하다. 눈 앞이 시뻘개지는 느낌. 그래, 좋아.
비릿한 향이 내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것 같다고 느낄 무렵,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아니 뚫고 들어왔다. 역시 그이였다. 아니 유령인가. 어쩌면 환각인가. 그래, 그대로 좋아. 그냥 좋아. 상관없어.
그제서야 음악이라도 틀어놓았으면 좋았으리라 후회했지만 곧바로 귓가에서 음악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래,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