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X년 봄. 원작과 달리 스폰서 눈치나 보면서 그저 방영 시간 내내 "네에~ 이 괴수 같은 마력과 엄청난 디자인의 오우오우!"하며 해외 명차 애널 써킹하기 바쁜 핵노잼 X기어 코리아에 분개한 마니아들은 드디어 진정한 한국형 자동차 리뷰 방송을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몇 달만에 드디어 방송이 시작되는데 방송의 이름은 '스박기어 코리아'였다. 시작부터 똥내가 진동하는 막장 프로그램이었다.
스박기어 코리아
"네 안녕하십니까 스박기어 코리아의 김박스, 차덕후, 조고딩입니다. 진정한 한국형 자동차 리뷰 프로그램, 스박기어 코리아를 시작합니다!"
원래대로였다면 방청객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이 있어야겠지만, 그 자리에 있어야할 방청객 대신 존재하는 모니터에는 그저 실시간으로
[ 개노잼 스멜ㅋㅋㅋㅋ ]
[ 근데 진짜 이거 끝까지 다 보면 문상 2장 줌? 누가 대답 좀 ㅅㅂ ]
[ 커암 센세...제발 제가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볼 힘을 주세요 ]
[ 명색이 자동차 리뷰 프로그램인데 MC 중에 좆고딩이 왜 끼어있냐? ]
같은 댓글들이 모니터링 되고 있을 뿐이었다.
"우선 첫 순서입니다. 금주의 슈퍼카! 1998 황금 마티즈 김여사 튜닝을 소개합니다!"
편당 제작비 500만원의 무려 1/3을 잡아먹은 마티즈가 세트장 한켠에 등장했다. 보자마자 차덕후는 스펙을 훑기 시작했다.
"대우자동차 제작, 경차, 최고속도 144km/h, 52마력 6천 rpm, 3단 자동, 제로백 17초, 연비 22키로, 차량중량 760kg, 최소회전반경 4.5미터…"
그러나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고딩은 "그러나 어쨌든 지금은 줘도 안 타는 개똥차!" 하고 웃어제꼈다. 과연 고딩답게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쓰레기 드립이었지만 서둘러 김박스는 어색하게 웃으며 "현재 17만 키로를 탄 차량임에도 전체적인 상태는 괜찮은 편입니다. 김여사에 최적화 된 튜닝이라 필요없는 백미러와 룸미러를 없애서 전체 차량 중량을 줄인 점은 인상적이라 할 수 있죠" 하고 받았다.
"첫 방송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았어"
1화 시청률 0.002%. 그러나 제작비 5백만원짜리 날림 방송에 그 정도 시청률이면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벌써 시청자 게시판에는 컬트적 마니아층의 응원 댓글도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대로는 답이 없어. 똥차 소개만으로는 답 없다는거 알겠지? 확 잡아 끌 아이템 없어?"
제작 CP의 질문에 김PD는 테이블 위의 기획서 몇 장을 넘기며 말했다.
"한국 제일의 양카 대결…뿔 달린 무쏘 VS 그렌다이저 튜닝 그랜저…"
"구려"
바로 칼같이 까인 아이템에 굴하지 않고 김PD는 줄줄히 아이템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2001 레간자 진짜 무소음 차량 만들기"
"구려"
"진짜 풍선껌으로 티코 붙잡아보기"
"체크"
"엘란트라 VS 포르쉐 1단"
"캬"
"크루즈 아크바르…쉐보레 타고 메카 순례 떠나기"
"예산 초과"
"'인터스텔라' 스텔라에 제트엔진 붙여 날려보내기"
"너 제트엔진이 얼마인 줄 알아?"
"대학 운동부 VS 해병대 티코 머리에 이고 8인 협동 달리기"
"체크"
"국산차 베스트 카섹스용 차량 알아보기"
"체크"
"'오덕오덕 스페샬' 레이를 레이로 튜닝하자는!"
"뭔 소리야?"
"그런게 있습니다. 일단 빼겠습니다"
"에스페로 콩코드 튜닝"
"컨셉은 그럴싸하네. 다만 일단 보류"
"투스카니 포르쉐 튜닝"
"예산초과"
"쉐보레를 진짜 여자들은 외제차로 아나 검증"
"구려"
"구아방 VS 포르테 VS K5 VS 젠쿱 최강양카 전설"
"스킵"
"중고차 눈탱이, 어디까지 맞아봤니"
"체크"
"냉장고에 바퀴 달고 엔진 달면 진짜 현대차가 되나"
"무슨 소리야"
"탑기어 안 봤죠?"
"그건 또 뭔데"
"그런게 있어요"
"한국 최고의 영맨 대결! 해치백 팔기 미션!"
"스킵"
"꽃미남 대결, 포터로 여자 꼬시기"
"체크"
"원빈이 다마스로 여자 꼬시기 VS 강동원이 레조로 여자 꼬시기"
"스킵"
"[납량특집] 그 아저씨 각그랜저 트렁크에선 피냄새가 난다"
"좀 더 다듬어봐"
"2003 BMW Z4 VS 2007 푸조 컨버터블, 가난뱅이 똥허세의 끝을 알아본다!"
"스킵"
"구아방 신나로 서울 부산 왕복하기"
"흠…스킵"
"어둠의 차 스타렉스"
"단편으로 끝내긴 아까운 소재네"
"쉐보레 앰블램 튠하기 VS GEUSS 티셔츠 입고 가로수길 걷기, 쪽팔림 대결!"
"에이"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CP는 잠시 목을 축인 후 김PD에게 물었다.
"아직 자동차 회사들에서 뭐 연락 오고 이런건 없지?"
"네. 어차피 우리 방송은 중고차 갖고 하는거니까, 자동차 업체들 써킹할 필요도 없고 신랄하게 까도 뭐 걔들 입장에서도 '중고차니까'하고 변명할 여지는 있는거니까요"
"오케이"
스박기어 코리아. '진정한 한국형 카 리뷰 프로그램'이라는 구호와는 달리 열악한 제작환경과 노답 PD에 의해 결국 이 방송은 제 7화 '카섹스, 이 차로는 어떠니' 편을 마지막으로 폐지되었지만, 당시 이 방송이 사람들에게 던진 메세지는 그 방송의 완성도와는 달리 제법 의미있는 것이었다.
[ 솔까 미친 방송이긴 했지만 그래도 민망한 후빨만 한 시간 내내 하는 모 방송보단 차라리 나았습니다 ]
[ 조고딩만 아니었어도 시청률 1%는 올랐을 듯 ]
[ 그래, 협찬 받은 차로 눈치 보느라 아가리 다무느니, 중고 똥차로 할말 다 하는 시원한 방송이 좋았다 ]
[ 다마스 용달하는 사람인데 라보, 다마스로는 원빈도 답 없다는거 보고 자살하고 싶었다 그래도 레전설ㅋ ]
[ 기름기 쫙 뺀 방송, 너무 좋았습니다 ]
[ 막장 방송이긴 했어도 잘 봤습니다 이런 느낌 너무 좋아함ㅋㅋㅋ ]
[ 시즌2 기대합니다ㅋㅋㅋㅋㅋㅋ ]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 카섹스 편의 자체 최고 시청률 '1.2%'를 마지막으로 방송을 마무리 짓게 된 김박스, 차덕후, 조고딩 셋을 비롯한 제작진 전부는 쫑파티도 없는 스산한 마지막에 조금은 아쉬움 어린 이별을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후회 따위는 없었다.
열정을 다한 또라이짓은 항상 기분좋은 추억만을 남기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