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못 산거냐?"
오늘도 세 찌질이는 포차에 앉아 새벽 1시가 되도록 꼼장어 한 사라에 소주 두 병으로 3시간째 버티고 있습니다. 다행히 요즘 날씨가 추워 별로 장사도 잘 안되는 터라, 포차 이모님은 그저 자리라도 채워주고 있는 저 셋에게 별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모, 여기 소주 한병 더 주세요"
대철이는 조금 오늘 술이 들어갑니다. 때아닌 비감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번 달부터 집에서 부쳐주는 돈을 10만원 줄이겠답니다. 그러면서 넌지시 "이번에는 꼭 붙을 수 있지? 대철아, 열심히 해라"라는 엄마의 말 속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철 본인이 잘 압니다. 아마 이번에도 백퍼 떨어질 거라는 사실을. 왜냐하면 공부를 지지리도 안 했으니까. 4년 허송세월이 아까우면서도, 공무원 시험 준비 관두면 뭐하고 살지 라는 생각에 답이 궁하다보니 그저 술이 답입니다.
"아니, 그래도 어른 말씀 잘 듣고, 뭐 하나 어긋나는거 없이 살았다고 씨발…"
대철의 빈 잔을 채워주며 승민은 담배를 깊게 빱니다. 그리고 느낍니다. 대철, 운용. 이 두 찌질이 새끼랑 언제까지 어울려야 되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됐고, 술이나 마셔 새꺄. 욕 하지 말고. 이모님도 계신데 어디서 쌍시옷 타령이야"
이모님은 흐뭇하게 웃으며 맞장구 치십니다.
"어휴 그럼. 욕하면 못 써"
170도 안되는 키에 몸무게 90을 바라보는 대철, 반대로 먹는건 오지게 쳐먹는데 살은 어디 피죽 한 그릇 못 얻어먹은 북한 꽃제비 같은 뼈갈비 운용. 모태솔로인 이 두 친구보다는 아무래도 인물도 제법 훤칠하고, 학교도 그나마 조금 더 나은 학교도 나왔고… 연애경험도 제법 있고… 하지만 문득 느낍니다. 다르긴 쥐뿔, 나도 똑같은 노량진 고시촌 찌질이지. 하는 비감 말입니다.
"어우, 피곤하다"
그리고 한참을 엎드러 뻗어있던 운용이 정신을 차린 듯 "나 먼저 간다"하고 혼자 부시시 일어납니다.
"야야야, 돈은?"
운용은 주머니에서 슥 만원짜리를 꺼내어 건냅니다.
"남은 돈은 너네 둘 까까해라. 나 가서 퍼질러 잘 테니까 내일 아침에 깨우지 마라"
승민은 만원을 받아들고 한숨을 내쉽니다. 저 한심한 새끼, 하고. 하지만 그래도 정 할 거 없으면 저 놈은 집으로 다시 들어가서 아버지 하시는 고기집 도우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차라리 부러움을 느낍니다.
"야, 대철아 너도 그만 마셔라. 가서 자자. 이모 여기 계산이요"
"이제 갈라구?"
방으로 돌아온 승민은 불 대신 스탠드만 켜고, 의자에 멍하니 앉아 눈 앞의 공무원 시험 책들을 바라봅니다. 지겹습니다. 존나게 지겹습니다. 공부도 지질나게 안 됩니다.
"아…응…아…하아…응…"
옆 방에선 또 떡을 쳐댑니다. 하아… 칠라면 좀 진작에 치고 자지, 꼭 새벽 1시 넘겨 2시 될랄말락할 무렵에 칩니다. 사람 환장하게. 게다가 생긴 것도 또 쌕하게 생긴 그 노랑머리 기집애랑 몇 번 얼굴도 마주친 판이라 저런 소리 들리면 잠도 못 자고 공부도 못 합니다.
