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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생각보다 짧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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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그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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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깊은 밤, 모니터 불빛만 환하게 빛나는 작은 원룸에서 한참을 마우스 딸깍 거리며 인터넷 하고 있노라니 문득 뒤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휴대폰 주물럭거리다가 지루해지니 나를 붙잡고 놀아달리며 애처럼 조르던 정미는 지루함에 지쳐 어느새인가 잠에 빠져 들었다.

"아…"

그제서야 문득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고, 내일은 컴퓨터 하는 대신 같이 놀기로 꼭 다짐한다. 간만에 가고 싶어하던 맛집도 가야겠다고 다짐하고. 스피커에서 아까부터 무한반복으로 작게 흘러나오던 '매일 그대와' 음악도 끈다.

매일 그대와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매일 그대와 눈을 뜨고파
매일 그대와 도란도란 둘이서
매일 그대와 얘기 하고파
새벽비 내리는 거리도
저녁놀 불타는 하늘도
우리를 둘러싼 모든걸
같이 나누고파

음악 취향이 참 안 맞아서 매번 내가 무슨 음악만 들으면 핀찬하기 바쁜 그녀가 어쩐 일인지 이 노래만큼은 아예 반복적으로 들어도 투덜대지 않는 것을 보면 그녀도 역시 이 곡은 참 좋아하는 것이 맞지 싶다.

네 원룸에서, 이렇게 둘이 그저 함께 한다는 사실이 한없이 내 마음을 안정시켜서, 무엇을 해도 아늑하고 행복하노라니, 어쩌면 나 혼자 너무 이기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컴퓨터를 종료시키고, 꺼지기 전의 몇 초간 모니터의 불빛을 빌어 그녀의 얼굴을 조심조심 살핀다.

잠든 그녀의 얼굴을, 숨소리까지 죽여가며 바라보노라니 세상에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얼굴이 또 있을까.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고, 없어지고 나서야 땅을 치고 후회한 적이 몇 번인가. 새삼 정미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내 주제에 이런 이쁜 여친이랑 만난다는 사실이 흐뭇하다.

만약 너와 헤어진다면, 내 주제에… 다신 너만큼 예쁜 여자는 못 만나겠지. 콩깍지가 아니더라도.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난다면, 내가 널 붙잡을 수 있을까. 나이는 먹고, 모아놓은 돈은 없는데. 그냥… 이런 작은 원룸 월세 같은데서, 없으면 없는대로 시작하면 안되려나. 안되겠지. 고생만 시킬텐데. 나같은 건.

문득 속상함에 왈칵 감정이 뒤집어지는 것을 애써 감추고, 얼른 화장실로 가서 고양이 세수를 한다. 그리고 정미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옆에 눕는다. 정말로… 함께하고 싶다. 언제까지고. 매일, 매일.






…피곤한 나머지 촛점없는 눈으로 그저 차창 너머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목적지다.

"팔천칠백원 나왔습니다"
"네, 카드결제 하겠습니다"

결제를 마치고 택시에서 내린다. 내 귓가에서 여전히 울려퍼지는 이 감미로운 음악은, 이어폰을 뽑으며 사라진다. 그리고 또 그렁그렁 괘인 눈물도, 아무도 모르게 닦는다. 이 노래만 들으면 항상 정미 생각이 나서 큰일이다. 부디 그녀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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