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적의 내 사진을 근거로 부모님께 곧잘 '나의 진짜 부모님'을 요구하곤 했다.
"우리 한번도 단독주택에서 살았던 적 없다면서. 그런데 이 사진은 단독주택인데다가 심지어 집에 그네를 메어둘 나무까지 있어. 솔직히 말해 봐. 허허, 자네들, 어느 회장님의 자식인 나를 지금 대신 키워주고 있는거지?
언젠가 내가 나이가 차면 진짜 아버지 어머니가 헬기 또는 리무진 타고 나 데리러 오는거지? 괜찮아. 키워준 부모도 부모고 기른 정이 나은 정보다 낫다는 말도 있잖아? 섭섭치않게 대가는 쳐드릴께. 노후 편안~하게 대우해 드릴께. 근데 어느 집안이야? 재계 10위권 안에는 들어가? 30위권 안에는? 어딘지 미리 살짝 귀뜸해주면 안 돼?"
그때마다 어머니 아버지는 '차라리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면 주워왔지 어느 회장님이 너같은 애를' 하고 웃어 넘겼지만(…) 나는 믿고 싶다.
마치 종말론의 날짜를 예언해버린 사이비 종교 교주와 같이 그 '나의 아버지 회장님이 나를 찾아러 올 것으로 추정되는 내 나이'는 18세, 20세, 군 전역 후, 대학 졸업 후, 나이 서른을 거쳐 그리고 지금은 마흔 쯤까지 계속 뒤로 밀리고만 있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이라, 나는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