"니미"
승민은 어쩔 수 없이 헤드셋을 씁니다. 밤이 깊었네. 방황하며 춤을 추는 불빛들. 이 밤에 취해 흔들리고 있네요. 귓가에 들려오는 노랫말에 문득 대학시절에 눈 앞에 떠오릅니다. 새벽까지 클럽에서 미친듯이 달리고, 마지막까지 같이 달린 이쁜이 후배들과 아침에 해장술까지 달리고, 같이 자취방에 와서 둘이 떡 한번 때리고 늘어지게 자고, 노을 질 무렵에서야 눈 뜨면 씻고 꾸미고 나가서 또 달리고.
"하아… 씨발…"
얼굴을 쓸어내립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샘솟습니다. 그 시절이 그리운 걸까요, 아니면 윤정이가 괜히 또 보고 싶은건가요, 아니면 지금의 이 답답한 생활이 지겨운 것일까요. 아버지 사업만 기울지 않았어도 공무원 시험 따위에 목을 맬 이유가 없을텐데. 남들은 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간다는데 어째 우리는 홀라당 망했을까. 당당히 1년 만에 7급 붙어서 축 늘어진 아버지 어깨에 펴드리고, 어머니한테도 다시 우리 집 언젠가 일어설거라고 말해드리고 싶은데. 하기사, 7급 공무원 된다고 해야 옛날만큼이야 되겠습니까마는.
"사업…"
남자는 역시 한방, 사업을 해야하지 않나 생각도 들지만, 이미 대학교 때 쇼핑몰 한다고 설치다가 까먹은 돈이 6천이 넘죠. 가뜩이나 힘든 아버지한테 그 이야기 했을 때, 아버지의 표정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의 말도.
"승민아, 사업은 누구나 실패할 수 있는거다. 그런데 앞으로 네 사업은 네 돈으로 해라"
승민은 머리를 감싸쥡니다.
대철은 눈을 뜹니다. 환한 불빛에 아침인가 했지만 머리 아픈 형광등 불빛을 보니까 아직 밤인 듯 합니다. 승민이가 데려다 준 건가. 머리가 깨질 거 같습니다. 책상 밑의 쉰 김치 냄새 나는 냉장고를 열고 생수병을 꺼내어 꼴깍꼴깍 마십니다. 점심 때 라면이랑 같이 먹은 김치의 쉰 내가 물병 주둥이에서 풀풀 피어오르지만 일단 목이 타니 어쩔 수 없습니다.
"푸우"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합니다. 새벽 3시 반. 뭘 하기도 지랄인 시간입니다. 후우. 바지를 벗습니다. 살이 쪄서 바지가 잘 벗어지지도 않습니다. 날이 갈수록 몸이 무거워집니다. 먹는 거라고는 맨날 인스턴트 식품 아니면 기름진 것 뿐이니 당연하지만 말입니다. 딱히 할 것도 없어 그냥 잘까 하지만 노트북을 폅니다. 꾸벅꾸벅 졸면서 지루한 부팅을 기다리다 겨우 정신을 차립니다.
"어후, 아 뒤지겠네"
롤을 할까, 아니면 인터넷을 할까 고민하지만, 눈꺼풀이 무겁습니다.
"자자 씨발"
침대에 무거운 몸을 누이고 곰곰히 계산해봅니다. 지난 3일간 한 공부의 총 시간을. 1시간이 채 안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는 그저 배게에 얼굴을 묻을 뿐입니다. 간 때문에 당장 병원에 들어누워야 할 몸으로 노가다 일을 하는 아버지, 식당일 나가면서 쌔 빠지게 돈 버는 엄마 생각하면 공부를 해야 되는데, 남들은 진짜 웃으면서 합격한다는데 나는 왜 4년을 매달려도 안되나 하는 생각에 깊은 자괴감이 몰아닥칩니다. 물론 몰려오는 잠이 그 모든 생각을 금새 덮어버리지만요.
