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아서는 해외여행도 귀찮고 피곤하다. 장기 휴가를 내지도 못해서야 잘해봐야 주말 끼고 홍콩-마카오 아니면 일본, 동남아인데 이것도 이제는 좀 질린다. 게다가 나이 좀 먹었다고 예전처럼 빡세게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주말 내내 힘들게 다녀와봐야 그 다음 주만 죽어난다.
면세점 쇼핑 나부랭이와 맛집 몇 군데 돌아다니는게 그나마의 재미인데, 그것도 직구 덕분에 별 큰 재미도 없고 맛집 역시 어지간한 곳 아닌 이상 감동도 옛날만 못하다.
덕분에 요즘에는 그냥 호텔에서의 휴식이 좋다. 토요일, 도심의 레지던스에서 편안한 하루라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번에도 프레이저 플레이스 호텔이다. 서머셋은 내 취향에 너무 클래식하고, 오크우드나 메리어트 여의도는 나 혼자 하루 쉬는데 쓰기는 과하다. 가격도 스타일도 나는 프레이저 플레이스가 딱이다.
"편안한 휴식 되십시오"
예쁜 호텔리어의 인사를 받으며 카드키를 받아 13층으로 올라간다. 올해만 벌써 몇 번째다. 스사사 같은 곳의 어디 든든한 남편 둔 아줌마도 아니건만 이리도 호텔 병에 걸려서야 미래 없는 돈 지랄 아닌가 하고 가볍게 스스로를 힐난해본다. 하지만 해외여행 가는 비용 대신이라고 생각해보면 충분히 합리화가 된다. 요즘 다시 마카오 여행이 땡기긴 하지만.
그래, 손에 들린 마트 비닐봉투 안에는 먹거리도 한가득이다. 오렌지, 딸기, 소세지, 만두, 신라면, 타르트, 프링글스, 맥주, 군만두, 햇반, 식용유에 계란, 콜라, 스팸 컵밥, 스테이크 재료 등등. 채 24시간이 안되는 시간 내에 모두 싹 먹어치울 예정이다. 등에 맨 가방에는 책도 두 권 들었다. 스릴러 하나, 공포 하나. 마이클 코넬리와 스티븐 킹이라는 드림팀이라면 나의 주말 하루를 충분히 즐겁게 해줄 수 있으리라.
오후 2시부터 입실이지만 보통은 1시 좀 넘어서 들어오면 OK다. 문에 들어서서, 신발을 벗고 편안한 내 집 같은 레지던스 호텔의 안락함을 만끽한다.
아무래도 나 역시 김치 먹고 앉아서 자란 김치맨인 이상, 신발 신고 카펫 위 걸어다니는 일반 호텔방보다야 온돌방 깔린 이런 구조가 편하다. 무엇보다 취사 시설이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가. 서둘러 냉장고에 먹거리들 챙겨넣고 거실과 방의 TV부터 켠다. 언제나처럼 거실은 지상파, 베드룸의 TV는 영화 채널이다.
커튼 너머, 기분 좋게 약간 흐린 하늘의 도심을 내려다보다 다시 커튼을 친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태초의 모습이 되어 침대에 눕는다.
폭신한 침대와 눈을 감으면 들려오는 TV소리가 벌써부터 솔솔 잠을 부른다. 가벼운 허기를 달래기 위해 타르트와 맥주, 군만두를 먹으며 이름 모를 어느 재미없어 보이는 한국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누워 있노라니 집에서 전화가 왔다.
"어, 병원에서 뭐래? 에휴, 알았어. 그래, 뭔 병이든 푹 쉬는게 답이지. 어, 수미 결혼식? 걔 결혼해? 걔가 몇 살인데 벌써 시집을 가? 아, 그런가. 알았어. 다다음 주라고? 봐서, 시간 되면 가는 거고. 어"
전화를 끊었다. 친척 동생이 시집을 간단다. 벌써? 하고 놀랬지만 걔도 어느새 서른이었다. 아직도 배는 좀 부르지만 소세지에 과자를 또 들고 와서 TV소리를 배경 음악으로 책을 보기 시작했다. 책을 한 1/3쯤 보았을까. 꽤나 시간이 지났나, 했지만 아직도 오후 4시 반이다. 이 더할 나위 없는 한가로움에, 나는 그저 시간이 멈추기만을 바랄 뿐이다. 제발 멈추기만을.
