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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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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급정보] 인터넷 토론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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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날이면 날마다 벌어지는, 인생에 0.1g도 도움되지 않는 병신같은 토론들. 사실 좋게 표현해서 '토론'이지 그냥 '뜨신 밥 쳐먹고 할 짓이 없어 벌이는 쓸데없는 개뻘짓'이라 단어를 치환해도 무방할 그런 싸움들 말이다.

그런 토론과 논쟁을 할 시간에 그냥 딸딸이라도 한번 달큰하게 치면 기분이라도 좋을텐데, 이 인터넷 토론은 보통 얼굴 시뻘개지도록 열은 열대로 받고 스트레스 팍팍 쌓이는데다 항상 승부조차도 개운치 않은 병신같은 결말만 가져오기 마련이다. 스스로도 그게 병신 짓이라는거 알면서도 '그래도 이긴 병신이 되리라' 하는 생각에 새벽 4시까지 잠도 안 자고 막플 달면서 정신승리하는 결말인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 또 그런 와중에 배운다고 배운 새끼들은 토론의 주제들도 쓸데없이 거창해서, 사회적 이슈나 정치, 경제, 종교, 성, 외교, 국방 등 거창한 이슈들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보통 제 앞가림도 잘 못하는 것들일수록 특히 거대 담론에 잘 매달린다.

자, 그때 바로 여기에서 이런 유형의 병신들이 곧잘 등장한다. 배운 티 내고 싶어 어쩔 줄 몰라하는 병신들. 이런 놈들은 토론 잘하다가 개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금 XXX의 ㅇㅇㅇㅇ라도 한번 읽어보시고 그런 말씀 하시는건가요?"

이 경우 보통 저 XXX는 해당 분야의 유명 권위자이고, ㅇㅇㅇㅇ는 그의 저서이다. 서로 애미애비 들먹이며 욕하는 개싸움 말고, 배운 놈들끼리의 거대 담론에 대한 토론질에서의 저런 발언은 나름 효과가 괜찮은 편이다.

왜냐하면 저 질문 자체로 '나는 이 분야에 대해 최소한 이 정도의 관심과 교양이 있다'라는 어필이 되는 것이고, 상대가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것만으로도 내가 지적우위를 점하게 되는 것이니까. 또 확률은 낮지만 상대가 그 책을 읽어보았다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런 질문에서 나오는 책은 당연히 자신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학자의 저서이기 때문에, 나의 논쟁에 강력한 힘과 권위를 부여해 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토론의 방향을 책 내용으로 끌고 가기만 해도 유리해지는 싸움이 되며, 책을 읽어본 사람들끼리의 싸움이 되면 제 2, 제 3의 키워들이 상대쪽에 붙지 못하게 하는 효과마저 있다.

게다가 한달에 책 한 권 안 읽는 대한민국 평균 독서량을 감안했을 때, 저런 인터넷 토론에서 언급되는 유형의 사회과학 서적을 상대 키보드가 워리어가 읽어봤을 확률은 사실상 1% 이하 수준이기에, 이 화법은 꽤나 유용한 꽃놀이패인 것이다. 뭐 어디까지나 체면 차리면서 키워질 하는 곳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물론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런 질문을 하는 자체가 병신 짓이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 책의 저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지라도, 보통 인터넷에서 키워들끼리 싸움이 날 정도의 주제는 사실 대부분 정답이 없는 이슈들이 대부분이니, "물이 50%나 남았네" VS "물이 50% 밖에 안 남았네" 식의 싸움에 "물이 50%나 남았네" 쪽 귄위자 저서 들먹여봐야 무슨 의미가 있나. 사실 몰라서 그렇지 그 권위자의 주장에 정 반대의 주장을 펴는 학계의 권위자 저서는 세상에 얼마든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문제는 이기느냐 지느냐가 아니겠는가.

아무도 읽는 이는 없지만 그래도 자존심이 걸려있는 온라인 키워질의 배틀에서 질 수는 없다. 상대가 "XXX의 ㅇㅇㅇㅇ는 읽어보고 하시는 말씀이신지"를 어떻게 받으면 좋을까?

길게 말해봐야 어차피 혓바닥 길어지면 나만 불리해진다. 그런 고로 나 역시 가방끈 길이를 자랑하는게 유리하다. 그러나 어차피 얕은 배움과 알량한 검색질로 살아가는 키워 인생에 진짜배기 정보를 내가 갖고 있을 리 없다. 그럴 때 이런 공격을 해보자.

"그러는 그쪽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은 읽고 그런 주장하시는건가요?"



당연히 아마 안 봤을거다. 이 세상에 채 300권도 안 팔린 책이니까. 시발. 게다가 다행히도 YES24나 교보문고, 알라딘 따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책이니 어설프게 아는 척 할 수도 없다.

게다가 제목도 나름 오묘해서, 세상 어느 분야에 붙여봐도 그럭저럭 그 분야 책 같다. 

환경 분야의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라고 하면 마치 얼마 남지 않은 자연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을 암시하는 제목 같고, 정치라고 하면 그 긴 정치활동의 시간이 생각보다 짧게 느껴진 어느 정치인의 회고록 같은 느낌이며, 과학 분야나 경제 분야에도 그럭저럭 어울리는 제목이니 상대에게 혼란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 한권 사서 이제 말싸움에서 지지 말자. 



P.S

근데 또 상대가 지기 싫어서 검색질이라도 해보면 어쩌나, 싶어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오오?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 사이트 검색으로 뜨네? 

두-


됐다, 괜찮다. 이쯤해선 그 새끼도 이 블로그 보고, 이 글 보고 너털웃음 지으면서 서로 좋게좋게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남는거 없는 개싸움이라면, 웃으면서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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