"아…쓰발…아…"
울컥이며 배출하는 아가씨들을 휴지로 받아내며 운용은 길게 숨을 몰아쉽니다. 여전히 벌떡대는 거시기를 휴지로 슥슥 닦아내고는하체를 그대로 내놓은 채로, 여전히 피스톤질에 여념이 없는 두 남녀의 살색 몸사위가 나오는 곰플레이어를 끕니다.
"흠"
운용은 사실 서서히 마음을 굳혀가는 중입니다. 안되는건 안되는 거라는 사실을 말이죠. 아, 공부 말고 연애 말입니다. 왜소한 체구에 얼굴까지 참 멸치스럽게 생긴데다, 키도 난쟁이 똥자루니 암만 생각해도 연애가 잘 될리가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 괜히 더 싱숭생숭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도 연애를 하고 싶습니다. 가슴 설레이는 연애를.
밤낮으로 걸그룹 팬까페 게시판이나 드나들고, 짤방 저장하고, 할 거 없으면 딸이나 치고, 공부는 공시까페의 비슷한 새끼들이랑 밤낮으로 돈 한푼 안 생기는 정치 키워질이나 해대고.
공부…공부…돈이 없어서 중학교도 못 나오신 아버지, 마찬가지로 중학교 1학년 때 7남내 동생들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신 어머니. 두 분들의 학벌에 대한 설움은, 고깃집을 운영하며 어떻게든 그럭저럭 세 식구 먹고 살만해진 이후에도 여전하셔서 운용의 어깨는 항상 무거웠습니다. 그래도 나름 중학교 때까지는 어떻게든 부응했지만, 그 이후로는 게임에 빠져서 결국에 대학교도 지방의 이름도 못 들어본 대학으로 가게 되었지만요.
"다 좆까"
짜증나는 생각에 일단은 생각을 접기로 하고, 내일부터는 그 두 찌질이랑 어울리지 않기로 마음 먹습니다. 일단 한두시간씩이라도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지난 2년간 단 한번도 일주일 이상 지켜본 적 없는 자신과의 약속이지만요.
승민은 고시촌 옥상에 올라 혼자 담배를 빼노라니 참 맛있다고 느낍니다. 담배값이 오른 후로 더 맛있습니다. 미쳐버리게. 새벽 4시, 어디 잠 안 오는 다른 층 이쁜이랑 같이 담배 빨다가 뭔가 썸씽이라도 생기면 좋겠다 생각하겠지만 그런 일이 흔한 일은 아니겠지요.
"302호 그 년이랑 아예 고정적으로 갔어야 되는데. 내가 생각이 짧았지"
지지난 달의 그 날 생각에 새삼 꼴려옵니다. 일단은 춥기도 하고, 잠도 안 오는데 같이 피파 올나잇으로 달려볼까 하는 생각에 대철,운용 단톡방에 [ 다들 자냐? ] 하고 카톡을 날려보지만 5분이 넘도록 읽지도 않습니다.
"병신 새끼들 얼마나 쳐먹었다고 벌써 술 꼻아서 쳐자냐. 하여간 찐따들"
지금이 새벽 4시라는 사실을 깨닫고 할 말이 없어지지만, 그저 꽁초를 던져버리고 방으로 향합니다. 내일은 좀 일찍 일어나야지, 생각했는데 다 망했습니다.
"너는 일단 살을 빼고 이야기하자. 그 몸으로는 절대 연애 못한다"
"운동은 하고 있긴 한데…"
"좆까. 무슨 운동하는데? 숨쉬기? 너 내가 헬스실에서 너 단 한번을 못 봤는데 어디서 구라질이야"
아침부터 승민이 대철을 놀립니다. 또 보나마나 연애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몸매 이야기로 넘어갔겠죠. 모쏠에 고도 비만체형인 대철이 그 주제에서 승민을 대적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만, 식욕과 자존심 빼면 또 남는게 없는 대철인지라 꿋꿋히 버팁니다.
"여튼, 어차피 지금 주제에 연애 해봤자 돈만 쓰고 시간만 뺏기지. 글고 요즘 여자애들이랑은 줘도 연애 안 한다. 다 발라당 까진 년들 극혐"
그러자 승민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묻습니다.