면세점 쇼핑 나부랭이와 맛집 몇 군데 돌아다니는게 그나마의 재미인데, 그것도 직구 덕분에 별 큰 재미도 없고 맛집 역시 어지간한 곳 아닌 이상 감동도 옛날만 못하다.
덕분에 요즘에는 그냥 호텔에서의 휴식이 좋다. 토요일, 도심의 레지던스에서 편안한 하루라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번에도 프레이저 플레이스 호텔이다. 서머셋은 내 취향에 너무 클래식하고, 오크우드나 메리어트 여의도는 나 혼자 하루 쉬는데 쓰기는 과하다. 가격도 스타일도 나는 프레이저 플레이스가 딱이다.
"편안한 휴식 되십시오"
예쁜 호텔리어의 인사를 받으며 카드키를 받아 13층으로 올라간다. 올해만 벌써 몇 번째다. 스사사 같은 곳의 어디 든든한 남편 둔 아줌마도 아니건만 이리도 호텔 병에 걸려서야 미래 없는 돈 지랄 아닌가 하고 가볍게 스스로를 힐난해본다. 하지만 해외여행 가는 비용 대신이라고 생각해보면 충분히 합리화가 된다. 요즘 다시 마카오 여행이 땡기긴 하지만.
그래, 손에 들린 마트 비닐봉투 안에는 먹거리도 한가득이다. 오렌지, 딸기, 소세지, 만두, 신라면, 타르트, 프링글스, 맥주, 군만두, 햇반, 식용유에 계란, 콜라, 스팸 컵밥, 스테이크 재료 등등. 채 24시간이 안되는 시간 내에 모두 싹 먹어치울 예정이다. 등에 맨 가방에는 책도 두 권 들었다. 스릴러 하나, 공포 하나. 마이클 코넬리와 스티븐 킹이라는 드림팀이라면 나의 주말 하루를 충분히 즐겁게 해줄 수 있으리라.
오후 2시부터 입실이지만 보통은 1시 좀 넘어서 들어오면 OK다. 문에 들어서서, 신발을 벗고 편안한 내 집 같은 레지던스 호텔의 안락함을 만끽한다.
아무래도 나 역시 김치 먹고 앉아서 자란 김치맨인 이상, 신발 신고 카펫 위 걸어다니는 일반 호텔방보다야 온돌방 깔린 이런 구조가 편하다. 무엇보다 취사 시설이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가. 서둘러 냉장고에 먹거리들 챙겨넣고 거실과 방의 TV부터 켠다. 언제나처럼 거실은 지상파, 베드룸의 TV는 영화 채널이다.
커튼 너머, 기분 좋게 약간 흐린 하늘의 도심을 내려다보다 다시 커튼을 친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태초의 모습이 되어 침대에 눕는다.
폭신한 침대와 눈을 감으면 들려오는 TV소리가 벌써부터 솔솔 잠을 부른다. 가벼운 허기를 달래기 위해 타르트와 맥주, 군만두를 먹으며 이름 모를 어느 재미없어 보이는 한국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누워 있노라니 집에서 전화가 왔다.
"어, 병원에서 뭐래? 에휴, 알았어. 그래, 뭔 병이든 푹 쉬는게 답이지. 어, 수미 결혼식? 걔 결혼해? 걔가 몇 살인데 벌써 시집을 가? 아, 그런가. 알았어. 다다음 주라고? 봐서, 시간 되면 가는 거고. 어"
전화를 끊었다. 친척 동생이 시집을 간단다. 벌써? 하고 놀랬지만 걔도 어느새 서른이었다. 아직도 배는 좀 부르지만 소세지에 과자를 또 들고 와서 TV소리를 배경 음악으로 책을 보기 시작했다. 책을 한 1/3쯤 보았을까. 꽤나 시간이 지났나, 했지만 아직도 오후 4시 반이다. 이 더할 나위 없는 한가로움에, 나는 그저 시간이 멈추기만을 바랄 뿐이다. 제발 멈추기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