"그래서 연애는 해보셨고? 요즘 애들은 만나보시고 하시는 말씀?"
"뻔하지. 남자들한테 명품백이나 사달라고 하고, 지만 알고, 김치년들"
또 어디서 여성혐오 인터넷 똥글이나 쳐보고 혼자 망상이나 무럭무럭하는, 여자에 대해 가망없는 자신의 불쌍한 처지를 여우와 신포도 마냥 '요즘 여자'들을 욕하며 애써 변호하는 대철의 삐뚫어진 여성관에 승민은 손을 내젓습니다.
"너는 걍 그럼 평생 혼자 살아라 새꺄. 기껏 저 위해서 조언해주면 맨날 결론은 김치년 타령. 새꺄 김치녀가 아니라 빠다녀 스시녀도 지금의 너는 싫어하겠다"
"어. 그래서 혼자 살건데?"
대철도 솔직히 압니다. 알아요. 이런 자신을 세상 어느 미친 년이 좋아해줄까요. 근데 그만큼 솔직히 절실하지도 않습니다. 여자? 야동이나 보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좀 무섭기까지 합니다. 인터넷에서 보면 진짜 세상 여자들 다 미친 거 같던데.
"어휴, 참도 장하다. 답답한 새끼"
승민은 저런 등신과 맨날 친구랍시고 같이 다닌데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어쩌다 애가 저렇게까지 삐뚫어진 여성관을 갖게 된 것인지. 확실히 느끼지만, 밤낮으로 딸딸이 치느라 살이 붙지도 않는 뼉다구 운용이도 그렇고, 적당히 나이 먹을만큼 먹을 때까지도 연애를 못 해보는 애들은 뭔가 어딘가 성격이 일그러지는 거 같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운용이 그 놈 방에는 정말 들어가기도 싫습니다. 1년 열두달 이상한 냄새가 방 안에 가득하니까요.
"하기사 그러니까 둘 다 모태솔로겠지만"
남들이 다 노량진 노량진 하길래 일단은 노량진 고시촌으로 왔습니다만, 별로 공부도 잘 안되고, 승민은 가슴이 답답합니다. 간밤에 거의 새벽 5시 다 되어서 잤음에도, 아침 9시에 눈이 떠졌습니다. 간만에 아침에 운동이나 할까 해서 고시원 1층의 헬스실에서 운동을 하고 나오다보니 보니까 아침부터 라면 끓여먹는 대철이에게 "너 그러다 살 못 빼. 평생 아다로 살다 죽을라고 그러냐" 한 마디 한게 거기까지 간 겁니다.
"대철아, 내가 괜한 소리 했나보다. 미안하다. 그럼 이따 저녁이나 같이 먹자"
물론 여전히 뚱한 기색이 보이지만, 그래도 또 겉으로나마 사과를 받아주는게 대철이입니다.
"그래"
승민은 담배를 사러 슬리퍼 찍찍 끌며 편의점으로 향합니다.
"팔리아멘트 아쿠아5 주세요"
"이거요?"
"네"
승민은 새로 온 알바생에게 흥미를 느낍니다. 20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단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그녀에게.
"새로 오셨나봐요?"
"네? 아 네. 온 지 며칠 됐는데. 혼자 일하는건 오늘이 처음 맞아요"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하는 모습이 승민의 가슴을 간만에 설레이게 합니다. 가슴팍의 이름을 보니 '이송이'.
"남자친구 있어요?"
툭 무심하게 던진 말에 그녀는 "네?"하고 당황하지만 곧 "아니요" 하고 고개를 흔듭니다. 하지만 더이상의 짖궂은 말 대신에 승민은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괜찮죠?" 하고 그녀의 웃음을 유도합니다. 웃으며 "네"하는 송이에게 "담에 또 봐요"라며 계산을 마치고 편의점을 나섭니다.
"존나 짜증나 그 새끼. 맨날 여자 타령하고, 섹스 타령하고. 아 누군 뭐 진짜 아…"
대철은 운용의 방에서 함께 라면을 먹습니다. 아까의 일로 대철은 많이 기분이 상해있지만, 운용은 게임이 더 중요합니다.
"됐고. 야, 이거 풀업하면 얘 잡을 수 있냐?"
"잡을 순 있는데 컨 존나 빡셀걸. 약 존나 빨면서 잡아야 된다"
"아 씹 계속 죽네. 아 몰라. 라면이나 먹고 해야겠다"
계란을 두 개나 푼 라면을 덜어먹으며 운용은 문득 아까 테이프 사러 갔을 때 본 편의점 알바생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요 밑에. 쥐에스에 알바생 새로 왔더라. 이쁘던데"
"이뻐?"
"어. 약간 지유 닮음"
"대박. 이따 가봐야지"
"근데 그렇게 닮은건 아니고 그냥 느낌이"
"그래도"
이 한 겨울에 뭔 땀을 그리도 흘리는지 티셔츠로 연신 이마를 닦는 대철을 보며 운용은 조금 식욕이 떨어지는 걸 느끼지만, 역시 티로 안경에 뿌옇게 서린 김을 닦습니다. 그리고 풀썩이는 체크셔츠에서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땀내에 문득 이거 며칠째 입은 옷이더라, 생각해보지만 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흐, 끄억. 아 맛있다. 근데 좀 안성탕면 말고 다른 라면 좀 들여오면 안되나. 여기 고시촌은 죽어도 안성탕면만 가져다놓더라"
"싸잖아"
"암만 그래도. 얼마나 차이 난다고 진짜 어휴. 큼. 큼"
대철은 그제서야 슥 운용의 옷에서 풍기는 냄새를 느끼지만, 딱히 티를 내진 않습니다.
오늘 밤도 또 포차에 모인 셋.
"꽤 괜찮지 않냐? 얘기하고 있는데 은근 애도 착하더라고"
대철과 운용은, 어느새 승민과 카톡 친구가 되어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는 편의점 알바생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며 부러움을 느낍니다.
"언제 꼬신거야?"
"아침에 얼굴 보고, 아까 저녁에 공부 좀 하고 물 사러 갔다가 번호 땄지"
운용은 승민의 말에 새삼 깊은 패배감과 부러움, 앞서가는 행동력, 그리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남자로서의 자신감'에 새삼 녀석과 자신은 다른 세계의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나이 차이 좀 나지 않음?"
"어. 이제 23살이래"
"여, 완전 도둑놈이네"
대철의 살짝 질투 섞인 비아냥에 승민은 역시 비웃음조로 대답합니다.
"뭐래. 아직 사귀는 것도 아닌데"
대철은 사실 아까 자기도 핫바 사러 가면서 잠깐 봤지마는, 어차피 평생 헌팅이나 번호를 딴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어디 진짜 미연시 게임에서나 겪을 일이라 생각해서 포기했는데… 막상 눈 앞에서 승민의 성공을 보며 괜한 후회를 느낍니다. 어차피 본인이 시도했더라면 백퍼센트 실패했을 거라는 것을 잘 알기에.
"여튼 뭐래?"
"뭐래긴 뭐래. 걍 내가 재밌는 사람 같대. 사실 이 동네랑 자기 집이랑 좀 멀고, 손님들도 아저씨 손님들 많아서 무서웠는데 내가 편하게 말 걸어줘서 되게 좋았대나봐"
운용과 대철은 '아저씨 손님들 많아서'라는 말에 괜히 찔렸지만 둘 다 아무 말 하지 않습니다.
"여튼 잘 해봐라"
"잘해보긴 뭘 잘해봐"
승민도 물론 괜히 우쭐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김치국부터 퍼마시진 않기로 했습니다. 그저 천천히, 어린 친구 하나 더 생긴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 계속 >>